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세희는 그 사람의 말을 끊었다.“지금 이 도목검의 가격을 묻는 것이지, 이 도목검의 역사를 묻는 게 것이 아니에요.”[만약 제가 제대로 소개하지 않는다면, 제가 말한 가격을 믿을 거예요?]“나도 눈이 없는 게 아니니, 이 검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고요.”세희가 말했다.[그래도 전 똑똑히 설명하고 싶어요.]상대방이 말했다.[이렇게 전화한 이상, 저에게 말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어요?]세희는 타협했다. “그래요, 말해봐요.”[백 년 전에 벼락에 맞은 복숭아나무를 아세요? 이 검은 최근 몇 년밖에 되지 않은 복숭아나무 대신, 백년 전의 그 복숭아나무로 만든 거예요. 제 선조들은 외국의 유명한 무당이셨는데, 대대로 전해졌지만, 제가 물려받을 때, 그 기예가 오히려 끊겨졌어요. 그래서 이 도목검을 팔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죠. 가격은 3억 정도인데, 이것도 당시 이 도목검을 구매하신 분이 저와 한참 흥정을 하셔서야 정한 가격이에요. 이 도목검이 손님의 것인 이상, 아무래도 타고난 능력이 있으신 것 같은데...]상대방은 계속해서 설명했지만, 세희는 더 이상 들을 마음이 없었다.‘3억! 우빈이 3억으로 이 도목검을 샀다니.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을 구한 거지?! 설마...’세희는 얼른 상대방의 말을 끊었다.“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이 도목검을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지금 볼일이 있어서 그러니까 먼저 끊어요. 그리고 이 도목검을 보러 오실 거면 언제든지 환영이에요.”[아... 그래요, 그럼 나중에 제가 손님 카카오톡을 추가할게요.]“네, 그럼 안녕히 계세요.”전화를 끊은 세희는 도목검을 들고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아직 수업 시간이 되지 않아, 그녀는 틈을 타서 수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수지가 받았는데, 금방 깨어난 것 같았다.[세희야? 무슨 일이야?]세희는 도목검에 관한 일을 수지에게 말했다.수지는 듣고 충격을 받았다.[가격이 3억 이상이라고? 진우빈에게 돈이 없다며?]세희는 눈썹을
[난 이미 비행기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야. 세희야, 먼저 집에 돌아오면 안 될까?]하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벌써 돌아왔어요?” 세희는 경악했다.“언제 도착하는 거죠?”[30분 정도 더 걸릴 거야. 일단 돌아와, 엄마가 뭐 좀 물어볼게 있어서 그래.]“네, 지금 돌아갈게요.”집에 도착하자, 하영과 유준 두 사람도 마침 차에서 내렸다. 그들을 보자, 세희는 기뻐하며 앞으로 달려갔다.“아빠, 엄마!!”두 사람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는데, 세희의 모습을 보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그들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하영은 웃으며 세희의 등을 두드렸다.“또 우리에게 달라붙기 시작하네.”유준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학교 생활은 어때?”세희는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괜찮지만 좀 심심해요.”말하면서 세희는 하영과 유준의 손을 잡았다.“우리 들어가서 이야기해요.”세 사람은 슬리퍼로 갈아 신은 다음, 거실로 들어가 앉았다.하영은 세희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세희야, 우빈에 관한 일, 엄마도 다 희민에게서 전해 들었어.”하영이 최근에 일어난 일을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세희는 놀라지 않았다. 캐리와 관련된 일인데다, 지금은 또 그녀와 우빈을 끌어들였으니까.“엄마,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하영은 유준을 바라보았다.“유준 씨, 돌아오는 길에 줄곧 우빈 그 아이를 보러 가자고 하지 않았어요? 지금 왜 또 말을 안 하는 거죠?”유준은 표정이 굳어졌다.“그것도 세희 때문에 다쳐서 보러 가는 거잖아. 그러나 세희야, 그전에 먼저 우빈을 향한 네 마음이 뭔지부터 말해봐.”세희는 멍하니 유준을 쳐다보았다.“우빈에 대한 내 마음이요?”하영은 얼른 설명했다.“네 아빠는 네가 우빈에 대해 우정 이상의 생각이 있나 없나 궁금해서 그래.”“이건...”세희의 작은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나도 이제 겨우 스물이니, 아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단 말이에요!”세희는 몹시 어색했다.‘부모님 앞에서 이런 얘기를
