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희는 어깨를 으쓱했다.“나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차피 내 눈과 체질과 관련이 있어서 그래.”“응?” 우빈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세희는 창밖을 가리켰다.“밖에 장례식 치르는 거 보이지? 내 전공이 바로 이거야! 귀신을 잡는 거라고! 이렇게 말하면 알겠지?”우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난 마을의 지철 할아버지를 알고 있어. 너도 지철 할아버지를 따라 왔구나?”“맞아! 아니면 나도 엄마 아빠의 곁을 떠나지 않았을 거야...”말을 마치자, 수업종이 울렸고, 세희는 우빈을 방해할까 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수업 내내 우빈에게 시선을 주었다. 수업시간의 우빈은 너무 집중을 하고 있어서, 세희는 감히 다른 짓을 하지 못했다.며칠 뒤, 세희는 선생님의 꾸지람을 많이 들었다. 숙제를 다 완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수업 내용조차 잘 몰랐다.선생님은 노지철을 찾았고, 노지철은 엄숙하게 세희와 얘기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수업에 전념하지 못했다.마치 무슨 일이 세희의 생각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그녀는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그러다 금요일 점심, 학교 식당에서, 우빈과 세희는 밥을 들고 앉자마자, 학교의 일진이 찾아왔다.그들은 세희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세희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지저분한 손을 그대로 우빈의 어깨에 얹었다.세희와 우빈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그들보다 키가 많이 큰 6학년 남학생을 바라보았다. 남학생의 곁에는 서너 명의 졸개가 따라다녔다.딱 봐도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야, 나와서 얘기 좀 하자.” 건달 같은 남학생이 우빈에게 말했다.우빈은 잔잔하게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건달은 눈살을 찌푸렸다.“넌 어째서 질문이 그렇게 많은 거야? 나오라고 하면 나와!”말이 끝나자, 건달은 우빈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세희는 벌떡 일어서더니 화가 나서 그들을 노려보았다.“가고 싶지 않겠다잖아, 너희들은 왜 남을 괴롭히려는 거지?!”“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난쟁이
우빈은 작은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나 때문에 너까지 괴롭힘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아.”“난 두렵지 않다고!” 세희는 우빈이 돈을 꺼내려는 것을 막으며, 앞에 있는 사람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돈 없어! 난 너희들처럼 돈이 없으면서 여기저기 구걸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니깐! 부모님에게 달라고 하든가. 우리가 너희들 부모님이냐?!”세희는 날카로운 말로 그들을 욕했다.건달은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이 계집애가 이렇게 염치없다니! 감히 우리 부모님을 언급해? 너 오늘 학교에 나가지도 못하게 할 거야?!”“때리려면 때리든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세희는 이를 악물었다. “큰 것들이 오히려 자기보다 어린 사람을 괴롭히다니! 징그럽네!”“내가 오늘 너희들의 돈을 받지 못하면, 나 사람도 아니다!”건달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그렇게 세희와 우빈의 몸에는 상처가 생겼고, 건달 그들도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 팔과 다리는 전부 세희에게 물려 피가 났다.소란이 너무 큰 나머지, 다른 학생들이 이를 보고 선생님에게 보고하였다.세희와 우빈, 그리고 그 건달들은 학교 교무실에 들어왔다.한 시간도 안 되자, 선생님은 사건의 경과를 똑똑히 물었고, 학부모님들을 학교에 불렀다.첫 번째로 도착한 사람은 바로 우빈의 가족이었다.우빈의 이모는 우빈의 외할머니를 부축하며 급히 교무실에 도착했다.우빈의 얼굴이 지저분해진데다 빨갛게 부은 것을 보고, 우빈의 이모는 마음이 아파서 앞으로 다가갔다.“우빈아!” 이모는 몸을 웅크리고 우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왜 싸움을 한 거야?”우빈은 잔잔하게 눈을 들어 이모와 외할머니를 바라보았다.“할머니, 이모, 전 괜찮아요. 세희가 도와줬어요.”‘할머니...’세희는 이 호칭을 듣고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머릿속에 갑자기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지만, 우빈 이모의 말소리에 의해 끊어졌다.“세희야?”이모는 고개를 돌려 우빈의 뒤에 서 있는 세희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세희야?”세희는
