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의 잘생긴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웠다.“희민아, 세준에게 전화 해서, 지금 당장 사람을 진우빈이 사는 동네에 보내라고 해. 지금 세희를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리고 희민이 넌 감시 카메라를 찾아내!”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빠른 시간에 방화벽을 뚫고 CCTV를 찾아냈다.수지는 세준에게 전화하며 이 일을 알렸다.CCTV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쓴 세 남자가 복도에서 세희를 납치했다. 그리고 그들은 혼수상태에 빠진 세희를 가짜 번호판을 단 차에 태웠다.옆에 있던 인우는 자세히 확인하며 말했다.“이 사람들은 내가 안배한 그 세 사람이 아닌데!”사람들은 고개를 번쩍 들며 인우를 바라보았다.“그걸 어떻게 확신하는 거지?”희민이 물었다.“내가 찾은 일진들은 몸이 엄청 건강하거든요! 누나가 싸움을 잘 하니까, 너무 마른 사람을 안배하면, 그 캐리 아저씨에게 쉽게 들킬지도 모르잖아요.”“너희들 여기 좀 봐.” 수지는 컴퓨터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만약 인우가 안배한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세희의 핸드폰을 구석에 버리지 않았을 거야.”사람들은 다시 감시 화면을 바라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세희의 핸드폰이 구석에 버려졌다.희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수지야, 세준에게 전화했어?”수지는 어색하게 대답했다.“응, 그런데 세준이 끊었어. 너희들이 전화해 봐.”“내가 전화할게요.” 인우는 세준의 핸드폰 번호를 찾은 다음 얼른 전화를 걸었다.세준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왜?]인우는 다급한 소리로 말했다.“형, 빨리 돌아와요! 지금 큰일 났거든요! 누나가 납치되었어요! 빨리 사람 보내서 누나를 찾아요!”인우가 말을 마치자마자, 세준은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가장 먼저 사람을 배치하여 세희를 찾으라고 한 다음, 그는 또 가장 빠른 속도로 마인하우스로 달려갔다.집에 도착한 후, 세준은 상황을 물어보았고, 두말없이 문을 뛰쳐나가더니 직접 찾으려 했다.하영은 안달이 나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희민아, 방법을 생각해서 감시 카메라
“너희들에게 약속한 이상, 난 절대로 번복하지 않을 거야.” 김해인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였다. “움직여!”“네.”두 사람은 함께 마대를 들고 강가로 걸어갔다. 그러나 얼마 가지도 못하고, 거대한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윙윙거리는 바람소리는 귀신이 울부짖는 것 같았고, 심지어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들의 피부를 할퀴며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느끼게 했다.두 남자는 모래와 먼지에 앞이 보이지 않아 분분히 걸음을 멈췄다.“엄마야.” 그중 한 남자가 말했다. “왜 갑자기 바람이 이렇게 부는 거지! 내 눈에 모래가 들어갔어.”다른 한 남자는 얼른 세희를 내려놓고 눈을 비볐다.“아파 죽겠네. 이게 뭐야, 웬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불어.”김해인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모래가 들어간 그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간신히 눈을 떴지만, 눈앞의 광경에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30분 후, 세준은 사람을 데리고 가장 먼저 감시 카메라에 찍힌 강변으로 달려갔다. 앞의 장면을 보고, 그는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다.그리고 곧바로 마대 옆으로 달려가, 끈을 푼 다음,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진 세희를 끌어냈다.“세희야?” 세준은 세희의 얼굴을 두드렸다.“세희야, 정신 차려!”몇 번 부른 후에야, 세희는 눈을 천천히 떴다. 앞에 있는 사람을 똑똑히 본 그녀는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빠...” 세희가 눈을 뜨자, 세준은 눈시울이 빨개졌다. 그는 세희를 품에 꼭 껴안고 말했다.“괜찮아, 이제 괜찮아...”세희는 그의 포옹에 숨이 막혔지만, 차츰 정신이 들었다.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의 일을 떠올리자, 그녀는 얼른 세준을 밀어내며 물었다.“오빠, 김해인이 날 납치했어. 지금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 거지?!”세준은 세희를 놓아주며, 눈물을 지웠다.“죽었어.”세희는 충격에 눈을 부릅떴다.“네가 죽였어?!”“나 아니야.” 세준은 턱으로 옆을 가리켰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죽었어.”