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희는 진우빈을 좋아하잖아.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문제를 고려하겠지.’수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우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우빈도 꽤 빨리 전화를 받았는데, 모르는 번호인 것을 보고 의문을 느꼈다.[누구세요?]“나 염수지야, 세희의 친구.”[수지 씨였군. 무슨 일로 나에게 전화를 한 거지?]수지는 임지나가 세희에게 한 말을 우빈에게 전했다. 말할수록 수지는 마음이 아팠다.“진우빈 씨, 만약 이것이 정말 너의 생각이라면, 본인이 직접 세희에게 알려줬으면 좋겠어.”우빈은 잠시 침묵했다.[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임지나의 착각일 뿐이야.]“하지만 지금, 세희가 그렇게 믿고 있단 말이야! 제발 자신의 친구 좀 잘 단속해줘, 자꾸 세희에게 이런 험한 말을 하지 말라고.”[내가 분명히 말할게.]우빈은 나지막이 물었다.[세희는 지금 좀 어때?]“모든 감정을 마음속에 숨겨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 진우빈 씨, 지금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사실대로 대답해 줄래?”[그래, 물어봐.]“정말 세희와 사귀고 싶은 거야?”[응, 하지만 지금은 안 돼.]“이유는?”[지금의 난 아직 세희를 잘 돌볼 수 없으니까. 난 지금 나 자신조차 먹여 살릴 수 없거든.]“이거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은 문제라고?”수지가 물었다.“그럼 넌 세희에게 물어본 적 있어? 네가 먹여 살릴 필요가 있는지?”[세희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게 바로 내가 꼭 해야 할 일이야.]“헌신이 오직 그 뿐이야? 경제적인 헌신과 감정적인 헌신이 있잖아. 난 세희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데, 세희는 감정적인 헌신만 원한다고.”수지는 우빈에게 설명했다.“세희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너 말고는 전혀 다른 아쉬움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어. 진우빈 씨, 지금 너 자신의 생각을 세희에게 강요하려 하지 마. 그건 세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니까. 넌 책임감이 있는 남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게 틀린 일은 아니야. 하지만 정말 책임지고 싶다면, 언제
“그럼 내가 똑똑히 설명해 주겠어!”우빈은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난 확실히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세희와 신분 차이가 엄청 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다 같은 사람이니, 난 내 노력을 통해 세희를 잘 챙겨줄 수 있으니까. 그러니 신분 차이든 뭐든 난 상관없어! 마찬가지로, 나도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세희의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우빈아,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임지나는 마음이 급해졌다.[정씨 가문은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존재라고! 네가 강세희와 함께 한다면, 네 신분이 드러난 순간, 모든 사람들이 널 비웃을 거야!]“그게 뭐가 어때서? 난 내가 해야 할 일만 하면 되는데,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시간이 지날수록 남들의 비웃음이 더욱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를 텐데, 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임지나, 넌 날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 네 착각일 뿐이야. 난 내 팔자가 세서 부모님을 죽이고, 이모까지 죽였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자랐어. 하지만 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지!”[우빈아, 너 정말 강세희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어?]“맞아!” 우빈이 말했다.“오히려 너에게 고마운걸. 수지 씨에게 이 사실을 알려줬기 때문에, 나도 이참에 수지 씨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난 내 생각을 지키면서 언제까지 이기적으로 굴어야 할지 몰라! 임지나, 앞으로 우리는 단지 동창일 뿐, 더 이상 친구가 아니야!”자신을 괴롭혔던 우정을 해결하고 나니, 세희를 향한 우빈의 죄책감은 더욱 커졌다.세희에게 아무 소식이 없자, 우빈은 더 이상 향불 가게에 앉아있지 못했다. 그는 핸드폰을 들고 지팡이를 짚은 채 가게를 떠난 다음, 택시를 타고 마인하우스로 달려갔다.안타깝게도 우빈은 마인하우스의 입구조차 들어갈 수 없었으니, 별장에 찾아가는 건 더욱 말이 안 됐다. 이번에 그는 더 이상 세희에게 전화를
