“어떤 사이가 됐든 유준 씨 소개팅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그 와중에 현욱이 매우 우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다들 내 처지는 안 궁금해?”“네가 자초한 일이잖아.”“현욱 씨가 자초한 일이잖아요.”하영과 유준이 동시에 현욱을 보며 이구동성으로 말하고는 두 사람 다 흠칫 놀라며 서로 시선이 부딪쳤다.그리고 뭔가 묘한 분위기를 느끼고 얼른 고개를 돌렸고, 하영은 애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얘들아, 엄마랑 회사로 가자.”세희는 기분이 퍽 좋은지 유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소개팅 잘하세요!”“백년해로하세요.”세준도 한몫 거들자, 유준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고, 현욱은 재차 웃음이 터졌다.“유준아. 너도 이제 소개팅까지 할 정도로 전락할 줄은 몰랐네.”유준은 현욱을 쏘아보며 한 마디로 딱 잘랐다.“너는 이제 그만 꺼져줘!”……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강미정은 이미 급한 마음에 마을 처녀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애 딸린 이혼남이긴 하지만 전국에 집도 한 채씩 있다는 말에 그저 하는 수 없이 동의했다.“알았어. 시간 되면 직접 여기로 찾아오라고 해. 그때 가서 만나서 결정하지 뭐.”알았다고 흔쾌히 대답한 강미정은 목적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뒤 “뇌과 병원”이라고 적힌 간판을 보고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엄마?”강백만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이 주소가 확실해?”“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이 주소가 맞단 말이야!”강미정의 표정도 시퍼렇게 변하기 시작했고, 유국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강미정 손에 들려있는 주소를 빼앗아 주위 사람에게 물어봤다.“아가씨, 서암동 393-7번지가 여기 맞아요?”“맞아요! 여기가 김제시에서 제일 유명한 뇌과 병원인데, 심각한 정신병 치료를 아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해요!”그 말을 들은 강씨네 식구들의 안색이 바로 변했다.“젠장, 지금 우리를 엿먹이는 거잖아! 엄마 그 자식들이 우릴 비웃는 거야!”강백만이 제일 먼저 반응했고, 강미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반반하게 생겨
강미정은 강백만이 말한 대로 따라 했다.“구찌를 사러 왔어요!”“안녕하세요. 여기는 저희 구찌 전문 매장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디자인을 원하세요?”“아니, 이 아가씨가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듣네? 어떤 디자인이고 뭐고 구찌를 달라니까!”매장 직원의 표정이 굳었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고객님, 여기 있는 상품들 모두 구찌인데 어떤 것을 구매하시겠어요?”강미정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니 왜 말귀를 못 알아 듣는거야? 아들, 네가 말해 봐! 정말 바보도 아니고!”강백만은 재빨리 매장을 둘러보더니, 가격이 제일 비싼 걸로 고르기 시작했다.“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거, 이것도 다 주세요!”그 말에 매장 직원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네, 알겠습니다!”그리고 가방들을 포장하며 갱백만을 쳐다봤다.“모두 2억 3천만 원입니다. 카드로 하시겠어요?”“카드도 현금도 아니고, 계산은 TYC회사의 강 대표가 할 거예요. 사촌 동생이거든요!”그 말에 매장 직원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혹시 TYC회사의 강하영 대표님 말씀이세요?”“맞아요!”강백만은 귀찮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지난번에 내가 SNS 올린 거 못 봤어요?”매장 직원은 그제야 안심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30분 뒤, 강씨네 식구들은 가방을 구매한 뒤, 또 백화점을 돌기 시작했고, 다들 손에 크고 작은 쇼핑백을 들고 아크로빌로 돌아왔다.저녁.하영은 여전히 애들을 데리고 회사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그때 임수진이 문을 열고 사무실에 들어왔다.임수진은 손에 영수증을 가득 들고 하영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책상에 올려놓았다.“대표님, 여기 현대 아울렛에서 보내온 구매 영수증입니다.”하영은 영수증을 보더니 위에 적힌 명품 매장 이름을 보고 금세 알아차렸다.‘강씨네 식구들 외에 이런 짓을 할 사람이 또 누가 있겠어?’“모두 얼마야?”“2억 7천만 원 정도입니다.”“대표님, 이건 너무 선을 넘은 것 같아요. 정말 신고할 생각 없
