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영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려할 때 배현욱이 재빨리 하영의 말을 끊었다.“강하영 씨, 유준이는 사람 찾으러 온 거야.”배현욱도 따라 앉으며 설명하자 강하영은 의아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신분의 직원들이라 정유준이 직접 찾으러 올 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강하영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배 대표님은 농담도 참 잘하시네요. 이런 곳에 정 대표님이 직접 만나러 올 만한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강하영 씨는 아닌 것 같아?.”“저는 그럴만한 자격이 못 되죠.”웃으며 되묻는 배현욱의 말에 강하영이 바로 반박하자 옆에 있던 정유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너 찾으러 온 거 아니니 괜히 딴생각하지 마. 난 G를 만나러 온 거야.”정유준이 확실히 자신의 목적을 밝히자 강하영은 오히려 멍해지고 말았다.이때 그 말을 들은 캐리로 얼른 강하영을 바라보며 하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어떡해, 저 두 사람은 너 찾으러 왔나 봐!”강하영은 얼른 캐리를 흘겨보며 낮은 소리로 경고했다.“알았으니까, 귓속말 좀 하지 마.”만약 정유준이 이 사실을 알면 또 하영을 귀찮게 할 게 뻔했다. 곧 부진석과 함께하게 될 텐데 더 이상 정유준과 쓸데없는 일로 엮이고 싶지 않았다.우인나도 인차 머리를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정 대표님, G는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최고의 디자이너인데, 어떻게 하영이 회사에 나타날 수 있겠어요?”정유준이 그런 우인나를 힐끗 쳐다보며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배현욱이 말을 가로챘다.“모든 건 가능성이 있답니다. 우인나 씨.”그 말에 우인나는 헛웃음을 치며 반문했다.“그럼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90퍼센트는 있다고 생각해요.”“증거 있어요?”“패션에 관한 온라인 상의 네티즌들의 댓글과 예약이 증거가 아닐까요?”배현욱의 반문에 우인나도 되물었다.“그럼 G와 강하영이 아는 사이라고 확신하는 건가요?”“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바로 이때, 파티장의 음악이 뚝 그쳤고, 메일의 수신 알림이 유난히 크게 울렸다.정유준은 날카로운 시선이 강하영과 캐리 쪽으로 향했고, 캐리가 휴대폰을 꺼내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바로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정유준을 힐끗 쳐다보았다.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캐리의 얼굴이 눈에 띄게 당혹스러운 표정이 스쳤지만 이내 모른 척하며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유준은 캐리가 바로 G라고 확신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큰 조건을 내걸며 모셔 오려 해도 꿈쩍도 안 하더니 알고 보니 강하영 옆에 있었다.‘왜? 행동으로 자기 진심을 표현하려는 건가? 아무리 큰 유혹이라도 자기 눈엔 강하영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순간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으며 정유준이 잔을 들어 술잔을 전부 비우자, 우인나는 정유준의 잔에 술을 따라줬다.‘대표님이 취하기만 하면 더는 하영이를 귀찮게 하지 않겠지!’우인나는 정유준 곁에서 꼬드기기 시작했다.“정 대표님, 혼자 무슨 재미로 술을 마셔요? 배 대표님도 함께 마셔야죠!”우인나는 배현욱에게도 술을 가득 따르려 하자, 배현욱은 눈치 빠르게 얼른 잔을 치웠다.“우인나 씨는 왜 본인 상사와 같이 안 마셔요? 찔리는 거라도 있나?”그 말에 우인나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제 신분으로 어찌 사장님이랑 같이 술을 마시겠어요? 배 대표님은 사장님 친구분이면서 왜 마시지 않아요?”“유준이 우인나 씨랑 안 마실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네요. 차라리 나랑 마시는 건 어때요?”미소를 머금은 채 말하는 배현욱의 모습은 우인나의 눈에는 마치 도발하는 것처럼 보여, 우인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바로 언성을 높였다.“지금 그게 무슨 눈빛이죠?”“아무것도 아닌데, 왜 나랑도 못 마시겠어요?”누구랑 술을 마셔서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던 우인나는 배현욱의 도발에 이를 악물었다. “마셔요! 오늘 밤 누가 이기나 한번 두고 보죠!”“……”두 사람의 모습에 강하영은 할 말을 잃었다.‘아니 왜 갑자기 싸우다가 술