점심 일은, 학생들끼리 서로 사과하는 걸로 끝났다.선생님들도 세희의 배경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일을 크게 벌이지 못했다.건달 쪽의 학부모님더러 그들을 붙잡고 사과를 하고 나니, 이 일도 끝난 셈이었다!오후에 수업이 있어서 학부모들도 먼저 돌아갔다.세희는 우빈을 끌고 운동장에서 전화를 했다.세희는 유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돌의자에 앉아 기뻐서 두 발을 흔들었다.우빈의 시선은 세희가 건달들에게 꼬집혀 빨갛게 부은 얼굴에 떨어졌고, 마음속으로 묻고 싶었다. ‘아프지 않을까?’처음부터 끝까지, 남에게 얻어맞아도, 세희는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울지 않았다. 심지어 무슨 일을 떠올렸다며 기분이 무척 좋았다.이런 소녀는 매우 특별했고, 또한 우빈이 여태껏 본 적이 없는 낙관적이고 명랑한 사람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준이 전화를 받았다.“아빠!” 세희는 기뻐하며 소리쳤다.“오늘 밤 경호원 아저씨들 시켜 나 데리러 올 수 있어요? 할아버지에게 부탁한 일, 내가 해결할 수 있는데!”이때 유준은 현욱과 하영 그리고 인나와 함께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세희의 말을 듣고, 그는 벌떡 일어서더니 자리를 떠났다.“할아버지가 돌아오라고 하셨어?”세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내가 외할머니에게 약속했던 일도 이제 할 수 있어요. 일찍 끝내면, 할머니도 마음 편히 떠나실 수 있어요!”“외할머니?” 유준은 발걸음을 멈추며, 인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하영을 바라보았다.‘이 일이 하영의 어머니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설마,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분은 바로 하영의 생모란 말인가?’유준은 시선을 거두었다.“좋아, 내가 사람 보내서 너 데리러 갈게. 지금 바로 출발할 거야.”“네!” 세희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대답했다.“아빠, 엄마에게 나 돌아온다고 말하지 마요. 엄마에게 서프라이즈 주고 싶어요!”“좋아.” 유준은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할게.”전화를 끊은 세희는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우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 얼굴이 왜 이래?” 하영은 걱정을 금치 못했다.“6학년의 아이들과 싸워서 그래.”유준의 목소리가 하영의 뒤에서 튀어나오자, 하영은 경악하며 그를 보았다.“당신도 알고 있었어요?”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희의 얼굴에 꼬집힌 자국을 보며, 유준은 가슴이 아팠고,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어려 있었다.세희가 일이 해결되었고 또한 그들이 사과를 했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유준은 틀림없이 그녀를 따라 시골에 내려갔을 것이다.‘내 딸을 괴롭히다니,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세희는 하영의 품에 안기며, 그녀를 꼭 껴안았다.“엄마, 난 괜찮아요! 세희도 엄청 대단해요! 난 그들의 팔과 다리를 피가 나도록 깨물었어요! 우빈이를 괴롭히다니! 싸다 싸!”“우빈이?”“우빈??”하영과 유준은 이구동성으로 물었다.하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우빈이 누구야?”“내 짝꿍이에요!” 세희는 얼른 몸을 곧게 펴고 핸드폰을 꺼내 몰래 찍은 우빈의 사진을 찾아냈다.하영과 유준에게 보여주자, 유준의 안색은 선명하게 어두워졌다.하영은 웃으며 말했다.“세희의 짝꿍도 정말 예쁘게 생겼네.”“맞아요!” 세희가 말했다.“오빠들보다 못하지만, 정말 편한 느낌이 들어요! 성격도 아주 좋아서, 남들이 우빈을 때려도, 울지 않고 소리 지르지 않고 심지어 화도 내지 않았어요!”“못났어!”유준은 차갑게 한마디 내뱉은 다음, 소파에 앉았다.“이런 남자아이는 널 보호할 수 없어.”세희는 유준을 노려보았다.“왜 굳이 남자아이가 날 보호해야 하는 거죠! 세희는 누님이 되고 싶어요! 우빈을 보호하고 싶다고요!”유준의 얼굴은 또 약간 어두워졌다.“보호? 넌 이 아이와 무슨 관계지? 왜 이 사람을 보호해야 하는 거지?”“짝꿍 사이! 누님과 동생 사이!”세희가 대답했다.“그래서, 두 사람 매일 같이 노는 거야?” 유준의 눈동자에 불쾌함이 스쳤다.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우빈이는 공부를 잘하거든요. 우리 항상 함께 숙제를 했는데, 모르는 것도 다 우빈이 가르쳐 준
