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하영은 사람 시켜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고, 세 사람은 그제야 우빈의 집으로 출발했다.목적지에 도착하자, 경호원이 안에서 문을 열었다. 세희는 두 사람을 데리고 안에 들어갔다.마찬가지로, 우빈의 집을 본 하영과 유준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세희를 따라 우빈의 침실로 향했다.문이 열리자,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보던 우빈은 문득 고개를 들어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우빈은 즉시 반응하더니, 이불을 젖히며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하영은 얼른 입을 열었다.“내려올 필요 없으니까, 그냥 침대에 누워있어. 잘 휴양해야지.”우빈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예의를 지키지 못했네요.”“우리 엄마 아빠는 그런 일에 신경 쓰시는 분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마.”우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나도 세희 오빠에게서 네 일을 전해 들었어. 세희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그런 일은 우리도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에, 보양식 좀 샀는데, 꼭 챙겨 먹어.”“아주머니,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지만, 세희도 이 일을 몰랐기에, 이것도 다 세희의 탓이라 할 수 없죠.”이 말을 듣고, 옆에 서 있던 유준은 눈을 들어 우빈을 바라보았다.“세희를 탓하는 게 아니야.”하영이 설명했다.“결국 널 해친 귀신은 세희의 삼촌이라고 할 수 있거든.”‘삼촌?’세희는 의아하게 하영을 바라보았다. ‘엄마는 캐리 아저씨를 내 삼촌이라고 하는 거지?’말을 마치자, 하영은 계속해서 말했다.“우빈아, 내가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그럼요.”“만약 세희가 캐리를 찾았고, 또 널 위해 복수를 하려 한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아주머니는 제가 그 캐리 아저씨라는 사람에게 손을 쓰지 말라고 세희를 설득했으면 하시는 거죠?” 우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하영은 말을 하지 않고 말없이 우빈을 보았다.“하지만 실망시켜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세희를 말리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마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 또 심하게 밟혔다니, 한동안 제대로 휴양해야 할 것 같군.’하영은 세희가 왜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는지를 알게 되었다.‘내가 모르는 일이 너무 많구나.’이제 하영도 캐리를 돕겠다는 생각을 점차 단념했다. 감정은 비록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잘못을 한 이상, 하영도 감쌀 순 없었다.잠시 얘기를 나눈 후, 유준은 하영 그리고 세희를 데리고 돌아갔다.차 안에서, 세희는 하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아직도 날 말리실 거예요?”하영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세희야, 지금 계속 널 설득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는 거, 나도 알고 있어. 게다가 우빈이도 확실히 억울하고.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그 말이야. 캐리 아저씨를 찾았다면, 꼭 엄마에게 말해. 나도 캐리를 꼭 만나야 하거든.”“알았어요.” 세희가 대답했다.“이제 곧 캐리 아저씨를 찾을 거예요.”하영은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캐리야... 넌 남을 함부로 괴롭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너무 지나쳤어.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너도 정말 변한 거야?’며칠이 지나갔고, 모두들 무사했다.세희도 캐리와 우빈의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애써 피했지만, 인우가 점차 초조해졌다.곧 세희가 말한 시간이 다가왔지만, 인우는 여전히 아무런 소식도 얻지 못했다. 그는 참지 못하고, 하교한 후, 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기다리다가 세희가 전화를 받았다.“누나, 그 일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요?”세희는 택시를 타고 우빈의 집으로 향했다. [뭐가 그리 급해?]“누나가 또 내가 일 처리 잘 못한다고 욕할까 봐 걱정돼서요.”[너 잊었어? 내가 알려준다고 했잖아.]“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에요. 누나, 이제 시험이 다가오고 있으니, 나도 누나와 함께 할 시간이 없단 말이에요.”세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시간을 보았다.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오늘 저녁에 시작하자.]“