하영의 말에 입술을 깨문 정유준의 어둡게 가라앉는 눈빛엔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하나만 묻고 싶어. G와는 무슨 관계야?”“……”‘G와 무슨 관계라니? 내가 나랑 대체 무슨 관계겠어? 혹시 다른 사람을 G라고 생각하는 거야?’“내가 그 질문에 대답할 의무는 없는 것 같네요.”강하영의 대답에 정유준은 하영을 힐끗 쳐다보고 일깨워 주듯 입을 열었다.“G라는 자는 오만방자하고 멀리 내다보는 성격도 아닌 것 같으니, 아무리 한 방면에서 출중하다고 해도 미래가 보이지는 않는 것 같군.”“꼭 그렇게 장사꾼 시선으로 한 디자이너의 미래를 내다봐야겠어요?”강하영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정유준과 합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야가 좁은 사람이 돼버리다니.‘꼭 MK와 손을 잡아야만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지난 5년 동안 강하영은 누구에게도 의지한 적 없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꿈을 이루고 최고가 되었다.정유준은 손에 든 술잔을 천천히 흔들며 분석하기 시작했다.“돈을 벌 생각 없이 디자인만 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질투심이 강한 인간들에게 눌려 어떻게 될지 모르지. 듣기 싫게 말해서 배후에 강한 세력이 지지해 주지 않는다면, 조만간 그 장사꾼들한테 삼켜져 뼈도 추리지 못할 거야. 내 비서로 오랫동안 함께 일했으면서 이 바닥이 얼마나 복잡한지 아직도 내가 얘기해 줘야 알아?”강하영은 정유준의 말에서 그 어떠한 흠집도 찾아낼 수 없었다. 확실히 누군가 질투에 눈이 멀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큰 곤경에 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특히 이제 막 운영을 시작한 신생 회사라면.‘혼자서 강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강하영은 침착하게 술잔을 기울였다.“충고 고마워요. 앞으로 조심할게요.”“가끔은 네가 미처 막아낼 수 없는 일도 있어. 충고하나 하겠는데, G를 멀리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통제하고 네 능력으로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그러니까 캐리가 바로 G라고 생각하는 거예요?”강하영이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웃으며 묻자, 정유준
배현욱이 일어나 앉으니, 이불로 몸을 꽁꽁 싸맨 우인나와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오자 대충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어젯밤 술에 취한 두 사람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것이다.“내가 묻잖아요!”우인나가 아무 반응도 없는 배현욱을 향해 또 소리 질렀지만, 배현욱은 엉덩이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우인나는 배현욱의 나체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다……, 당신 미쳤어요? 노출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창피하지도 않아요?”배현욱은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느릿느릿 옷을 주워 입으며 대답했다.“어차피 일어난 일인데 뭘 그리 순진한 척해요?”그 대답에 우인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었다.“누구나 다 당신들처럼 막 나가는 줄 알아요? 나는 처음이란 말이에요! 처음!”우인나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더니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입고 쏜살같이 방을 뛰쳐나갔다.문이 크게 닫기는 소리에 배현욱은 피식 웃었다.‘한 번도 처녀를 만난 적이 없는데, 이런 식으로 만난다는 게 말이 돼?’셔츠를 입은 배현욱이 손을 뻗어 불을 켰고, 불빛이 방안을 비추던 순간 침대 시트 위에 선명한 핏자국이 보였다.순간 배현욱의 몸이 굳어지며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방문을 바라보았다.‘정말…… 처녀였단 말이야?’점심.정유준이 회사를 나서자마자 배현욱의 차가 회사 앞에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고, 반쯤 열린 차창 너머로 보이는 배현욱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정유준이 앞으로 다가가 차 문을 열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 배현욱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정유준이 눈살을 찌푸렸다.“배현욱.”정유준의 부름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배현욱은 뻣뻣하게 고개를 돌리며 떨리는 입술로 입을 열었다.“유준아, 네 직원 말이야, 정말 처녀였어…….”배현욱의 말에 정유준은 인상을 확 구겼다.“너 설마 우인나랑 잤다는 얘기는 아니지?”“맞아.”“…….”배현욱이 침을 꿀꺽 삼키고 대답하자 정유준은 할 말을 잃었다. 정유준은 누구보다 배
