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아, 이 아주머니 얘기도 맞는 말씀이지. 이혼남은 가치가 떨어지니까. 큭큭.”현욱의 잘생긴 외모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닥쳐!”유준이 낮은 소리로 으름장을 놓을 때 종업원이 어린이 세트를 들고 현욱의 곁으로다가왔다.“손님, 주문하신 어린이 세트 나왔습니다.”“네, 여기 놔주세요.”현욱이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들자,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린이 세트를 현욱의 앞에 내려놓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미정은 미친놈 보는 듯한 눈빛으로 현욱을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유준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총각도 뜻이 같다면 주소 좀 알려줘요. 내가 그 처녀랑 상의해 보고 총각과도 상의해 봐야 하잖아요.”유준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아직 자리를 뜨지 않은 종업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종이랑 펜 좀 빌려줘요.”종업원이 앞치마 주머니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유준에게 건네주자, 그는 주소를 슥슥 적어서 강미정에게 넘겼다.“상의할 게 있으시면 오후에 여기로 오세요. 여기서 살거든요.”강미정은 마치 보물 다루듯이 종이를 주머니에 넣었다.“그래, 잘생긴 총각. 그럼 식사하는 거 방해하지 않을게요!”“저기, 아주머니. 잠깐만요!”현욱이 웃음을 참으며 강미정을 불러세웠다.“아니 왜 얘 혼사만 신경 써 주시고, 저한테는 여자 소개해 주지 않아요? 제가 얘보다 부족한 게 뭔데요?”강미정은 입을 삐죽이며 현욱이 앞에 놓인 어린이 세트를 보며 경멸의 눈빛을 던졌다.“애까지 달린 이혼남도 조금 그런데, 그쪽은 정신이 좀 안 좋아 보이네요. 괜히 멀쩡한 처녀를 불구덩이에 밀어 넣고 싶지는 않아요!”현욱은 웃음을 뚝 그쳤다.‘내가 어딜 봐서 정신이 안 좋아 보여?’그러다 강미정의 시선을 따라 자기 앞에 놓인 어린이 세트를 바라보았다.‘젠장! 이게 다 정유준 때문이잖아! 망할 놈 때문에 이미지만 엉망이 됐어!’식사를 마친 강하영 일행과 정유준, 그리고 배현욱까지 함께 레스토랑을 나섰고, 강미정은 얼른 환심
“어떤 사이가 됐든 유준 씨 소개팅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그 와중에 현욱이 매우 우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다들 내 처지는 안 궁금해?”“네가 자초한 일이잖아.”“현욱 씨가 자초한 일이잖아요.”하영과 유준이 동시에 현욱을 보며 이구동성으로 말하고는 두 사람 다 흠칫 놀라며 서로 시선이 부딪쳤다.그리고 뭔가 묘한 분위기를 느끼고 얼른 고개를 돌렸고, 하영은 애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얘들아, 엄마랑 회사로 가자.”세희는 기분이 퍽 좋은지 유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소개팅 잘하세요!”“백년해로하세요.”세준도 한몫 거들자, 유준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고, 현욱은 재차 웃음이 터졌다.“유준아. 너도 이제 소개팅까지 할 정도로 전락할 줄은 몰랐네.”유준은 현욱을 쏘아보며 한 마디로 딱 잘랐다.“너는 이제 그만 꺼져줘!”……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강미정은 이미 급한 마음에 마을 처녀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애 딸린 이혼남이긴 하지만 전국에 집도 한 채씩 있다는 말에 그저 하는 수 없이 동의했다.“알았어. 시간 되면 직접 여기로 찾아오라고 해. 그때 가서 만나서 결정하지 뭐.”알았다고 흔쾌히 대답한 강미정은 목적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뒤 “뇌과 병원”이라고 적힌 간판을 보고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엄마?”강백만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이 주소가 확실해?”“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이 주소가 맞단 말이야!”강미정의 표정도 시퍼렇게 변하기 시작했고, 유국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강미정 손에 들려있는 주소를 빼앗아 주위 사람에게 물어봤다.“아가씨, 서암동 393-7번지가 여기 맞아요?”“맞아요! 여기가 김제시에서 제일 유명한 뇌과 병원인데, 심각한 정신병 치료를 아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해요!”그 말을 들은 강씨네 식구들의 안색이 바로 변했다.“젠장, 지금 우리를 엿먹이는 거잖아! 엄마 그 자식들이 우릴 비웃는 거야!”강백만이 제일 먼저 반응했고, 강미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반반하게 생겨
