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준은 식탁 위에 놓인 물티슈로 느릿느릿 손을 닦았다.“양다인이 희민이를 학대해서 자폐 증상을 보이거든요.”“양다인이 희민이를 학대했다고? 아니 희민이 엄마란 사람이 어떻게 학대한단 말이냐?”정유준은 충격에 빠져 긴장한 표정의 정 노인을 힐끗 쳐다보았다.“때리고 욕했어요.”정 노인은 정유준의 말에 식탁을 내리치며 화를 냈다.“내가 처음부터 얘기했잖아! 애초에 그런 여자는 우리 정씨 집안 며느리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말이야!”정유준의 미간에 짜증이 밀려왔다.“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어요?”“네가 예전에 데리고 다니던 애인이 아직 죽지 않았어?”“아버지랑 무슨 상관인데요?”“살인자와 어울려 다닐 생각하지 마라! 괜히 우리 집안 명예를 실추시키니까! 하천명과의 계약도 그 여자 때문에 뒷전으로 하고 김제로 돌아온 거지?”정 노인이 음성을 높이자 정유준이 막 얘기를 하려 할 때 문밖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려왔다.한 중년 남자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오자 정유준의 눈빛엔 음산한 빛이 감돌았다.중년 남자도 정유준을 힐끗 쳐다보고 공손한 말투로 정 노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아버지, 저 왔습니다.”정 노인의 얼굴이 바로 활짝 피며 웃음기가 떠올랐다.“주원아, 일어났어? 어서 내 곁에 와서 앉아.”정주원. 정 노인이 가장 중시하는 큰아들이자 정유준과는 어머니가 다른 배다른 형제로 올해 49세이다.정주원은 공손한 태도로 머리를 끄덕이며 정 노인 곁으로 가서 앉았다.정주원을 바라보는 정유준의 표정에서 싸늘하고 사나운 눈빛을 숨길 수 없었고,정주원도 마찬가지로 싸늘한 눈빛으로 정유준을 바라보았다.“그런 눈빛으로 볼 필요 없어.”“그럼 어떤 눈빛으로 봐야 하는데?”정유준의 말투에는 증오가 가득 차 있었다.만약 정 노인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진작에 총이라도 꺼내 정주원을 향해 쐈을 것이다!만약 정주원이 아니었다면 정유준의 어머니도 미치지 않았을 테고, 정 노인이 해외에 있는 정신 병원에 보내 20년 동안 아무 소식도 없이 지내지 않
“정주원이 언제 귀국했는지 알아봐.”정유준이 화를 억누르며 싸늘한 말투로 분부하자 허시원이 깜짝 놀랐다.‘큰 도련님이 돌아왔다고? 큰일이네, 정 어르신이 이번엔 정말 대표님의 역린을 건드렸구나.’큰 도련님은 안주인의 아들이자 정 노인이 가장 중시하는 사람이다. 만약 당시 그 엄청난 스캔들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정씨 집안의 유일한 상속인이 되었을 것이다.큰 도련님은 비록 대표님과 친형제지만 상대방의 존재는 대표님에게 손톱 밑의 가시같은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대표님의 밀착 비서로서 대표님이 얼마나 큰도련님을 죽이고 싶어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여기까지 생각이 마치자 허시원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큰 도련님이 계속 해외에 숨어 계셨다면 대표님께서 목숨만은 살려뒀을 것이다.아크로빌.강세희는 노트북만 두드리는 오빠를 보며 뚱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오빠는 뭐가 그렇게 바빠서 나랑 놀아주지도 않는 거야?”강세준은 잠시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세희를 바라보며 웃었다.“세희야, 오빠는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거든.”강세희는 궁금하다는 듯 눈을 깜박였다.“무슨 일인데? 나도 알고 싶어!”강세준은 고개를 저으며 강세희의 말랑말랑한 볼을 살짝 꼬집었다.“안 돼. 우리 세희는 이런 더러운 일을 알 필요 없어.”“더러워?”더욱 궁금해진 강세희의 눈빛에 교활한 빛이 스쳤다.“얘기하지 않으면 엄마한테 오빠가 해커라고 고자질할 거야!”“…….”‘내가 졌다.’강세준은 어쩔 수 없이 대충 설명하기 시작했다.“어떤 여자가 엄마를 괴롭혔는데, 내가 알아야 할 일이 하나 있거든. 이 여자가 모레 생일 파티를 하는데, 파티에 선물을 하나 줄 거야.”“혹시 양다인이야?”강세희는 조그만 얼굴을 부풀렸다.“맞아! 엄마의 복수뿐만 아니라 희민이 복수도 하려는 거야!”강세준이 우아하게 턱을 괴고 물었다.“오빠 생각이 어때?”“아주 좋아! 나도 오빠를 도울게!”강세희가 흥분하여 고개를 끄덕이자 강세준은 어