세희는 세준의 시선을 따라 얼른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있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은 김해인의 시신을 데려간 다음, 조서를 하고 떠났다.일행은 집에 돌아왔고, 하영은 인기척을 듣고 얼른 마중을 나왔다.세희가 무사한 것을 보며, 그녀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더니, 세희를 꼭 안고 한동안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새벽이 다 되어서야 일가족은 한 명씩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수지는 오늘 밤 세희와 함께 자려 했는데, 세수를 한 뒤, 함께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눴다.수지가 물었다.“그래서 김해인은 캐리 아저씨 때문에 놀라서 죽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거네.”“응, 맞아. 김해인은 가증스럽지만, 그래도 이렇게 죽는 건 너무 심한데.”“그건 너와 상관이 없는 일이야.”수지가 말했다. “이번 일에서 넌 그 사람들을 동정할 수 없어. 김해인은 널 죽이고 싶었으니, 이것도 다 벌을 받은 거지.”“난 동정하는 게 아니야!”세희는 몸을 일으키며 앉았다.“케리 아저씨가 줄곧 나 때문에 사람을 해치며 이승에 빚을 졌으니, 난 어떻게 해야 할까?”“귀신이 이승에서 빚을 지면 어떻게 되는 건데?” 수지는 덩달아 일어나며 호기심으로 물었다.“사람에게 수명이 있는 것처럼, 귀신에게도 수명이 있어. 하지만 그 빚이 많아지면, 시간이 되어도 환생할 수 없을 거야. 게다가 아저씨는 원래 저승에서 도망쳐 나왔기 때문에, 그 죄가 더욱 심해. 그때 가서 아마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고생을 겪을 거야.”“해결책은 없어?”“있긴 있어.”“그게 뭔데?”세희가 말했다.“지철 할아버지가 안 계시니, 나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어. 할아버지도 나에게 알려주신 적이 없거든. 지철 할아버지가 바로 나의 사부님이시고, 나에게 다른 사부님이 없어. 게다가 난 다른 무당들과 달라서, 많은 일을 처리할 때 엄청 번거롭거든. 그래서 나도 지금 속수무책이야.”수지가 말했다.“세희야, 계속 고민하지 마. 이런 것도 다 하늘의 뜻이 있는 법이야. 너 지금 얼른 누워서 푹 자. 이렇게 계속 생각하다가, 머리가 터질지도 몰
“정 사장님, 검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강하영 씨는 각종 산부인과 검사 결과 모두 깨끗합니다. 완벽한 처녀입니다.”병원 검사실 입구에서 경호원이 전화기 저편에 있는 남자에게 공손하게 말했다.강하영은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에서 행인들의 이상한 시선을 최대한 견뎌야 했다.어머니는 아픈 상태이고, 아버지는 거액의 노름빚을 졌다.이 두 큰 짐은 그녀가 어쩔 수 없이 자기 몸을 밑천으로 삼아 정유준의 침대에 올랐다.잠시 후, 경호원의 전화에서 남자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난원으로 보내.]……난원.어두컴컴한 불빛 아래 하영은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상태로 긴장한 채 이불 속에 움츠러들었다.침대 옆에 서 있는 남자는 잘생기다 못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의 그림 같은 눈썹 아래에는 깊고 차가운 봉황의 눈동자가 있다.정유준, 김제를 휩쓸고 있는 막강한 제왕.하영은 그의 존재를 알고 있다.남자가 이불을 들추자 강하영의 깨끗하고 매끈한 몸이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 들어왔다.곧 뜨거운 키스가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몸의 마지막 장애물이 뚫렸을 때 강하영은 아픈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정유준은 갑자기 그녀의 입술을 깨물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눈물 흘리지 마. 네가 선택한 일이야. 그리고 기억해. 아무나 내 침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어느덧 잠에서 눈을 뜬 하영은 귓가에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정유준은 옆에서 고요히 자고 있었다. 하영의 기억이 잠시 흐릿해졌다.어느덧 정유준과 알게 된 지 이미 3년이 흘렀다.3년 동안 그녀는 그의 개인 비서였고, 더욱이 그의 오피스 와이프였다.뜻밖에도 어젯밤에 그들이 처음 만난 날의 꿈을 꾸었다.하영은 지긋지긋 아파오는 머리를 문지르며 일어나려고 했다. 이 때 침대 머리맡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전화벨 소리에 눈을 뜬 유준은 재빨리 일어나 핸드폰을 받았다.“얘기해.” 그는 핸드폰을 귓가에 바짝