강미정은 강백만이 말한 대로 따라 했다.“구찌를 사러 왔어요!”“안녕하세요. 여기는 저희 구찌 전문 매장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디자인을 원하세요?”“아니, 이 아가씨가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듣네? 어떤 디자인이고 뭐고 구찌를 달라니까!”매장 직원의 표정이 굳었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고객님, 여기 있는 상품들 모두 구찌인데 어떤 것을 구매하시겠어요?”강미정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니 왜 말귀를 못 알아 듣는거야? 아들, 네가 말해 봐! 정말 바보도 아니고!”강백만은 재빨리 매장을 둘러보더니, 가격이 제일 비싼 걸로 고르기 시작했다.“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거, 이것도 다 주세요!”그 말에 매장 직원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네, 알겠습니다!”그리고 가방들을 포장하며 갱백만을 쳐다봤다.“모두 2억 3천만 원입니다. 카드로 하시겠어요?”“카드도 현금도 아니고, 계산은 TYC회사의 강 대표가 할 거예요. 사촌 동생이거든요!”그 말에 매장 직원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혹시 TYC회사의 강하영 대표님 말씀이세요?”“맞아요!”강백만은 귀찮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지난번에 내가 SNS 올린 거 못 봤어요?”매장 직원은 그제야 안심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30분 뒤, 강씨네 식구들은 가방을 구매한 뒤, 또 백화점을 돌기 시작했고, 다들 손에 크고 작은 쇼핑백을 들고 아크로빌로 돌아왔다.저녁.하영은 여전히 애들을 데리고 회사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그때 임수진이 문을 열고 사무실에 들어왔다.임수진은 손에 영수증을 가득 들고 하영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책상에 올려놓았다.“대표님, 여기 현대 아울렛에서 보내온 구매 영수증입니다.”하영은 영수증을 보더니 위에 적힌 명품 매장 이름을 보고 금세 알아차렸다.‘강씨네 식구들 외에 이런 짓을 할 사람이 또 누가 있겠어?’“모두 얼마야?”“2억 7천만 원 정도입니다.”“대표님, 이건 너무 선을 넘은 것 같아요. 정말 신고할 생각 없
“찾았습니다. 그 중년 여인은 강하영 씨 양부의 친동생으로 그간 왕래는 거의 없었습니다. 평소에 강성문 씨한테 먼저 연락을 했을 때도 돈 때문이었는데, 이번에 강하영 씨를 찾아온 것도 돈이 목적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얼마를 요구했는지 알아봤지만 정확한 금액은 얘기하지 않았다고 하네요.”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절주 있게 두드리면서 낮게 깔린 어조로 말했다.“블랙홀인 셈이네.”“맞아요. 보통 이런 사람들은 탐욕이 끝이 없거든요. 강하영 씨도 처음에는 조치를 취하려 했다가 협박을 당한 모양입니다.”“협박? 그래봤자 하영이 불효녀란 사실을 언론에 퍼뜨리겠다고 협박했겠지.”“네, 게다가 오늘 오후에 명품 아울렛에서 2억 원 정도를 소비했는데, MK 산하에 있는 백화점에서 소비했습니다.”정유준의 눈가에 싸늘한 한기가 스쳤다.“돈이 정말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줄 아는군!”자기 상사가 강하영 씨를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고 허시원은 한 마디 덧붙였다.“그래요, 대표님. 강하영 씨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그렇게 물 쓰듯 쓰는 건 감당하기 어려울 겁니다!”“캐리 쪽엔 어떻게 됐어? 아직도 귀국하지 않은 거야?”“네. 캐리가 어떤 별장으로 들어간 뒤로 나온 적이 없습니다. 벌써 사흘이나 지났는데 강하영 씨도 연락이 닿지 않는 모양입니다.”정유준의 깊은 눈매에 의심이 깃들었다.“그 별장의 소유자가 누군지 알아봐.”“네, 대표님! 또 분부하실 일은 없습니까?”허시원은 정유준이 다른 분부할 일이 또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래도 강하영 씨가 저런 식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참고 있지만은 않겠지.’예상대로 정유준이 입을 열었다.“강하영과 협력 관계인 원자재 공장에 연락해서 모든 비용은 내가 일부 감당하겠다고 전해. 그리고 이번 원단에 어떤 재질을 사용했는지 확인하고 리스트를 강하영에게 전해주도록 해.”허시원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일부 비용이라고 해도 적은 금액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대표님께서 강하영 씨한테 돈을