“넌 네 누나와 비교할 자격이나 있어?”유준은 차갑게 인우를 노려보았다.인우는 작은 소리로 투덜거리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 하영의 손을 놓고 허리를 굽혀 핸드폰을 주우려는 순간, 전화 벨이 울렸다.발신자를 보고 인우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어? 어때? 우리 누나 봤어?”인우의 말에, 하영과 유준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네 누나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거야? 우리는 복도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는데도 사람을 보지 못했단 말이야.]“말도 안 돼!” 인우는 얼른 시간을 보았다.“지금쯤이면 틀림없이 도착했을 텐데!”[정말 안 왔다니깐! 우리 셋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도 네 누나를 보지 못했어.]인우의 안색이 돌변했다.“내가 먼저 누나에게 전화할 테니까, 이따가 다시 말하자!”급히 전화를 끊자, 옆에 있던 하영은 인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인우야, 지금 누가 네 누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일진들이요.” 인우는 세희의 번호를 뒤지면서 아무렇게 대답했다.유준은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정인우,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인우는 유준의 말에 깜짝 놀라 하마터면 핸드폰을 땅에 떨어뜨릴 뻔했다. 그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설명했다.“제가 아니라, 누나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요.”“세희가 너에게 일진을 안배하여 자신을 기다리라고 했다고?”유준은 믿을 수가 없었다.인우는 설명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그냥 먼저 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빠, 제가 이따가 다시 설명해드릴게요. 지금은 누나한테 먼저 연락해야 해요.”그러나 전화가 연결되자, 오히려 차가운 안내음이 울렸다“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안내음을 듣고 인우는 알 수 없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왜 전원이 꺼져 있지?” 인우는 놀라서 중얼거렸다.“인우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빨리 말해!”인우가 대답하려고 할 때, 수지와 희민이 집으로 들어왔다.하영 그들이 현관에 서 있는 것을 보고, 희민은 영문을 몰랐다.“무슨
유준의 잘생긴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웠다.“희민아, 세준에게 전화 해서, 지금 당장 사람을 진우빈이 사는 동네에 보내라고 해. 지금 세희를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리고 희민이 넌 감시 카메라를 찾아내!”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빠른 시간에 방화벽을 뚫고 CCTV를 찾아냈다.수지는 세준에게 전화하며 이 일을 알렸다.CCTV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쓴 세 남자가 복도에서 세희를 납치했다. 그리고 그들은 혼수상태에 빠진 세희를 가짜 번호판을 단 차에 태웠다.옆에 있던 인우는 자세히 확인하며 말했다.“이 사람들은 내가 안배한 그 세 사람이 아닌데!”사람들은 고개를 번쩍 들며 인우를 바라보았다.“그걸 어떻게 확신하는 거지?”희민이 물었다.“내가 찾은 일진들은 몸이 엄청 건강하거든요! 누나가 싸움을 잘 하니까, 너무 마른 사람을 안배하면, 그 캐리 아저씨에게 쉽게 들킬지도 모르잖아요.”“너희들 여기 좀 봐.” 수지는 컴퓨터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만약 인우가 안배한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세희의 핸드폰을 구석에 버리지 않았을 거야.”사람들은 다시 감시 화면을 바라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세희의 핸드폰이 구석에 버려졌다.희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수지야, 세준에게 전화했어?”수지는 어색하게 대답했다.“응, 그런데 세준이 끊었어. 너희들이 전화해 봐.”“내가 전화할게요.” 인우는 세준의 핸드폰 번호를 찾은 다음 얼른 전화를 걸었다.세준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왜?]인우는 다급한 소리로 말했다.“형, 빨리 돌아와요! 지금 큰일 났거든요! 누나가 납치되었어요! 빨리 사람 보내서 누나를 찾아요!”인우가 말을 마치자마자, 세준은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가장 먼저 사람을 배치하여 세희를 찾으라고 한 다음, 그는 또 가장 빠른 속도로 마인하우스로 달려갔다.집에 도착한 후, 세준은 상황을 물어보았고, 두말없이 문을 뛰쳐나가더니 직접 찾으려 했다.하영은 안달이 나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희민아, 방법을 생각해서 감시 카메라
