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웃으며 유준의 어깨에 기대었다.“추억이긴 하지만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갈 거예요.”유준은 팔을 들어 하영을 품에 안았다.“난 너에게 해준 것이 아직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부족하다고요?”하영은 고개를 들었다.“그럼 어떡해야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난 이미 유준 씨의 태도와 행동에 무척 만족하는데.”유준은 나지막하게 웃으며 하영의 불그스름하고 윤택한 작은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의 두 눈은 그윽하고 다정했으며, 이마를 하영의 이마에 대고 말했다.“난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것을 모두 너에게 주고 싶어.”“나에게 있어서, 그건 사실 일종의 압박에 불과해요.”하영이 대답했다.“나의 소원은 무사하고 조용하게 지내는 거죠. 좋은 것을 아무리 많이 누려도 우리 두 사람의 감정이 견고한 것보다 못하잖아요, 안 그래요?”유준은 갑자기 하영의 허리와 팔을 감싸더니, 그녀를 자신의 두 다리에 앉혔다.하영은 소리를 가볍게 지르며 긴장한 눈빛으로 사방을 바라보았다.“여긴 거실이니 제멋대로 굴지 마요.”“너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야.”유준은 하영의 두 손을 잡았다.“이 10개월 동안 난 자신을 잘 통제하고 너와 아이를 잘 돌볼 거라고.”하영은 감동을 받았다.“그럼 정 대표님이 잘 버틸 수 있길 바라네요.”유준은 눈썹을 약간 치켜세웠다.“이제 호칭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야?”하영은 수줍음에 작은 얼굴을 붉혔다.“아, 아직 결혼하지 않았는데...”“이미 관계도 다 확정됐으니 못 부를 게 뭐가 있어?” 유준은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영이 얼굴을 붉히자, 유준은 더욱 참지 못하고 그녀를 놀리고 싶었다.하영은 오히려 유준에게 되물었다.“왜 꼭 내가 먼저 호칭을 바꿔야 하는 거죠? 당신이 먼저 부르면 뭐가 어때서요?”“분위기가 딱 좋을 때, 내가 호칭을 바꾸는 게 더 낫지 않겠어? 그러면 너도 기분이 더 좋을 거 아니야?”유준은 하영의 입술을 가볍게 매만졌고, 눈 밑에서 치솟는 욕망은 점
인나는 먹으면서 송유라에게 말했다.“오늘 잘 부탁드릴게요, 숙모.”“부탁은 무슨.”송유라는 웃으며 말했다.“방은 이미 다 정리했고, 내일 새벽 3시에 메이크업해주러 올 거야. 하영아, 넌 저녁에 일찍 자면 돼. 나머지는 내가 다 하면 되니까. 참, 세희는 오늘 언제 도착하는 거야?”“아마도 저녁쯤에요.”하영은 보신탕을 내려놓으며 눈빛이 어두워졌다.“세준과 희민이 참가할 수 없다니, 좀 아쉬운데.”인나는 하영의 곁으로 다가갔다.“하영아, 더 이상 이런 일 생각하지 마. 결혼식 때문에 가뜩이나 초조한 사람이 지금 아이들까지 생각하면 기분이 더 안 좋을 거야.”“그래, 하영아.” 송유라도 말을 이어받았다.“우리는 이미 프로 촬영팀을 안배했으니, 너와 유준의 결혼식을 전부 촬영해서 그때 세준과 희민에게 보여줄 거야.”하영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었다.“그동안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숙모.”“너도 우리의 아이와 다름이 없는데, 신경 쓰는 것도 당연하지.”말하면서 송유라가 일어섰다.“물건 다 준비됐는가 한 번 확인해야지. 먼저 얘기들 나누고 있어.”다른 한편, 기범은 유준의 결혼식을 참가하기 위해 특별히 외국에서 달려왔고, 가장 먼저 마인하우스에 가서 유준 및 현욱 두 사람을 만났다.자리에 앉자마자 기범은 현욱을 끌고 오늘 밤 총각 파티를 어디로 정할지 상의했다.기범이 침까지 튀면서 얘기하는 것을 보자, 현욱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넌 왜 네가 결혼하는 것처럼 그렇게 흥분해 하는 거지??”“나도 다 유준을 위해서잖아!” 기범이 말했다.“유준이 이제 결혼하면 완전히 자유를 잃을 텐데. 절친으로서 오늘 밤 제대로 놀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현욱은 입가를 실룩거렸다.“설마 유준에게 여자 찾아주고 싶은 건 아니겠지?”유준은 별안간 차가운 눈을 들어 기범을 노려보았다.기범은 얼른 설명했다.“내가 그런 사람이냐? 찾으려고 해도 내가 찾는 거잖아!”현욱은 벌떡 일어서서 기범을 향해 달려들었다.“아, 네 목