“우빈이 왔어?” 하영은 얼른 일어섰다. “지금 어디에 있는데? 어서 들어오라고 해.”“엄마!” 인우는 불만을 느끼며 투덜댔다.“어떻게 저보다 남이 더 반가우신 거예요! 우빈 형은 벌써 갔어요. 오후에 찾아왔었거든요.”하영은 웃으며 말했다.“우빈이 네 누나의 미래의 남자친구라서 그래. 그러니 나도 당연히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누나도 결정하지 못했는데, 엄마가 대신 결정해 주셨네요.”인우는 말하면서 하영의 옆에 앉았다.하영은 웃으며 인우의 손을 잡았다.“인우야, 두 사람은 언젠가 함께 하게 될 거야. 엄마는 네가 태어나기 전에 우빈이 그 아이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좋은 아이야. 비록 우빈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친척도 돈도 없지만, 그래도 우빈과 함께라면, 세희는 꼭 행복할 거야.”“그럼 그 사람이 만약 우빈 형이 아니라면요?” 인우의 머릿속에는 시현이 떠올랐다.“그건 중요하지 않아. 네 누나가 좋아하고, 평생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으면 돼.”“참, 엄마, 누나가 전에 저더러 누나 가게에서 일 하라고 했거든요. 그럼 대학을 졸업한 후에 저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요.”“네가 좋다면 엄마도 반대하지 않을 거야.”하영이 말했다.“네 누나 말만 잘 들으면, 너도 굶어 죽지 않을 거야.”“굶어 죽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 저는 여자친구도 찾고, 나중에 결혼도 해야 하는데, 누나는 지금 자신도 먹여 살릴 수 없잖아요. 저 앞으로 어떡해요?”“엄마가 2억 줄게. 남들은 평생 그만큼 못 벌 수도 있어.”“2억이요?!” 인우는 마음이 불편했다.“엄마, 평소 누나에게 용돈을 주실 때는 막 1억, 2억을 주시는데! 왜 저한테는 2억밖에 안 주시는 거예요?!”하영은 인우가 따지기 귀찮아 자리에서 일어섰다.“줄 때 그냥 받아. 넌 사나이로서 왜 그렇게 따지길 좋아하는 거니?”이 말을 남긴 다음, 하영은 주방으로 들어갔다.인우는 화가 나서 소파 쿠션을 마구 두드렸다.‘다들 막내가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지금
저녁, 세준과 희민은 동시에 집에 돌아왔다. 세희를 보지 못하자,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간식을 먹는 인우에게 물었다.세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인우야, 세희는? 아직 안 돌아왔어?”인우는 감자칩을 먹으면서 대답했다.“누나는 지철 할아버지의 고향에 갔어요. 오후에 금방 떠났대요.”세준과 희민은 멈칫했다.‘세희가 왜 갑자기 그곳으로 찾아간 거지?’세준이 계속해서 물었다.“혼자 간 거야?”“처음에는 혼자였는데, 지금은 우빈 형이 쫓아가고 있으니까, 곧 두 사람이 될 거예요.”“네가 진우빈에게 세희의 일정을 알려줬어?”인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우빈 형이 오늘 하루 종일 누나를 찾았는데, 너무 불쌍한 것 같아서 알려주었어요. 세준 형, 누나 혼자 밖에 있으니까 너무 걱정돼죠? 그러니 우빈 형이 찾아간 것도 좋은 일이잖아요.”세준은 인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만약 두 사람이 함께 있다가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도 발생한다면, 네가 책임질 거야?”인우는 멍해지더니 침을 삼켰다.“무,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요?”“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희민이 말했다.“인우야,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꼭 그 결정이 가져다 올 결과부터 생각해 봐.”말이 끝나자, 희민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우리가 세희를 찾으러 갈까?”“아니.” 세준이 대답했다.“다른 사람 보낼게.”말을 마치자, 세준은 핸드폰을 꺼내 시현에게 전화를 걸면서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시현이 전화를 받았다.[세준아?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이틀 휴가 내서 내 동생 좀 찾아가.”[세희를 찾으라고?]시현은 다시 한번 반복하더니 곧 긴장하기 시작했다.[세희가 왜? 실종됐어?!]세준은 세희가 홀로 다른 도시로 간 일을 시현에게 알렸다.[세희도 참 겁이 없구나! 혼자 그렇게 먼 곳으로 달려갔다니! 알았어. 정확한 주소 좀 알려줘. 내가 지금 바로 비행기표 끊어서 찾아갈게.]“응, 수고