하영은 강씨네 식구들이 노는데 정신이 팔려 집에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 밖으로 점심에 집으로 돌아왔다.마침 하영도 애들을 데리고 밥 먹으러 나가려던 참이었고, 집에 도착한 강미정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마치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제 새로 사 온 알록달록한 옷을 몸에 걸친 그녀는 마치 털을 뽐내는 듯한 꿩 같았다.“어디 나가려고?”하영이 집을 나서는 것을 발견한 미정이 먼저 인사를 건네왔고, 하영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네, 같이 드시겠어요?”강미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유국진이 얼른 앞질러 입을 열었다.“아니다! 우리는 안 가도 돼!”그 미친 여자가 분명 따라갈 게 분명하니 유국진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다. 비록 그 여자가 보이진 않았지만 왠지 하영의 차 안에 있을 것만 같았다.하영은 피식 웃으며 운전기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출발해요.”하영이 애들을 데리고 떠나자, 유국진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쓰러내렸다.“굳이 밥 안 먹어도 되잖아! 간 떨어질 뻔했네!”유국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강미정과 애들을 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근데 몸을 돌리던 순간 유국진은 그만 숨을 들이켰고, 강미정과 강백만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눈을 크게 뜨면서 세 사람 모두 넋을 잃을 뻔했다.백지영이 소리도 없이 강씨네 식구들 뒤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멍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엄마야! 사람 살려!”강미정은 겁에 질려 후다닥 도망가 버렸고, 유국진과 강백만도 아우성 치며 강의영을 끌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지영은 그들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머리를 긁적거렸다.“…….”지영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강씨네 식구들은 감히 거실에서 머물지 못하고,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그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당연히 집에 없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뒤에 나타나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유국진은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는
하영은 최대한 예준에게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욕심이 끝이 없는 강씨네 식구들이 만약 소예준의 능력까지 알게 된다면, 더욱 게걸스레 달려들 게 분명했다.하영은 오빠 성격을 너무 잘 알았다.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절대 가만있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고, 이 일을 폭력적인 수단으로 해결하게 된다면 더욱 골치 아프게 된다.하영은 이미 대책을 세워놓고, 강씨네 식구들이 그동안 자기 집에서 지내면서 함정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예준은 하영에게 물을 따라주면서 세희한테 물었다.“세희야, 대체 무슨 일인데?”“개한테 물렸어요.”그때 세준이 적절한 타이밍에 한마디 던져 예준의 의심을 피했고, 예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얼른 세희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살폈다“어디 물렸는데? 아프지는 않아?”눈치 빠른 세희도 엄마가 삼촌한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세준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다.“괜찮아요 삼촌, 그저 조금 괴로웠을 뿐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세희가 앳된 목소리로 오히려 위로를 건네자, 예준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세희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그래, 세희 말 믿을게.”그리고 세준은 다시 하영을 돌아보며 물었다“캐리는 아직 연락 없어?”예준의 언급에 하영은 영국에 있는 원단 공장에서 전화 온 사실을 예준에게 얘기했다.“아마도 캐리가 한 일인 것 같아. 그 자식은 항상 묵묵하게 도와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 서프라이즈라고 얘기하는 사람이거든.”“확실히 캐리의 작풍인 것 같은데, 방화범은 아직도 두서가 없대?”방화범 얘기에 하영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어쩌면 내 짐작이 틀린 걸지도 몰라. 수진 씨는 그런 사람 같지 않아.”“그래도 항상 경계심은 갖고 있어야 해.”“알았어, 오빠. 너무 걱정하지 마.”말을 하던 하영은 예준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그런데 요즘 무슨 일 있어? 왜 눈이 충혈됐어?”“그냥 회사 일 때문에 조금 피곤해서 그래.”말을 마친 예준은