“찾았습니다. 그 중년 여인은 강하영 씨 양부의 친동생으로 그간 왕래는 거의 없었습니다. 평소에 강성문 씨한테 먼저 연락을 했을 때도 돈 때문이었는데, 이번에 강하영 씨를 찾아온 것도 돈이 목적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얼마를 요구했는지 알아봤지만 정확한 금액은 얘기하지 않았다고 하네요.”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절주 있게 두드리면서 낮게 깔린 어조로 말했다.“블랙홀인 셈이네.”“맞아요. 보통 이런 사람들은 탐욕이 끝이 없거든요. 강하영 씨도 처음에는 조치를 취하려 했다가 협박을 당한 모양입니다.”“협박? 그래봤자 하영이 불효녀란 사실을 언론에 퍼뜨리겠다고 협박했겠지.”“네, 게다가 오늘 오후에 명품 아울렛에서 2억 원 정도를 소비했는데, MK 산하에 있는 백화점에서 소비했습니다.”정유준의 눈가에 싸늘한 한기가 스쳤다.“돈이 정말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줄 아는군!”자기 상사가 강하영 씨를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고 허시원은 한 마디 덧붙였다.“그래요, 대표님. 강하영 씨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그렇게 물 쓰듯 쓰는 건 감당하기 어려울 겁니다!”“캐리 쪽엔 어떻게 됐어? 아직도 귀국하지 않은 거야?”“네. 캐리가 어떤 별장으로 들어간 뒤로 나온 적이 없습니다. 벌써 사흘이나 지났는데 강하영 씨도 연락이 닿지 않는 모양입니다.”정유준의 깊은 눈매에 의심이 깃들었다.“그 별장의 소유자가 누군지 알아봐.”“네, 대표님! 또 분부하실 일은 없습니까?”허시원은 정유준이 다른 분부할 일이 또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래도 강하영 씨가 저런 식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참고 있지만은 않겠지.’예상대로 정유준이 입을 열었다.“강하영과 협력 관계인 원자재 공장에 연락해서 모든 비용은 내가 일부 감당하겠다고 전해. 그리고 이번 원단에 어떤 재질을 사용했는지 확인하고 리스트를 강하영에게 전해주도록 해.”허시원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일부 비용이라고 해도 적은 금액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대표님께서 강하영 씨한테 돈을
하영은 강씨네 식구들이 노는데 정신이 팔려 집에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 밖으로 점심에 집으로 돌아왔다.마침 하영도 애들을 데리고 밥 먹으러 나가려던 참이었고, 집에 도착한 강미정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마치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제 새로 사 온 알록달록한 옷을 몸에 걸친 그녀는 마치 털을 뽐내는 듯한 꿩 같았다.“어디 나가려고?”하영이 집을 나서는 것을 발견한 미정이 먼저 인사를 건네왔고, 하영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네, 같이 드시겠어요?”강미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유국진이 얼른 앞질러 입을 열었다.“아니다! 우리는 안 가도 돼!”그 미친 여자가 분명 따라갈 게 분명하니 유국진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다. 비록 그 여자가 보이진 않았지만 왠지 하영의 차 안에 있을 것만 같았다.하영은 피식 웃으며 운전기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출발해요.”하영이 애들을 데리고 떠나자, 유국진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쓰러내렸다.“굳이 밥 안 먹어도 되잖아! 간 떨어질 뻔했네!”유국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강미정과 애들을 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근데 몸을 돌리던 순간 유국진은 그만 숨을 들이켰고, 강미정과 강백만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눈을 크게 뜨면서 세 사람 모두 넋을 잃을 뻔했다.백지영이 소리도 없이 강씨네 식구들 뒤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멍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엄마야! 사람 살려!”강미정은 겁에 질려 후다닥 도망가 버렸고, 유국진과 강백만도 아우성 치며 강의영을 끌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지영은 그들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머리를 긁적거렸다.“…….”지영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강씨네 식구들은 감히 거실에서 머물지 못하고,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그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당연히 집에 없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뒤에 나타나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유국진은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는
