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말 한마디였지만 조롱과 비난으로 가득 찼다.진석은 입술을 오므렸다.“내가 저지른 잘못은 내가 스스로 알아서 할 테니까, 염 회장님도 굳이 그 일을 언급할 필요가 없겠죠.”말이 끝나자. 진석은 몸을 돌려 사무실을 떠났다.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줄곧 주강이 한 말을 되새겼다.‘그 사람이 정말 염주강일지도 몰라.’‘그런데 정말 염주강이라면, 하영은 왜 또 감시 화면을 삭제했을까?’‘설마 두 사람은 남에게 알려져서는 안 될 대화를 했단 말인가?’그렇게 생각을 하며 진석은 문을 밀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이 일은 계속 조사해야 해.’며칠이 지나도 유준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오지 않았다.그리고 생일날 아침, 하영은 유준이 보낸 큰 선물을 하나 받았다.“양육권 변경 합의서.”이 합의서를 본 하영은 제자리에 몸이 굳어졌다.‘그날 밤에 한 말이 전부 진심이었단 말이야?!’예전에 하영이 가장 두려운 일이 바로 유준이 아이들의 양육권을 빼앗아가는 것이었는데, 줄곧 마음속에 숨기고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여전히 발생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하영은 합의서를 꽉 쥐며 눈시울을 붉혔다.‘기억을 잃은 후, 이 남자는 오히려 전보다 더욱 모질게 변했군!’하영은 실망을 느끼며 합의서를 내려놓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을 확인하니 주희의 전화인 보고 즉시 연결했다.“하영 언니.” 주희의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 “하영 언니, 생일 축하해요! 오늘 저녁에 파티 열 거예요?”하영은 가능한 한 자신을 진정시켰다.“응, 인나는 이미 호텔을 예약했어. 다 지인이니까 너도 꼭 와. 이따 내가 호텔 주소와 시간을 보내줄게.”“좋아요!”주희가 말했다.“내가 언니에게 서프라이즈 하나 준비했으니까 기대해 봐요!”하영이 물어보기도 전에 주희는 전화를 끊었다.주희의 서프라이즈에 하영은 그나마 슬픔이 반쯤 가셨다.곧이어 현관에서 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하영이 문을 여는 순간, 입구에 서 있는
하영은 거실로 걸어가더니 소파에 주저앉았다.그녀는 대체적인 원인을 인나에게 설명했고, 인나는 화가 나서 거실을 서성거렸다.“뭐야, 네가 힘들게 임신해서 낳은 아이를 괴롭힐까 봐 그런 거야?!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듣기 싫은 말을 하지 않았을 거야. 넌 모든 섭섭함을 모두 마음속에 숨겼는데, 그 남자는 섭섭함을 굳이 말해야 속이 시원한 건가?”유준을 향한 인나의 비난에, 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자리에 서서 잠시 생각한 후, 인나는 바로 탁자 위에 놓인 합의서를 절반으로 찢어버렸다.그리고 쓰레기통에 버린 후, 인나가 말했다.“절대 양보해줄 리가 없어! 그 남자가 이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변호사를 찾아 소송을 걸어보자고! 하영아, 그 남자는 이미 네 사정을 봐주지 않고 있잖아. 그러니 너도 제발 정신 좀 차리면 안 돼?!”하영은 한참 동안 침묵한 후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인나는 앞으로 다가가서 위로했다.“하영아, 그 모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염 대표님 좀 봐. 그 사람은 정말 정유준보다 못하진 않다니깐. 이혼하고 아이 하나 있는 것 외에 다른 문제가 하나도 없잖아.”“알아.”하영은 힘없이 말했다.“하지만 난 내가 주강 오빠를 좋아할 리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 내 마음속에는 주강 오빠를 향한 존경과 고마움밖에 없으니까.”“너도 참...”인나는 한숨을 쉬었다.“됐어, 너 얼른 옷 갈아입어. 우리 얼른 나가자!”“뭐 하려고?” 하영은 의아한 눈빛으로 인나를 바라보았다.“오늘 내가 네 피로 싹 가시게 해줄게. 모든 일은 뒤로하고 우리 저녁에 실컷 마셔보자!”마사지 가게에 도착하자, 인나는 하영이 마사지를 받는 틈을 타서 주강에게 문자를 보냈다.[염 대표님, 저 우인나예요. 문자 보시는 대로 답장 보내주세요.]3분 만에 주강이 답장을 보냈다.[유 사장님, 무슨 일이죠?][염 대표님, 혹시 대단한 변호사라도 알고 계시나요? 하영을 위해 소송을 걸 수 있는 변호사를 한 분 알아봐 주셨으면 해서요.][
