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석의 눈 밑에 선명한 고통이 스쳤다.“하영아, 전의 일은 내가 잘못했어...”“닥쳐요!!”하영은 낮은 소리로 외쳤다.“부진석, 만약 진심으로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자수하러 가요!!”말을 마치자 하영은 차 문을 열고 곧장 들어갔다.주강은 진석을 잠시 바라보더니 하영을 따라 차 문을 열고 들어갔다.그리고 두 사람은 훌쩍 떠났고, 진석 혼자만 제자리에 서 있었다.매번 숨을 쉴 때마다 진석의 머릿속에는 하영의 차가운 표정과 말이 떠올랐다.그는 후회했다.하영에게 총을 쏜 것을 후회했고, 자신이 한 모든 짓을 너무 일찍 인정한 것을 후회했다.이와 동시, 호텔 3층 창가에서.유준은 어두운 방에 서서 하영이 탄 차가 점차 멀어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1분 후, 유준의 뒤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유준은 시선을 돌려 들어오는 진연월을 바라보았다.“불도 안 켜고 뭐 하시는 거예요?”진연월은 복도의 빛을 빌려 탁자 옆에 있는 스위치를 켰다.“왜 그 여자를 데리고 날 만나러 온 거지?”유준은 소파에 걸터앉아 물었다.“넌 이렇게 조심성이 없는 사람이 아닐 텐데.”진연월은 억울하게 설명했다.“이건 보스의 뜻이에요. 도련님, 저한테 물어보시면 안 되죠. 저도 단지 부하일 뿐이니까.”“그 사람 지금 어디에 있지?” 유준이 물었다.진연월은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제가 어떻게 보스의 일정을 물어보겠어요.”유준의 먹처럼 검은 눈동자에는 짜증이 스쳤다.“연락해 봐, 그 사람 좀 만나야겠어.”“도련님, 그거 잊지 마세요. 오직 보스만이 우리를 찾을 수 있고, 우리는 보스를 찾을 수 없다는 거.”진연월이 일깨워 주었다.“그리고...”유준은 말을 하려다 멈춘 진연월을 바라보았다.“보스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만약 무엇이든 보스에게 의지한다면, 도련님은 잃어버린 기억을 다시 찾을 생각이 없는 걸로 간주하겠다고요.”유준은 고운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그 말에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유준은 깨어난 후, 모든 기억이 텅
유독 세희만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엄마, 딱 하나만 물어보면 안 돼요?세희는 하영의 품에 안기며 애꿎은 눈빛으로 애처롭게 하영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영은 마음이 약해지더니 세희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엄마가 한 가지 질문에만 대답할게.”“아빠 정말 기억을 잃은 거예요?” 세희는 슬픔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우리조차 잊어버린 거예요?”하영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그럼 아빠 머리 살릴 방법 없어요?”하영은 멍하니 있다가 곧 피식 웃었다.세준과 희민도 참지 못하고 입을 가리며 몰래 웃었다.그들의 모습을 보고 세희는 영문 모른 채 작은 눈살을 찌푸렸다.“도대체 왜 웃는 거야? 내 말 틀렸어? 아빠 지금 기억을 잃었으니까 머리를 고쳐야 하는 거 아니야?”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세희야, 그런 게 아니야. 우리는 아빠가 기억을 되찾는 것을 도울 수밖에 없어. 치료한다고 해서 소용이 있는 건 아니거든.”세희가 말했다.“아, 그럼 엄마, 나 아빠 찾으러 갈게요!”“네가 찾아가면 무슨 소용이 있는 거지?” 세준이 그녀에게 물었다.“나는 아빠의 딸이잖아! 내 피를 뽑아서 친자 확인을 해보라고 하면 되지. 믿지 않으면 고소할 거야!”하영은 입가가 실룩거렸다.“세희야,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엄마.” 세준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관건은 그게 아니라 세희가 지금 아빠를 고소하겠다잖아요.”“내가 아빠 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난 왜 아빠를 고소할 수 없는 거지?”세희는 승복하지 않고 물었다.“천천히 하면 안 돼?” 세준이 말했다.“아빠 지금 살아있는데 기적이니까 너무 스트레스 주지 마.”세희는 잠시 생각했다.“하긴.”다음날, 하영은 회사에 도착했다.마침 현욱도 인나를 회사에 데려다주었다.두 사람을 보고 하영은 그들을 사무실로 불러 유준의 일을 함께 상의했다.이 일을 알게 된 인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오히려 현욱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랐다.인나는 현욱의
