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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저는 계속 일할 거예요

회사 로비에서 희도는 연서의 부어오른 발목을 걱정스럽게 살펴보았다. 연서의 발목은 이미 퉁퉁 부어 있었고, 연서는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희도를 외면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희도가 묻자, 연서는 화난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때 보안 요원이 다가와 희도에게 CCTV 영상을 담은 태블릿을 건넸다.

“대표님, CCTV 영상입니다.”

희도는 영상을 확인하자마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인아가 일하는 곳과 문서영의 존재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고, 서영의 또 다른 정체도 알고 있었다.

희도는 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내던지며 연서에게 말했다.

“병원에 데려다줄게.”

그러나 연서는 희도의 무덤덤한 반응에 화가 치밀어, 더욱 격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 안 갈 거야! 차라리 다리가 부러져버렸으면 좋겠네. 내연녀라는 소리를 듣는 것보단 차라리 그게 낫잖아!”

희도의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그는 연서의 짜증을 받아들이며 말했다.

“그만하고 병원 가자.”

연서는 단호하게 외쳤다.

“안 간다니까!”

희도는 연서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연서를 조용히 안아 들어 밖으로 나갔다.

...

인아는 서영의 오토바이 뒤에 앉아 있었다. 빗줄기가 인아의 얼굴을 차갑게 때렸고, 서영의 따뜻한 등 뒤에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감쌌다. 비는 차갑고 매서웠지만, 서영의 등은 그와 대조적으로 따뜻하고 포근했다.

인아는 서영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23년 동안 유정석과 희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인아를 위해 나선 적이 없었다. 서영은 처음으로 그녀에게 진정한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었다.

서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자신을 감싼 인아의 손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차가운 빗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그녀의 등에 닿는 순간, 서영도 인아의 슬픔을 이해하는 듯했다.

인아는 서영의 등에 기대어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오랜만에 마음 놓고 흘릴 수 있는 눈물이었다.

서영은 카페로 돌아가지 않고, 인아를 그녀가 살고 있는 신혼집으로 데려갔다.

집에 도착하자, 서영은 인아를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헬멧을 벗겨주었다.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어서 들어가서 옷 갈아입어.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 그 남자는 널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화로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인아는 급히 집으로 들어가 우산을 들고 나왔다.

서영은 우산을 받아들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잘 쓸게. 어서 들어가.”

인아는 서영이 떠나는 모습을 문 앞에서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참 고집이 세네.”

서영은 우산을 펼치고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며, 멀어져 가는 빗속에서 소리쳤다.

“갈게!”

인아는 서영의 뒷모습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만약 그 순간 희도가 있었다면, 그는 인아의 미소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것은 오랜만에 짓는 진정한 행복의 미소였다.

인아는 재채기를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인아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감기약을 먹었지만, 여전히 머리가 무겁고 열이 가라앉지 않았다. 체온을 재보니 39.5도였다.

인아는 해열제를 먹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

깨어났을 때, 방 안에는 희미하게 누군가가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방이 어두워 실제로 사람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꿈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인아는 눈을 비비고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켰다. 그곳에는 희도가 앉아 있었다. 검은 셔츠에 소매를 걷어 올린 손목에는 심플하지만 고급스러운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다리를 꼬고 앉은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인아를 응시하고 있었다.

희도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참 편하게도 자네.”

인아는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조심스럽게 수화로 물었다.

“미안해요. 너무 오래 잤네요. 식사는 하셨어요?”

그러나 희도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명령하듯 말했다.

“앞으로 그곳에서 일하지 마.”

인아는 잠시 멈칫하며 수화로 물었다.

“왜요?”

“네가 나쁜 영향을 받을 것 같아. 다시는 그곳에 가지 마. 다른 일을 알아봐 줄게.”

희도의 말에 항상 순종적이었던 인아였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인아는 조용히 수화로 말했다.

“전 그곳이 좋아요. 계속 일하고 싶어요.”

그러자 희도의 목소리는 냉정하게 변하며 차가워졌다.

“안 된다고 했잖아!”

희도의 시선은 얼음처럼 차갑게 인아를 꿰뚫었다.

인아는 입술을 깨물며 처음으로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차분하게 물었다.

“회사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에요?”

희도의 눈이 차갑게 반짝였다.

“네가 회사 얘기를 할 자격이 있나? 네가 문서영을 거기 데려갔어?”

인아는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고집스럽게 수화로 말했다.

“저는 계속 일할 거예요.”

희도는 화가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을 나섰다. 문가에 다다른 그는 잠시 멈춰 뒤돌아보며 차갑게 말했다.

“다신 문서영과 만나지 마.”

희도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방을 떠났다.

인아는 여전히 머리가 어지러웠고, 이마는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숨쉬기조차 어려웠지만, 그녀는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와 맨발로 희도를 뒤쫓았다.

계단 끝에서 자신의 옷자락을 붙잡은 인아를 보고, 희도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고개를 돌려 인아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또 뭐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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