“너희들에게 약속한 이상, 난 절대로 번복하지 않을 거야.” 김해인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였다. “움직여!”“네.”두 사람은 함께 마대를 들고 강가로 걸어갔다. 그러나 얼마 가지도 못하고, 거대한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윙윙거리는 바람소리는 귀신이 울부짖는 것 같았고, 심지어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들의 피부를 할퀴며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느끼게 했다.두 남자는 모래와 먼지에 앞이 보이지 않아 분분히 걸음을 멈췄다.“엄마야.” 그중 한 남자가 말했다. “왜 갑자기 바람이 이렇게 부는 거지! 내 눈에 모래가 들어갔어.”다른 한 남자는 얼른 세희를 내려놓고 눈을 비볐다.“아파 죽겠네. 이게 뭐야, 웬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불어.”김해인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모래가 들어간 그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간신히 눈을 떴지만, 눈앞의 광경에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30분 후, 세준은 사람을 데리고 가장 먼저 감시 카메라에 찍힌 강변으로 달려갔다. 앞의 장면을 보고, 그는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다.그리고 곧바로 마대 옆으로 달려가, 끈을 푼 다음,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진 세희를 끌어냈다.“세희야?” 세준은 세희의 얼굴을 두드렸다.“세희야, 정신 차려!”몇 번 부른 후에야, 세희는 눈을 천천히 떴다. 앞에 있는 사람을 똑똑히 본 그녀는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빠...” 세희가 눈을 뜨자, 세준은 눈시울이 빨개졌다. 그는 세희를 품에 꼭 껴안고 말했다.“괜찮아, 이제 괜찮아...”세희는 그의 포옹에 숨이 막혔지만, 차츰 정신이 들었다.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의 일을 떠올리자, 그녀는 얼른 세준을 밀어내며 물었다.“오빠, 김해인이 날 납치했어. 지금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 거지?!”세준은 세희를 놓아주며, 눈물을 지웠다.“죽었어.”세희는 충격에 눈을 부릅떴다.“네가 죽였어?!”“나 아니야.” 세준은 턱으로 옆을 가리켰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죽었어.”세희는 세준의 시선을 따라 얼른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있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은 김해인의 시신을 데려간 다음, 조서를 하고 떠났다.일행은 집에 돌아왔고, 하영은 인기척을 듣고 얼른 마중을 나왔다.세희가 무사한 것을 보며, 그녀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더니, 세희를 꼭 안고 한동안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새벽이 다 되어서야 일가족은 한 명씩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수지는 오늘 밤 세희와 함께 자려 했는데, 세수를 한 뒤, 함께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눴다.수지가 물었다.“그래서 김해인은 캐리 아저씨 때문에 놀라서 죽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거네.”“응, 맞아. 김해인은 가증스럽지만, 그래도 이렇게 죽는 건 너무 심한데.”“그건 너와 상관이 없는 일이야.”수지가 말했다. “이번 일에서 넌 그 사람들을 동정할 수 없어. 김해인은 널 죽이고 싶었으니, 이것도 다 벌을 받은 거지.”“난 동정하는 게 아니야!”세희는 몸을 일으키며 앉았다.“케리 아저씨가 줄곧 나 때문에 사람을 해치며 이승에 빚을 졌으니, 난 어떻게 해야 할까?”“귀신이 이승에서 빚을 지면 어떻게 되는 건데?” 수지는 덩달아 일어나며 호기심으로 물었다.“사람에게 수명이 있는 것처럼, 귀신에게도 수명이 있어. 하지만 그 빚이 많아지면, 시간이 되어도 환생할 수 없을 거야. 게다가 아저씨는 원래 저승에서 도망쳐 나왔기 때문에, 그 죄가 더욱 심해. 그때 가서 아마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고생을 겪을 거야.”“해결책은 없어?”“있긴 있어.”“그게 뭔데?”세희가 말했다.“지철 할아버지가 안 계시니, 나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어. 할아버지도 나에게 알려주신 적이 없거든. 지철 할아버지가 바로 나의 사부님이시고, 나에게 다른 사부님이 없어. 게다가 난 다른 무당들과 달라서, 많은 일을 처리할 때 엄청 번거롭거든. 그래서 나도 지금 속수무책이야.”수지가 말했다.“세희야, 계속 고민하지 마. 이런 것도 다 하늘의 뜻이 있는 법이야. 너 지금 얼른 누워서 푹 자. 이렇게 계속 생각하다가, 머리가 터질지도 몰