‘마을에는 초등학교가 그 하나밖에 없는데, 전학을 시키고 싶어도 어디로 보낼 수 있겠어?’말이 통하지 않자, 하영도 더 이상 상관하기가 귀찮았다.고개를 돌릴 때, 핸드폰에서 또 세준의 분노의 소리가 들려왔다.“안돼!”하영은 얼른 그들을 바라보았는데, 왜 갑자기 싸우기 시작했는지를 전혀 몰랐다.“강세희, 너 좀 가만히 있어!” 세준은 화가 나서 말했다.“곁에 남자아이가 있다고 맨날 싱글벙글 웃지 말라고!”“세희야, 그 아이 성격은 어때? 짝꿍은 짝꿍이지만,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 돼.”“너무 가까이 지내지 말라도?” 세준은 희민을 반박했다.“그들은 지금 매일 함께 달라붙어 있잖아!”세희는 세준을 노려보았다.“오빠, 내가 뭘 했다는 거야! 내 짝꿍은 아주 좋다고! 성격은 너보다 수만 배나 좋아!”“어디가?!” 세준이 말했다.“너희들이 괴롭힘을 받아도 널 보호할 수 없는 사람이 좋다고?!”“넌 몰라서 그래!”세희가 끙끙거렸다.“난 다른 사람을 보호하길 좋아한다고, 왜, 안 돼? 넌 A국에 있으니, 날 간섭할 수가 없지, 흥!”세준의 작은 얼굴에는 유준처럼 같은 차가운 기운이 나타났다.“강세희!!”세준은 소리를 질렀다.“너 이렇게 일찍 연애하면 안 돼!”“연애는 무슨!” 세희는 놀라서 세준을 쳐다보았다.“나와 우빈이도 겨우 6살이니, 사귀어도 나중에 커서 사귀어야 하지 않겠어!”세준, 희민과 하영은 동시에 말문이 막혔다.이 말이 나오자, 세준은 화를 내기 시작했고, 희민도 옆에서 다급하게 세희를 설득했다.하영은 골치가 더욱 아팠다.위층에는 딸 바보가 하나 있었고, 핸드폰에는 또 여동생 바보인 두 아이가 있었다.‘나도 이제 지긋지긋해. 만약 딸 하나 더 낳는다면, 집이 다 날아가겠어.’아들을 낳아도 날마다 야단법석을 떨 것 같았다.가까스로 전화를 끊자, 하영은 그제야 세희에게 이번에 돌아온 목적을 물어볼 수가 있었다.세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하영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외할머니 보고 싶어요?”
예준은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했다.하영이 왜 말을 하지 않냐고 묻고 싶을 때, 예준은 드디어 소리를 냈다.“넌?”그 말 한 마디에, 하영은 미처 방비하지 못했다. 그녀는 눈을 반쯤 드리우며, 핸드폰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오빠가 먼저 말해요.”“하영아, 너 지금 외면하고 있는 거 맞지?” 예준이 물었다.하영은 반박하려 했지만, 예준은 계속해서 말했다.“난 네 오빠니까,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 하영아, 그런 일이 한 번 일어났다고 해서, 계속 반복되는 게 아니야. 너무 걱정하면, 오히려 자신에게 부담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부, 부진석의 일은 이미 지나갔어요.”하영은 멀쩡한 척했다.“난 지금 아주 홀가분하고, 걱정할 일이 없어요.”예준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하영아, 넌 유준을 사랑하니?”“당연하죠.” 하영은 재빠르게 대답했다.“그럼 왜 결혼을 하지 않는 거야?” 예준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 하영에게 대답을 강요하면 이 일을 더 잘 해결할 수도 있었다.하영은 입가가 실룩거리더니,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오빠, 내가 결혼하고 싶지 않는다는 건 또 어디서 들었어요? 유준 씨는 프러포즈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이렇게 쉽게 결혼에 동의할 수 있겠어요?”“하영아, 넌 거짓말을 하고 있어.” 예준이 말했다.“유준도 너에게 고백을 했을 거야. 하지만 넌 외면했지. 안 그래?”하영은 긴장해서 손을 꽉 잡았다.“그, 그냥 말로 한 게 무슨 프러포즈예요.”“왜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거야?” 예준은 어쩔 수가 없었다.“그런 거 아니에요...”하영은 당황해지더니 입술을 핥았다.“오빠, 시간도 늦었으니, 난 세희 재우러 갈게요.”예준은 눈살을 찌푸렸다.“하영아...”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영은 전화를 끊었다.예준은 핸드폰의 시간을 보았다. 7시 10분, 지금 세희는 또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는가?‘하영은 도대체 왜 이 일을 외면하는 거야?’하
