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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역린을 건드리다

정유준은 식탁 위에 놓인 물티슈로 느릿느릿 손을 닦았다.

“양다인이 희민이를 학대해서 자폐 증상을 보이거든요.”

“양다인이 희민이를 학대했다고? 아니 희민이 엄마란 사람이 어떻게 학대한단 말이냐?”

정유준은 충격에 빠져 긴장한 표정의 정 노인을 힐끗 쳐다보았다.

“때리고 욕했어요.”

정 노인은 정유준의 말에 식탁을 내리치며 화를 냈다.

“내가 처음부터 얘기했잖아! 애초에 그런 여자는 우리 정씨 집안 며느리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말이야!”

정유준의 미간에 짜증이 밀려왔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어요?”

“네가 예전에 데리고 다니던 애인이 아직 죽지 않았어?”

“아버지랑 무슨 상관인데요?”

“살인자와 어울려 다닐 생각하지 마라! 괜히 우리 집안 명예를 실추시키니까! 하천명과의 계약도 그 여자 때문에 뒷전으로 하고 김제로 돌아온 거지?”

정 노인이 음성을 높이자 정유준이 막 얘기를 하려 할 때 문밖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려왔다.

한 중년 남자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오자 정유준의 눈빛엔 음산한 빛이 감돌았다.

중년 남자도 정유준을 힐끗 쳐다보고 공손한 말투로 정 노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저 왔습니다.”

정 노인의 얼굴이 바로 활짝 피며 웃음기가 떠올랐다.

“주원아, 일어났어? 어서 내 곁에 와서 앉아.”

정주원. 정 노인이 가장 중시하는 큰아들이자 정유준과는 어머니가 다른 배다른 형제로 올해 49세이다.

정주원은 공손한 태도로 머리를 끄덕이며 정 노인 곁으로 가서 앉았다.

정주원을 바라보는 정유준의 표정에서 싸늘하고 사나운 눈빛을 숨길 수 없었고,정주원도 마찬가지로 싸늘한 눈빛으로 정유준을 바라보았다.

“그런 눈빛으로 볼 필요 없어.”

“그럼 어떤 눈빛으로 봐야 하는데?”

정유준의 말투에는 증오가 가득 차 있었다.

만약 정 노인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진작에 총이라도 꺼내 정주원을 향해 쐈을 것이다!

만약 정주원이 아니었다면 정유준의 어머니도 미치지 않았을 테고, 정 노인이 해외에 있는 정신 병원에 보내 20년 동안 아무 소식도 없이 지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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