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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침묵 사이
사랑과 침묵 사이
작가: 빅토리

제1화 왜 아무 말도 안 해?

강인아는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고,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인아는 천천히 음식을 집어 들고 주방으로 걸어가 다시 데웠다.

12시 50분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인아는 무심히 고개를 돌려 유희도를 바라보았다. 그는 정장을 한쪽 팔에 걸치고 술에 취해 얼굴이 붉어진 채 천천히 다가왔다.

인아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미리 준비해 둔 해장국을 내밀었지만, 희도는 단번에 쳐내버렸다.

국물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희도는 인아의 턱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그의 입술이 강제로 인아의 입술을 탐하였고, 술 냄새와 함께 낯선 여자의 향수 냄새가 그녀를 감쌌다.

인아는 두 번이나 그를 밀어냈지만, 희도는 더욱 거칠게 그녀를 끌어안고 곧바로 침실로 향했다.

침실에서 희도는 인아를 침대 위로 던지듯 내려놓고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몸을 덮쳤다. 인아는 입술을 꽉 깨물며 묵묵히 그 모든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돌려 벽 한쪽에 놓인 화분을 바라보는 것이 그저 유일한 선택이었다.

두 사람 사이엔 더 이상 사랑도 애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남은 것은 그저 희도의 욕망뿐이었다.

희도는 인아의 얼굴을 억지로 돌려 그녀를 깊게 바라보며 손끝으로 그녀의 뺨을 쓸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그는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그가 알았던 진실은 인아가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질문은 모순된 감정의 분출처럼 들렸다.

인아는 대답 대신 희도의 손을 살며시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주인에게 순종하는 고양이처럼 그의 손바닥에 얼굴을 부볐다. 그것이 인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희도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고, 그의 감정은 폭발 직전인 듯 보였다.

그는 인아의 손목을 더욱 세게 쥐고, 그녀의 두 손을 머리 위로 고정시킨 채 다시 입술을 덮쳤다.

...

아침 햇살이 희미하게 방 안을 비출 때, 인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침대 옆은 텅 비어 있었고, 욕실에서는 물이 흐르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바닥에 흩어진 옷을 하나씩 주워 입기 시작했다. 옷을 다 입어갈 무렵 침대 옆에서 희도의 핸드폰이 진동하며 울리기 시작했다.

인아는 잠시 멈칫했다.

그녀는 욕실 안에 희미하게 보이는 희도의 실루엣을 바라보다가, 다시 핸드폰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발신자의 이름은 하연서였다.

[집에 갔어?]

[벙어리한테 가면 내가 화난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

인아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그 순간, 욕실 문이 열리며 희도가 수건을 허리에 두른 채 모습을 드러냈다. 물방울이 그의 젖은 머리에서 흘러내려, 가슴과 복근을 타고 차갑게 떨어졌다.

인아는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옷을 입는 데 집중했다.

희도는 침대 옆으로 다가와 핸드폰을 집어 들고는 옷을 입고 있는 인아를 힐끗 바라보았다.

“봤어?”

인아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결혼식 날 희도의 말이 떠올랐다.

“계속 지금처럼 착하게 굴어. 그리고 나를 사랑하지 마. 예전처럼만 지내면 평생 널 돌봐줄게.”

희도는 인아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를 원했다. 그러니 그 문자를 봤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는 인아가 질투하거나 상처받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화낼 자격조차 없다는 듯이.

인아는 조용히 수화로 말했다.

“아침 준비할게요.”

몸이 아팠지만, 인아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침실을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희도는 그런 그녀의 여린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핸드폰 화면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연서의 메시지를 천천히 삭제했다.

식탁에 앉은 인아는 묵묵히 죽을 떠놓고, 희도가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

집 안은 고요했다. 희도는 전에 인아와 함께 있으면 혼자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거의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둘 사이에 남은 것은 오직 식기들이 부딪히는 소리뿐이었다.

“이따가 본가에 같이 가자.”

희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인아의 손이 잠시 멈췄고, 그녀는 천천히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희도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인아의 얼굴은 언제나 그랬듯 순종적이었다. 어떤 고통을 겪어도 변함없는 미소를 띤 채, 조용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얼굴.

희도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밥맛이 떨어졌다. 그는 숟가락을 그릇에 던졌고, 그릇과 숟가락이 부딪히며 거친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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