유준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하영은 사람 시켜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고, 세 사람은 그제야 우빈의 집으로 출발했다.목적지에 도착하자, 경호원이 안에서 문을 열었다. 세희는 두 사람을 데리고 안에 들어갔다.마찬가지로, 우빈의 집을 본 하영과 유준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세희를 따라 우빈의 침실로 향했다.문이 열리자,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보던 우빈은 문득 고개를 들어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우빈은 즉시 반응하더니, 이불을 젖히며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하영은 얼른 입을 열었다.“내려올 필요 없으니까, 그냥 침대에 누워있어. 잘 휴양해야지.”우빈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예의를 지키지 못했네요.”“우리 엄마 아빠는 그런 일에 신경 쓰시는 분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마.”우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나도 세희 오빠에게서 네 일을 전해 들었어. 세희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그런 일은 우리도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에, 보양식 좀 샀는데, 꼭 챙겨 먹어.”“아주머니,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지만, 세희도 이 일을 몰랐기에, 이것도 다 세희의 탓이라 할 수 없죠.”이 말을 듣고, 옆에 서 있던 유준은 눈을 들어 우빈을 바라보았다.“세희를 탓하는 게 아니야.”하영이 설명했다.“결국 널 해친 귀신은 세희의 삼촌이라고 할 수 있거든.”‘삼촌?’세희는 의아하게 하영을 바라보았다. ‘엄마는 캐리 아저씨를 내 삼촌이라고 하는 거지?’말을 마치자, 하영은 계속해서 말했다.“우빈아, 내가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그럼요.”“만약 세희가 캐리를 찾았고, 또 널 위해 복수를 하려 한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아주머니는 제가 그 캐리 아저씨라는 사람에게 손을 쓰지 말라고 세희를 설득했으면 하시는 거죠?” 우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하영은 말을 하지 않고 말없이 우빈을 보았다.“하지만 실망시켜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세희를 말리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마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 또 심하게 밟혔다니, 한동안 제대로 휴양해야 할 것 같군.’하영은 세희가 왜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는지를 알게 되었다.‘내가 모르는 일이 너무 많구나.’이제 하영도 캐리를 돕겠다는 생각을 점차 단념했다. 감정은 비록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잘못을 한 이상, 하영도 감쌀 순 없었다.잠시 얘기를 나눈 후, 유준은 하영 그리고 세희를 데리고 돌아갔다.차 안에서, 세희는 하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아직도 날 말리실 거예요?”하영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세희야, 지금 계속 널 설득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는 거, 나도 알고 있어. 게다가 우빈이도 확실히 억울하고.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그 말이야. 캐리 아저씨를 찾았다면, 꼭 엄마에게 말해. 나도 캐리를 꼭 만나야 하거든.”“알았어요.” 세희가 대답했다.“이제 곧 캐리 아저씨를 찾을 거예요.”하영은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캐리야... 넌 남을 함부로 괴롭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너무 지나쳤어.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너도 정말 변한 거야?’며칠이 지나갔고, 모두들 무사했다.세희도 캐리와 우빈의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애써 피했지만, 인우가 점차 초조해졌다.곧 세희가 말한 시간이 다가왔지만, 인우는 여전히 아무런 소식도 얻지 못했다. 그는 참지 못하고, 하교한 후, 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기다리다가 세희가 전화를 받았다.“누나, 그 일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요?”세희는 택시를 타고 우빈의 집으로 향했다. [뭐가 그리 급해?]“누나가 또 내가 일 처리 잘 못한다고 욕할까 봐 걱정돼서요.”[너 잊었어? 내가 알려준다고 했잖아.]“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에요. 누나, 이제 시험이 다가오고 있으니, 나도 누나와 함께 할 시간이 없단 말이에요.”세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시간을 보았다.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오늘 저녁에 시작하자.]“
