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활발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하거든요. 게다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해서 너무 마음에 들어요.”말을 마친 다음, 인나는 하영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렇지, 하영아?”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인성은 확실히 올바른 아이예요.”하영과 인나의 말을 들으면서, 유준은 두 사람이 이렇게 빨리 세희를 위해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는 것에 찬성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빈이란 그 성격이 답답한 아이를 생각하면, 유준은 그래도 세희가 일찍 그의 곁을 떠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그래서 하영과 인나의 말에 유준은 결코 반박하지 않았다.‘세희가 만약 정말 그 고시현이란 아이와 사귄다면, 그때 가서 다시 만나보면 돼.’다른 한편, 두 귀신을 데리고 서낭당으로 가는 것은 아주 순조로웠다. 왜냐하면 가게를 나서자마자, 저승사자 져서 밖에서 기다리며 세희에게 길을 안내해 주었기 때문이다.그 두 귀신은 도망갈 기색도 없이 서낭당 입구까지 조용히 따라갔고, 후에 또 저승사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캐리가 함께 가게로 돌아오는 길에, 세희는 아직 밖에 떠돌아다니는 귀신을 많이 보았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많은 귀신들이 아직도 밖에서 떠돌고 있다니. 내가 정말 중요한 임무를 맡았네요.”세희의 말에 캐리는 웃으며 말했다.“벌써 힘들다고 생각하는 거야?”세희는 무기력하게 말했다.“힘든 게 아니라, 이 일을 영원히 끝낼 수 없는 것 같아서요. 그때 왜 염라대왕님이 날 영원히 영혼 사냥꾼으로 임명하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아요. 내가 똑똑해서 대왕님의 황당한 요구를 거절했으니 정말 다행이에요!”“떠나려 하지 않는 귀신들은 모두 내려놓을 수 없는 일이 있어. 만약 나라면, 나도 그들을 아래로 데려가고 싶지 않아.”“왜요?” 세희는 캐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너라면, 이생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환생하기를 원해, 아니면 인간 세상에 남아 매일 자신의 가족을 볼 수 있길 원해?”“그건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잖아요. 난 이런 고통을 원하지 않아요
이것은 지난번 음조지부에 내려갔을 때 없었던 느낌이었다.세희는 억지로 버텼지만, 몸을 일으킬 수 없었고, 허약하게 눈을 반쯤 뜨며 무척 졸렸다.시현은 세희의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세희야? 너 왜 그래??”시현의 목소리는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는 분명히 자기 옆에 앉아 있었지만, 세희는 자꾸만 시현이 먼 곳에서 자신과 말하고 있다고 느꼈다.시현이 더 묻기도 전에, 세희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더니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옆에 있던 인우도 놀라서 얼른 세희를 불렀다. 하지만 세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시현은 마음이 조여졌다.“인우야, 얼른 세희를 부축해. 지금 바로 병원에 가자!”인우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네!”세희를 시현의 등에 올린 다음, 인우는 문을 열었고, 세 사람은 함께 병원으로 갔다.응급실에 도착하자, 의사는 세희에게 일련의 검사를 진행했는데, 검사보고서에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심지어 세희는 아주 건강했다.시현은 보고서를 들고 눈썹을 찌푸리며 병상 옆에 앉았다.“문제가 없는데 왜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졌을까요??”“이 아가씨의 상황은 확실히 이상하네요. 만약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건 아닐까요?”“됐어요, 어차피 여기에 측정 기계도 있으니까, 얼른 가서 일보세요. 우리 두 사람이 지키고 있으면 돼요.”“그래요, 간호사한테도 잘 지켜보라고 할게요.”말이 끝나자, 의사가 떠났고, 시현은 주위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전에 세희도 이렇게 쓰러진 적이 있는 거야?”“아니요!” 인우도 마찬가지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지난번에 누나가 염라대왕을 만나러 갔을 때도 영혼 상태였거든요. 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니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누나가 깨어난 후에 물어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그럼 네 형한테 전화해야 하는 거 아니야?”“아니에요. 누나에게 아무 문제도 없으니 연락할 필요가 없죠. 누나는 아마 밤새 동안 자지 않을 거예요.”...새벽 3시, 세희는
