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있으면 내 아이들은 고생할 리가 없어. 그리고 그 어떤 위험한 상황에도 빠질 수가 없지.”하영은 유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좋아요, 이렇게 말한 이상, 앞으로 후회하지 않길 바라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유준과 어깨를 스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별장으로 들어갔다.그러나 유준과 하영이 다투기 시작한 그 순간, 진석이 배치한 경호원이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하영이 한 남자와 싸우고 있다고.그래서 유준이 떠나자마자 진석은 바로 아크로빌에 도착했다.그가 다급하게 차에서 내리자, 경호원이 앞으로 다가와서 보고했다.“선생님, 그 남자는 방금 떠났습니다.”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급히 별장으로 들어가 하영을 찾았다.하영이 눈시울을 붉히며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진석은 심장이 조이며 아프기 시작했다.그는 하영의 곁으로 다가가 걱정을 금치 못했다.“하영아, 무슨 일이야?”진석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하영은 하마터면 놀라 죽을 뻔했다.“당신이 왜 온 거죠?!”하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네가 다른 사람과 말다툼을 했다고 해서.” 진석은 하영을 살펴보았다. “그 사람은 널 괴롭히거나 너에게 상처 입히지 않았어?”하영은 가슴이 떨리더니 바로 부인했다.“난 다른 사람과 다투지 않았어요. 방금 온 사람은 회사의 팀장이었고요. 단지 업무상의 일을 말했을 뿐이니 호들갑 떨지 마요.”“난 호들갑 떠는 게 아니야.”진석이 천천히 말했다.“네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이 돼서 그래.”이 말을 듣자, 하영은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했다.“당신이 나에게 가져다준 상처가 제일 큰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당신보다 더 하겠어요?”진석은 어쩔 수 없단 듯이 입을 열었다.“하영아, 그 일은 이미 지나갔잖아...”“그럼 왜 당신의 원한만 무한히 커지는 거죠?” 하영이 물었다.“다른 일 더 있는 거예요? 없으면 얼른 나가줘요!”진석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만약 그가 가지 않는다면 하영은 화를 낼
주진우는 웃으며 대답했다.“그 자리에서 만나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유준을 자극해서 기억을 회복하는 데 더 좋을 수도 있지.”“보스.” 진연월이 말했다.“난 보스가 도대체 도련님을 위해서 그런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부진석이 도련님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기억이 없는 도련님과 만나게 하다니.”주진우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업무에 관한 일을 간단하게 말한 후, 진연월은 전화를 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 앉아 있다, 유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고, 싸늘한 목소리로 진연월에게 명령했다.“변호사 찾아서 합의서를 작성해.”“합의서요?” 진연월은 곤혹을 느꼈다.“무슨 합의서를 말씀하시는 거죠?”“양육권 변경 합의서!”유준은 말하면서 시선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 아이에게 떨어졌다.말이 떨어지자, 세 아이의 눈빛도 따라서 움츠러들었다.세준은 첫 번째로 참지 못하고 일어서서 외쳤다.“무슨 권리가 있다고 양육권을 변경하려는 거죠?!”“난 너희들의 아버지이니, 양육권을 되찾을 권리가 있지. 결국 너희들 어머니는 너희들을 잘 돌보지 못했잖아.”“어디가요?” 세희도 놀라서 물었다.“아빠, 엄마한테 뭐라고 말한 거예요? 내 얘기 했어요? 하지만 그건 내가 스스로 한 선택이에요! 내가 엄마한테 가겠다고 애원한 거라고요!”“그 여자는 감호자로서 너희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또 너희들을 잘 돌볼 수 없으며 너희들을 위해 가장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없었으니 어머니로서 적합하지 않지.”“그건 당신이 결정할 자격이 없어요!!”세준은 두 주먹을 꽉 쥐고 검은 눈동자에 노기가 묻어났다.그러나 세준의 태도는 유준에게 아무런 느낌도 주지 못했다.심지어 그는 아이가 대드는 것을 하영의 탓으로 돌렸다.‘그 여자가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해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말하면 말대꾸나 하는 성격으로 된 거야.’유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법이 우리의 관계를 인정하면 난