현욱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유준이가 그동안 5년 동안 얼마나 힘들게 지냈는지 불쌍하지도 않아요? 강하영 씨가 살아 있었는데도 그 사실을 숨기고, 인나 씨는 MK에 출근했으면서 매일 어떻게 보냈는지 잘 알고 있잖아요.”인나는 집었던 고기를 다시 내려 놓으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래요, 정유준 대표님께서 확실히 그동안 거의 폐인으로 지내긴 했었지만, 그럼 우리 하영이는요? 남자들은 전부 아랫도리가 뇌를 지배하는 본능적인 동물이잖아요! 본인들만 기분이 좋으면 다른 건 신경 쓰지도 않는데, 여자들은 10달이나 고생해서 애를 낳는다는 사실은 알아요? 하영이가 세쌍둥이를 임신하고 교도소에서 온갖 고생을 했을 때 다들 뭐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지금 은근슬쩍 나한테서 정보를 알아가려 했어요? 꿈 깨요! 배현욱 씨! 똑똑히 들어요. 우리가 만나는 건 괜찮지만, 우리 사이를 이용해서 뭐라도 알아낼 생각이라면 앞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인나의 쏘아붙이는 말에 현욱은 미간을 찌푸렸다.“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어요?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 오해가…….”“오해는 개뿔! 그게 다 정유준이 양다인을 지키기 위해 그런 거였잖아요! 그게 바로 처음 시작된 오해였어요. 그런데 왜 우리 하영이가 그 연놈들을 위해 희생을 해야 하죠?”그러자 현욱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유준은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오랫동안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갑자기 찾게 됐으니 은혜를 갚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유준이도 양다인이 사기꾼이라는 걸 몰랐어요. 그 점은 유준이를 탓할 수만은 없어요.”“그래요? 그럼 누구를 탓해야 하죠?”우인나는 조롱하듯 비웃었다.“장님인가 보죠? 우리 하영이가 대표님을 위해 최대한 모든 방면에서 노력했는데, 결국 양다인 한마디에 아무 쓸모도 없게 됐잖아요.”“우인나 씨! 진정하세요!”현욱은 이 상황이 몹시 당황스러웠다.“진정이요? 상황이 바뀌어서 현욱 씨 친구가 교도소에 들어갔다고 생각해 봐요. 그래도 진정할 수 있
8시 30분.세준과 세희는 유치원에 도착했고, 세준이는 희민이가 유치원에 오자마자 회의실로 끌고 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희민아, 노트북 가져왔어?”“가져왔어.”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자기 노트북을 꺼냈고, 세준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희민이 네가 CCTV를 해킹하면, 내가 그들 회사의 보안키를 풀어볼게.”“그래.”정희민은 작은 두 손으로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리더니 10분도 채 안 된 시간에 성공적으로 양다인 회사의 보안시스템에 접근했다.“성공이야. 남은 건 세준이 너한테 맡길게.”희민의 말에 세준이는 우아하면서도 조롱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이따가 좋은 구경거리가 있을 거야.”같은 시각, YN.양다인은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기 사무실로 올라갔고,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직원들이 두 줄로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양 대표님!”양다인을 발견한 직원들이 기운차게 외쳤고, 그녀는 턱을 치켜든 채 차갑고 오만한 태도로 회의실로 향했다.회의실에 들어서자 비서가 얼른 양다인을 위해 의자를 빼줬고, 양다인은 손에 든 가방을 다른 한 비서한테 넘겨주며 입을 열었다.“준비는 어떻게 됐어? 오늘 회의 내용이 뭐야?”양다인의 물음에 비서가 웃으며 대답했다.“양 대표님, 오늘은 직원 전체와 함께 회의를 여는 날입니다. 내용은 부사장님께서 발표하실 테니까 대표님께서 수고하실 일은 없으실 겁니다.”“그래, 얼른 하라고 해.”양다인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막고 하품하기 시작했다.‘아침에 일찍 깨났더니 졸려 죽겠네.’10분 뒤.직원들이 회의실로 모이기 시작했고, 진소영 부사장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노트북을 들고 양다인 앞으로 다가와 허리를 굽혔다.“양 대표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양다인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비아냥거렸다.“진소영 부사장, 정말 시간 딱 맞춰서 오네요. 모른 사람이 봤으면 부사장이 여기 주인인 줄 알겠어요.”양다인의 말에 부사장은 어쩔 줄 몰라 했다.“양 대표님,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