“내가 미운 거지?” 캐리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당연히 미워하겠지, 내가 진우빈을 다치게 했으니까.”세희는 솔직하게 말했다.“화가 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아저씨를 미워한 적은 없어요.”“그 사람이 널 슬프게 했잖아.”캐리가 고개를 들었다. “난 그동안 줄곧 너를 자신의 딸로 여겼어. 그래서 다른 사람이 널 괴롭히는 것을 볼 때마다 참을 수가 없었거든.”세희는 웃음을 거두었다.“사람은 한평생에 많은 일을 겪게 될 거예요. 설마 내가 다른 사람과 충돌할 때마다 이렇게 날 도와줄 건가요? 아저씨는 날 돕는 게 아니라, 날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이고, 남을 해치고 있는 거예요. 캐리 아저씨, 내가 괴롭힘을 당할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나랑 싸울 때, 내가 진 적이 있냐고요? 물론 오늘 밤의 일은 예외였죠.”캐리는 다시 침묵했다. 그의 침묵이 가장 좋은 대답이었다.“캐리 아저씨, 이런 일을 한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아시겠죠?”“응.”캐리가 대답했다. “지옥의 모든 고문을 모두 한 번 받아야 하지.”“그럼 내가 어떻게 아저씨의 은혜를 갚았으면 좋겠어요?”세희가 물었다.“지금 날 보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속박을 하고 있잖아요.”“널 곤란하게 만든 건 내 잘못이야. 하지만 나도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어.”캐리의 말투는 점차 확고해졌다.“세희야, 아무도 널 괴롭힐 수 없어! 네가 싫어하고, 널 화나게 하는 사람이라면, 난 그들을 죽도록 괴롭힐 거야!”세희는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캐리의 집념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한동안 입을 열어 설득하지 않았다.세희는 화제를 돌렸다.“엄마가 보고 싶데요.” “안 돼.”캐리가 말했다. “하영이 내 이런 모습을 본다면, 틀림없이 두려워할 거야.”“그럼 아저씨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엄마가 얼마나 괴로워하신 줄 알아요? 우리 엄마가 아저씨 때문에 얼마나 슬퍼하셨는지 아냐 말이에요?”“지금 하영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난 살아있을 때 인간으로서의 이미
“그동안 난 현재 캐리의 모습을 수없이도 상상해 왔어.” 하영은 눈시울이 점차 붉어졌다.“세희야, 엄마는 그냥 네 캐리 아저씨와 얘기 좀 하고 싶을 뿐이야. 난 무섭지 않으니까, 엄마한테 캐리 아저씨 좀 보여줄래? 14년이나 지났는데, 캐리는 어떻게 지냈는지, 또 왜 분명히 네 곁에 있으면서도 나와 만나려 하지 않았는지가 너무 궁금해! 세희야, 엄마는 질문이 너무 많아. 빨리 캐리 나타나게 해주면 안 될까?”하영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울먹이는 목소리에, 그녀를 보고 있던 캐리도 덩달아 피눈물을 흘렸다.“알았어요.”말이 끝나자, 세희는 서랍을 열고, 안에 있던 부적을 꺼내 캐리에게 붙였다.곧 캐리의 모습이 하영 앞에 나타났다. 그는 고개를 돌려 숨고 싶었지만, 세희의 또 다른 부적에 움직일 수 없었기에, 그 어떤 동작도 할 수 없었다.그래서 캐리는 다른 곳을 바라보며, 자신의 어색함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영은 캐리를 본 순간, 더욱 심하게 눈물을 흘렸다.“캐리야...”캐리는 눈살을 찌푸렸다.“나 지금 엄청 못생겼으니까 보지 마.”“못생기지 않았어.” 하영은 천천히 캐리 앞으로 걸어갔다. “넌 여전히 너야. 아무런 변화도 없어. 나야말로 더 이상 젊지 않은 것 같아...”“아니야!” 캐리는 얼른 고개를 돌려 하영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동안 난 1년에 몇 번씩 널 보러 왔어. 나이가 든 건 확실하지만, 늙지 않았어!”하영은 입술을 떨며 말했다.“드디어 날 바라보네.”하영은 세희와 수지를 바라보며 말했다.“너희들 먼저 나가 있어줄래? 난 캐리와 할 얘기가 좀 있거든.”세희와 수지는 눈을 마주치더니, 곧장 방을 나갔다.두 사람이 간 후, 하영은 캐리를 바라보았다.“오늘 밤의 일, 나도 다 알고 있어. 네가 세희를 구했잖아. 캐리야, 네가 이렇게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당연한 일 가지고 왜 그래.”캐리가 말했다.“내가 줄곧 세희를 내 딸처럼 여겼으니, 내가 세희를 보호하지 않으면 또 누가 보호할 수 있겠어?”“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