“정 사장님, 검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강하영 씨는 각종 산부인과 검사 결과 모두 깨끗합니다. 완벽한 처녀입니다.”병원 검사실 입구에서 경호원이 전화기 저편에 있는 남자에게 공손하게 말했다.강하영은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에서 행인들의 이상한 시선을 최대한 견뎌야 했다.어머니는 아픈 상태이고, 아버지는 거액의 노름빚을 졌다.이 두 큰 짐은 그녀가 어쩔 수 없이 자기 몸을 밑천으로 삼아 정유준의 침대에 올랐다.잠시 후, 경호원의 전화에서 남자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난원으로 보내.]……난원.어두컴컴한 불빛 아래 하영은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상태로 긴장한 채 이불 속에 움츠러들었다.침대 옆에 서 있는 남자는 잘생기다 못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의 그림 같은 눈썹 아래에는 깊고 차가운 봉황의 눈동자가 있다.정유준, 김제를 휩쓸고 있는 막강한 제왕.하영은 그의 존재를 알고 있다.남자가 이불을 들추자 강하영의 깨끗하고 매끈한 몸이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 들어왔다.곧 뜨거운 키스가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몸의 마지막 장애물이 뚫렸을 때 강하영은 아픈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정유준은 갑자기 그녀의 입술을 깨물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눈물 흘리지 마. 네가 선택한 일이야. 그리고 기억해. 아무나 내 침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어느덧 잠에서 눈을 뜬 하영은 귓가에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정유준은 옆에서 고요히 자고 있었다. 하영의 기억이 잠시 흐릿해졌다.어느덧 정유준과 알게 된 지 이미 3년이 흘렀다.3년 동안 그녀는 그의 개인 비서였고, 더욱이 그의 오피스 와이프였다.뜻밖에도 어젯밤에 그들이 처음 만난 날의 꿈을 꾸었다.하영은 지긋지긋 아파오는 머리를 문지르며 일어나려고 했다. 이 때 침대 머리맡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전화벨 소리에 눈을 뜬 유준은 재빨리 일어나 핸드폰을 받았다.“얘기해.” 그는 핸드폰을 귓가에 바짝
호텔 방문이 열렸다.매튜는 금빛 단발머리에 헐렁한 가운을 입고 문 앞에 서 있었다.그런대로 잘생긴 얼굴에 푸른 눈은 마치 독사가 사냥감을 노리는 것처럼 하영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하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5천만 원의 성과금을 위해 그녀는 지금 억지웃음을 짓고 있다.“사장님, 실례합니다.”매튜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가 내리며, 웃는 모습으로 몸을 옆으로 비켜 세웠다. 그러고는 어색한 한국어로 말했다.“강 비서님, 드디어 오셨네요.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두근거리는 가슴은 터질 것 같았지만 하영은 겉으로는 침착한 척했다.그리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스위트 룸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곁눈질로 객실에 놓여 있는 모든 물건을 꼼꼼히 훑어보았다.매튜가 맞은편의 소파에 앉은 후, 하영은 비로소 그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똑같이 앉았다.곧이어 매튜가 와인 한 잔을 건네왔다.잔을 받아 든 하영은 매튜의 와인잔에 낮게 부딪혔다.“환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매튜의 눈에는 화색이 돌았다.“강 비서님 뭐 좀 아시네. 쭈뼛쭈뼛하지 않고…… 좋아, 내 스타일이야!”하영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순조롭게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손에 든 와인을 쭉 들이켰다.이를 본 매튜의 미간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이렇게 술 한 잔 마시고, 내 계약을 따내려는 건 아니지? 그럼 너무한데…….”하영은 매튜가 순순히 계약을 해줄 거라는 생각은 진작에 집어치웠다.와인잔을 내려놓고 못 들은 척 사무적인 이야기를 꺼냈다.“사장님께서 우리 MK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아시아에서의 MK의 실력도 잘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매튜 사장님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고자, 제가 저희 사장님을 대표하여 이렇게 계약을 체결하러 왔습니다. 사장님, 어떻습니까? 생각해 보셨습니까?”매튜의 얼굴에 웃음이 걷혔다. 하영을 쳐다보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하영은 비록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냉정을
