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나는 하영의 손을 꼭 잡았다.“1월 1일에 결혼하는데, 넌 어떻게 이렇게 태연한 거야?현욱 씨가 그랬는데, 정유준은 너희들의 결혼식으로 바빠서, 아예 숨을 쉴 틈조차 없다잖아. 너도 정신 좀 차려. 이제 곧 신부가 될 거라고!”“내가 싫은 게 아니야.”하영이 말했다.“나 정말 피곤해서 그래. 인나야, 회사 일도 가득 쌓였고, 이쪽도 만만치가 않다니.”인나는 하영을 놓아주었다.“하영아, 회사에 내가 있지 않니? 처음부터 그랬잖아, 넌 너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하면 된다고. 약혼식은 큰비가 계속 내려서 거행되지 않았으니, 결혼식에 신경을 좀 써!”하영은 인나의 말에 한동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결혼식 일주일 전에 웨딩드레스를 입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인나는 어쩜 나보다 더 조급해하는 거지?’“이틀 뒤에 다시 오자, 약속할게. 그때 난 절대로 미루지 않을 거야, 응?”“하영아, 너 아직도 무서워하는 거 아니야?” 인나는 참을 수 없었다.“너 도대체 뭐가 무서운 거야?”“그런 거 아니야.”하영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나 정말 피곤해서 그래. 매일 자도 자도 졸린다니깐.”인나는 눈살을 찌푸렸다.“자도 자도 졸린다고?”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았다.“응, 요즘 계속 힘이 없어. 집에 돌아가도 바로 잠이 들었고.”인나의 눈빛은 의심 대신 점차 놀라움으로 변했다. 그녀는 흥분해하며 하영의 곁에 앉아 눈빛을 반짝였다.“하영아, 너 요즘 식량이 많이 늘었지?”하영은 생각했다.“이전보다 좀 많아진 것 같아. 입맛이 확실히 좋아졌지.”“그럼 토하고 싶진 않았어?”인나는 계속 물었다.“아니.” 하영은 고개를 저었다. “토하면 밥을 못 먹잖아. 그걸 왜 물어?”인나는 하영의 손을 잡고, 그녀를 데리고 문앞으로 걸어갔다.“하영아, 우리 어디 좀 가자!”15분 후, 하영은 인나에게 끌려 병원에 도착했다.하영은 병원을 바라보며 인나에게 물었다.“왜 날
하영은 웃으며 위로했다.“유준 씨도 왜 인나처럼 긴장하고 그래요?”유준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결혼식이 두 주일밖에 남지 않았어. 일찍 웨딩드레스를 입어봐.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능한 한 빨리 네 취향에 따라 고칠 수 있지.]하영은 인나가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난 딱히 좋아하는 스타일이 없어서요. 만약 정말 마음에 드는 드레스가 없다면, 나 혼자 디자인하면 되죠.”말을 마치자마자, 하영은 인나가 엄숙한 표정으로 나타난 것을 보았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 하영은 갑자기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설마 안 좋은 결과라도 나온 건가?’핸드폰에서, 유준은 여전히 말을 하고 있었지만, 하영은 이미 들을 마음이 없었다.인나가 하영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인나야? 보고서에 뭐라고 적혀 있는 거야?”하영은 불안하게 물었다.“나에게 무슨 병이라도 생긴 거야?”전화기 너머에 있던 유준은 말을 뚝 그쳤다. 하영의 말을 듣자, 그도 따라서 마음이 조여졌다.[무슨 일 생겼어?]유준이 물었지만, 오히려 인나와 하영의 대화가 들려왔다.“하영아.” 인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몸에 뭐가 하나 더 생겼어.”‘뭐가 더 생겨?’유준은 얼른 자료를 내려놓았고, 안색도 점차 보기 흉해졌다.하영의 표정도 유준과 다를 게 없었다. 그녀는 침을 삼키며 잔뜩 긴장했다.“심각한 거야?”인나는 한숨을 내쉰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응, 아주 심각해. 평생 너에게 영향을 가져다줄 거라고. 앞으로 넌 더 이상 회사에 갈 수 없으니까 그냥 집에서 푹 쉬고 있어.”하영은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고 일어섰다.“보고서 좀 줘봐.”“하영아.” 인나는 주지 않고 엄숙하게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이건 자랄수록 커질 거야. 말기에 이르면 심지어 꺼내야 돼.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게 점점 커질 때, 넌 잘 먹고 잘 자야 한다는 거야.”하영은 생각할수록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안 좋은 거라면 건 빨리 꺼내면 되잖아. 왜 잘
