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범이 말을 하기도 전에 현욱은 재빠르게 그의 말을 끊었다.현욱은 하영에서 들었는데, 유준은 현재 유정이라고 불렀다.“유 대표님은 지금 안 계십니다.”벨보이가 대답했다.“저희 대표님과 다른 시간을 정하시는 건 어떤가요?”기범과 현욱은 묵묵히 생각했다.‘유준이 없는 이상, 우리가 여기에 있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지.’기범과 현욱은 풀이 죽은 채 차로 돌아왔고, 차에 시동을 걸자마자 롤스로이스 팬텀 한 대가 그들 앞에 멈춘 것을 보았다.곧이어 유준이 차에서 내려왔다.유준을 본 현욱은 얼른 기범에게 말했다.“유준이다!!”이를 본 기범은 얼른 현욱과 함께 차에서 내려 유준에게 달려갔다.“유준아!!”“정유준!!”두 사람은 유준 앞으로 달려가기도 전에 옆에서 달려오는 경호원들에게 붙잡혔다.함성을 듣고, 유준은 몸을 돌려 앞에 있는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현욱은 유준이 고개를 돌린 보는 것을 보고 감격에 겨워 손을 흔들었다.“유준아, 나야!!”기범도 기뻐하며 소리쳤다.“유준아, 우리 정말 네가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니까!!”유준은 차갑게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입을 열었다.“이 사람들 막아. 신분 모를 사람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현욱과 기범은 동시에 멍해졌다.‘우리를...’‘모른다니?!!’기범은 기죽지 않고 꿋꿋이 말했다.“유준아, 이젠 내 체면도 봐주지 않는 거야?!”“기회야!”현욱은 어이없어하며 바로잡았다.기범은 계속 소리쳤다.“우리에게 너와 이야기할 기회 좀 줘!!”“유준아, 나 현욱이야, 얘는 기범이고, 우리 둘은 네 가장 좋은 친구란 말이야!!”유준은 발걸음을 멈추었다.막 고개를 돌리려고 할 때, 경호원 한 명이 유준 곁으로 걸어갔다.“도련님, 지금 사기꾼이 많으니, 그래도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현욱과 기범은 경호원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야! 지금 누가 사기꾼이라는 거야?!” 기범은 화를 냈다.현욱도 덩달아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가 사기꾼이라고? 너 가서 우리의
저녁, 8시, 아크로빌에서.기범과 현욱은 유준을 찾아갔을 때 일어난 일을 인나와 하영에게 알렸다.인나는 그들의 말을 듣자,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두 사람, 바보 아니에요?” 인나는 웃다가 눈물까지 흘렸다.현욱과 기범 두 사람은 눈을 부릅뜨며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하영은 시선을 아이들에게 돌렸다.세희는 자진해서 손을 들었다.“엄마, 이건 내가 할 수 있어요!”희민은 하영에게 말했다.“엄마, 아빠 번호를 세준에게 보내줘요. 세준이 위치를 추적한 다음, 우리 세 사람 같이 찾아가면 돼요.”하영은 망설였고, 인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영아,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알아.”하영이 말했다.“하지만 아이들이 유준 씨에게 접근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야. 유준 씨 옆에 경호원이 엄청 많거든. 나도 유준 씨가 우리를 조사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고. 조사했다면 아마 아이들에게 경계심을 가질 거야.”“일단 해봐요.”현욱이 하영을 설득했다.“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잖아요. 우리는 유준의 기억이 회복되는 것에 도움이 안 됐지만, 어쩌면 아이들이 가능할지도 모르잖아요.”하영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결국 타협을 했다.“그래요, 그럼 아이들더러 한 번 해보라고 할게요.”현욱과 기범은 동시에 한숨을 돌렸다.저녁, 하영은 유준의 핸드폰 번호를 세준에게 알렸다.세준은 한바탕 시간을 들여서야 유준의 주소를 알아냈다.빨간색 표식은 마인하우스의 고급 별장에 멈추었다.이 위치를 보고 세희는 혀를 차며 말했다.“아빠는 전에 함부로 재력을 과시한 적이 없는데, 지금은 뜻밖에도 이렇게 사치스러운 별장에 살고 있다니!”하영도 이곳을 알고 있었다. 마인하우스는 전 김제에서 가장 비싼 별장이었다.‘유준 씨가 지금 뜻밖에도 거기에 살고 있을 줄이야.’세준은 휴대전화를 꺼내 유준 별장의 상세한 위치를 기록했다.이어 하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먼저 가서 쉬세요. 우린 주말에 찾아갈 거예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하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눈앞이 캄캄했고, 아무런 출구도 찾지 못했다.토요일, 세준은 일찍 일어나서 유준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했다.