세준의 태도에, 유준은 오히려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그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가늘고 긴 손가락을 탁자 위에 놓고 저도 모르게 책상을 두드리고 있었다.“그래, 말해 봐.”“세희에 관한 일 말이에요. 엄마도 아마 알려줬을 거예요.” 세준이 말했다.“어떻게 생각하는데요?”“믿음직하지 못하고 현실적이지 않아.”유준은 사실대로 말했다.“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정상이죠. 이런 일을 접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세희의 체질이 특수해서, 만약 위험에 부딪쳐 영혼이 세희를 찾아온다면, 그 책임을 질 수 있는 거예요?”“내 딸이니 내가 당연히 책임져야 하겠지.”유준은 단호하게 말했다.세준은 입술을 구부리며 차갑게 웃었다.“어떻게 책임질 건데요? 귀신을 쫓으려고요? 그런 일 할 줄 알기나 하는 거예요?”유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동안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종래로 이런 일들을 믿지 않았다.그러나 만약 정말 무슨 이상한 일이 생긴다면, 유준은 또 어떻게 오늘 말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네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예전에 세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던 거야?”유준이 되물었다.세준이 말했다.“일어난 적 있든 없든 지금부터 우리 약속 하나 할까요?”“무슨 약속?”“만약 세희가 이런 일에 영향을 받아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고, 아빠 역시 속수무책이라면 손을 놓고 세희를 동장현으로 보내는 거예요.”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넌 오빠로서 세희를 걱정하지도 않는 거야?”“세희는 그곳에 간 지 꽤 됐는데, 굶주림 때문에 야위었나요? 햇빛에 탄 적은요? 그게 바로 지철 할아버지가 잘 돌봐주셨다는 증거잖아요? 그럼 내가 왜 걱정을 해야 하는 거죠? 게다가 세희는 심지어 매일 우리에게 문자를 보냈어요.”세희의 상태로 볼 때, 세준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유준이 말했다.“만약 세희에게 아무런 상황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난 세희를 학교에 보내 공부시킬 거야.”“좋아요!” 세준은 시원스럽게
간단한 말 한마디였지만 조롱과 비난으로 가득 찼다.진석은 입술을 오므렸다.“내가 저지른 잘못은 내가 스스로 알아서 할 테니까, 염 회장님도 굳이 그 일을 언급할 필요가 없겠죠.”말이 끝나자. 진석은 몸을 돌려 사무실을 떠났다.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줄곧 주강이 한 말을 되새겼다.‘그 사람이 정말 염주강일지도 몰라.’‘그런데 정말 염주강이라면, 하영은 왜 또 감시 화면을 삭제했을까?’‘설마 두 사람은 남에게 알려져서는 안 될 대화를 했단 말인가?’그렇게 생각을 하며 진석은 문을 밀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이 일은 계속 조사해야 해.’며칠이 지나도 유준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오지 않았다.그리고 생일날 아침, 하영은 유준이 보낸 큰 선물을 하나 받았다.“양육권 변경 합의서.”이 합의서를 본 하영은 제자리에 몸이 굳어졌다.‘그날 밤에 한 말이 전부 진심이었단 말이야?!’예전에 하영이 가장 두려운 일이 바로 유준이 아이들의 양육권을 빼앗아가는 것이었는데, 줄곧 마음속에 숨기고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여전히 발생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하영은 합의서를 꽉 쥐며 눈시울을 붉혔다.‘기억을 잃은 후, 이 남자는 오히려 전보다 더욱 모질게 변했군!’하영은 실망을 느끼며 합의서를 내려놓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을 확인하니 주희의 전화인 보고 즉시 연결했다.“하영 언니.” 주희의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 “하영 언니, 생일 축하해요! 오늘 저녁에 파티 열 거예요?”하영은 가능한 한 자신을 진정시켰다.“응, 인나는 이미 호텔을 예약했어. 다 지인이니까 너도 꼭 와. 이따 내가 호텔 주소와 시간을 보내줄게.”“좋아요!”주희가 말했다.“내가 언니에게 서프라이즈 하나 준비했으니까 기대해 봐요!”하영이 물어보기도 전에 주희는 전화를 끊었다.주희의 서프라이즈에 하영은 그나마 슬픔이 반쯤 가셨다.곧이어 현관에서 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하영이 문을 여는 순간, 입구에 서 있는