“세상에, 사람들은 다 준비가 되지 않은 사이에 아기를 가진 거야.”인나는 하영을 끌고 진료실로 걸어갔다.“이렇게 널 찾아온 이상, 우리도 즐겁게 이 아이를 맞이하자고. 너 이상한 생각하지 마. 이 아이를 나에게 넘겨주겠다고 약속했으니, 만약 지우려 한다면, 나 절대로 너 용서 못 해...”이때, 아직도 하영과 통화 중인 유준은 두 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유준은 고운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하영이 지금 핸드폰을 두고 간 거야??’그는 얼른 인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이어 몇 번을 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잘생긴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 유준은 일어나서 사무실을 떠나려 했다. 외투를 입은 순간, 현욱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유준이 떠나려는 것을 보자, 현욱은 영문을 몰랐다.“유준아, 어디 가려고?”유준은 현욱을 무시했다.“병원!”“병원에 간다고?” 현욱은 의아해하며 물었다.“병원에는 왜? 어디 아파?”유준이 쏜살같이 떠나는 것을 보고, 현욱은 얼른 손에 든 계약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다음, 서둘러 유준의 발걸음을 따라잡았다.주차장에서.현욱은 유준이 가속페달을 밟으며 그를 내팽개칠까 봐 급히 조수석의 문을 열고 차에 뛰어올랐다.문을 닫자, 현욱은 숨을 헐떡이며 유준을 노려보았다.“뭐가 그렇게 급한 거야?”유준은 한 손으로 방향을 틀며 대답했다.“하영이 임신했어.”“어, 임신했구나.” 현욱은 한동안 반응을 하지 못했다.유준은 고개를 홱 돌리며 현욱을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은 마치 바보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못 알아들었어?”“뭘?”유준은 현욱을 비웃었다.“하영이 임신했다고!”그제야 똑똑히 들은 현욱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하영 씨가?! 또 임신을 했다고?!”유준은 입술을 구부렸고, 눈 밑에도 미소가 떠올랐다.막 입을 열려고 할 때, 현욱은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야! 유준아, 너도 정말 동작이 빠르구나! 너무 잘됐네! 이제 나와 인나 씨가 너희들의 아이를 책임질게. 안심해, 내가 잘 챙겨
“너 여기서 빈정대지 마.”유준은 현욱을 노려보았다.”“하영이 건망증이 있든 말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 있지? 넌 아이의 아빠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어?”현욱은 그제야 반응했다.“맞네! 하영 씨 지금 무사해야 돼!”그러자 현욱은 당황한 듯 인나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하영은 이미 인나에게 끌려 백화점으로 갔다.아직 뱃속의 아이의 성별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인나는 이미 미친 듯이 쇼핑하기 시작했다.카트에 가득 담긴 유아용품을 보면서 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아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이런 것들을 준비하는 거야?”“기분이 좋아서 그래!”인나는 그야말로 싱글벙글했다.“어차피 집도 크니까, 너희들도 따로 유아용품을 보관하는 방 한 칸 마련해!”인나가 이렇게 신이 난 것을 보고, 하영도 뭐라 하지 않고 그렇게 내버려두었다.다 고른 다음, 인나는 계산하러 갔는데, 핸드폰을 꺼내자, 현욱에게서 온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인나는 멍하니 있다가 현욱에게 전화를 걸었다.벨이 울리자마자, 현욱은 즉시 받았고, 인나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인나 씨, 지금 어디에 있어요? 내 아들은요?”“잠깐, 잠깐!” 인나는 의아해했다.“아들이라뇨?”“하영 씨가 임신했잖아요. 그건 우리가 미리 예약해둔 아들 아니에요? 지금 내 아들을 어디로 데려간 거예요?”“뭐라고요!” 인나는 계산대에 기대었다.“누가 당신에게 아들이라고 했어요? 만약 딸이라면요?”“딸이면 딸이죠. 아들도 나쁘지 않고요!”현욱이 말했다.“지금 어디에요? 나랑 유준이 찾으러 왔는데. 하영 씨도 참. 유준이랑 전화하다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니?? 우리 병원에서 한참이나 찾았단 말이에요.”인나는 의자에 앉아 이미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린 하영을 바라보았다.“주소 보내 텐니까 일단 여기로 와요.”“그래요.”전화를 끊은 후, 인나는 서둘러 계산했다. 쇼핑 가방을 한가득 들고, 그녀는 하영의 곁에 앉았다.“하영이, 정유준과 현욱