주강은 고개를 들며 잔 속의 샴페인을 단숨에 다 마셨다.그의 행동에 직원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반응이 빠른 직원은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사장님, 이 명성이 자자한 염 대표님과 어떤 사인인지 설명 좀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사장님, 어쩜 이렇게 잘 숨기셨어요!”“사장님, 빨리 소식 좀 알려 주세요. 두 분 이제 곧 좋은 소식 있는 거 아니에요?”하영은 그들의 말에 귀가 약간 빨개졌다.완곡하게 아니라고 말하려던 참에 오히려 주강이 웃으며 말했다.“아직 내가 하영 씨에게 구애를 하고 있는 단계라서요.”“와!! 사장님 너무 행복하세요!!!”“역시 우리 사장님, 매력이 넘친다니깐요!”“사귀어라! 사귀어라! 사귀어라!!”하영은 직원들이 축하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의아해하며 주강을 바라보았다.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연회장 문이 열렸다.진연월은 완벽한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단아한 비녀 하나만 꽂은 긴 머리를 말아올린 채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붉은 입술은 그녀의 카리스마를 선보였다.이렇게 예쁜 여자를 보자, 현장에 있던 남자 직원들은 모두 시선을 떼지 못했다.만약 진연월이 섹시하고 성숙한 존재라면, 하영은 청순 미인 그 자체였다.두 사람은 각각 화이트와 블랙으로 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한동안 시선을 누구에게 두어야 할지 몰랐다.진연월은 하영을 보자 부드럽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하영이 고개를 끄덕이려 할 때, 순식간에 진연월 뒤에 있는 그 익숙한 사람의 그림자를 포착했다.진연월을 뒤따라 들어온 사람은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검은 양복을 입은 유준이었다.차분하고 침착한 기운은 차가움을 그려냈고, 웃지 않는 준수한 얼굴은 카리스마가 흘러넘쳤다.그는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서 진연월을 주시하던 남자 직원들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거두었다.유준이 문에 들어서자마자 하영 뒤에 있던 직원이 놀라서 입을 열었다.“정, 정 대표님 아니야?!”그 직원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마침 주위 사람들
인나와 주강도 하영의 뒤를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진연월과 유준 곁으로 가자, 하영은 진연월에게 말했다.“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대접에 소홀히 했다면 많이 양해해 주세요.”하영이 다가왔을 때, 유준은 그녀의 시선이 자신에게 떨어진 적이 아예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마치 자신을 공기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불쾌함이 유준의 마음속을 스쳐 지나갔다.“강 사장님, 별말씀을요.” 진연월은 눈을 들어 하영 옆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우 사장님, 염 대표님.”인나는 진연월을 몰랐지만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할 수밖에 없었다.주강은 진연월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진 사장님, 오랜만에 만나는군요.”진연월은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었다.그러자 유준을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염 대표님, 내가 알기로는 대표님은 시간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바쁘신 분이었는데. 오늘 특별히 시간을 내서 강 사장님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다니, 그 감정도 적지 않은 것 같네요.”주강은 진연월이 무슨 ‘쇼’를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는 곁눈질로 유준을 훑어본 후, 진짜와 가짜 감정이 반반 섞인 대답을 했다.“하영 씨가 매우 마음에 들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생일을 함께 보내고 싶어서요.”그 말을 듣고 하영은 고개를 번쩍 들어 주강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주강은 오히려 그녀를 향해 아주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하영은 눈썹을 살며시 찌푸렸다.“주강 오빠, 오늘 밤에 한 말은...”“하영아!”이때, 인나가 하영의 말을 끊었다.“애정 과시하고 싶어도 좀 참아. 우리 신분이 존귀한 정 대표님을 혼자 이곳에 버리면 안 되지.”인나가 이 말을 하자, 진연월은 참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우인나 씨는 정말 나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군, 척하면 척이야!’그러나, 하영과 주강이 눈을 마주치는 것을 본 순간, 유준은 왠지 모르게 초조감이 솟아올랐다.게다가 하영이 마음에 든다는 주강의 말을 떠올리니, 유준은 더욱 고운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염 대표님의 안