하영은 거실로 걸어가더니 소파에 주저앉았다.그녀는 대체적인 원인을 인나에게 설명했고, 인나는 화가 나서 거실을 서성거렸다.“뭐야, 네가 힘들게 임신해서 낳은 아이를 괴롭힐까 봐 그런 거야?!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듣기 싫은 말을 하지 않았을 거야. 넌 모든 섭섭함을 모두 마음속에 숨겼는데, 그 남자는 섭섭함을 굳이 말해야 속이 시원한 건가?”유준을 향한 인나의 비난에, 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자리에 서서 잠시 생각한 후, 인나는 바로 탁자 위에 놓인 합의서를 절반으로 찢어버렸다.그리고 쓰레기통에 버린 후, 인나가 말했다.“절대 양보해줄 리가 없어! 그 남자가 이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변호사를 찾아 소송을 걸어보자고! 하영아, 그 남자는 이미 네 사정을 봐주지 않고 있잖아. 그러니 너도 제발 정신 좀 차리면 안 돼?!”하영은 한참 동안 침묵한 후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인나는 앞으로 다가가서 위로했다.“하영아, 그 모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염 대표님 좀 봐. 그 사람은 정말 정유준보다 못하진 않다니깐. 이혼하고 아이 하나 있는 것 외에 다른 문제가 하나도 없잖아.”“알아.”하영은 힘없이 말했다.“하지만 난 내가 주강 오빠를 좋아할 리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 내 마음속에는 주강 오빠를 향한 존경과 고마움밖에 없으니까.”“너도 참...”인나는 한숨을 쉬었다.“됐어, 너 얼른 옷 갈아입어. 우리 얼른 나가자!”“뭐 하려고?” 하영은 의아한 눈빛으로 인나를 바라보았다.“오늘 내가 네 피로 싹 가시게 해줄게. 모든 일은 뒤로하고 우리 저녁에 실컷 마셔보자!”마사지 가게에 도착하자, 인나는 하영이 마사지를 받는 틈을 타서 주강에게 문자를 보냈다.[염 대표님, 저 우인나예요. 문자 보시는 대로 답장 보내주세요.]3분 만에 주강이 답장을 보냈다.[유 사장님, 무슨 일이죠?][염 대표님, 혹시 대단한 변호사라도 알고 계시나요? 하영을 위해 소송을 걸 수 있는 변호사를 한 분 알아봐 주셨으면 해서요.][
주강은 고개를 들며 잔 속의 샴페인을 단숨에 다 마셨다.그의 행동에 직원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반응이 빠른 직원은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사장님, 이 명성이 자자한 염 대표님과 어떤 사인인지 설명 좀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사장님, 어쩜 이렇게 잘 숨기셨어요!”“사장님, 빨리 소식 좀 알려 주세요. 두 분 이제 곧 좋은 소식 있는 거 아니에요?”하영은 그들의 말에 귀가 약간 빨개졌다.완곡하게 아니라고 말하려던 참에 오히려 주강이 웃으며 말했다.“아직 내가 하영 씨에게 구애를 하고 있는 단계라서요.”“와!! 사장님 너무 행복하세요!!!”“역시 우리 사장님, 매력이 넘친다니깐요!”“사귀어라! 사귀어라! 사귀어라!!”하영은 직원들이 축하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의아해하며 주강을 바라보았다.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연회장 문이 열렸다.진연월은 완벽한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단아한 비녀 하나만 꽂은 긴 머리를 말아올린 채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붉은 입술은 그녀의 카리스마를 선보였다.이렇게 예쁜 여자를 보자, 현장에 있던 남자 직원들은 모두 시선을 떼지 못했다.만약 진연월이 섹시하고 성숙한 존재라면, 하영은 청순 미인 그 자체였다.두 사람은 각각 화이트와 블랙으로 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한동안 시선을 누구에게 두어야 할지 몰랐다.진연월은 하영을 보자 부드럽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하영이 고개를 끄덕이려 할 때, 순식간에 진연월 뒤에 있는 그 익숙한 사람의 그림자를 포착했다.진연월을 뒤따라 들어온 사람은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검은 양복을 입은 유준이었다.차분하고 침착한 기운은 차가움을 그려냈고, 웃지 않는 준수한 얼굴은 카리스마가 흘러넘쳤다.그는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서 진연월을 주시하던 남자 직원들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거두었다.유준이 문에 들어서자마자 하영 뒤에 있던 직원이 놀라서 입을 열었다.“정, 정 대표님 아니야?!”그 직원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마침 주위 사람들