오후 4시, 하영과 인나는 미리 공항으로 출발했다.길에서 인나는 레스토랑을 예약하며, 저녁에 하영의 가족들과 같이 밥을 먹으려 했다.그 기세와 떠들썩한 분위기는 전혀 유준 쪽보다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영은 오로지 세희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나가 하자는 대로 했다.공항에 도착하자, 마침 세희의 비행기가 착지할 시간이었다.밖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그녀들은 세희가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노지철을 따라 나오는 것을 보았다.인나는 얼른 세희를 부르려고 했지만, 세희 곁에 하얗고 깨끗하게 생긴 남자아이가 있는 것을 보고 즉시 입을 다물었다.“하영이, 세희 옆에 있는 그 남자아이는 누구야??” 인나가 물었다.하영은 잠시 바라보다가 문득 유준이 이 남자아이를 조사한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랐다.“진우빈이라고, 세희의 짝꿍이야.” 하영이 대답했다.“세희는 왜 학교의 짝꿍까지 데려왔지??” 인나는 의문이 가득했다.하영은 고개를 저었다. 세희는 그녀에게 말한 적이 없었기에 하영도 그 이유를 잘 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희는 하영과 인나를 보았고, 즉시 작은 손을 들어 그녀들을 향해 손짓했다.“엄마, 인나 이모!!”세희는 우빈의 손을 놓더니 재빨리 하영을 향해 달려왔다.“세희야, 사람이 너무 많잖아. 좀 천천히 걸어!” 하영은 아주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는 세희가 넘어질까 봐 두려웠다.세희는 민첩하게 앞에 있는 사람들을 피하며 재빨리 하영의 품속으로 안겼다.“엄마!” 세희는 하영을 안고 머리를 비볐다.“너무 보고 싶었어요.”하영은 저도 모르게 세희를 안으려 했지만, 인나가 얼른 말렸다.“하영아, 너 지금 세희를 안으면 안 돼! 세희야, 이모가 안아줄게!”세희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얼른 뒤러 물러서더니 조심스럽게 하영의 배를 바라보았다.“괜찮아요, 이모.” 세희는 인나를 거절하고 하영을 쳐다보았다. “엄마, 나 때문에 동생이 놀란 거 아니에요?”하영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네 동생도 그렇게 연약한 존재
인나는 목소리를 낮추며 하영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하영아, 이 아이는 세희에게 이렇게 잘해 주다니. 이미 네 미래의 사위가 확실한 것 같아!!”하영은 어이가 없었다.“아직 어린 아이들 앞에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말이 끝나자 하영은 노지철을 바라보았다.“선생님, 저희가 이미 레스토랑을 예약했는데, 일단 차에 타시죠.”호텔로 가는 길에 세희와 우빈은 뒷좌석에 앉아 계속 이야기를 나눴는데, 인나는 몰래 두 사람을 관찰했다. 세희는 수다쟁이였고, 이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었다.이 일을 말한 다음 계속 다른 화제를 돌리며 영원히 멈출 수 없을 것만 같았다.우빈 역시 귀찮은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고, 세희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인나는 고개를 저으며 하영을 향해 말했다.“하영아, 너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봐.”하영은 인나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다.“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거지?”인나는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넌 널 그렇게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고, 그 사람과 낳은 아이까지 무척 똑똑하잖아. 심지어 이 아이도 세희에게 이토록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니. 이게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 아니면 또 뭔데?”하영은 어이가 없었다.‘인나도 참, 왜 아직도 우빈과 세희를 말하고 있는 거지?’한 시간 후, 일행은 예약한 룸에 도착했고, 소씨 부부와 예준 그들도 모두 도착했다.세희를 보자, 소씨 부부는 무척 기뻤고, 몇몇 사람은 세희만 에워싸며 얘기를 나눴다. 심지어 우빈까지 그들의 화제로 되었다.식사를 할 때, 인나는 갑자기 하영의 옷을 잡아당기며 핸드폰을 보여주었다.“하영아, 빨리 기사 좀 봐!”하영은 인나의 핸드폰을 보았는데, 기사와 실시간 검색어를 보았을 때, 그녀는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MK 정유준 대표,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뜻밖에도 수많은 차에 황금을 실어! 그 가치는 심지어 수백 조!][MK에서 다음 달 회장이 바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MK의 최대 주주는 정 사모님으로 될 예정이라고 한다!][MK 정유준