“나야 당연히 세희를 찾으러 왔지. 설마 너도??” 시현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 그는 마침내 우빈을 자신의 라이벌이라 생각했다.우빈도 솔직하게 말했다.“맞아요.”시현은 우빈을 한참 쳐다보더니, 곧 그의 뒤에 있는 민가에 시선을 떨어뜨렸다.“세희는 왜 혼자 여기에 찾아온 거지?” 시현은 이해가 안 됐다.“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여기에 온 거예요? 또 누가 세희가 여기에 있다고 알려준 거죠?”“세준이 알려줬어. 세희의 오빠로서 자신의 동생을 걱정하기 때문에 경찰인 날 부른 건데, 이건 정상이 아닌가?”우빈은 입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문을 두드리며 세희를 찾으려 했다.그러나 노크를 하기도 전에, 시현은 우빈의 손을 덥석 잡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이제 겨우 5시 30분밖에 안 됐으니, 세희는 아직 자고 있을 거야. 우리 그냥 문 앞에 앉아 세희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자.”우빈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문 앞의 큰 돌덩이에 앉았고, 시현이 먼저 말했다.“너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잖아. 세희는 왜 이곳에 달려온 거지?”“세희는 여섯 살 때부터 이곳에 와서 지철 할아버지를 따라 귀신 잡는 능력을 배웠어요.”시현은 무척 놀랐다.“그래서 세희가 지난번에 날 도와 사건을 해결한 것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거야?”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시현은 갑자기 자신의 팔을 만졌다.“이런 일은 너무 섬뜩한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하네.”우빈은 조용히 듣고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빈이라고 했지?” 시현은 우빈을 바라보았다. “너도 세희를 많이 좋아하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달려와서 세희를 찾지 않았을 거야.”우빈은 눈을 드리웠다. “그건 과장님도 마찬가지겠죠.”“그럼!” 시현은 아주 시원하게 대답했다.“물론 세준의 부탁 때문에 찾아온 거지만, 그래도 난 세희를 많이 좋아하거든. 난 악랄한 수단을 써서 나와 세희를 빼앗지 않겠지만, 너도 날 방해
시현은 재빨리 일어서서 세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세희야, 난 널 찾으러 왔어!”세희는 어이가 없었다.‘이 사람은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그러나 그녀는 즉시 깨달았다.‘강세준이 날 팔아먹은 게 분명해!! 그리고 정인우가 우빈에게 알려준 거지. 집에 배신자가 두 명이나 있다니!!’세희는 문을 닫고 냉담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난 오늘 고 과장님과 놀아줄 시간 없어요. 지금 지철 할아버지께 제사를 지내러 가야 하거든요.”“그래도 돼!” 시현이 말했다.“마침 우리가 왔으니 너와 함께 제사를 지내러 가면 되지. 어르신도 우릴 보시면 기분이 많이 좋으실 거야!”시현의 말에 세희는 반박할 수 없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우빈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줄곧 세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희도 문을 열을 때, 그를 힐끗 보았지만, 그 후에 더 이상 우빈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그녀는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볼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자신이 한 번만 더 쳐다보면, 우빈에 대한 감정이 더욱 짙어져 오히려 아쉬움을 느낄까 봐 두려웠다.세희는 어젯밤에 간신히 자신을 납득시켰기 때문에,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노지철의 산소는 바로 뒷산에 있었는데, 비록 걸어서 올라가야 했지만 그리 멀지 않았다.그렇게 세 사람은 뒷산으로 걸어갔다.길에서 시현은 세희에게 말했다.“세희야, 너에게 고백하고 싶은 일이 있어.”시현의 말이 떨어지자, 우빈과 세희는 동시에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시현은 웃으며 가지런하고 하얀 이를 드러냈다. 금방 떠오르는 부드러운 햇빛 아래, 그는 유난히 명랑하고 활발해 보였다.“오늘부터 난 너에게 구애할 거야.”시현의 말이 나오자, 세희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그녀는 충격을 받으며 시현을 바라보았다.“뭐라고요??”“너한테 구애하겠다고!” 시현이 말했다.“내 주변에도 재벌 집 아가씨들이 엄청 많거든, 물론 너도 재벌 집안 출신이지만, 그 여자들과 너무 달라서 그래! 우빈이 그러던