유준이 아직 마인하우스에 있는 것을 보고, 세준은 아직 자고 있는 세희와 이미 옷을 다 입은 희민을 데리고 가장 빠른 속도로 차에 올라타며 기사더러 마인하우스로 가라고 했다.차에 앉자, 세희는 하품을 하며 물었다.“오빠, 왜 엄마한테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간다고 말하지 않은 거야?”“엄마를 데리고 가면, 아빠가 듣기 싫은 말을 할지도 모르잖아?” 세준은 세희에게 물었다.“엄마가 더 속상했으면 좋겠어?”세희는 말문이 막혀서 겸연쩍게 희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희민은 세희의 손을 잡았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 시간 후, 세 아이는 마인하우스에 도착했다.그들은 차에 앉아 세준이 유준의 위치를 추적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세희는 작은 머리를 까닥거리며 졸기 시작했다.8시가 될 때, 세희는 희민이 부르는 소리에 깨어났다.“세희야, 아빠 나왔어, 빨리 내려.”세희는 벌떡 일어나더니 희민을 따라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이때, 유준은 금방 별장에서 나왔다. 차가 얼마 가지 않았을 때, 앞에서 갑자기 한 아이가 뛰쳐나오더니 기사는 놀라서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았다.뒷좌석에 앉은 유준은 불쾌함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일이야?”기사는 백미러를 보며 말했다.“대표님, 방금 한 아이가 뛰쳐나와서...”말이 떨어지자마자 또 다른 두 아이가 튀어나왔다.세 아이는 이렇게 뚫어지게 그들을 쳐다보며 무엇을 하려는 건지 몰랐다.유준도 아이들을 보았다.두 남자아이를 본 순간, 그의 눈동자는 움츠러들었다.심지어 기사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대표님... 이 아이들은 도련님의 친척인가요?!”유준은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이 두 남자아이는 도대체 누구지?’‘왜 나와 이렇게 닮은 거지?’그들을 보니 유준은 마치 어렸을 때의 자신을 본 것 같았
“강하영이요!'이 이름을 듣자, 유준은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그 여자가 낳은 세 아이가 바로 그들이었어?!’세희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유준을 노려보았다.“아빠, 왜 우리가 엄마 얘기만 하면 자꾸 눈썹을 이렇게 찡그리는 거예요?!”유준은 여전히 세희가 부르는 호칭에 의심을 품고 있었다.그러나 다른 두 아이를 보면, 그 이목구비는 정말 그와 너무 닮아서 부인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박 기사.”유준은 세희의 말을 무시하고 기사를 바라보며 말했다.“친자감정센터로 가지.”‘이런 건 내가 직접 검증하는 게 좋겠군.’세희는 입기를 실룩거렸다.“그래요, 아빠, 후회하지 마요! 아직도 우리를 의심하고 있다니!!”세준이 말했다.“괜찮아, 곧 후회할 거야.”이때 희민이 입을 열었다.“어, 그 뭐지, 난 성이 정 씨라서.”세희와 세준은 일시에 희민을 바라보았고, 세희는 항의했다.“희민 오빠! 지금 우리가 성을 바꾸지 않았다고 비웃는 거야?”세준은 세희를 힐끗 보았다.“엄마 성을 따르는 게 무슨 문제 있어?”“문제야 없지!” 세희가 말했다.“그냥 희민 오빠가 이렇게 말하니까 기분 나쁘단 말이야! 희민 오빠만 아빠의 아이고, 나와 세준 오빠는 주워온 거야?”희민은 얼른 달랬다.“세희야, 그게 아니야. 오빠가 말을 잘못했어...”세 아이가 너 한 마디 나 한 마디 주고받는 것을 보고 유준은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심지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친자 확인 검사는 빨라도 3일 후에 그 결과를 볼 수 있었다.감정을 할 때, 유준은 시시각각 세 아이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들의 표정은 이상할 정도로 평온했는데, 마치 그들이 부자관계란 것을 확신하는 것 같았다.감정을 마친 후, 유준은 회사에 가기 전에 아이들을 아크로빌에 보냈다.차가 별장 앞에 멈추는 순간, 유준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여러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기억을 떠올리려 했지만 아무리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잠시 후에야 유준
