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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우리 얘기 좀 해

정희민은 입술을 오므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아마 엄마가 전화를 안 해서 저러시는 것 같아.”

강세준은 나쁜 아빠를 힐끗 쳐다보며 식판에 담긴 밥을 느릿한 동작으로 먹었다.

세준이 분명 어제 체면을 지킬 방법을 알려주려 했는데 굳이 마다하셨으니 샘통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부자간에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정유준은 식탁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와 강세준의 앞에 서서 물었다.

“어젯밤 얘기했던 방법이라는 게 뭐야?”

강세준은 느릿한 동작으로 정유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은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집에 가고 싶지 않아? 또 여동생이 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

정유준의 말에 강세준은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

‘여동생이 우는 게 걱정되면 처음부터 왜 돌려보지 않은 거야?’

강세준은 고개를 돌려 강세희를 보며 물었다.

“세희야, 엄마 보고 싶어?”

강세희는 커다랗고 예쁜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앳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엄마는 분명 바쁘실 테니까 괜히 폐를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

강세준은 입가에 우아한 미소를 머금고 도발하듯 정유준을 바라보았다.

“보세요. 저희는 급하지 않아요.”

정유준의 입꼬리가 경련을 일으켰다.

‘대체 이 아이들은 누구를 닮은 거야? 기어이 친자확인 결과를 눈 앞에 확인시켜줘야겠어?’

정유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엄마가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니?”

“엄마가 조급해하시는지 어떻게 아세요? 혹시 아저씨가 급한 건 아니고요?”

“…….”

강세준의 반문에 정유준은 할 말을 잃었고, 정유준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강세준이 또 묻기 시작했다.

“아저씨, 왜 우리 엄마가 아저씨를 찾아오길 바라시는 거죠?”

정유준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어른들 일에 애들은 참견하지 마라!”

말을 마친 정유준은 차갑게 몸을 돌려 외투를 걸친 뒤 문을 나섰다.

그 모습에 강세준은 입을 삐죽거리며 참지 못하고 한마디 중얼거렸다.

“나쁜 아빠!”

‘나랑 세희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그렇게도 인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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