“역시 소씨 집안의 영애답게 기품이 넘친다니까.”다들 웃으며 아부하기 시작했다.“당연하지. 우리 다인이는 상냥하고 착할 뿐만 아니라 학력마저 높잖아…….”많은 사람의 칭찬을 들으며 양다인은 우쭐한 기색을 참으며 웃었다.‘역시 이 모든 건 나만 누려야 돼!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떠받드는 사람은 나뿐이야!’높은 구두를 신은 양다인은 친구들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와 우아한 발걸음으로 한창 양다인의 사진이 방영되고 있는 무대로 향했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저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같은 시각, 아크로빌.강세준은 노트북 앞에 앉아 양다인의 파티 행사를 지켜보는 동시에 이어폰으로 정희민과 음성통화를 했다.“말은 참 잘하네.”짜증이 섞인 강세준의 말투에 정희민은 여리여리하고도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축하해주는 사람이 많으니까 매우 자랑스러운 거야.”그 말에 강세준은 우아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순해 보이는 그의 얼굴에는 사악한 미소가 남김없이 드러났다.“우쭐대는 건 이게 마지막일 거야. 그러게 누가 우리 엄마를 괴롭히래?”말이 끝나자마자 양다인의 연설도 뚝 그쳤고, 강세준은 눈을 반짝였다.“희민아! 바로 지금이야!”정희민이 엔터키를 누르는 순간 연회장의 화려한 조명들이 “팍-”하는 소리와 함께 실내가 어둠에 휩싸였고, 유독 대형 스크린만이 빛을 내고 있었다.양다인이 치마를 들고 퇴장하기도 전에 사람들의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어두워졌어?”“양다인 씨가 뭘 준비한 게 아닐까요?”그때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외쳤다.“양다인 씨! 혹시 서프라이즈가 있나요?”양다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머리를 굴리다가 재빨리 마이크 앞으로 걸어갔다.“죄송합니다, 여러분. 파티가 시작되기 전에 잠시 분위기를 조정하느라 작은 소동일 뿐입니다.”“역시 양다인 씨 생일은 남다르고 기발하다니까요.”사람들이 웃으며 얘기하자 양다인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여러분이 기쁘게
강하영은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일어서서 애들 방으로 향했다.문을 여는 순간 강세준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황급히 노트북을 닫았고, 강하영은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세준아, 방금 뭘 보고 있었어?”강세준은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웃었다.“애니메이션 보고 있었어요, 엄마.”“애니메이션을 보는데 왜 그렇게 당황하며 노트북을 껐어?”강하영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묻자 강세준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엄마가 진취적이지 않다고 생각할까 봐 그랬어요.”강하영은 억지로 강세준의 비밀을 엿보고 싶지는 않았다. 줄곧 아이들이 자신만의 비밀 공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그 안에 들어있는 화면은 어른이 봐도 얼굴이 붉어질 정도인데, 몸도 마음도 아직 어린아이들은 어떻겠는가?강세준이 인정하려 하지 않자 강하영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강세준 옆으로 다가가 앉아 진지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세준아, 엄마는 네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할지라도 그건 나쁜 습관이라고 생각해.”강세준도 점차 고개를 숙이더니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엄마, 죄송해요. 확실히 애니메이션을 본 건 아니지만 저도 나름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강세준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설명했고, 그런 세준의 모습에 강하영은 더욱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세준아, 만약 네가 엄마 일에 관여했다면, 네가 두 번 다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우리 귀염둥이들이 지금부터 벌써 인간의 어두운 면을 아는 것보다 밝고 좋은 것만 보고 살았으면 좋겠어. 똑똑한 아이니까 무슨 뜻인지 알지?”강세준은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끼며 속상한 듯 작은 손으로 하영에게 팔짱을 꼈다.“엄마, 저는 엄마가 억울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나도 알아. 다만 어른들끼리 일은 어른들이 해결해야 해. 만약 내가 너희들까지 끌어들인다면 그건 엄마가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겠지. 네가 엄마를 지켜줘서 아주 기뻐