경호원의 말을 듣자, 하영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네 어머니가 찾는 이상, 전화해서 잘 물어봐. 여긴 그렇게 많은 규정이 없으니까.”경호원은 멍해졌다.“네.”하영은 별장에 들어가기 전, 곁눈질로 다른 경호원들을 훑어보았다.그들이 아무 동작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하영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거실로 돌아온 하영은 세 아이를 바라보았다.“너희들은 어떻게 엄마한테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나갔어? 전화도 안 받고.”세희는 헤헤 웃으며 하영을 안았다.“엄마, 아빠는 우리에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어요!”하영은 의아해했다.“그래?”“네!” 세희는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내가 아빠 품에 안겼는데, 아빠는 나를 밀어내지 않았어요!”“그건 우리가 아빠를 많이 닮았기 때문이야.” 세준은 인정사정없이 말했다.세희는 몸을 돌려 작은 손으로 세준의 입을 막았다.“됐어! 넌 말하지 마! 듣기 싫으니까!!”하영은 그다음이 궁금해서 입을 열어 물었다.“그러고 나서는? 아빠가 바로 너희들을 집으로 데려다준 거야?”“친자 확인 검사까지 했어요.”희민이 말했다.“나도 아빠가 그렇게 빨리 받아들일 줄 몰랐어요.”하영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검사하러 갔다는 것은 너희들 아빠도 믿기 시작했단 것을 설명하지.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너희들을 데리고 유준 씨 만나러 갔을 텐데.”“엄마.” 세희는 하영을 위로했다.“울지 마요, 결과가 나오면 아빠도 꼭 돌아올 거예요!”하영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별장의 CCTV를 지우는 거야.”“안심하세요, 엄마.” 세준이 말했다.“돌아오는 길에 희민이 다 설정했어요.”하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지금 유준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영이 지금 유일하게 걱정되는 일이 바로 유준이 진석에게 발견되는 것이다.만약 진석이 다시 유준에게 손을 댄다면, 하영은 재차 유준을 잃은 타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다른
“그렇게 많은 의류 회사에서 굳이 Tyc를 선택하다니, 진 비서, 너 일부러 그런 거지?”“도련님, 지금 이 김제에서, MK를 제외하면 Tyc의 의류 품질과 가격이 가장 적합하거든요.”“내가 그까짓 돈을 신경 쓸 것 같아?”유준이 되물었다.“다른 회사로 바꿔.”“도련님, 왜 강하영 씨가 그렇게도 싫으신 거예요?” 진연월이 추궁했다.유준은 얇은 입술을 가볍게 오므렸다.‘그 여자가 오늘 날 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나빴는데, 내가 어떻게 그런 여자를 좋아하겠어?“도련님?” 진연월은 눈을 구부리고 웃으며 계속 물었다.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만약 정말 그 여자와 합작하고 싶다면, 계약은 네가 가서 체결해.”“이런.”진연월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공교롭게도 제가 내일 마침 다른 일이 있어서요.”진연월은 고의로 이렇게 말한 게 분명했다.유준은 코웃음을 쳤다.“내일 백화점과 한강 호텔에는 아무 일도 없는데!”진연월은 머리를 걷어올리더니 매력이 넘친 미소를 지었다.“맞선을 보러 가야 해서요, 좀 바빠요.”다음날.하영은 회의를 마치고 인나에게 어제의 일을 말하고 있었는데, 소정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소정은 흥분을 금치 못했다.“사장님!! 정 대표님이에요!! 대표님이 돌아오셨어요!! 지금 사장님이 찾으세요!!!”하영과 인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인나는 영문을 몰랐다.“정 대표가 왔다고? 뭐 하러 온 거지?”하영은 멍하니 고개를 저으며 소정에게 말했다.“데리고 올라와.”얼마 지나지 않아, 소정은 유준을 데리고 올라왔다.유준이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하영과 인나는 이미 커피를 탄 다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인나는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오랜만이에요. 어서 앉으세요!”유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았다.인나는 계속 말했다.“대표님,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 거죠?”유준은 옆에 있던 경호원을 바라보았다.경호원은 즉시 가방 안에서 계약서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유준이 말했다.“진 비서가 도대체 누구와 이 계약