시원은 난처함을 느끼며 진연월을 바라보았다.진연월이 받지 않는다면, 그가 무슨 말을 해도 그녀는 받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접촉해 보니, 시원도 진연월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한 셈이었다.시원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핸드폰을 다시 가져왔다.[대, 대표님, 진 사장님은 화장실에 갔습니다.]시원이 우물쭈물하며 귀까지 빨개지는 모습을 보고, 진연월은 더욱 활짝 웃었다.‘세상에 어떻게 이런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동시에 또 단순한 남자가 있을 수 있지?’‘정말 재밌네.’유준은 냉소를 지었다.“지금 점점 간이 배 밖으로 불러 나왔구나!”시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진연월에게 전해. 내일 가정부와 영양사를 선별한 다음, 모레 마인하우스에 보내라고.”유준은 명령을 내렸다.시원은 한숨을 돌렸다.[네, 대표님!]전화를 끊은 후, 시원은 핸드폰을 진연월에게 돌려주며 한숨을 내쉬었다.“진 사장님, 다, 다음에 더 이상 저를 이렇게 놀리지 마세요.”“잘 대처했잖아요? 그냥 나 좀 도와준 거라고 생각해요.”시원은 앞에 있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곧바로 유준이 한 말을 진연월에게 알려주었다.“영양사? 가정부?” 진연월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눈빛이 밝아졌다.“설마...”시원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진연월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 사모님께서는 아마 또 임신을 하셨을 거예요.”“임신이요?!”시원은 충격을 받았다.“이, 이번이 네 번째 아이일 텐데...”“아마도 그럴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영양사를 왜 찾으시겠어요?”시원은 혀를 찼다.‘대표님도 참 동작이 빠르시군.’‘결혼식을 준비하는 와중에 사모님이 임신을 하셨다니. 그럼 이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까?’다음날, 하영은 잠에서 깨어난 다음, 옆에 유준이 없는 것을 보고 이불을 들추고 일어나 세수를 했다.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그녀는 식탁 위에 보온병에 든 따뜻한 아침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유준의 집에는 가정부가 없었기에, 하영은
진연월은 하영을 향해 웃으며 문밖을 향해 외쳤다.“다들 들어와요.”하영은 의아하게 고개를 돌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 명의 중년 여성들이 통일된 직원 복장을 입고 들어왔고, 하영은 의혹을 느끼며 진연월을 바라보았다.“진 사장님, 이게 무슨 상황이죠??”진연월은 하영의 곁으로 다가갔다.“도련님께서 오늘 가정부와 영양사를 보내라고 분부하셨어요. 어느 사람이 마음에 드시면 말씀하세요. 정말 정할 수 없으시다면, 전부 남겨 두어도 되고요!”하영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아니에요, 그건 좀 너무 하죠. 그런데 유준 씨는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을 집으로 청한 거죠?”진연월은 웃으며 하영의 배를 바라보았다.“자신을 위해 고려하지 않으셔도, 아이를 위해 생각하셔야 하지 않겠어요?”하영은 얼굴이 붉어졌다.“설마 다 알고 있는 거예요?”“저희가 어떻게 이런 경사를 모를 수 있겠어요?” 진연월이 말했다.“두 분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으셔서 도련님도 지금 참고 계세요. 그렇지 않으면 아마 전 도시의 사람들이 다 알도록 소문을 내셨을 거예요.”‘내가 프로포즈를 받아들인 후부터 점점 오버를 떨고 있어.’가정부를 정한 후, 시간은 이미 점심이 되었다. 하영은 배고플 뿐만 아니라 졸려서 소파에 누워 있었다.잠깐 눈을 붙이려던 참에 유준의 전화가 들어왔다. 하영은 피곤하게 전화를 받으며 힘없이 입을 열었다.“네.”“점심에 뭐 먹을래?” 유준의 핸드폰에서 차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몰라요.” 하영은 눈을 감았고, 피곤해서 이미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유준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아침은 맛있게 먹었어? 점심에 내가 직접 요리해 줄까?”이 말을 들은 하영은 눈을 번쩍 떴다.“아니에요! 이제 집에 이모님도 있으니 당신은 하지 마요!”하영은 그 알록달록한 죽을 아침에 한 입 맛보았는데, 달면서도 짰다.‘대체 안에 설탕과 소금을 얼마나 넣은 거야!’유준은 기분이 안 좋았다. “내가 한 밥 먹기 싫어?”하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저녁 무렵, 인나는 과일 바구니를 사서 하영을 찾아왔다.