오늘은 바람이 없었지만, 촛불이 살짝 흔들거렸다.세희는 노지철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단지 나와서 그녀를 만나지 않았을 뿐이었다.흔들리는 촛불은 노지철이 세희의 마음을 알았단 것을 표시한다.세희는 촛불을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고 속으로 물었다.‘할아버지, 지금 제 근처에 있으시죠? 저 지금 의문이 하나 있는데, 할아버지께서 해답을 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러실 수 있다면, 향이 수직으로 올라가게 해주세요.’마음속으로 중얼거린 다음, 세 개의 향 연기가 수직으로 올라갔다.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곳에 계셨군. 할아버지도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실 수 있어.’그렇게 세희는 계속 마음속으로 물었다.‘할아버지, 우빈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계시잖아요. 제가 우빈과 인연이 있는 것일까요? 인연이 있다면, 향이 수직으로 올라가게 하시고, 없다면 그냥 연기를 사방으로 날리세요.’말을 마치자, 세희는 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러나 결과를 보기도 전에,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오더니, 그 연기가 모두 시현 쪽으로 날아갈 줄이야.시현은 연기에 사레가 들려 한바탕 기침을 했다.게다가 주위의 연기는 점점 짙어졌다. 이를 본 세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게 무슨 뜻이지???’그러나 아무리 물어봐도 그 바람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그래서 세희도 노지철의 대답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다.답을 꿰뚫어 볼 수 없자, 세희의 마음도 복잡해졌다.산에서 내려온 후, 우빈과 시현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세희는 그들에게 말했다.“일단 이곳에 좀 앉아 있어요. 나 잠깐 나갔다 올게요.”시현과 우빈은 서로를 마주 보며 어찌 할 바를 몰랐다.세희가 떠나자, 우빈이 입을 열었다.“나 채소 좀 사올게요.”“됐어.” 시현은 우빈의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다리도 불편한 사람이 오늘 먼 길을 걸었으니 일단 쉬어. 내가 갈게.”“그럼 같이 가요.” 우빈은 끝까지 버텼다.시현은 그가 집착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너는 한 가지 일에 너무 집착하면 안 돼. 그러다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 있거든.” 나미정은 은근히 세희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희는 지금 당사자로서 나미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무당 할머니, 저 이해가 안 돼요.” 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람이 어떻게 모든 일을 다 알겠어?”세희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럼 저도 할머니께 괜히 여쭤본 거잖아요.”“너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야.”나미정이 말했다.“모든 것을 다 똑똑히 물어보면, 너한테 무슨 좋은 점이 있겠어?”“그럼 당연히 모든 것을 분명히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그렇게 살면 그저 피곤할 뿐이야. 나도 이제야 알겠네, 네 할아버지가 왜 너에게 인연을 보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를.”세희가 말을 하지 않자, 나미정은 계속 말했다.“네가 계속 이 문제를 물어보려 한다면, 나도 해답을 줄 수 없어. 하지만 이것만 알려줄게. 너도 눈이 있으니, 누가 너에게 적합하고, 누가 적합하지 않은지를 분간할 수 있어. 그러나 집착하지 마. 집착하면 아는 일도 똑똑히 알아볼 수 없으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 집에 지금 사나이가 둘이나 널 기다리고 있지 않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그래도 손님이니까.”쫓겨난 세희는 그저 풀이 죽은 채로 나미정과 작별한 다음, 집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가는 길에, 세희는 줄곧 그녀의 말을 되새겼다.‘집착... 내가 우빈한테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말씀이신가? 아니면 임지나가 나에게 한 말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뜻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연기가 시현 오빠를 향해 날아간 건 또 어떻게 된 일이지? 대체 그 사람을 멀리하라는 거야, 아니면 선택하라는 거야?’망연하게 집으로 돌아온 세희는 문밖에 우빈이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소리를 듣고 우빈은 고개를 돌렸는데, 세희는 그를 힐끗 본 다음, 전기 자전거를 멈추었고 옆집 아주머니에게 돌려주었다.그리고 집 앞에 도착하자, 세희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