유준은 비너스 클럽 앞에 서서 하늘의 드론을 바라보았다.“비너스에 있는데.”“거기서 나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유준은 시선을 거두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지금 혼자 있는 거야?”“네.” 하영은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보고 싶어요. 지금 당장 유준 씨가 보고 싶단 말이에요!”“레스토랑에서 기다려!” 유준은 즉시 차를 향해 걸어갔다.“너 지금 몸도 불편한데, 내가 안심할 수 없어서 그래. 그러니 그냥 제자리에서 나 기다려!”하영은 핸드폰을 꽉 잡았고, 눈가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유준 씨, 당신 바보 아니에요?” 하영은 목이 멨다.“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유준은 멈칫하더니 곧 웃으며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차에 시동을 걸었고, 검은 눈동자에는 끝없는 부드러움이 나타났다.“하영아, 널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더군다나 이것도 단지 돈을 좀 썼을 뿐이잖아. 내일부터 넌 나의 아내가 될 거야. 난 내 모든 재산 심지어 내 목숨까지 너에게 맡길 수도 있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하영은 흐느꼈다.“유준 씨, 난 이런 것을 원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당신의 마음뿐이란 말이에요.”유준은 하영이 있는 방향으로 출발했다.“그럼 넌 오히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욕심이 더 많군.”하영은 울음을 뚝 그치더니 고개를 들어 작은 소리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유준의 눈빛에는 기쁨과 행복이 가득했다.“네가 지금 받아들이는 것은 내 모든 재산이기도 해. 하지만 내 마음을 원한다니, 그럼 난 완전히 네 사람으로 되는 거잖아. 내가 살아있는 한, 너에게 이것보다 수천수만 배 더 많은 돈을 벌어다 줄 수 있지. 이렇게 따지면 넌 그야말로 욕심이 많은 여자잖아.”순간, 하영은 유준의 말에 그만 멍해졌다. 잠시 후, 그의 말을 알아차린 그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계산하는 게 어디 있어요?”“내 말이 틀려?”“아니요.” 하영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새해 결혼식 당일, 폭죽소리가 온 도시에서 울려퍼졌다.100대의 고급차가 줄지어 나타났고, 이것은 그야말로 김제 역사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결혼식이었다.기자들은 심지어 카메라를 메고 그 차량들을 쫓아가고 싶었다. 이렇게 뒤를 따라가고 있으니, 신랑과 신부의 모습을 전혀 찍을 수가 없었다.고급차가 소씨 가문 앞에 도착하자, 시원은 조수석에서 내려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길쭉한 다리를 내디디며 내려온 남자는 손에 꽃다발을 들고 있었고, 비할 데 없이 존귀한 기운을 내뿜었다.유준은 고개를 들어 2층에 있는 하영의 방을 바라보더니, 예쁜 입술을 살짝 구부렸다.현욱과 기범 두 사람은 유준의 곁으로 걸어갔다.“유준아.” 기범은 소씨 가문의 정원을 가리켰다.“예준이 지금 엄청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대문을 막고 있어. 우리는 전혀 쳐들어갈 수가 없다니깐.”“왜 쳐들어가!” 현욱은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경호원 시켜서 끌고 나가라 하면 되지!”이 말을 듣고, 예준은 웃으며 대답했다.“경호원은 우리를 끌어낼 수 있지만, 위층에 올라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텐데.”“결혼식이라면 그래도 순서대로 진행해야지! 경호원 시켜서 우리를 내쫓는 것은 너무 한 거 아니야?”“우리를 끌고 내려가는 것은 쉽겠지만, 하영의 삼촌도 여기에 계신데. 유준아, 이건 아니지!”현욱은 머리를 긁적였다.“유준아, 하영의 삼촌을 업는 건 확실히 좀...”“돈 봉투 줘.”유준은 시원을 바라보았고, 시원은 즉시 조수석에서 종이박스를 하나 꺼냈다. 안에는 돈 봉투가 가득 들어 있었다.유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시원은 상자를 안고 난간 앞으로 가서 돈 봉투를 꺼냈다.“소 회장님, 예준 도련님, 저희를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 아가씨도 기다리고 계실 텐데. 이제 그만 저희 도련님을 들여보내시죠.”안에 있던 사람은 돈 봉투를 받은 다음 세어 보았다.“에이, 정 대표님의 재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줘야지! 그냥 그 돈 박스를 우리에게 줘!”시원은 멍해졌다.‘남은 돈 봉투는