오후.허시원이 정유준의 사무실에 들어가 일정을 보고했다.“대표님, 플라워 시티 호텔의 어르신이 오늘 저녁에 김제에 도착한다고 하시는데, 만나러 가시겠습니까?”허시원의 말에 정유준이 눈쌀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그가 김제에는 무슨 일인데?”“김제에 있는 병원에 의술이 뛰어난 외과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그분의 아들이 종양에 걸려 의사한테 병을 보이러 온다고 하네요.”“어느 외과 의사인지 알아봐.”“네.”허시원이 사무실을 나서려는 순간 정유준의 싸늘한 목소리가 허시원을 붙잡았다.“친자확인 검사 결과는 어떻게 됐어?”“사람을 보내 검사를 맡겼는데 빨라서 3일 뒤에 나온다고 합니다.”“그래, 나가 봐.”정유준은 계속해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을 때 테이블 위에 있던 휴대폰이 울렸는데 어젯밤 G에게 보낸 메일이 이제야 답장이 왔다.정유준은 서류 봉투를 내려놓고 메일을 열었다.G: “저는 실력이 부족하니 다른 능력 있는 자를 뽑아주시길 바랍니다.”메일을 확인한 정유준은 피식 웃으며 다시 답장을 보냈다.“제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면, 돕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어서 MK로 오지 않으려는 거죠?”컴퓨터 앞에 앉아 강하영 대신 메일에 답장을 보내던 캐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정유준의 답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얼마 전, 강하영은 여러 차례 MK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이 일을 캐리에게 맡겼던 것이다.‘내가 어제 이 일 때문에 얼마나 놀랐는데. 정유준이 바로 맞은 편에서 메일을 보낸 줄도 모르고, 휴대폰을 꺼냈다가 얼마나 뚫어져라 쳐다보던지. 어젯밤에 답장을 보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G가 바로 강하영이라는 사실을 들켰을지도 몰라.’생각에 잠겨 있던 캐리는 갑자기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정유준의 말이 뭔지 알 것 같아! 그 눈빛은 나를 G라고 여기고 있는 거야!’장난기가 발동한 캐리는 씨익 웃으며 재빨리 답장을 보냈다.“정 대표님, 이미 제가 누군지 아셨다면 더 이상 난처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메일 답장을 확인한 정유
캐리의 이사를 돕기 위해, 퇴근하자마자 아크로빌로 돌아간 강하영이 문을 열자 캐리가 뛰쳐나왔다.“G, 애들은 어디 있어?”“애들은 지금 정유준 집에 있어. 설명하기엔 좀 복잡한 사정이 있으니까 일단 물건부터 옮기고 나중에 얘기해.”강하영이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캐리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물건들을 거의 다 정리하고 나서 강하영은 휴대폰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했고, 10분 정도가 지나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내가 갈게.”그때 캐리가 문을 열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강하영을 막은 뒤, 아무렇게나 슬리퍼를 질질 끌며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는데, 역시 자신의 계획대로 그 남자가 나타났다!정유준은 그런 캐리를 보는 순간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그쪽이 왜…….”“캐리 아저씨!”정유준이 미처 묻기도 전에 뒤에 있던 강세희가 감격에 겨운 듯 작은 머리를 내밀며 캐리를 불렀고, 캐리는 눈을 반짝이며 손을 뻗어 강세희를 안아 들었다.“세희야, 보고 싶었어! 세준이랑 둘이 어디로 갔었던 거야? 아저씨가 좋은 소식 알려줄게. 이제부터 함께 지내게 됐으니 매일 만날 수 있단다!”캐리의 말은 정유준에게 매우 거슬렸다.‘함께 지낸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강하영이랑 동거라도 한다는 말인가? 그가 G라서 강하영에게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이렇게 쉽게 외간 남자를 집에 들인다고?’거실에 있던 강하영은 애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에 도착하자, 세 아이와 검은색 코트를 입은 정유준을 발견하고 그만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뭐야? 왜 갑자기 애들을 데리고 왔지?’잠시 후, 정신을 차린 강하영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너희들이 여긴 어쩐 일이야?”강세준은 뽀얀 얼굴에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엄마, 설명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설명이라니? 무슨 설명?”강세준은 슬리퍼를 갈아 신고 캐리를 향해 턱을 들어 올렸다.“캐리 아저씨가 방금 저희와 함께 지낸다고 하던데요?”“아, 그건 캐리 아저씨가…….”“하
