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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유시아의 얼굴엔 생기란 전혀 없고, 표정은 멍하게 얼이 빠져 있었다.

멍하니 소파에 기대어 앉아 정유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정유라가 마냥 원망스럽기만 했다.

예쁜 얼굴로 아픈 말만 골라서 하는 정유라,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만 같았다.

굳이 확인 사실을 해주지 않아도 유시아는 잘 알고 있다.

5년 전에 임재욱의 손을 거쳐 감옥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 말이다.

임재욱이 사랑하는 여자는 신서현이라는 것을.

자기 목숨보다 사랑하는 여자라는 것을.

그녀를 위해서라면 온 세상과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기저기 상처가 나 성한 데 하나 없더라도 사랑하는 그녀만큼은 어떻게든 꼭 지키는 임재욱이라는 것을.

이와 같은 처참한 대비로 유시아는 이미 마음속으로 똑똑히 각인하고 있었다.

신서현은 죽었지만, 영원히 임재욱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리라는 것을.

신서현의 아름다운 모든 건 그녀가 떠나는 순간부터 임재욱의 가슴 속에 깊이 뿌리를 박아 결코 박제할 수 없는 존재로 남게 되었다.

유시아에 대한 임재욱의 마음은 사랑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선택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신서현을 잃고 난 뒤, 꿩 대신 닭을 선택한 격.

“그러게요.”

유시아는 정유라를 바라보며 문득 깨닫는 모습으로 웃었다.

“유라 씨 말이 맞아요. 저는 신서현 씨를 따라갈 수 없어요. 재욱 씨에게 있어서 그 어떠한 여자라도 신서현 씨만큼 소중하지 않을 거예요. 그 누구도 신서현 씨 자리를 대신할 수 없을 거고요.”

정유라는 입술을 사리물고 계속 물었다.

“알고 있으면서 왜 계속 재욱 씨 옆에 있는 거죠?”

“사랑해서요...”

유시아는 고개를 들어 정유라를 바라보며 웃었다.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면서 애처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랑해서... 아쉬워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유시아는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임재욱에 대한 사랑은 마치 블랙홀처럼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아 그녀 역시 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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