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의 입가에 머물던 미소가 순간 굳어졌다.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린 후에야 겨우 미소를 되찾았다. “농담이야!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어?” 희도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나도 농담이야.” ... 레스토랑 안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인아는 조용히 앉아 희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고,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희도는 나타나지 않았다. 인아는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집의 불빛이 하나둘씩 꺼지고, 한때 붐비던 거리는 점점 적막해졌다. 레스토랑의 손님들도 차츰 자리를 떠났고, 마침내 홀 안은 거의 텅 비었다. 그제야 매니저가 다가와 말했다. “사모님, 이제 곧 영업 마감 시간입니다.” 인아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손님들은 모두 떠났고, 레스토랑 안은 조용해졌다. 하지만 이 상황이 인아에게는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이런 실망은 이제 그녀에게 익숙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다섯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녀가 혼자 텅 빈 집을 지키며 보냈던 지난 수많은 밤들에 비하면 다섯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인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웨이터가 작은 케이크를 들고 다가왔다. “사모님, 오늘이 생일이시죠? 미리 준비된 케이크입니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웨이터는 케이크를 그녀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매니저가 웃으며 덧붙였다. “곧 자정이네요. 케이크를 드시고 소원을 빌어보세요.” 인아는 케이크 위에 꽂힌 작은 촛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불빛은 마치 생일을 축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매니저의 동정처럼 느껴졌다.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인아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생일 축하해, 강인아.’ 하지만 소원은 빌지 않았다. 소원을 빌어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매니저는 인아의 여윈 모습을 보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인아가 몇 시간을 앉아
“난 갈게.” 희도는 차갑게 말하고 뒤돌아섰다. 연서는 희도의 뒷모습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희도는 단 한 번도 연서를 위로해 주지 않았다. 더군다나 병원에서 돌아온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나버렸다. 희도는 차를 몰아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도착했을 때, 레스토랑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고 안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차 안에서 희도는 레스토랑을 한참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꺼내 인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인아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희도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담배를 꺼내 두 모금 빨고는 곧바로 차창 밖으로 내던졌다. 다시 차에 올라타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도 인아는 없었다. 침대 시트가 깔끔하게 정돈된 것을 보고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그제야 희도는 인아의 카드가 모두 정지되어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인아는 집으로 돌아올 교통비조차 없었을 것이고, 돌아오는 방법도 없었을 것이다. 희도는 급히 핸드폰을 들어 원호를 호출하며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한편, 인아는 장옥순을 그녀의 임시 거처로 데려다주고 있었다. 그곳은 쓰레기장 근처에 있는 폐차 위에 철판을 덮어 만든 임시 쉼터였다. 장옥순의 말에 따르면 쓰레기장 주인이 불쌍히 여겨 마련해준 곳이라고 했다. 인아는 편의점에서 산 물건들을 내려놓으며 쉼터를 살펴보았다. 천막 속에서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풍겼다. 장옥순이 전등을 켜자, 낡고 지저분한 침구가 드러났다. 인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슬픈 눈으로 장옥순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장옥순은 인아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종이접기를 함께 하며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던 사람이었다. 인아의 기억 속에서 장옥순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장옥순은 주름진 손을 들어 인아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손톱에 박힌 때를 보고 주저했다. 그러나 인아는 주저하지 않고 그 손을 꽉 잡고 그녀 옆에 앉았다. “이렇게 더러운 데 앉으면 네 옷이 다 망가진다. 이렇게
인아는 한참 동안 문을 두드렸지만, 점점 힘이 빠져 결국 주저앉았다. 좁고 답답한 창고는 완전히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침묵만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온몸을 감싸는 어둠은 마치 촘촘한 거미줄처럼 인아를 옥죄었고, 인아는 곧 숨 쉬는 것조차 어려웠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인아는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방 안에서 들리는 유일한 소리는 그녀의 거친 숨소리와 빨라지는 심장 소리뿐이었다. 희도가 자신을 반성하라고 했지만, 인아는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레스토랑에서 다섯 시간을 기다린 것이 잘못이었는지, 아니면 장옥순을 데려다 준 것이 잘못이었는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주머니를 더듬어보니 핸드폰이 손에 잡혔지만, 이미 배터리가 다 떨어져 전원이 꺼져 있었다. 인아는 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귀를 막으며, 자신이 침실에 있다고 상상하려 했다. 그러나 어둠에 갇혀 있는 이 상황은 어린 시절의 악몽과 너무나 비슷했다. 