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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더러워요?

인아는 천천히 손을 뻗어 땅에 떨어진 재를 한 움큼 집어 들었다. 하지만 바람이 불자,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재가 흩어져버렸다.

인아는 무력하게 고개를 들어 희도를 바라보았다.

희도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자신이 파괴한 것이 인아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했다.

그의 눈에 비친 인아는, 그저 한낱 쓰레기처럼 중요하지 않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인아는 자신의 모든 것들이 희도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음을 직감했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인아는 수화로 물었다.

“왜! 왜 나한테 이래요?”

희도는 인아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이런 것들은 네 곁에 있을 자격이 없어.”

희도는 인아에게 문서영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그녀가 듣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희도의 눈엔 그녀가 이유 없는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인아는 다시 수화로 물었다.

“전 친구도 못 사귀는 거예요?”

희도는 무심한 듯 부드럽게 말했다.

“나만 있으면 되잖아. 친구가 왜 필요해?”

희도의 말은 인아의 가슴 깊숙이 차가운 비수를 꽂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한 발짝 물러서서 떨리는 손짓으로 말했다.

“어릴 때부터 나에겐 당신밖에 없었어요. 당신 곁엔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있었잖아요. 전 당신에게 대체 뭐예요? 고양이? 강아지?”

그 말에 희도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녀의 손짓은 느리지만 진심이 묻어났다. 희도는 단 한 번도 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인아는 이어서 말했다.

“난 사람이에요. 나도 마음이 있고, 슬플 때도 있고, 상처받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단 한 번도 절 신경 쓰지 않았어요.”

인아의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나는 강아지처럼 당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 꼬리를 흔드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아요.”

인아의 손짓은 절규에 가까웠지만, 그 절규는 희도에게 닿지 않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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