하영이 소파에 앉아 컴퓨터로 서류를 처리하는 것을 보고, 인나는 얼른 다가가서 그녀의 컴퓨터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하영아!” 인나는 과일 바구니를 내려놓고 정색했다.“임신한 사람이 전자제품을 사용하면 어떡하니? 방사선이 태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 무슨 일 있으면 그냥 나한테 맡기면 되잖아?”하영은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인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단지 연차총회의 기획안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기획안이 뭐든지, 너 지금 컴퓨터를 보면 안 된다고!”인나는 하영의 배를 어루만졌다.“아이를 잘 보호해야지.”하영은 어이가 없어서 이마를 짚었다.“너희들 지금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거야. 사실 이 정도는 별일...”“안 돼!” 인나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지금은 무조건 조심해야 해! 너 요즘 푹 쉬고 있어. 결혼식 날에 엄청 피곤할 텐데.”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고, 말하려던 참에 초인종이 울렸다. 가정부는 얼른 가서 문을 열었는데, 예준과 주희, 그리고 소희원이 들어왔다.“하영 언니!”주희는 보양식을 한가득 들고 오더니 웃으며 말했다.“예준 오빠와 희원이랑 같이 언니 보러 왔어요!”하영은 일어서서 그들 모두가 손에 선물세트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고, 영문을 몰랐다.“왜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사온 거야?”예준은 물건을 탁자에 올려놓았다.“네가 임신한 거 알고, 이렇게 찾아왔어. 이따 삼촌과 숙모도 오실 거야. 숙모는 임신 3개월 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고, 자주 오셔서 너랑 함께 있어줄 거야.”하영은 멍하니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내가 임신한 일은 또 어떻게 안 거예요?”소파에 앉아 있던 인나가 헤헤 웃었다.“내가 말한 거야. 내가 주희와 웨딩드레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네가 임신한 일을 말해버렸지 뭐야.”하영은 어쩔 수 없단 듯이 웃었다.“다들 너무 호들갑이네 진짜. 나 정말 괜찮은데.”“그래도 방심하면 안 돼요.”소희원이 말했다.“
하영은 웃으며 유준의 어깨에 기대었다.“추억이긴 하지만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갈 거예요.”유준은 팔을 들어 하영을 품에 안았다.“난 너에게 해준 것이 아직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부족하다고요?”하영은 고개를 들었다.“그럼 어떡해야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난 이미 유준 씨의 태도와 행동에 무척 만족하는데.”유준은 나지막하게 웃으며 하영의 불그스름하고 윤택한 작은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의 두 눈은 그윽하고 다정했으며, 이마를 하영의 이마에 대고 말했다.“난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것을 모두 너에게 주고 싶어.”“나에게 있어서, 그건 사실 일종의 압박에 불과해요.”하영이 대답했다.“나의 소원은 무사하고 조용하게 지내는 거죠. 좋은 것을 아무리 많이 누려도 우리 두 사람의 감정이 견고한 것보다 못하잖아요, 안 그래요?”유준은 갑자기 하영의 허리와 팔을 감싸더니, 그녀를 자신의 두 다리에 앉혔다.하영은 소리를 가볍게 지르며 긴장한 눈빛으로 사방을 바라보았다.“여긴 거실이니 제멋대로 굴지 마요.”“너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야.”유준은 하영의 두 손을 잡았다.“이 10개월 동안 난 자신을 잘 통제하고 너와 아이를 잘 돌볼 거라고.”하영은 감동을 받았다.“그럼 정 대표님이 잘 버틸 수 있길 바라네요.”유준은 눈썹을 약간 치켜세웠다.“이제 호칭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야?”하영은 수줍음에 작은 얼굴을 붉혔다.“아, 아직 결혼하지 않았는데...”“이미 관계도 다 확정됐으니 못 부를 게 뭐가 있어?” 유준은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영이 얼굴을 붉히자, 유준은 더욱 참지 못하고 그녀를 놀리고 싶었다.하영은 오히려 유준에게 되물었다.“왜 꼭 내가 먼저 호칭을 바꿔야 하는 거죠? 당신이 먼저 부르면 뭐가 어때서요?”“분위기가 딱 좋을 때, 내가 호칭을 바꾸는 게 더 낫지 않겠어? 그러면 너도 기분이 더 좋을 거 아니야?”유준은 하영의 입술을 가볍게 매만졌고, 눈 밑에서 치솟는 욕망은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