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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애마저 벙어리로 태어나면 어쩔 거니?

인아는 그 소리를 듣고 몸이 살짝 떨렸다. 희도가 화가 난 듯 보여, 그녀는 서둘러 수화를 이어갔다.

“죽이 입맛에 안 맞아요?”

희도는 셔츠 깃을 잡아당기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얼른 먹어.”

그러나 희도가 음식을 먹지 않자, 인아는 수화를 멈추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을 치우기 시작했다. 희도의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따라다녔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인아가 설거지를 마치고 다시 거실로 나왔을 때, 그는 이미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 출발하자, 도로 옆의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창밖의 나무들은 마치 달아나는 것처럼 뒤로 밀려났다.

인아는 그런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어린 시절, 인아는 유씨 가문에 입양되었다.

당시 유정석은 인아를 친손녀처럼 아껴주었고,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늘 인아를 걱정했다.

3년 전, 유정석은 자신의 마지막 소원으로 희도에게 인아와 결혼하라고 강요했다. 그는 인아를 책임지지 않으면 편히 눈을 감을 수 없다고 했다.

그때 희도에게는 이미 연서라는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유정석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던 희도는 결국 마지못해 인아와 결혼을 결심했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희도는 인아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그녀에게 특별히 차갑게 대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따뜻한 관심을 주지도 않았다.

둘 사이에는 점차 침묵이 자리 잡았고, 그들은 가장 익숙한 낯선 사람으로 변해갔다.

오늘 유씨 가문은 희도의 여동생이 낳은 아들의 백일잔치로 온종일 북적였다.

인아는 희도의 뒤를 따라 번잡한 앞마당을 지나 거실로 들어섰다. 거실에서는 장희정이 외손자를 안고 활짝 웃으며 아이와 놀고 있었다. 그러나 인아를 본 순간, 그녀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

인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지만, 장희정은 냉담하게 외면하며 계속 딸과 대화를 나눴다.

“외손자가 외삼촌을 닮는다고 하더니, 정말 그러네. 이 녀석 희도가 어렸을 때랑 똑같이 생겼어.”

유희연은 아기의 뺨을 쓰다듬으며 활짝 웃었다.

“다들 오빠 닮았다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어요.”

장희정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넌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으니 모를 수밖에 없지.”

인아는 여전히 조용히 서 있었다. 희도가 장희정을 불렀다.

“엄마.”

“왔니? 서 있지 말고 앉아라.”

장희정이 마침내 차갑게 인사를 건넸다. 인아는 어색하게 서서 바라보다가 자리로 이동했다.

희연은 희도가 앉자마자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보며 말을 꺼냈다.

“오빠, 이제 빨리 애 가져야 하지 않겠어?”

그 말에 희도가 대답하기도 전에, 장희정이 고개를 돌려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말했다.

“벙어리 하나도 이미 충분히 창피한데, 애마저 벙어리로 태어나면 어쩔 거니? 우리 유씨 가문이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겠어?”

그 말을 듣고 희도는 옆에 앉아있는 인아를 힐끗 바라봤다.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그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희연이 일부러 이 주제를 꺼낸 이유는 분명했다.

모두가 알고 있듯, 지난해 인아는 임신을 했었다. 그러나 장희정은 인아가 벙어리 아이를 낳을까 걱정해 그녀를 설득해 아이를 지우게 만들었다.

그때도 희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인아는 유씨 가문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왔다.

유정석만이 그녀를 진정으로 아꼈고, 유일하게 그녀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었다.

반면, 희연은 어렸을 때부터 인아를 싫어했다. 인아가 다섯 살에 유씨 가문에 들어왔을 때부터, 희연은 말을 하지 못하는 인아를 비웃으며 괴롭혔다. 그녀는 어린 인아를 창고에 가두고 라이터로 머리카락을 태우거나, 계단에서 밀어버리기도 했다.

희도가 그런 장면을 목격하고 희연을 혼냈지만, 그로 인해 희연은 인아에 대한 미움이 더 깊어졌다.

그 이후로 희연은 자주 인아에게 화풀이를 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비록 예전처럼 노골적인 괴롭힘은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인아를 무시하고, 은근한 방식으로 그녀를 압박했다.

“벙어리는 유전될 확률이 낮대요. 정기적으로 검사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희연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희정은 짜증스럽게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답했다.

“됐어, 그만 좀 해. 나는 인아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만약 아이가 문제가 있으면 고생하는 건 결국 인아니까. 희도야, 틀린 말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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