하영은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는데 연회장의 문이 또다시 열렸다.주희가 문 뒤에서 머리를 내밀며 기웃거렸다.하영 등이 있는 것을 보고 주희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그러나 진석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자, 주희는 시선을 거두고 문을 철저히 열었다.곧이어 예준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그를 보자, 모든 사람들은 그 자리에 서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준은 주희와 함께 하영의 앞으로 걸어갔다.예준은 하영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하영아, 생일 축하해.”하영은 눈시울이 뜨거워지자 예준의 품에 와락 안겼다.“오빠가 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예준은 애정 담긴 미소를 지으며 하영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오늘은 네 생일이니 울지 말고 많이 웃어.”“너무 위험하잖아요...”하영은 울먹이며 말했다.예준은 눈을 들어 안색이 캄캄한 유준을 바라보았다.“얘가 올 수 있는 이상, 나도 올 수 있지 않겠어?”하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유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올 수 있다면 그도 올 수 있다니??’‘이 여자는 정말 바람기가 많구나. 어쩜 곁에 남자가 이렇게도 많은 것이냐고!’‘아마 예전에 나 몰래 바람을 피운 적이 있었을 거야.’‘그래서 나도 줄곧 이 여자와 결혼하려 하지 않았고.’하영은 예준의 품에서 벗어나며 물었다.“부진석이 올 수도 있는데, 너무 위험하잖아요! 나조차도 그 남자가 나타날지 말지 확실하지 않다고요.”예준은 가볍게 웃으며 몸을 숙여 하영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바로 오늘, 시장은 이미 끌려가 조사를 받았어.”하영은 멍해졌다. “이렇게 빨리요?”예준은 하영의 손을 잡고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그는 앞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방해한 것 같군. 모두들 자리에 앉지.”‘주인 행세를 하다니,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게 틀림없어.’유준은 하영을 쏘아보더니 몸을 돌려 자리에 앉았다.주강은 예준을 바라보
“맞아요, 하영 언니.” 주희가 말했다.“이 일은 절대로 마음이 급하면 안 돼요.”하영은 잠시 생각했다.“우리 오빠더러 식사 끝나면 얼른 떠나라고 해. 자꾸만 불안하네.”“두려워하지 마요, 하영 언니.”주희가 대답했다. “내가 예준 오빠를 설득했는데, 지금 우리 아버지가 안배한 사람이 오빠의 곁을 따르고 있거든요. 누가 감히 군대 측이 보는 앞에서 손을 쓰겠어요? 그 사람은 그럴 엄두가 없을 거예요.”하영은 감격스러워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주희야, 도와줘서 고마워.”주희는 헤헤 하고 웃었다.“하영 언니, 나 앞으로 하영 언니의 올케 언니로 될 사람이에요!”하영은 가볍게 웃었다.“좋아, 네가 우리 오빠의 마음을 잡을 수만 있다면 난 무조건 찬성이야.”파티가 시작되자, 직원들은 호기심을 품고 핑계를 찾아가며 하영에게 술을 권했다.이렇게 되니 하영의 옆에 있던 와인 병도 점차 바닥이 났다.또 다른 사람이 찾아오자, 하영은 계속 술을 따르려 했지만 예준은 일어나서 그녀의 손을 눌렀다.“하영아, 더 이상 마시면 안 돼.”하영은 아직 의식이 있는 상태였지만 단지 머리가 좀 어지러울 뿐이었다.“괜찮아요, 좀 더 마실게요.”말이 끝나자, 주강이 입을 열었다.“소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에 내가 있으니까요. 오랜만에 연회를 참가한 것이니 하영 씨도 즐겁게 놀고 싶을 거예요. 결국 두 사람도 이렇게 모인 지 오래됐잖아요.”예준은 마음이 아파서 하영을 한 번 바라보았는데, 곧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앉은 후, 예준의 시선은 유준에게 떨어졌다.유준이 기억을 잃은 일에 대해 예준은 이미 알고 있었고, 지금 하영을 향한 유준의 태도까지 잘 알고 있었다.‘그동안 하영은 이미 충분히 유준의 마음을 배려해주었지.’‘지금 포기한다고 해도 유준에게 미안할 것 없어.’시선을 느끼자, 유준은 눈을 들어 예준을 바라보았다.다만 그가 예준을 보았을 때, 예준은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예준의 신분을 잘 모르기 때