“이런 일은...”현욱은 하영을 바라보았다.“그 진 사장님 말이에요, 지금 유준과 아주 친하지 않아요? 하영 씨는 그 사람의 연락처가 있으니 그 사람에게 물어보는 건 어때요?”이 말을 듣고 하영은 휴대전화를 꺼내 진연월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에야 진연월이 연결되었다.“강 사장님, 무슨 일로 전화를 하신 거죠?”맞은편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오자, 하영은 입을 열어 말했다.“진 사장님, 지금 바쁘시다면 이따 다시 연락할게요.”“안 바빠요!”진연월이 말했다.“대표님은 단지 정기적으로 H백화점에 와서 한 번 보라고 하셨을 뿐이니까.”하영은 이 대표님이 바로 유준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유준 씨는 이 새로 세워진 H백화점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하영은 의문을 제기했다.“유준 씨가 H백화점의 사장님인가요?”“전에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사장님 맞아요.” 하영은 계속 물었다.“유준 씨는 전에 이 구역의 입찰에 참여한 적이 없는데, 그럼 어떻게 사장님이 될 수 있죠?”“모든 사람과 일은 다 변하는 거예요. 강 사장님, 이 얘긴 그만하고, 무슨 일로 전화하신 거죠?”하영은 정신을 차렸다.“그게, 유준 씨가 무엇 때문에 기억을 잃었는지를 알고 있나요?”“머리에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 의사들은 대표님이 깨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는데, 두 주일 후에 뜻밖에도 스스로 깨어났거든요. 다만 대표님이 깨어난 후의 모습, 강 사장님도 보셨잖아요, 기억을 잃었죠.”진연월이 설명했다.“그럼 아직도 약을 복용하고 있나요?”“아니요.”진연월은 사실대로 말했다.“그러니까 강 사장님, 지금 엄청 수고하셔야 할 것 같네요.”하영은 진연월이 고소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화제를 돌렸다. “유준 씨에게 접근할 방법부터 생각해 볼게요.”“그럼 힘내세요, 강 사장님, 문제 있으면 얼마든지 날 찾고요, 끊을게요.”말이 끝나자 진연월은 전화를 끊었다.인나와 현욱은 하영을 쳐다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그 사람 뭐래?”
하영은 얼른 물었다.“인나야, 뭘 보낼 건데?”“아이고, 안심해. 너무 뻔하고 이상하게 들리는 말은 하지 않을 테니까.”유준의 휴대폰번호를 찾은 인나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작성했다. 인나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지 않은 것을 보고 하영은 또 한숨을 돌렸다. 문자를 편집한 후 인나는 발송 버튼을 눌렀다.[정 대표님, 돌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대표님의 전 부하, 우인나입니다.]문자를 보낸 지 2분도 안 되자, 유준의 답장이 들어왔다.[모르는 사람인데. 내 연락처는 어떻게 안 거지?]인나는 유준이 이렇게 말할 것이라는 것을 진작에 예상하고 고의로 그의 문제를 무시하며 계속 말했다.[모르셔도 괜찮지만, 정 대표님, 지금 MK는 정 대표님이 필요합니다. 대표님은 자신이 심혈을 기울인 회사가 이대로 다른 사람의 손에 떨어지길 바라시는 겁니까?]이번에 문자를 보낸 후, 유준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30분을 기다린 후, 하영이 물었다.“아직도 답장이 없는 거야?”인나는 어색하게 웃었다.“아마 날 어떤 미친X인지 생각하고 있겠지.”하영도 입술을 오므리고 몰래 웃었다.유준은 지금 모든 사람과 일을 잊었지만, 하영 그들에게 있어 유준은 그저 멀쩡하게 살아있으면 됐다.그러나 한강 호텔에서.유준은 인나의 문자에 답장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그가 답장할 내용을 편집한 뒤, 부하들이 하영의 자료를 건넸던 것이다.하영의 개인 자료를 보며 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Tyc, 의상 디자인.이것은 또 그로 하여금 강렬한 익숙함을 느끼게 했다.물론 인나가 말한 MK를 포함해서.‘전에 내가 자주 접했던 느낌이 드는데.’그러나 유준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나와 그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그리고 우인나는 또 내가 MK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했지. 난 MK에서 어떤 직위를 맡았고, 또 어떤 권리를 갖고 있었지?’잠시 멈춘 다음, 유준은 계속 자료를 훑어보았다.마지막에 그의 눈빛은 가족 관계란 네 글자에 떨어졌다