“나는 숨길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하영의 절친으로서 있는 그대로 말할게요! 대표님이 사고를 당했다는 걸 알았을 때, 우리 모두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아요? 현욱 씨와 기범 씨는 대표님의 가장 친한 친구인데, 그들은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A국을 왔다갔다했어요! 하영은요, 그 충격에 못 이겨 두 번이나 자살했고요!!”말하면서 인나는 목이 멨다.“하영은 두 사람의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했지만 결국 대표님을 위해 자살할 생각을 했어요. 대표님, 지금 기억을 잃어서 우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도, 우린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하영을 그렇게 냉정하게 대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인나의 말을 듣고 유준의 그 검은 눈동자에는 경악이 가득했다.‘그 여자가 날 위해 두 번이나 자살했다니??’이와 동시에 유준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총알 두 발 모두 가슴에 맞았어...”유준은 손을 들어 은근히 아픈 관자놀이를 눌렀다.‘도대체 누가 이 말을 한 거지?’‘총에 맞은 사람은 또 누구야?!’‘왜 이 말을 떠올렸을 때, 내 가슴이 이렇게 아픈 거지?’유준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고 인나는 당황해졌다.그녀는 얼른 입을 열어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세요??”말하던 참에 하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유준이 고통스럽게 이마를 가린 채 두 눈 꼭 감은 것을 보고 하영은 조급해하며 바로 다가가서 물었다.“유준 씨?!”하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하영의 손이 유준의 팔에 닿는 순간, 유준은 갑자기 하영을 밀어냈다.하영은 남자의 힘에 몇 걸음 후퇴했는데, 인나가 재빨리 가서 부축하지 않았다면 하영은 하마터면 땅에 넘어질 뻔했다.두 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냉담하고 두 눈이 붉어진 남자를 보며 일시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유준은 호흡을 조절한 후, 곧장 사무실을 떠났다.하영은 눈 밑에 고통이 떠올랐고, 입술을 오므리며 눈을 드리웠다.인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하
‘자살이라...’‘나와 그 여자 사이에는 아마도 무슨 과거가 있었겠지.’‘난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니 우리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긴 이상, 틀림없이 혼인신고를 하려 했을 거야.’‘그러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니,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아니면, 무슨 변고가 있었던가.’‘아니면, 그 여자가 혐오스러운 일을 해서, 내가 그 여자와 함께 있고 싶지 않게 된 거야.’유준은 저도 모르게 마지막 생각을 선택했다.퇴근 후, 하영은 아크로빌로 돌아오자마자 주강의 차가 별장 정원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대문에 들어서자, 세희와 주강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었다.“겨울방학에 꼭 수지 데려올게, 약속...”하영이 거실로 걸어가자 주강과 세희는 동시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엄마!” 세희는 하영 곁으로 달려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가 곧 밥 먹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 난 주강 아저씨더러 식사하고 가시라고 했어요.”하영은 웃으며 세희의 머리를 만졌다.“세희도 이제 손님 대접할 줄 아는구나.”세희는 부끄러워하며 헤헤 웃었다.“엄마, 아저씨와 이야기 나눠요. 난 오빠들 부를게요.”“그래.”세희가 떠난 후, 하영은 주강에게 인사를 했다.“주강 오빠, 왜 나한테 말도 하지 않고 찾아왔어요? 그럼 미리 장이라도 봤을 텐데.”“단지 하영 씨 보러 왔을 뿐, 남아서 밥 먹을 생각 안 했어요.”주강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세희가 너무 열정적이어서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네요.”“네, 세희가 원래 좀 활발하거든요.”주강은 잠시 침묵했다.“하영 씨, 정 대표님은 지금 어떤 상황이죠?”하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아직도 나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있어요.”“이 분야의 의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환자가 기억을 회복하는 데 아주 긴 시간이 걸릴 거래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네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알겠어요.”주강은 계속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관심을 전부 정 대표에게 두어서는 안 돼요.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