하영은 최대한 예준에게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욕심이 끝이 없는 강씨네 식구들이 만약 소예준의 능력까지 알게 된다면, 더욱 게걸스레 달려들 게 분명했다.하영은 오빠 성격을 너무 잘 알았다.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절대 가만있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고, 이 일을 폭력적인 수단으로 해결하게 된다면 더욱 골치 아프게 된다.하영은 이미 대책을 세워놓고, 강씨네 식구들이 그동안 자기 집에서 지내면서 함정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예준은 하영에게 물을 따라주면서 세희한테 물었다.“세희야, 대체 무슨 일인데?”“개한테 물렸어요.”그때 세준이 적절한 타이밍에 한마디 던져 예준의 의심을 피했고, 예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얼른 세희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살폈다“어디 물렸는데? 아프지는 않아?”눈치 빠른 세희도 엄마가 삼촌한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세준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다.“괜찮아요 삼촌, 그저 조금 괴로웠을 뿐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세희가 앳된 목소리로 오히려 위로를 건네자, 예준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세희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그래, 세희 말 믿을게.”그리고 세준은 다시 하영을 돌아보며 물었다“캐리는 아직 연락 없어?”예준의 언급에 하영은 영국에 있는 원단 공장에서 전화 온 사실을 예준에게 얘기했다.“아마도 캐리가 한 일인 것 같아. 그 자식은 항상 묵묵하게 도와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 서프라이즈라고 얘기하는 사람이거든.”“확실히 캐리의 작풍인 것 같은데, 방화범은 아직도 두서가 없대?”방화범 얘기에 하영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어쩌면 내 짐작이 틀린 걸지도 몰라. 수진 씨는 그런 사람 같지 않아.”“그래도 항상 경계심은 갖고 있어야 해.”“알았어, 오빠. 너무 걱정하지 마.”말을 하던 하영은 예준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그런데 요즘 무슨 일 있어? 왜 눈이 충혈됐어?”“그냥 회사 일 때문에 조금 피곤해서 그래.”말을 마친 예준은
현욱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유준이가 그동안 5년 동안 얼마나 힘들게 지냈는지 불쌍하지도 않아요? 강하영 씨가 살아 있었는데도 그 사실을 숨기고, 인나 씨는 MK에 출근했으면서 매일 어떻게 보냈는지 잘 알고 있잖아요.”인나는 집었던 고기를 다시 내려 놓으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래요, 정유준 대표님께서 확실히 그동안 거의 폐인으로 지내긴 했었지만, 그럼 우리 하영이는요? 남자들은 전부 아랫도리가 뇌를 지배하는 본능적인 동물이잖아요! 본인들만 기분이 좋으면 다른 건 신경 쓰지도 않는데, 여자들은 10달이나 고생해서 애를 낳는다는 사실은 알아요? 하영이가 세쌍둥이를 임신하고 교도소에서 온갖 고생을 했을 때 다들 뭐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지금 은근슬쩍 나한테서 정보를 알아가려 했어요? 꿈 깨요! 배현욱 씨! 똑똑히 들어요. 우리가 만나는 건 괜찮지만, 우리 사이를 이용해서 뭐라도 알아낼 생각이라면 앞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인나의 쏘아붙이는 말에 현욱은 미간을 찌푸렸다.“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어요?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 오해가…….”“오해는 개뿔! 그게 다 정유준이 양다인을 지키기 위해 그런 거였잖아요! 그게 바로 처음 시작된 오해였어요. 그런데 왜 우리 하영이가 그 연놈들을 위해 희생을 해야 하죠?”그러자 현욱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유준은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오랫동안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갑자기 찾게 됐으니 은혜를 갚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유준이도 양다인이 사기꾼이라는 걸 몰랐어요. 그 점은 유준이를 탓할 수만은 없어요.”“그래요? 그럼 누구를 탓해야 하죠?”우인나는 조롱하듯 비웃었다.“장님인가 보죠? 우리 하영이가 대표님을 위해 최대한 모든 방면에서 노력했는데, 결국 양다인 한마디에 아무 쓸모도 없게 됐잖아요.”“우인나 씨! 진정하세요!”현욱은 이 상황이 몹시 당황스러웠다.“진정이요? 상황이 바뀌어서 현욱 씨 친구가 교도소에 들어갔다고 생각해 봐요. 그래도 진정할 수 있