기범이 말을 하기도 전에 현욱은 재빠르게 그의 말을 끊었다.현욱은 하영에서 들었는데, 유준은 현재 유정이라고 불렀다.“유 대표님은 지금 안 계십니다.”벨보이가 대답했다.“저희 대표님과 다른 시간을 정하시는 건 어떤가요?”기범과 현욱은 묵묵히 생각했다.‘유준이 없는 이상, 우리가 여기에 있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지.’기범과 현욱은 풀이 죽은 채 차로 돌아왔고, 차에 시동을 걸자마자 롤스로이스 팬텀 한 대가 그들 앞에 멈춘 것을 보았다.곧이어 유준이 차에서 내려왔다.유준을 본 현욱은 얼른 기범에게 말했다.“유준이다!!”이를 본 기범은 얼른 현욱과 함께 차에서 내려 유준에게 달려갔다.“유준아!!”“정유준!!”두 사람은 유준 앞으로 달려가기도 전에 옆에서 달려오는 경호원들에게 붙잡혔다.함성을 듣고, 유준은 몸을 돌려 앞에 있는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현욱은 유준이 고개를 돌린 보는 것을 보고 감격에 겨워 손을 흔들었다.“유준아, 나야!!”기범도 기뻐하며 소리쳤다.“유준아, 우리 정말 네가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니까!!”유준은 차갑게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입을 열었다.“이 사람들 막아. 신분 모를 사람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현욱과 기범은 동시에 멍해졌다.‘우리를...’‘모른다니?!!’기범은 기죽지 않고 꿋꿋이 말했다.“유준아, 이젠 내 체면도 봐주지 않는 거야?!”“기회야!”현욱은 어이없어하며 바로잡았다.기범은 계속 소리쳤다.“우리에게 너와 이야기할 기회 좀 줘!!”“유준아, 나 현욱이야, 얘는 기범이고, 우리 둘은 네 가장 좋은 친구란 말이야!!”유준은 발걸음을 멈추었다.막 고개를 돌리려고 할 때, 경호원 한 명이 유준 곁으로 걸어갔다.“도련님, 지금 사기꾼이 많으니, 그래도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현욱과 기범은 경호원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야! 지금 누가 사기꾼이라는 거야?!” 기범은 화를 냈다.현욱도 덩달아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가 사기꾼이라고? 너 가서 우리의
저녁, 8시, 아크로빌에서.기범과 현욱은 유준을 찾아갔을 때 일어난 일을 인나와 하영에게 알렸다.인나는 그들의 말을 듣자,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두 사람, 바보 아니에요?” 인나는 웃다가 눈물까지 흘렸다.현욱과 기범 두 사람은 눈을 부릅뜨며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하영은 시선을 아이들에게 돌렸다.세희는 자진해서 손을 들었다.“엄마, 이건 내가 할 수 있어요!”희민은 하영에게 말했다.“엄마, 아빠 번호를 세준에게 보내줘요. 세준이 위치를 추적한 다음, 우리 세 사람 같이 찾아가면 돼요.”하영은 망설였고, 인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영아,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알아.”하영이 말했다.“하지만 아이들이 유준 씨에게 접근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야. 유준 씨 옆에 경호원이 엄청 많거든. 나도 유준 씨가 우리를 조사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고. 조사했다면 아마 아이들에게 경계심을 가질 거야.”“일단 해봐요.”현욱이 하영을 설득했다.“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잖아요. 우리는 유준의 기억이 회복되는 것에 도움이 안 됐지만, 어쩌면 아이들이 가능할지도 모르잖아요.”하영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결국 타협을 했다.“그래요, 그럼 아이들더러 한 번 해보라고 할게요.”현욱과 기범은 동시에 한숨을 돌렸다.저녁, 하영은 유준의 핸드폰 번호를 세준에게 알렸다.세준은 한바탕 시간을 들여서야 유준의 주소를 알아냈다.빨간색 표식은 마인하우스의 고급 별장에 멈추었다.이 위치를 보고 세희는 혀를 차며 말했다.“아빠는 전에 함부로 재력을 과시한 적이 없는데, 지금은 뜻밖에도 이렇게 사치스러운 별장에 살고 있다니!”하영도 이곳을 알고 있었다. 마인하우스는 전 김제에서 가장 비싼 별장이었다.‘유준 씨가 지금 뜻밖에도 거기에 살고 있을 줄이야.’세준은 휴대전화를 꺼내 유준 별장의 상세한 위치를 기록했다.이어 하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먼저 가서 쉬세요. 우린 주말에 찾아갈 거예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하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눈앞이 캄캄했고, 아무런 출구도 찾지 못했다.