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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신서현 부모님은 본래 아늑한 마을에서 두 딸을 키우면서 평범하게 살아온 분들이다.

신서현이 연예계로 데뷔하고서도 그녀는 줄곧 집으로 돈을 보내며 생활에 보탬이 되었었다.

그러던 그녀가 세상을 떠나면서 임재욱은 그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면서 남은 가족들을 정운시로 데리고 온 것이다.

안락한 삶을 그려주기 위해 데려온 것인데, 이처럼 처참한 결말을 맞게 되리라 생각지도 못했다.

임재욱의 말을 듣고서 유시아는 한참 동안 침묵하며 사색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재욱 씨 탓이 아니에요. 인생의 순리이고 좌우지할 수 없는 게 사람 운명이잖아요.”

임재욱은 나지막이 대답을 했지만 별다른 소리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이때 유시아는 자기 손을 도로 빼며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아침 먹으러 가야겠어요. 재욱 씨는 좀 더 쉬고 있어요.”

말을 마치고 바로 부엌으로 향해 걸어갔다.

가냘픈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임재욱은 마음이 순간 복잡해졌다.

허씨 아주머니한테서 들은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어젯밤 아주 늦게 집으로 돌아왔고 백화점에서 가득 쇼핑한 물건들은 하나도 챙겨오지 않았다는 것을.

임재욱은 알고 있다. 아무리 많은 이유라도 유시아를 위한 핑계라도 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처를 줬고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

밥을 먹고 난 유시아는 집에 머물지 않고 바로 외출했다.

화실 쪽에는 아직 시간이 넉넉한 편이고 하여 이채련 병문안을 가려고 생각했다.

오랜만이라 이채련을 떠오르니 보고 싶기도 했다.

정운시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큰데, 오로지 이채련 만이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처럼 자기를 품어주고 위로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머님.”

유시아는 백합 한 다발을 들고 문 앞에 서서 웃으며 이채련에게 인사를 건넸다.

“요즘 어떠셨어요? 저 보고 싶지 않으셨어요?”

이채련은 마침 가위를 들고 침대 옆에 있는 화분을 다듬으려던 참이었다.

들려오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유시아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서 있는 것이었다.

이채련은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시아 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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