“우와, 왜 이렇게 추워요.” 인우는 두 팔을 안고 세희를 바라보았다. “누나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현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세희에게 덮어주었다. 세희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시현을 바라보았다.시현은 웃으며 말했다.“곧 11월이 다가오고 있어서 저녁에 많이 춥거든. 감기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세희는 얼굴이 빨개졌고, 시현의 외투를 잡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고맙긴.” 시현이 말했다. “자, 이제 돌아가자.”이 장면을 본 인우는 뒤에서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대박! 누나가 고 과장님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니! 지금 고 과장님에게 호감이 생긴 게 분명해!’사흘 후, 김제대학교 무도회가 열렸다.세희와 수지는 예복을 입고 함께 학교로 갔다.길에서 수지는 세희에게 물었다.“세희야, 진우빈 씨와 이미 오해를 푼 거야?”세희는 이미 우빈을 내려놓을 생각을 했기 때문에, 수지가 우빈을 언급할 때 별로 슬퍼하지 않았다. 그녀는 심지어 아주 차분하게 대답을 했다. “응, 수지야 난 이미 마음먹었어. 이제 우빈을 포기할 생각이야.”수지는 멍해졌다.“세희야, 넌 그 사람을 14년이나...”“내가 우빈을 14년 동안 좋아했지, 그래서?” 세희는 수지의 말을 끊었다.“14년이란 시간을 낭비하며 한 사람을 좋아했으니, 지금 포기하는 건 너무 아쉽다고 생각하는 거야?”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14년이 짧은 시간도 아니고, 게다가 너희들은 서로를 사랑하잖아.”“모두 나 자신의 선택이야. 내가 우빈을 14년 넘게 좋아하고 싶었으니, 그리 후회되지 않아.” 세희는 어쩔 수 없이 설명했다.“그럼 진우빈 씨한테도 분명히 말한 거야?” 수지는 계속 물었다.“응.” 세희는 진정을 하려고 애썼지만, 눈시울은 여전히 붉어졌다.“많이 놀란 것 같지만, 포기하지 않겠데.”수지는 걱정스럽게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야, 정말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거야?”세희는 눈물을 머금고 웃었다.“그러고 싶지 않아. 지금
세희는 시현을 찾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지만, 이미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셋, 둘...”펑!이때 갑자기 도로 양쪽에서 불꽃이 피어났다. 크고 화려한 불꽃이 아니라 작지만 아름다운 불꽃이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떠들썩해졌다.세희는 불꽃에 시선을 빼앗겨 마지막 숫자를 세는 것을 잊었다.그녀가 눈을 돌려 얼마나 많은 불꽃이 함께 피어나는지 보려고 할 때, 눈앞에 갑자기 훤칠한 그림자가 나타났다.시현은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고, 도도한 기질을 선보이는 동시에 엄청난 매력을 지녔다. 그의 품속에는 심지어 꽃다발이 있었는데...그 꽃을 보며 세희는 저도 모르게 입가를 실룩거렸다.작고 예쁜 들국화꽃이었다.시현은 심지어 들국화를 세희에게 건네주었다.“세희야, 내가 널 위해 딴 건데, 어때? 예쁘지 않아? 너 줄게!”세희는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무섭게 웃으며 이를 악물고 시현을 바라보았다.잠시 화를 참다가, 세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그걸 왜 나한테 줘요!!”시현은 멍해지더니 세희가 왜 갑자기 이러는지 몰랐다.그는 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꽃 싫어? 이것도 내가 직접 딴...”세희는 참을 수 없었다.“국화는 죽은 사람에게 주는 거잖아요! 내가 죽은 사람이에요!”시현은 즉시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꽃다발을 보았다. 정신을 차린 후, 그는 바로 그 꽃을 뒤로 던졌다.“미안해, 세희야, 난 이런 거 잘 몰라...”시현이 말했다.“들국화가 일반 국화꽃과 다른 줄 알았는데...”“고맙네요.” 세희는 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론 무척 즐거웠다.시현이 뜻밖에도 불꽃 서프라이즈를 해주었으니까.세희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비록 물어보지 않았지만, 세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시현은 그녀에게 셋을 세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옆에 있는 수지는 세희를 보더니 또 시현을 보았다.“두 사람...”세희는 그제야 반응했다.“아, 맞다. 수지야. 소개해 줄게. 이분은 경찰서 형사팀의 고 과장님이야.”시현은