게다가 술까지 마셨으니 하영은 머리가 어지러워 정신이 들지 않았다.하영은 답답한 마음으로 앞에 뒷모습 하나만 남겨준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리고 화가 나서 소리쳤다.“정유준 씨, 이거 놔요. 계속 이렇게 날 끌고 간다면 나 넘어질지도 몰라요!”유준은 갑자기 멈추더니 하영은 미처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고 그의 건장한 등에 머리를 부딪쳤다.한바탕 현기증을 느끼며 하영은 몸이 몇 번 흔들려서야 비로소 똑바로 설 수 있었다.유준은 몸을 돌렸다. 먹물처럼 검은 눈 밑에는 불쾌감이 나타났다.“네 곁의 남자들은 참 부지런하더군!”하영은 유준이 은근히 질투하고 있단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웃겨서 고개를 들어 물었다.“왜요? 그게 정 대표님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넌 세 아이의 어머니인데, 어쩜 행동이 이렇게도 단정하지 못한 거야?”유준이 되물었다.“단정?” 하영은 입술을 구부리더니 예쁘게 웃었다.“당신 만나기 전에, 내 곁에는 이미 이렇게 많은 남자들이 있었어요. 당신이 없는 동안, 그들은 줄곧 내 곁에 있어주었죠. 이제 당신은 기억을 잃고 돌아왔는데, 내 곁에 다른 이성이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거예요? 내가 당신에게 접근하기를 원하지 않는 이상, 당신도 내 사생활에 간섭하지 마요!”“내가 간섭하고 싶은 것 같아?” 유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단지 내 아이들이 너 때문에 남의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을 뿐이라고.”“손가락질이요??” 하영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정유준 씨, 난 내 아이들을 당신보다 더 많이 보호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손가락질을 받은 사람은 나겠죠. 난 하마터면 당신 때문에 전 도시의 웃음거리가 될 뻔했으니까! 당신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죠?!”하영이 이 말을 마치자, 유준의 머릿속에는 문득 몇 개의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이번에는 그 화면이 아주 선명했다. 하영이 메이크업을 받은 후, 약혼식 드레스를 입고 있는 장면이었다.유준의 눈빛이 갑자기 초점을 잃자, 하영은 단
“설마 또...”“하영아.”강하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진석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정유준은 지금 기억을 잃은 거겠지?”“이건 당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에요!!”하영은 진석이 유준을 볼 때의 눈빛을 두려워했다.그 눈빛에는 분명히 살의가 숨어 있었다!!“얼마 전에 나에게 어떻게 참회했죠?!” 하영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또 어떻게 나의 용서를 받고 싶어 했는데요?! 만약 다시 한번 그에게 손을 댄다면, 부진석, 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당신을 죽여버릴 거예요!!”하영의 말에 유준은 눈을 드리우며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유준은 바보가 아니었기에 하영이 가리키는 ‘그’가 바로 자신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다만, 하영이 자신을 위해 사람을 죽이려 한다는 말에 유준은 은근히 놀랐다.‘이 여자의 표정을 보면, 결코 말로 협박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그럼... 우리 세 사람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그래서, 나더러 이 모든 고통을 감당하라는 거야?” 진석은 눈시울을 붉혔다.“이거 다 당신이 스스로 자초한 일 아닌가요?! 내가 말했죠, 당신이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그런데 우리는 결국 돌아갈 수가 없잖아.” 진석은 실망을 느끼며 손에 든 선물을 꽉 쥐었다.하영이 유준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며, 진석은 자신이 빨아들인 공기가 마치 날카로운 칼날인 것만 같았다.그의 심장을 쿡쿡 찌르며 피투성이로 만들었고 끊임없는 고통을 느끼게 했다!“난 내가 해야 할 일을 완성할 것이고.” 진석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내가 얻어야 할 것을 전부 얻을 거야.”말이 끝나자, 진석은 곁에 있던 경호원에게 선물을 건네며 스스로 몸을 돌려 떠났다.남자의 말을 듣고 하영은 단번에 술이 깼다.진석이 문을 여는 순간, 찬바람이 불어 들어왔고 그 바람에 하영은 온몸을 떨더니 추위를 느꼈다.유준은 하영의 팔을 잡으며 그녀의 몸을 돌렸다.그리고 하영의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