호텔 방문이 열렸다.매튜는 금빛 단발머리에 헐렁한 가운을 입고 문 앞에 서 있었다.그런대로 잘생긴 얼굴에 푸른 눈은 마치 독사가 사냥감을 노리는 것처럼 하영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하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5천만 원의 성과금을 위해 그녀는 지금 억지웃음을 짓고 있다.“사장님, 실례합니다.”매튜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가 내리며, 웃는 모습으로 몸을 옆으로 비켜 세웠다. 그러고는 어색한 한국어로 말했다.“강 비서님, 드디어 오셨네요.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두근거리는 가슴은 터질 것 같았지만 하영은 겉으로는 침착한 척했다.그리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스위트 룸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곁눈질로 객실에 놓여 있는 모든 물건을 꼼꼼히 훑어보았다.매튜가 맞은편의 소파에 앉은 후, 하영은 비로소 그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똑같이 앉았다.곧이어 매튜가 와인 한 잔을 건네왔다.잔을 받아 든 하영은 매튜의 와인잔에 낮게 부딪혔다.“환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매튜의 눈에는 화색이 돌았다.“강 비서님 뭐 좀 아시네. 쭈뼛쭈뼛하지 않고…… 좋아, 내 스타일이야!”하영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순조롭게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손에 든 와인을 쭉 들이켰다.이를 본 매튜의 미간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이렇게 술 한 잔 마시고, 내 계약을 따내려는 건 아니지? 그럼 너무한데…….”하영은 매튜가 순순히 계약을 해줄 거라는 생각은 진작에 집어치웠다.와인잔을 내려놓고 못 들은 척 사무적인 이야기를 꺼냈다.“사장님께서 우리 MK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아시아에서의 MK의 실력도 잘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매튜 사장님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고자, 제가 저희 사장님을 대표하여 이렇게 계약을 체결하러 왔습니다. 사장님, 어떻습니까? 생각해 보셨습니까?”매튜의 얼굴에 웃음이 걷혔다. 하영을 쳐다보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하영은 비록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냉정을
강한 현기증을 참으며, 하영은 문 쪽으로 도망쳤다. 방문을 나서기 전, 테이블 위의 계약서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순간, 높고 큰 인간 벽에 부딪혔다.그녀는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에 들어온 건 더없이 익숙한 얼굴이었다.하영은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계약서를 유준의 가슴으로 밀어 넣었다.비록 유준의 옷을 꽉 잡았지만, 가녀린 몸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미끄러져 바닥에 축 처졌다…….그러고는 힘없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사장님, 계약서에 서명했어요. 5천만 보너스 준다고 약속한 거 잊지 마요…….”하영이 쓰러지는 것을 본 유준은 즉시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이때 매트도 방에서 쫓아 나왔다.하영을 안고 있는 유준을 본 매트가 분노를 참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한 마디 내뱉았다.“미스터 정! 그 여자 내놔!”매트의 말을 들은 유준의 눈빛은 순식간에 분노로 휩싸였다.이어 뒤따라온 허시원이 매튜를 가로막으며 경고했다.“매튜 사장님, 지금 감히 우리 사장님의 사람을 건드리겠다는 겁니까?”매튜는 피 흘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한 글자씩 내뱉었다.“그럴 리가! 저 여자 혼자 왔다고!”허시원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럼 우리 사장님이 여기에 나타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요?”매튜는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검은색 마이바흐 뒷좌석.유준의 다리에 누워 있던 하영은 갑자기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그녀는 여린 입술을 벌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꼬대를 했다.약 때문에 빨갛게 달아오른 뺨에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있었다.그윽한 차 안의 불빛 아래 유준의 칠흑 같은 눈동자엔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예리한 턱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그는 하영의 작은 손을 잡고 눈을 치켜뜨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프로젝트팀에 연락해. 매튜와 합작한 프로젝트, 지금 당장 자금 투입 중단하라고……. 그놈이 찾아와
