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75화

30년간의 결혼 생활을 유지해 온 이채련이다.

그 말인즉슨, 어린 친구들의 사소한 감정에 대해 모조리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서현에 대한 임재욱의 마음은 그녀의 죽음에 따라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가슴 속 깊이 숨겨둔 것뿐이다.

신서현 부모님의 일에 신경 쓰고 있는 것도 그 감정에 대한 마지막 예의를 차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 이 상황에서 유시아가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면 도리를 어긋나는 짓에 비견된다.

신서현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러하고 유병철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유시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머님 말씀대로 할 게요.”

이채련은 꽃다운 나이의 유시아를 바라보며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 생기는 거 보고 싶었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그와 함께 희망과 희열도 피어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숨을 거두기 전까지 보기 어려울 것 같았고 평생 ‘할머니’라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저절로 한숨이 나온 것이다.

때론 ‘인과응보’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늙은 나이에 유일한 아들을 잃고 위암으로 이 고생을 하고 있겠는가...

이채련의 말에 유시아는 순간 슬픔이 밀려와 울컥했지만,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내며 몇 마디 더 위로하고서 병원에서 나왔다.

...

요즘 임재욱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고 있다.

회사 일을 제외하고도 신서현 부모님의 장례식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있다.

매일 밤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은 며칠 동안 얼굴을 마주치지 못한 듯했다.

임재욱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유시아는 이미 잠에 들었고, 이튿날 아침 임재욱이 일찍 일어나 출근하면 유시아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두 사람의 거리는 겉으로 보기엔 무척이나 가깝지만 실제로는 무척이나 멀었다.

그렇게 숨 막히는 상황은 무려 월말까지 이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유 시간을 즐기고 있던 화실 학생 중 한 명이 갑자기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이마에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일이 생기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