여섯 살 때도 이렇게 어둡고 좁은 창고에 갇혀 있었고, 그때 역시 아무도 인아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 그때 쥐와 벌레가 몸 위로 기어다니던 공포는 어린 인아에게는 너무나 컸고, 그날 이후 그 기억은 그녀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았다. 인아는 그때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두려움을 표현할 방법조차 없었다. 그저 필사적으로 문을 긁고 두드렸지만, 손가락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긁어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런 인아를 처음으로 구해준 사람이 바로 희도였다. 희도가 문을 열고 그녀를 안아주었을 때 느꼈던 그 따뜻함, 은은한 박하향, 그 모든 것이 인아에게는 구원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희도가 다시 인아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 순간, 인아의 기억 속에서 완벽했던 희도의 모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추억이 빠르게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낀 인아는 무거운 짐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마치 기억을 갉아먹는 벌레들이 마
강인아는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고,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인아는 천천히 음식을 집어 들고 주방으로 걸어가 다시 데웠다.12시 50분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인아는 무심히 고개를 돌려 유희도를 바라보았다. 그는 정장을 한쪽 팔에 걸치고 술에 취해 얼굴이 붉어진 채 천천히 다가왔다. 인아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미리 준비해 둔 해장국을 내밀었지만, 희도는 단번에 쳐내버렸다. 국물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희도는 인아의 턱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그의 입술이 강제로 인아의 입술을 탐하였고, 술 냄새와 함께 낯선 여자의 향수 냄새가 그녀를 감쌌다. 인아는 두 번이나 그를 밀어냈지만, 희도는 더욱 거칠게 그녀를 끌어안고 곧바로 침실로 향했다.침실에서 희도는 인아를 침대 위로 던지듯 내려놓고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몸을 덮쳤다. 인아는 입술을 꽉 깨물며 묵묵히 그 모든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돌려 벽 한쪽에 놓인 화분을 바라보는 것이 그저 유일한 선택이었다.두 사람 사이엔 더 이상 사랑도 애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남은 것은 그저 희도의 욕망뿐이었다. 희도는 인아의 얼굴을 억지로 돌려 그녀를 깊게 바라보며 손끝으로 그녀의 뺨을 쓸었다.“왜 아무 말도 안 해?” 그는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그가 알았던 진실은 인아가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질문은 모순된 감정의 분출처럼 들렸다.인아는 대답 대신 희도의 손을 살며시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주인에게 순종하는 고양이처럼 그의 손바닥에 얼굴을 부볐다. 그것이 인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다.희도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고, 그의 감정은 폭발 직전인 듯 보였다.그는 인아의 손목을 더욱 세게 쥐고, 그녀의 두 손을 머리 위로 고정시킨 채 다시 입술을 덮쳤다....아침 햇살이 희미하게 방 안을 비출 때, 인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침대 옆은 텅 비어 있었고, 욕실에서는 물
인아는 그 소리를 듣고 몸이 살짝 떨렸다. 희도가 화가 난 듯 보여, 그녀는 서둘러 수화를 이어갔다.“죽이 입맛에 안 맞아요?”희도는 셔츠 깃을 잡아당기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니, 얼른 먹어.”그러나 희도가 음식을 먹지 않자, 인아는 수화를 멈추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을 치우기 시작했다. 희도의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따라다녔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인아가 설거지를 마치고 다시 거실로 나왔을 때, 그는 이미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가 출발하자, 도로 옆의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창밖의 나무들은 마치 달아나는 것처럼 뒤로 밀려났다. 인아는 그런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어린 시절, 인아는 유씨 가문에 입양되었다. 당시 유정석은 인아를 친손녀처럼 아껴주었고,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늘 인아를 걱정했다. 3년 전, 유정석은 자신의 마지막 소원으로 희도에게 인아와 결혼하라고 강요했다. 그는 인아를 책임지지 않으면 편히 눈을 감을 수 없다고 했다. 그때 희도에게는 이미 연서라는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유정석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던 희도는 결국 마지못해 인아와 결혼을 결심했다.그러나 결혼 후에도 희도는 인아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그녀에게 특별히 차갑게 대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따뜻한 관심을 주지도 않았다. 둘 사이에는 점차 침묵이 자리 잡았고, 그들은 가장 익숙한 낯선 사람으로 변해갔다.오늘 유씨 가문은 희도의 여동생이 낳은 아들의 백일잔치로 온종일 북적였다. 인아는 희도의 뒤를 따라 번잡한 앞마당을 지나 거실로 들어섰다. 거실에서는 장희정이 외손자를 안고 활짝 웃으며 아이와 놀고 있었다. 그러나 인아를 본 순간, 그녀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 인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지만, 장희정은 냉담하게 외면하며 계속 딸과 대화를 나눴다.“외손자가 외삼촌을 닮는다고 하더니, 정말 그러네. 이 녀석 희도가 어렸을 때랑 똑같이 생겼어.”유희연