아침을 먹고 두 사람은 함께 차를 타고 회사로 갔다.30분 후, 검은색 마이바흐가 회사 앞에 세워졌다.운전기사가 공손하게 차에서 내려 유준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차 안의 남자는 긴 다리를 내디디고 차안에서 내렸다.몸에 맞게 맞춤 제작한 블랙 코트는 그의 존재가치를 극도로 부각시켰다.눈부신 태양아래, 그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 왕자와 같았다. 그의 카리스마는 모든 사람을 주눅 들게 했다.정유준은 희고 긴 손가락을 내밀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는 손에 든 자료를 옆좌석의 하영에게 건네주었다.한순간, 그윽한 눈동자가 살짝 멈추었다.유준은 하영의 꽃잎 같은 핑크색 입술을 오랫동안 쳐다보다가 갑자기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 모서리를 가볍게 문질렀다.“립스틱 제대로 발라.”말이 끝나자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가장자리에 묻은 립스틱을 지워주었다.따뜻하고 가벼운 촉감에 하영의 눈동자는 세차게 흔들렸다.유준의 눈동자 속에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이 비춰져 있는 것을 보고, 하영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그러고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심장은 터질 듯 빨리 뛰어도, 하영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평온했다.하지만, 정신은 혼미해지는 듯했다…….정유준은 손을 거두고 얇은 입술을 위로 올리며, 몸을 돌려 회사로 향했다.하영은 마음속의 가벼운 설렘을 뒤로하고 아이패드를 열어 신속하게 따라붙었다. 그리고 정유준에게 오늘의 스케줄을 보고했다.“9시에 고위층 회의가 있고…….”“정 사장님!!”하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낯선 여자의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왔다.여자는 직접적으로 정유준을 향해 달려왔다. 하얀 두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잡고 애걸복걸했다.“사장님, 제발…… 인사팀에 남게 해주세요.저는 정말 이 직장이 필요합니다. 제발 좀 도와주세요!”정유준의 준엄한 표정엔 짙은 혐오가 떠올랐다.그는 한쪽에 있는 경호원을 향해 눈빛을 보내며 낮은 소리로 명령했다.“끌어내!”경호원이 재빨리 앞으로 나가 여자의 팔을 잡고 회사 밖으
묵묵히 하영을 쳐다보던 허시원은 곧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갔다.사무실 문이 다시 닫히자, 하영은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 봐 두 손을 이마에 괴고 의자에 앉았다.정유준의 행동으로 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돌아왔으니,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윙윙-책상 위 핸드폰의 진동 소리에 하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핸드폰 화면에 엄마의 주치의인 의사 부진석의 발신 표시가 떴다. 급히 전화를 받았다.“부 선생님!” 하영은 긴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혹시 저희 엄마한테 무슨 일 있나요?”부진석이 다소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영 씨, 지금 바로 병원에 와 줄수 있어요?]부 의사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하영은 즉시 일어섰다.“네, 지금 곧바로 갈게요!”……20분 뒤.코트 없이 셔츠만 하나 입은 채로 하영이 병원 앞에 나타났다.택시에서 내린 그녀는 갑자기 불어온 찬바람에 몸을 움츠렸다. 재채기가 나오더니 한기가 드는 듯했다. 하영은 황급히 발걸음을 옮겨 입원 병동으로 향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어머니의 병실 입구에 가죽 재킷을 입은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껌을 씹으면서 부 의사에게 껄렁껄렁하게 말하고 있다.그를 본 하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빠른 걸음으로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발소리에 부 의사와 남자는 모두 고개를 돌렸다.강하영을 본 남자가 하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웃는 말투로 얘기했다.“어머, 강 비서님 오셨네!”하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부 의사와 가볍게 눈인사를 한 뒤, 가죽 재킷 남자에게 인내심을 갖고 말했다.“주 사장님, 제가 분명히 말한 것 같은데요. 빚 독촉하는 건 이해하는데 우리 어머니의 병실에는 안 왔으면 좋겠어요…….”주 사장이라는 남자는 계속 껌을 질근질근 씹으며 말했다.“네 아버지는 또 도망갔어. 네 엄마 안 찾아오면 누구를 찾겠어?”하영은 마음속에서 치솟는 화를 참으며 주 사장이라는 자를 쳐다보았다.“이번에는 또 얼마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