토요일, 세준은 일찍 일어나서 유준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했다.유준이 아직 마인하우스에 있는 것을 보고, 세준은 아직 자고 있는 세희와 이미 옷을 다 입은 희민을 데리고 가장 빠른 속도로 차에 올라타며 기사더러 마인하우스로 가라고 했다.차에 앉자, 세희는 하품을 하며 물었다.“오빠, 왜 엄마한테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간다고 말하지 않은 거야?”“엄마를 데리고 가면, 아빠가 듣기 싫은 말을 할지도 모르잖아?” 세준은 세희에게 물었다.“엄마가 더 속상했으면 좋겠어?”세희는 말문이 막혀서 겸연쩍게 희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희민은 세희의 손을 잡았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 시간 후, 세 아이는 마인하우스에 도착했다.그들은 차에 앉아 세준이 유준의 위치를 추적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세희는 작은 머리를 까닥거리며 졸기 시작했다.8시가 될 때, 세희는 희민이 부르는 소리에 깨어났다.“세희야, 아빠 나왔어, 빨리 내려.”세희는 벌떡 일어나더니 희민을 따라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이때, 유준은 금방 별장에서 나왔다. 차가 얼마 가지 않았을 때, 앞에서 갑자기 한 아이가 뛰쳐나오더니 기사는 놀라서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았다.뒷좌석에 앉은 유준은 불쾌함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일이야?”기사는 백미러를 보며 말했다.“대표님, 방금 한 아이가 뛰쳐나와서...”말이 떨어지자마자 또 다른 두 아이가 튀어나왔다.세 아이는 이렇게 뚫어지게 그들을 쳐다보며 무엇을 하려는 건지 몰랐다.유준도 아이들을 보았다.두 남자아이를 본 순간, 그의 눈동자는 움츠러들었다.심지어 기사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대표님... 이 아이들은 도련님의 친척인가요?!”유준은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이 두 남자아이는 도대체 누구지?’‘왜 나와 이렇게 닮은 거지?’그들을 보니 유준은 마치 어렸을 때의 자신을 본 것 같았
“강하영이요!'이 이름을 듣자, 유준은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그 여자가 낳은 세 아이가 바로 그들이었어?!’세희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유준을 노려보았다.“아빠, 왜 우리가 엄마 얘기만 하면 자꾸 눈썹을 이렇게 찡그리는 거예요?!”유준은 여전히 세희가 부르는 호칭에 의심을 품고 있었다.그러나 다른 두 아이를 보면, 그 이목구비는 정말 그와 너무 닮아서 부인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박 기사.”유준은 세희의 말을 무시하고 기사를 바라보며 말했다.“친자감정센터로 가지.”‘이런 건 내가 직접 검증하는 게 좋겠군.’세희는 입기를 실룩거렸다.“그래요, 아빠, 후회하지 마요! 아직도 우리를 의심하고 있다니!!”세준이 말했다.“괜찮아, 곧 후회할 거야.”이때 희민이 입을 열었다.“어, 그 뭐지, 난 성이 정 씨라서.”세희와 세준은 일시에 희민을 바라보았고, 세희는 항의했다.“희민 오빠! 지금 우리가 성을 바꾸지 않았다고 비웃는 거야?”세준은 세희를 힐끗 보았다.“엄마 성을 따르는 게 무슨 문제 있어?”“문제야 없지!” 세희가 말했다.“그냥 희민 오빠가 이렇게 말하니까 기분 나쁘단 말이야! 희민 오빠만 아빠의 아이고, 나와 세준 오빠는 주워온 거야?”희민은 얼른 달랬다.“세희야, 그게 아니야. 오빠가 말을 잘못했어...”세 아이가 너 한 마디 나 한 마디 주고받는 것을 보고 유준은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심지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친자 확인 검사는 빨라도 3일 후에 그 결과를 볼 수 있었다.감정을 할 때, 유준은 시시각각 세 아이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들의 표정은 이상할 정도로 평온했는데, 마치 그들이 부자관계란 것을 확신하는 것 같았다.감정을 마친 후, 유준은 회사에 가기 전에 아이들을 아크로빌에 보냈다.차가 별장 앞에 멈추는 순간, 유준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여러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기억을 떠올리려 했지만 아무리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잠시 후에야 유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