정유준이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양다인 곁에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있다면 이 사실은 누가 알아냈을까? 다시 말해 내가 높은 연봉으로 채용한 사람들은 모두 쓸모없는 놈들이란 말이야?”“IP를 추적할 길도 없고, 이번 연회장에서 사진을 뿌린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내가 그런 말이 듣고 싶은 줄 알아? 기술팀 사람들에게 당장 얘기해! 3일 안에 상대방의 정보를 알아내지 못하면 당장 꺼지라고!”정유준이 노발대발하기 시작하자 허시원도 그저 연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네, 대표님…….”“잠깐!”허시원이 몸을 돌려 나가려는 순간 정유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희민이 DNA를 검사해 봐.”정유준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실눈을 뜨고 생각에 잠기자 허시원이 이상하게 생각했다.“대표님, 작은 도련님의 DNA는 태어나자마자 대조해 봤는데 확실히 대표님 아들입니다…….”반쯤 얘기하던 허시원이 갑자기 생각이 번쩍 들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제가 바로 병원에 가서 양다인 씨와 작은 도련님의 혈연관계를 알아보겠습니다!”소 씨 저택.양다인은 집으로 끌려오자마자 소 노인에게 연속으로 뺨을 맞았다.“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런 수치스러운 짓을 하다니!”소 노인이 가슴을 치며 호통을 쳤다.“내 딸이 어떻게 너 같은 짐승을 낳은 건지!”“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예전에 철이 없어서 저지른 일이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울부짖는 양다인을 보며 소 노인은 손에 든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내가 용서한다고 끝나는 일이야? 내가 정씨를 볼 면목이 없구나! 나중에 조상을 뵈러 갈 면목이 없다!”양다인은 끊임없이 온몸을 떨었다. 양다인도 이런 일이 하필이면 생일 파티에 밝혀질 줄은 몰랐다.그렇게 많은 명문가 자제 앞에서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 심지어 헤드라인 뉴스에까지 올라 모든 사람이 양다인을 천한 년이라고 손가락질했다.소씨 집안은 더욱 양다인 때문에 명예가 실추되어 주가마저 하한가로 떨어졌고,
정희민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어젯밤 양다인한테 한 일을 강하영에게 이실직고하자 강하영은 제자리에 멈춘 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아들 하나가 천재적인 해킹 기술을 가진 줄 알았는데 두 명 다 천재라고?’심지어 희민의 능력이 강세준보다 한 수 위였다.“엄마?”전화기 너머로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정희민은 겁에 질렸는지 조심스레 엄마 이름을 부르자 강하영이 제정신을 차렸다.“그래, 희민아…… 너랑 세준이가 엄마를 위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니 정말 기쁘게 생각해. 다만 이건 어른들 사이의 원한이니까 엄마는 너희 둘이 이 일에 끼어들거나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아. 그저 너희가 즐겁고 건강하게만 자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알겠어요. 그리고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어요…….”“뭔데?”강하영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물었다.“엄마는 아빠가 우리 사이를 알게 되는 것을 막았으면 좋겠어요?”“아빠가 뭘 하겠다고 하셨어?”“저랑 양다인의 혈연관계를 알아보라고 하셨어요.”그 말을 들은 강하영은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정유준의 성격에 양다인의 배신을 알게 되면 분명 희민의 신분을 알아볼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다만 양다인과 희민이가 아니라 정유준과 희민의 관계를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정유준이 뭔가를 알아차렸단 말일까?강하영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입을 열었다.“희민아, 너는 누가 뭐래도 내 아이니까 이 일은 상관할 필요 없어. 발견하더라도 우리 사이를 추측만 할 뿐이지 직접 찾아와 막무가내로 나와 너를 데리고 유전자 검사를 하지는 못할 거야.”하영은 결코 이 일을 걱정하지 않았다. 반대로 정유준이 알게 되면 희민과 만나는 횟수도 많아질 텐데 왜 기꺼이 하지 않겠는가?전화기 너머의 정희민이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알았어요.”전화를 끊고 강하영은 1층으로 내려갔다.두 아이가 카펫에 앉아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을 보고 앞으로 다가갔다.“얘들아, 엄마가 일이 있어 나갔다 올게.”강세희는 얼른 몸을 일으키고 강하영의 옷을 잡아