인나와 주강도 하영의 뒤를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진연월과 유준 곁으로 가자, 하영은 진연월에게 말했다.“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대접에 소홀히 했다면 많이 양해해 주세요.”하영이 다가왔을 때, 유준은 그녀의 시선이 자신에게 떨어진 적이 아예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마치 자신을 공기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불쾌함이 유준의 마음속을 스쳐 지나갔다.“강 사장님, 별말씀을요.” 진연월은 눈을 들어 하영 옆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우 사장님, 염 대표님.”인나는 진연월을 몰랐지만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할 수밖에 없었다.주강은 진연월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진 사장님, 오랜만에 만나는군요.”진연월은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었다.그러자 유준을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염 대표님, 내가 알기로는 대표님은 시간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바쁘신 분이었는데. 오늘 특별히 시간을 내서 강 사장님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다니, 그 감정도 적지 않은 것 같네요.”주강은 진연월이 무슨 ‘쇼’를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는 곁눈질로 유준을 훑어본 후, 진짜와 가짜 감정이 반반 섞인 대답을 했다.“하영 씨가 매우 마음에 들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생일을 함께 보내고 싶어서요.”그 말을 듣고 하영은 고개를 번쩍 들어 주강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주강은 오히려 그녀를 향해 아주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하영은 눈썹을 살며시 찌푸렸다.“주강 오빠, 오늘 밤에 한 말은...”“하영아!”이때, 인나가 하영의 말을 끊었다.“애정 과시하고 싶어도 좀 참아. 우리 신분이 존귀한 정 대표님을 혼자 이곳에 버리면 안 되지.”인나가 이 말을 하자, 진연월은 참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우인나 씨는 정말 나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군, 척하면 척이야!’그러나, 하영과 주강이 눈을 마주치는 것을 본 순간, 유준은 왠지 모르게 초조감이 솟아올랐다.게다가 하영이 마음에 든다는 주강의 말을 떠올리니, 유준은 더욱 고운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염 대표님의 안
하영은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는데 연회장의 문이 또다시 열렸다.주희가 문 뒤에서 머리를 내밀며 기웃거렸다.하영 등이 있는 것을 보고 주희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그러나 진석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자, 주희는 시선을 거두고 문을 철저히 열었다.곧이어 예준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그를 보자, 모든 사람들은 그 자리에 서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준은 주희와 함께 하영의 앞으로 걸어갔다.예준은 하영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하영아, 생일 축하해.”하영은 눈시울이 뜨거워지자 예준의 품에 와락 안겼다.“오빠가 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예준은 애정 담긴 미소를 지으며 하영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오늘은 네 생일이니 울지 말고 많이 웃어.”“너무 위험하잖아요...”하영은 울먹이며 말했다.예준은 눈을 들어 안색이 캄캄한 유준을 바라보았다.“얘가 올 수 있는 이상, 나도 올 수 있지 않겠어?”하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유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올 수 있다면 그도 올 수 있다니??’‘이 여자는 정말 바람기가 많구나. 어쩜 곁에 남자가 이렇게도 많은 것이냐고!’‘아마 예전에 나 몰래 바람을 피운 적이 있었을 거야.’‘그래서 나도 줄곧 이 여자와 결혼하려 하지 않았고.’하영은 예준의 품에서 벗어나며 물었다.“부진석이 올 수도 있는데, 너무 위험하잖아요! 나조차도 그 남자가 나타날지 말지 확실하지 않다고요.”예준은 가볍게 웃으며 몸을 숙여 하영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바로 오늘, 시장은 이미 끌려가 조사를 받았어.”하영은 멍해졌다. “이렇게 빨리요?”예준은 하영의 손을 잡고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그는 앞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방해한 것 같군. 모두들 자리에 앉지.”‘주인 행세를 하다니,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게 틀림없어.’유준은 하영을 쏘아보더니 몸을 돌려 자리에 앉았다.주강은 예준을 바라보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