“세희야.”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리더니 수지의 말을 끊었다.무도회장 앞에 우빈은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세희와 수지는 함께 우빈을 바라보았고, 뒤에 따라온 시현도 그를 보았다.우빈을 보자, 방금 그에 관한 얘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희와 수지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도리어 시현이 먹을 것을 들고 앞으로 다가와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 우빈아, 너도 왔구나!”그러면서 손에 들고 있던 먹을 것을 우빈에게 건네주었다.“좀 먹을래?”우빈은 웃으며 완곡하게 거절했다.“안 먹어요, 고 과장님은 여기에 어떻게 오신 거예요?”“학교 측에서 우리 경찰서를 찾아왔거든. 무도회 때 학교 질서를 유지해달라고. 그래서 세희와 함께 하려고 정원을 신청했어!”우빈은 다른 말 하지 않고 부드럽게 웃으며 시현에게 말했다.“볼일 있으면 얼른 가서 일보세요. 내가 세희와 함께 있으면 되니까요.”“그건 안 돼!”시현이 거절했다.“나도 세희를 위해 모처럼 자신을 꾸몄거든. 나와 여자를 빼앗아도 되지만, 날 따돌리면 안 되지. 우리 공평하게 경쟁하자.”우빈은 빼앗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세희는 물건이 아니었기에, 빼앗고 싶어서 빼앗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세희는 한숨을 쉬었다.“내가 굳이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에요? 난 이미 성인이고, 아직 젖을 떼지 않은 아이가 아니에요.”“그건 아니지, 나에게 있어 세희 넌 여전히 어린 소녀야! 내가 너보다 6살 많으니, 당연히 널 챙겨줘야 하지 않겠어?”시현의 말에 세희는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수지는 지금 세희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시현을 선택하면, 우빈은 버려질 것이고, 우빈을 선택하면, 오늘 밤 시현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될 것이다.수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진우빈 씨, 지금 시간 있어? 잠깐 하고 싶은 말이 좀 있어서.”말이 끝나자 수지는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야, 넌 사건에 관한 일로 고 과장님과 얘기해야 한다며? 두 사람 먼저 가서 일 봐, 이따가 다시 우
무도회 현장에서, 세희와 시현은 뻣뻣하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남이 춤을 추는 것을 따라 추고 있었다.춤을 추는 과정에서, 시현이 세희를 밟거나, 세희가 시현을 밟았다.두 사람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희도 화가 나서 시현을 밀어냈다.“추고 싶지 않아요! 어떡해도 출 줄 모르잖아요! 정말 짜증 나!”시현도 세희의 손을 놓아주었다.“나도! 우리 두 사람은 댄스 세포가 없는 것 같아!”두 사람은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세희가 물었다.“그럼 우리 뭐 하러 가요?”시현은 생각했다.“나도 이 학교를 다녔잖아. 여기에 아주 좋은 곳이 있는데, 네가 가 봤는지 모르겠네.”“어디예요?”시현은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네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야.”말이 끝나자, 시현은 세희의 손을 잡고 떠나려 했다. 그러나 이때, 문 앞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세희는 이것이 수지의 비명이란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치맛자락을 잡고 그쪽으로 돌진했다.시현도 표정이 엄숙해졌고, 세희를 따라 가장 먼저 달려갔다.무도회장 입구는 이미 난장판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멀찌감치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세희가 도착했을 때, 한 남자가 칼로 수지의 목을 찌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우빈은 팔이 칼에 찔려 상처를 입었고, 선혈은 그의 팔을 따라 땅에 떨어졌다.“수지야!!” 세희는 당황해지더니 수지를 향해 소리쳤다.수지는 두려움에 젖은 눈빛으로 세희를 보고 말했다.“세희야, 오지 마!”세희는 수지의 뒤에 있는 악당을 바라보았다.“그 칼 내려놔요. 수지를 다치게 하지 말라고요!!”그 악당은 젊은 남학생이었는데, 옷차림을 보니 학교 학생으로서 무도회에 참가하러 온 것 같았다.다만 왜 몸에 칼을 지니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악당은 흥분해하며 세희를 향해 소리쳤다.“그래도 되지만! 지금 당장 가서 주인옥을 불러와요!!”‘주인옥?’세희는 옆에 있는 시현을 바라보았다.“시