희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분하게 말했다.“희연아, 물건은 여기 두고 우린 이만 가야겠어.”희연은 순간 당황한 듯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빠, 왜 이렇게 서둘러? 아직 안 온 사람도 많고, 식사라도 하고 가야지.”“아니야, 회사에 일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해.”희도는 인아의 손을 잡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 그의 표정은 한결같이 냉정했고, 그 모습에 희연은 화가 치밀었다. 희연은 희도의 생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예전에는 인아를 감싸는 모습이 이해가 됐지만, 결혼 후 희도는 그녀를 괴롭히지도, 그렇다고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 집을 떠난 이후 그를 이해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아이를 지웠을 때조차 희도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연서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그렇다고 인아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다. 희도는 여전히 인아를 보호하는 듯 보였고, 이혼을 하려는 의지도 전혀 없었다. 그 모순된 태도가 희연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차에 오른 희도는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다. 그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는 게 눈에 보였다. 연기가 차 안에 서서히 퍼졌다. 인아는 그의 옆에서 조용히 앉아 담배가 다 탈 때까지 기다렸다. 담배 연기가 옅어질 무렵, 희도는 인아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인아는 여전히 순종적인 모습이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고, 마치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애완동물처럼 보였다. 희도는 그 모습을 보고 속이 더 답답해졌다. 인아는 왜 이렇게 변하지 않는 걸까? 왜 여전히 이렇게 순종적인 걸까?“아까 희연이 한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희도는 담담하게 물었다. 인아는 수화로 대답했다.“무슨 말이요?”희도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아이를 가지는 것 말이야.” 희도는 인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녀는 몇 번이나 입가를 당기며 겨우 다시 미소를 지으려 애썼지만, 그 미소는 차갑게 굳어갔다.인아는 수
연서는 옆에 서 있던 인아를 힐끗 바라보다가, 인아의 목덜미에 남아 있는 희미한 키스 마크를 발견했다. 연서는 속으로 치솟는 분노를 억누르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여기 오지 않으면, 널 어떻게 찾겠어?” 희도는 인아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먼저 들어가서 일해.” 인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연서를 지나쳐 카페 안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이곳은 인아가 간신히 찾은 일자리였다. 많은 곳에서 그녀를 거절했지만, 이 카페만이 인아를 받아주었다. 인아가 사라지자, 연서는 희도의 팔짱을 끼며 살짝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화났어?” 희도는 차에 타서 이야기하자며 차갑게 반응했다. 그의 말투는 딱딱했지만, 연서가 자신의 팔을 끼고 있어도 떼어내지 않았다. 차에 타기 전, 연서는 가방에서 작은 소독제를 꺼내 들었다. 조수석에 몇 번 뿌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소독 좀 해야지.” 그 자리는 방금 인아가 앉았던 자리였다. 연서는 그 자리가 불길하게 느껴져 내심 불쾌했지만, 겉으로는 그저 장난처럼 보였다. 희도는 연서의 행동을 무심히 바라보았으나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은 연서의 행동을 묵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뒤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인아는 차가운 눈빛을 감추며 속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희도가 연서를 얼마나 아끼는지, 그들의 모든 관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은 인아에게 매번 상처를 남겼다. 사랑받는 사람은 언제나 당당할 수 있다. 희도는 연서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가 아무리 무례한 행동을 해도 그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심지어 아내를 모욕하는 순간조차도.소독이 끝난 연서는 만족한 표정으로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희도의 손을 다시 잡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됐어. 이제 화 풀어, 응? 앞으로는 이혼 얘기 안 할게.” 희도는 연서를 무척 아꼈지만, 그녀가 이혼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표정은 굳어졌다. 희도
누군가 테이블 가장자리에 기대 있었다. 은은한 향수 냄새가 살짝 풍기며 공기를 감쌌다. 인아는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바로 이 카페의 사장, 문서영이었다. 서영은 178cm의 큰 키에 짧은 머리, 검은 티셔츠와 캐주얼 바지를 입고 있어, 말을 하지 않으면 종종 남자로 오해받곤 했다. 그녀의 차림새는 언제나 간결하면서도 당당했고, 그런 모습이 그녀를 더욱 특별하게 보이게 했다. 인아가 처음 이 카페에 면접을 보러 왔을 때, 서영은 장난스럽게 인아의 볼을 꼬집었고, 인아는 당황해서 크게 놀랐었다. 그때 인아는 서영이 남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서영이 미소를 지으며 ‘나는 여자야’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놀라움에 웃음이 터졌다.인아는 걸레를 내려놓고 미소를 지으며 수화로 말했다. “이제 익숙해졌어요.” 서영은 인아의 수화하는 손가락을 잠시 바라보다, 그녀의 붉어진 눈가를 힐끗 살펴보았다. 서영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익숙해졌다’라는 말이 서영에게는 너무 많은 슬픔과 억울함을 담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서영은 손에 들고 있던 밀크티를 인아에게 건네며 부드럽게 말했다. “자, 인아 씨가 좋아하는 크림 밀크티야. 오늘은 모두에게 한 잔씩 돌렸어.” 인아는 감사의 수화를 보내고 크림 밀크티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 달콤한 크림이 입가에 묻자, 서영은 손가락으로 그 크림을 닦아주며 또다시 인아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참 바보 같아.” 서영의 말 속에는 약간의 아련함과 애정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 말은 마치 무언가 더 깊은 의미를 암시하는 듯했다. 인아의 볼은 약간 통통하고, 눈은 크고 속눈썹은 길었다. 하얗고 깨끗한 얼굴로 사람을 응시할 때면 마치 작은 강아지처럼 순진해 보였다. 그런 모습이 서영에게는 안쓰럽고 동시에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서 서영은 자주 인아의 볼을 꼬집곤 했다. 처음엔 인아가 조금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에게 익숙해졌다. 익숙함이란, 때로는 무서운 것이기도 했다.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