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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저는 세준의 엄마가 좋아요

정희민이 담담한 말투로 되물었다.

“아빠,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세요?”

정유준은 입술을 오므리며 무슨 말을 어디서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만약 희민이에게 섣불리 양다인이 친엄마가 아니라고 얘기하면 희민이가 어떤 반응일지 알 수 없었다.

“아빠.”

정유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희민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엄마가 싫어요. 세준이 엄마가 더 좋아요. 친절하고 저를 많이 관심해 줬어요. 엄마처럼 계속 때리고 욕하지도 않거든요. 심지어 양다인이 저의 친엄마가 아니길 바랄 때가 많았어요. 그 여자한테서는 엄마의 온기를 느낄 수 없었거든요.”

그 말을 들은 정유준은 멍해지고 말았다.

‘5살짜리가 이런 말을 한다고?’

그러나 생각해 보면 자신의 아들이 해킹 기술 면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선보이고 있었으니 기타 면에서도 자연스레 다른 아이들보다 비교적 성숙할지도 모른다.

기왕 이렇게 된 바에 정유준도 마음이 놓였다.

“희민아, 앞으로 세준이네 집에 놀러 가고 싶으면 가도 돼. 다 놀면 아빠가 데리러 갈게. 물론 거기서 지내고 싶다면 그래도 상관없어.”

“아빠는 처음에 세준이네 엄마를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희민의 말에 정유준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내가 그런 말을 했어? 어린이들은 거짓말을 하면 안 돼.”

“…….”

정유준이 정희민의 방을 나서려 할 때 갑자기 뒤에서 다급하게“삐삐”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린지 궁금해 고개를 돌리니 정희민이 작은 몸으로 재빨리 침대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진지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의자에 올라가 컴퓨터를 켰다.

두 개의 작고 하얀 손이 키보드를 두드리자 스크린에는 여러 개의 코드가 빠르게 튀어나왔고, 마지막 위치 화면에는 눈에 띄게 “GOG”라는 영어 자모가 나타났다.

정유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야? 누가 도움을 요청한 거야?”

얼굴이 하얗게 질린 정희민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정유준을 바라보았다.

“아빠! 세준이를 구해줄 수 있어요?”

“강세준?”

정유준이 미간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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