인나가 대답했다.“너 몰래 준비했어. 안심해, 네 남편을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남편...’하영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소희원은 문 앞으로 걸어가서 외쳤다.“지금 들어오고 싶은 거예요?”“그럼요! 빨리 문 열어요!”소희원은 웃음을 꾹 참으며 말했다.“맞은편에 있는 방 봤죠? 안에 다섯 벌의 한복 치마가 준비됐으니, 신랑 들러리가 다 갈아입으면 바로 문 열어줄게요!”문 밖의 현욱과 기범 등 사람들은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미쳤어요? 한복 치마를 입으라고요!” 현욱은 참지 못하고 투덜댔고, 기범은 얼른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그냥 다 입었다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니야? 어차피 안에서 우리가 보이지도 않잖아.”“반칙할 생각 하지 마요!”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하던 참에, 소희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치마를 다 입은 후에 인나 언니에게 사진을 보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을 테니까!”기범은 어이가 없었다.“이건 너무 심하니까 다른 것으로 바꿀 순 없을까요?”“안 돼요!”현욱과 기범은 유준을 바라보며 애원했다.“유준아, 문을 여는 것일 뿐이니 그냥 경호원들 시켜서 부수라고 하자. 우리는 체면을 잃고 싶지 않단 말이야!”유준은 은근히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이것은 너희들의 미션이잖아. 너희들이 알아서 해. 물론, 너희들이 치마로 갈아입어도 괜찮은 것 같은데.”“그럴 순 없어!!”다른 몇 명이 항의했다.현욱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그럼. 경호원 불러. 문을 한 번 부숴보자고!!”“문을 부순다고요?”문득 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욱은 멈칫했고, 미처 입을 열지도 못할 때, 인나가 다시 말했다.“현욱 씨, 감히 이상한 방법을 쓰기만 해 봐요! 집에 돌아가면 내가 먼저 현욱 씨 두 다리를 부숴버릴 거예요!”이 말을 듣자, 신랑 들러리들은 나란히 현욱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현욱이 자신의 존엄을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유준조차도 흥미진진하게
유준은 다리를 들어 하영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하영의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눈앞에 갑자기 몇 사람이 튀어나왔다.“정 대표님!” 인나는 피식 웃으며 유준을 바라보았다.“우리 하영이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유준은 정신을 차렸지만, 시선은 여전히 수줍음에 고개를 들지 못한 하영에게 떨어졌다.“응.” 유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확실히 아름답지.”“그래요! 하영이 그렇게 아름다운데, 우리가 어떻게 쉽게 데려가도록 내버려두겠어요?”인나는 드디어 속마음을 드러냈고, 유준은 그제야 그녀들의 계획을 알아차렸다. 신부 들러리는 결코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신랑 들러리들이 놀림을 당한 이상, 유준은 또 어떻게 쉽게 하영을 데려갈 수 있겠는가?유준은 내색하지 않고 눈썹을 치켜세웠다.“말해봐, 요구가 뭐야?”“아주 간단해요.”진연월이 입을 열었다. “3분 안으로 강 사장님의 결혼반지를 찾아내시면 돼요.”유준은 방을 한 번 훑어보았다.“이렇게 간단한 거야?”“간단하다고요?” 소희원은 혀를 내둘렀다.“유준 오빠, 이건 쉽지가 않아요. 어디에 숨겼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걸요.”유준은 키득거리며 곧 하영을 향해 걸어갔다. 점점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하영은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았다.하영 앞에 이르자, 유준은 몸을 숙이고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그리고 하영이 놀란 가운데, 그는 가볍게 그녀를 안고 일어섰다.결혼반지가 하영의 드레스 밑에 있을 줄 알았던 유준은 침대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유준 씨! 여기에 반지 없으니까 빨리 내려줘요!” 하영은 황급히 유준을 밀어내며 다시 침대에 앉았다.“풉.” 인나는 크게 웃었다.“정 대표님, 저희가 하영의 웨딩드레스 밑에 반지를 숨길 줄 알았어요??”유준의 잘생긴 얼굴은 즉시 어두워졌고, 그는 눈을 돌려 이미 옷을 갈아입고 들어온 현욱과 기범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유준의 어두운 시선에 그만 멍해졌다.“왜 그래, 유준아?” 현욱이 먼저 물었다.“이번에 인나 씨가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