정희민이 담담한 말투로 되물었다.“아빠,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세요?”정유준은 입술을 오므리며 무슨 말을 어디서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만약 희민이에게 섣불리 양다인이 친엄마가 아니라고 얘기하면 희민이가 어떤 반응일지 알 수 없었다.“아빠.”정유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희민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는 엄마가 싫어요. 세준이 엄마가 더 좋아요. 친절하고 저를 많이 관심해 줬어요. 엄마처럼 계속 때리고 욕하지도 않거든요. 심지어 양다인이 저의 친엄마가 아니길 바랄 때가 많았어요. 그 여자한테서는 엄마의 온기를 느낄 수 없었거든요.”그 말을 들은 정유준은 멍해지고 말았다.‘5살짜리가 이런 말을 한다고?’그러나 생각해 보면 자신의 아들이 해킹 기술 면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선보이고 있었으니 기타 면에서도 자연스레 다른 아이들보다 비교적 성숙할지도 모른다.기왕 이렇게 된 바에 정유준도 마음이 놓였다.“희민아, 앞으로 세준이네 집에 놀러 가고 싶으면 가도 돼. 다 놀면 아빠가 데리러 갈게. 물론 거기서 지내고 싶다면 그래도 상관없어.”“아빠는 처음에 세준이네 엄마를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희민의 말에 정유준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내가 그런 말을 했어? 어린이들은 거짓말을 하면 안 돼.”“…….”정유준이 정희민의 방을 나서려 할 때 갑자기 뒤에서 다급하게“삐삐” 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소린지 궁금해 고개를 돌리니 정희민이 작은 몸으로 재빨리 침대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진지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의자에 올라가 컴퓨터를 켰다.두 개의 작고 하얀 손이 키보드를 두드리자 스크린에는 여러 개의 코드가 빠르게 튀어나왔고, 마지막 위치 화면에는 눈에 띄게 “GOG”라는 영어 자모가 나타났다.정유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무슨 일이야? 누가 도움을 요청한 거야?”얼굴이 하얗게 질린 정희민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정유준을 바라보았다.“아빠! 세준이를 구해줄 수 있어요?”“강세준?”정유준이 미간을 더
두 사람이 복도에서 3시간을 애타게 기다렸을 때, 수술실 불이 꺼지고 부진석이 걸어 나왔다.부진석은 의자에 앉아 넋이 나가 있는 강하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열었다.“강하영…….”강하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수술실을 바라보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임 씨 아주머니는 어떻게 됐어?”부진석이 눈을 내리깔며 대답했다.“아주머니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쇼크 상태였어. 수술은 성공적이지만 아직 위험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으니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강하영의 입술이 떨리기 시작하며 온몸에 한기가 감돌았다.“그게 무슨 뜻이야?”“그러니까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야.”부진석이 어두운 표정으로 얘기했고, 그 말을 들은 강하영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기 몸을 가늠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넘어졌다.그 모습에 소예준이 얼른 하영을 부축하며 놀라 소리쳤다.“하영아!”의식을 되찾은 강하영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며 무거운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내 잘못이야……, 다 내 잘못이야…….”소예준도 마음이 아팠다.“하영아,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강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가리고 통곡하기 시작했다.“내가 오로지 복수에만 정신이 팔려서 애들이랑 아주머니 생각을 하지 못 했어.”“하영아, 지금 자책해도 소용없다는 거 잘 알잖아.”소예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애들의 행방을 아직 모르고 있으니 벌써 쓰러지면 안 돼.”“벌써 3시간이나 지났어!”강하영은 멘탈이 무너졌는지 그저 눈물만 쏟았다.“상대방은 아이를 데려가고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어! 경찰서에서 아직 소식도 없고, 아주머니도 위험한 고비에 처했는데 나 이제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띵-”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하영의 휴대폰에 문자음이 울리자, 강하영은 움찔하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니 낯선 번호로 문자가 도착했다.“30분 줄게. 헤드라인 뉴스를 내리고 외부에 네가 일부러 양다인을 모함했다고 알려. 그렇지 않으면 네 애들도 살아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