강한 현기증을 참으며, 하영은 문 쪽으로 도망쳤다. 방문을 나서기 전, 테이블 위의 계약서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순간, 높고 큰 인간 벽에 부딪혔다.그녀는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에 들어온 건 더없이 익숙한 얼굴이었다.하영은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계약서를 유준의 가슴으로 밀어 넣었다.비록 유준의 옷을 꽉 잡았지만, 가녀린 몸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미끄러져 바닥에 축 처졌다…….그러고는 힘없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사장님, 계약서에 서명했어요. 5천만 보너스 준다고 약속한 거 잊지 마요…….”하영이 쓰러지는 것을 본 유준은 즉시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이때 매트도 방에서 쫓아 나왔다.하영을 안고 있는 유준을 본 매트가 분노를 참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한 마디 내뱉았다.“미스터 정! 그 여자 내놔!”매트의 말을 들은 유준의 눈빛은 순식간에 분노로 휩싸였다.이어 뒤따라온 허시원이 매튜를 가로막으며 경고했다.“매튜 사장님, 지금 감히 우리 사장님의 사람을 건드리겠다는 겁니까?”매튜는 피 흘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한 글자씩 내뱉었다.“그럴 리가! 저 여자 혼자 왔다고!”허시원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럼 우리 사장님이 여기에 나타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요?”매튜는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검은색 마이바흐 뒷좌석.유준의 다리에 누워 있던 하영은 갑자기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그녀는 여린 입술을 벌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꼬대를 했다.약 때문에 빨갛게 달아오른 뺨에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있었다.그윽한 차 안의 불빛 아래 유준의 칠흑 같은 눈동자엔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예리한 턱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그는 하영의 작은 손을 잡고 눈을 치켜뜨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프로젝트팀에 연락해. 매튜와 합작한 프로젝트, 지금 당장 자금 투입 중단하라고……. 그놈이 찾아와
아침을 먹고 두 사람은 함께 차를 타고 회사로 갔다.30분 후, 검은색 마이바흐가 회사 앞에 세워졌다.운전기사가 공손하게 차에서 내려 유준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차 안의 남자는 긴 다리를 내디디고 차안에서 내렸다.몸에 맞게 맞춤 제작한 블랙 코트는 그의 존재가치를 극도로 부각시켰다.눈부신 태양아래, 그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 왕자와 같았다. 그의 카리스마는 모든 사람을 주눅 들게 했다.정유준은 희고 긴 손가락을 내밀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는 손에 든 자료를 옆좌석의 하영에게 건네주었다.한순간, 그윽한 눈동자가 살짝 멈추었다.유준은 하영의 꽃잎 같은 핑크색 입술을 오랫동안 쳐다보다가 갑자기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 모서리를 가볍게 문질렀다.“립스틱 제대로 발라.”말이 끝나자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가장자리에 묻은 립스틱을 지워주었다.따뜻하고 가벼운 촉감에 하영의 눈동자는 세차게 흔들렸다.유준의 눈동자 속에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이 비춰져 있는 것을 보고, 하영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그러고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심장은 터질 듯 빨리 뛰어도, 하영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평온했다.하지만, 정신은 혼미해지는 듯했다…….정유준은 손을 거두고 얇은 입술을 위로 올리며, 몸을 돌려 회사로 향했다.하영은 마음속의 가벼운 설렘을 뒤로하고 아이패드를 열어 신속하게 따라붙었다. 그리고 정유준에게 오늘의 스케줄을 보고했다.“9시에 고위층 회의가 있고…….”“정 사장님!!”하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낯선 여자의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왔다.여자는 직접적으로 정유준을 향해 달려왔다. 하얀 두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잡고 애걸복걸했다.“사장님, 제발…… 인사팀에 남게 해주세요.저는 정말 이 직장이 필요합니다. 제발 좀 도와주세요!”정유준의 준엄한 표정엔 짙은 혐오가 떠올랐다.그는 한쪽에 있는 경호원을 향해 눈빛을 보내며 낮은 소리로 명령했다.“끌어내!”경호원이 재빨리 앞으로 나가 여자의 팔을 잡고 회사 밖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