“캐리, 애들을 데리고 거실에 가서 놀고 있어.”강하영의 말에 캐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정유준 뒤에 서 있는 작은 그림자를 힐끗 쳐다봤다.“저 아이는 누구야?”캐리의 물음에 강하영도 캐리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작은 머리를 살짝 내밀고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유준 뒤에 서 있는 정희민을 발견했다.“희민이야?”“네.”강하영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작은 입술을 오므리고 있는 정희민을 부르자, 아이는 순순히 앞으로 나왔다.하영은 순간 마음이 약해지며 얼른 손을 뻗어 정희민을 안았다.“이리와, 나랑 같이 들어가자.”말을 마친 강하영은 다시 고개를 들어 정유준을 바라봤다.“집이 작아도 상관없다면 당신도 들어와요.”정유준은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두말없이 별장에 발을 들여놓더니, 캐리를 앞질러 갔다.적대심을 한가득 품고 있는 싸늘한 눈빛에 캐리는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더니 침을 꿀꺽 삼키고 한 손으로 강세희를 안고, 다른 한 손은 세준의 손을 잡고 정유준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임 씨 아주머니는 안 계셔?”소파에 앉아 주위를 훑어보던 정유준의 물음에, 정희민을 내려놓던 강하영은 손을 움찔하더니 대답했다.“아주머니는 병원에 계셔.”“병원?”강하영의 말에 정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네.”강하영은 심장이 옥죄어 오는 아픔을 참으며 대답했다.“애들이 납치된 날, 아주머니께서 심한 폭행을 당하셔서 지금 식물인간이 됐거든요.”그 말에 정유준은 미간을 더욱 세게 찌푸렸다.“왜 그 사실을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어?”“얘기하면 뭐가 달라져요? 당신이 아주머니를 구해줄 수 있어요? 부진석 씨마저 속수무책인데 당신한테 얘기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데요?”정유준은 눈을 내리깔고 휴대폰을 꺼내 허시원에게 문자를 보냈다.“임씨 아주머니의 병력을 알아보고, 최대한 빠르게 연세 병원으로 옮겨.”정유준은 휴대폰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은 애들을 너한테 맡기고 내일 다시 데리러 올게.”정유준은 강하영의 대답도 듣지 않고 곧장 집을 나섰고, 문이 닫히
오후.강하영은 생산팀과 회의를 열었는데, 열흘 뒤면 첫 번째로 예약이 들어온 일부를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생산 속도도 중요하지만 현재 공장에 직원들도 많지 않으니 절대 야근을 많이 시키지 마세요.”열흘이라는 시간은 이미 강하영의 예상을 뛰어넘었기에, 강하영은 생산팀 부장한테 당부했다.강하영은 생산 속도만 추구하기보단 의상의 품질과 직원들의 건강이 더 중요했다.“네, 강 대표님. 지금까지 대표님이 정해준 대로 정상 시간에 출퇴근하고, 저녁엔 가동하지 않고 있습니다.”강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 발탁된 비서인 임수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수진 씨, 안전 부문에 가서 이 기간엔 절대 경솔하지 말고 공장 상황에 더 신경 써 달라고 전해줘.”임수진은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짧은 머리가 매우 세련돼 보였다.강하영이 임수진을 자신의 곁에 두기로 한 것은 임수진의 엄숙한 이목구비가 왠지 자신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강하영의 당부에 임수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네, 강 대표님”이라고 대답했다.회의를 마치니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정유준이 아이들을 데리러 유치원에 가는지 확신이 서지 않은 강하영은 유치원에 갈 준비로 회사를 나서자, 회사 앞에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서 있었다.허시원이 운전석에서 내려 강하영 앞으로 다가와 차 문을 열어주며 입을 열었다.“강하영 씨, 대표님께서 함께 갈 곳이 있다고 합니다.”강하영은 뒷좌석에 앉아있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아니요. 애들이 유치원 마칠 시간이라 데리러 가야 해요.”하영의 말에 정유준이 시선을 던져왔다.“이미 데리러 갔으니, 차에 타.”“대체 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죠?”“임씨 아주머니 만나러.”그 말에 강하영은 피식 웃었다.“아주머니는 현재 김제 병원에 있어요. 아주머니가 보고 싶으면 내가 알아서 보러 가면 되니까 괜히 헛걸음하지 마시죠.”“김제 병원에서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가도 좋아.”“그게 지금 무슨 말이죠?”정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