세희는 눈을 부릅떴다.“아빠가 어떻게 알아요?!”“할아버지와 네가 방금 한 말을 결합하면, 대충 짐작할 수 있지.”노지철이 말하면 가능성이 좀 있을 수도 있지만, 하영의 어머니가 설득하는 건 효과가 그리 좋지 않을 것이다.결국 하영과 소주영은 본 적이 없고, 두 사람의 감정도 단지 혈육이란 관계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었다.그러므로 유준은 이에 대해 그리 큰 희망을 품지 않았다.세희는 작은 손을 내밀어 유준의 손가락을 잡았다.“아빠, 할아버지를 한 번 믿어요.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으니, 틀림없이 일리가 있을 거예요, 네?”딸이 애써 자신을 달래는 모습을 보고, 유준은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다음날, 하영은 아침 일찍 세희를 데리고 나가서 그날 밤 써야 할 물건을 샀다.다 사고 난 후, 하영은 또 세희를 데리고 백화점에 갔다.날씨가 곧 추워지는데다, 시골의 온도는 김제보다 훨씬 더 낮았다.하영은 오전 내내 세희에게 따뜻한 옷을 정성껏 골라 주었다.이와 동시 MK에서.유준과 현욱은 사무실에 앉아 프러포즈에 관해 상의하고 있었다.현욱은 울부짖으며, 유준에게 자신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유준아, 제발, 응?” 현욱은 울먹이며 말했다.“같이 프러포즈해도 되잖아! 정 안 되면, 장소를 절반으로 나누는 거야. 우리 각자 프러포즈를 하는 거지. 네가 내 곁에 있어야 나도 말할 용기가 있단 말이야!”유준은 시기하는 눈빛으로 현욱을 바라보았다.“그럴 용기가 없다면 프러포즈하지 말든가!”현욱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너 꼭 이렇게 나올 거야?”“이게 그거랑 같은 일이냐?”유준은 불쾌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넌 결혼도 나와 함께 하고 싶은 거지?”“그래!” 현욱은 헤헤 웃었다.“날 너무 잘 아네, 역시 내 절친!”유준은 어이가 없었다.“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왜 뭐든지 나랑 같이 하려는 거지?”현욱은 서글프게 고개를 숙였다.“우리 엄마 알잖아. 말로는 나와 관계를
하영은 식탁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힐끗 보았지만, 유준은 아직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아마도 바빠서 그런 가봐.”주희는 손목시계를 보았다.“아직 12시가 되려면 멀었으니, 좀 더 기다려요.”하영은 주희와 함께 주방에 들어가 설거지를 했고, 예준은 세희를 안고 거실에 앉아 한담을 나누었다.“세희야, 여기 예쁘지 않아? 아늑하지?” 예준의 눈에는 온정이 담겨 있었고, 천천히 별장을 둘러보았다.세희의 시선은 2층에 떨어졌다.그녀는 잠시 보다가 고개를 돌려 예준에게 물었다.“삼촌, 사실 듣고 싶어요?”예준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세희의 작은 코를 만졌다.“그럼.”세희의 표정은 점차 엄숙해졌다.“예쁘지만 아늑하지가 않아요. 음기가 너무 심하거든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데다, 할머니는 여기서 자살했고, 아무도 저승으로 보내주지 못했기 때문이죠. 음기는 전부 2층에 모였고, 그곳은 너무 추워서 몸이 절로 떨려요.”예준은 점차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하영에게서 세희가 이번에 돌아온 이유를 알게 되었다.‘어머니... 줄곧 위층에서 머무시며 떠나지 못하신 거예요?’예준은 코끝이 찡해졌다.“세희야, 지금 그곳에... 사람이 있는 거야?”“항상 있었죠.” 세희가 대답했다.“단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 뿐이에요. 죽은 첫날부터 줄곧 여기에 있었어요.”예준은 목이 멨다.“저녁에 할머니를 볼 수 있을까?”“그건 할머니가 삼촌에게 보여주고 싶은지에 달렸어요.” 세희가 바로 잡았다.예준은 고통을 느꼈다. 그동안 소주영은 그의 꿈에 나타난 적이 없었고, 예준은 별장에 셀 수 없이 찾아왔지만, 한 번도 그녀를 본 적이 없었다.‘이번에 어머니는 날 만나러 나오실까?’‘한 번이라도 좋아, 말 한 마디만 해도 좋아.’예준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고, 세희는 그의 품속으로 들어가서 위로했다.“삼촌, 괜찮아요.”“응?”“할머니가 날 찾아 도움을 청한 것도 더 이상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