8시 30분.세준과 세희는 유치원에 도착했고, 세준이는 희민이가 유치원에 오자마자 회의실로 끌고 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희민아, 노트북 가져왔어?”“가져왔어.”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자기 노트북을 꺼냈고, 세준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희민이 네가 CCTV를 해킹하면, 내가 그들 회사의 보안키를 풀어볼게.”“그래.”정희민은 작은 두 손으로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리더니 10분도 채 안 된 시간에 성공적으로 양다인 회사의 보안시스템에 접근했다.“성공이야. 남은 건 세준이 너한테 맡길게.”희민의 말에 세준이는 우아하면서도 조롱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이따가 좋은 구경거리가 있을 거야.”같은 시각, YN.양다인은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기 사무실로 올라갔고,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직원들이 두 줄로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양 대표님!”양다인을 발견한 직원들이 기운차게 외쳤고, 그녀는 턱을 치켜든 채 차갑고 오만한 태도로 회의실로 향했다.회의실에 들어서자 비서가 얼른 양다인을 위해 의자를 빼줬고, 양다인은 손에 든 가방을 다른 한 비서한테 넘겨주며 입을 열었다.“준비는 어떻게 됐어? 오늘 회의 내용이 뭐야?”양다인의 물음에 비서가 웃으며 대답했다.“양 대표님, 오늘은 직원 전체와 함께 회의를 여는 날입니다. 내용은 부사장님께서 발표하실 테니까 대표님께서 수고하실 일은 없으실 겁니다.”“그래, 얼른 하라고 해.”양다인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막고 하품하기 시작했다.‘아침에 일찍 깨났더니 졸려 죽겠네.’10분 뒤.직원들이 회의실로 모이기 시작했고, 진소영 부사장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노트북을 들고 양다인 앞으로 다가와 허리를 굽혔다.“양 대표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양다인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비아냥거렸다.“진소영 부사장, 정말 시간 딱 맞춰서 오네요. 모른 사람이 봤으면 부사장이 여기 주인인 줄 알겠어요.”양다인의 말에 부사장은 어쩔 줄 몰라 했다.“양 대표님, 제
그때 갑자기, 양다인이 술집 룸에서 섹시한 끈나시 차림으로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 화면에 나타났다.끈나시는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섹시한 엉덩이를 덮었고, 가면을 쓰고 앉아 있는 남자를 향해 눈을 게슴츠레 뜨고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었다.그러더니 양다인은 어깨 위에 걸쳐진 끈나시 끈을 내리더니 알몸으로 남자한테 다가가 무릎을 꿇더니, 손을 뻗어 남자의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양다인의 비서가 얼른 제정신을 차리고, 뚫어지게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부사장을 보며 고함쳤다.“진소영 부사장님, 당장 끄지 않고 뭐 하고 있습니까?”소파에서 거의 잠들 뻔했던 양다인은 비서의 고함에 불쾌한 표정으로 눈을 뜨고 비서를 째려보았다.“소리 지르지 말고 그 입 좀 닥치지 그래?”비서는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가리켰다.“대, 대표님. 저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양다인은 밀려오는 짜증에 시선을 거두고 화면을 돌아보는 순간, 순식간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양다인이 화면 속의 여자가 누군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가 해외에서 돈 많은 남자들의 비위를 맞추며 했던 행동들이었으니까.두 주먹을 꽉 쥐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양다인의 가슴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부사장은 온몸을 덜덜 떨며 얼른 화면을 끄려고 아무리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려 봤지만, 화면을 멈출 수 없었다.“진소영! 당장 끄지 못해? 끄란 말이야!”양다인은 일그러진 얼굴로 부사장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고, 진소영은 거의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대, 대표님. 화면을 끌 수 없습니다. 대표님! 이건 절대 제가 한 게 아닙니다. 절대 아니에요!”“당장 선을 뽑아버려요!”비서의 고함에 부사장이 선을 뽑아버렸지만, 여전히 화면은 꺼지지 았았다.비서는 재빠르게 상단으로 올라가 리모컨으로 정지 버튼을 눌렀고, 화면이 마침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에서 멈춘 동시에 또 글자가 나타났다.[양다인 대표님, 3번의 스톱 기회를 획득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