“그 여자를 잊을 수 없단 말이에요?!”남학생이 울부짖었다.“만약 미리 설명을 했다면, 나도 손을 놓았겠죠! 그런데 왜 설명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덮어놓고 날 폄하하고 심지어 날 욕하는 거죠?!”“그 여자가 당신을 욕하는 것은, 당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하는데, 이런 여자에게 집착할 필요가 더 있겠어요?!”세희는 그와 말하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남학생의 손에 있는 칼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침을 삼켰다.그리고 자신이 돌진하는 타이밍과 남학생의 팔을 찰 수 있는 위치를 계산했다.동시에 세희는 또 다른 대책을 생각해내야 했다. 남학생을 차지 못했거나, 그의 반응이 너무 빠르다면, 수지가 다칠 것이다.“난 듣고 싶지 않아요!”남학생이 말했다.“지금 당장 주인옥을 데리고 와요! 지금! 당장!!”“찾았어!!”갑자기 누군가 고함을 질렀다.“주인옥을 찾았어!”이 말을 들은 남학생은 바로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세희는 이를 보고 바로 하이힐을 벗더니 치맛자락을 잡고 남학생을 향해 재빨리 돌진했다. 그의 앞으로 돌진하자, 세희는 한 손으로 남학생의 손목을 잡고 위로 힘껏 당겼다.남학생은 아파서 비명을 지르더니 바로 칼을 내려놓았다.세희는 수지의 팔을 잡아당긴 후, 또 발로 남학생의 가슴을 세게 걷어찼다.남학생이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자, 사방에 잠복해 있었던 경찰들은 즉시 그를 에워싸고 제압했다.세희는 얼른 수지의 목을 쳐다보았는데, 다행히 붉은 자국만 있고 피가 나지 않았다. 수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세희는 끊임없이 그녀를 위로했다.“괜찮아,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두려워하지 마.”수지는 울면서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 세희야, 고마워!”“우리 사이에 그런 얘기하면 섭섭해. 들어가서 좀 쉬자.”“진우빈 씨 보러 가자.”수지가 제안했다.“나 때문에 다쳤거든.”세희는 잠시 생각해보았다.“그래.”말하던 중, 시현이 돌아왔다.“세희야, 그 사람 이미 잡혀갔어.”세희는 갑자기 무엇이
“우빈이가 왜 경찰서에 가야 하는 거죠?” 세희는 영문을 몰랐다.“우빈은 피해자 아니에요?”“안 가도 되지만, 다들 바빠서 우빈을 찾아 조서를 쓸 시간이 없거든. 내가 경찰서에 데려다 주면, 조서를 다 한 다음, 바로 집으로 보낼 수 있으니 시간을 절약한 셈이지.”말이 끝나자 시현은 우빈을 바라보았다.우빈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의견 없어요.”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세희를 향해 말했다.“세희야, 지금 집에 갈 거야?”“기사 아저씨에게 먼저 수지를 집으로 보내라고 할게요.”“그럼 이따가 내가 전화할까?” 시현은 웃으며 말했다.“아직 널 데리고 그곳으로 가지 않았잖아!”말이 떨어지자, 우빈은 고개를 휙 돌리며 세희를 바라보았다. 그의 담담하고 고운 눈에는 의혹과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세희는 우빈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지금 아직도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이미 약속했으니까! 남자는 말하는 대로 해야 하고, 못하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해.”“그래요.” 세희가 말했다. “난 먼저 수지를 데려다줄 테니까, 시현 오빠는 우빈이 데리고 먼저 가서 일 봐요. 그럼 이따 다시 연락해요.”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빈을 부축하고 일어서서 먼저 떠났다.도중에 우빈은 세희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겠다는 시현의 말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조서를 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릴 테고,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한 시간 넘게 걸리지 않나요?”시현은 우빈의 생각을 알아들었다.“지금 내가 세희를 데리고 나가겠다는 말이 신경 쓰이는 거야?”“이렇게 늦은 시간에 세희를 데리고 나가는 것은 타당한 결정이 아니에요.”시현은 발걸음을 멈추고 우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빈아, 난 경찰이야.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무슨 일을 하면 안 되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어. 너도 아직 세희를 얻지 못했으니, 나와 세희 사이의 일에 관여할 자격이 없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우빈은 눈을 들어 시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당신이 세희를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