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서 선생을 축하하러 온 겁니다.”말하며 황규성은 성큼성큼 백도현과 진기준을 지나쳐서는 서강빈의 앞으로 와서 공손하게 말했다.“서 선생, 개업을 축하드립니다.”그는 이렇게 말하고 뒤에 있는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네 명의 부하들이 강효 그룹의 문 앞에 화환을 두 개 놓았다. 이윽고 뒤에 벤츠 차량이 몇 대가 도착하고 차 문이 열리자 송주 비즈니스 업계의 어르신들이 열 명 넘게 내려왔다. 그들은 백도현을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서강빈의 앞으로 다가와서 인사를 올렸다.“서강빈 씨, 보신 단약이 제 목숨을 구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 구태빈은 서강빈 씨를 응원하겠습니다. 빈주에 있는 저희 그룹의 백화점에서 무료로 정빈 마스크팩을 판매하고 싶습니다. 이건 협력 계약서이니 주 매니저가 잘 검토하길 바랍니다.”그중 재벌 한 명이 두 손으로 계약서를 주민정에게 건넸다.“그리고 송주에 있는 저희 그룹의 백화점에서도 정빈 마스크팩을 판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주민정은 손에 들린 열몇 건의 계약서를 멍하니 바라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곁에 있는 백도현은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는 강효 그룹의 개업식에 오는 사람은 백씨 가문을 적대시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얘기했었다. 하지만 이 정신 나간 사람들은 개업식에 참석한 것도 모자라 강효 그룹에게 마스크팩의 판매 경로까지 열어주었다. 이 사람들의 행동은 누가 봐도 백도현의 체면을 말이 아니게 만드는 행동이었다.“당신들 정말 백씨 가문이 두렵지 않은 거야? 강효 그룹과 합작한다는 것은 우리 명성 그룹과 적이 된다는 것인데.”백도현은 서늘한 얼굴을 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협박했다. 구태빈은 몸을 곧게 펴고 서강빈의 뒤에 가서 서서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들 백씨 가문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 우리는 안 믿어.”곁에 있던 다른 한 명의 재벌도 두 손을 뒷짐 지고 차가운 눈으로 백도현을 보면서 말했다.“맞아. 우리는 서강빈 씨를 지지할 거야! 백씨 가문을 등진다고
하지만 백씨 가문이 강효 그룹을 고립시키는 전략이 이렇게 쉽게 해소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 백도현의 얼굴 근육은 계속해서 떨리고 있었다. 계약서들이 주민정의 손에 건네질 때마다 그의 뺨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제일 결정적이었던 것은 그의 계획대로라면 정빈 마스크팩의 생산과 판매 경로를 차단한 후 한 달 사이에 서강빈은 자신에게 굴복해야 했다. 서강빈이 순순히 마스크팩의 제조법을 내놓는다면 그는 이로써 자신의 비즈니스 제국을 설립할 수 있을 것이다.그때가 되면 휘황한 성과를 내세워서 백씨 가문 후계자의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이 보잘것없는 자식은 번번이 그의 계획을 망치고 있다. 더 짜증 나는 것은 그가 연회를 통해 계획한 덫들을 서강빈은 거의 한순간에 해결했다는 것이다.백씨 가문은 강효 그룹을 고립시키지 못했을뿐더러 송주의 약재 공급 업체와 판매 업체들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었다. 이는 백도현이 사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토록 비참하게 패배한 것이다.백도현은 더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는 그 약재 공급 업체들의 사람들을 노려보면서 협박했다.“너희들이 감히 강효 그룹이랑 합작한다면 앞으로는 우리 명성 그룹의 주문은 받을 생각하지 마! 그리고 우리 명성 그룹과 합작 관계에 있는 모든 회사에서는 너희들의 모든 사업과 거래를 중단할 거야! 그 계약서들을 지금 거둬들인다면 아직 늦지 않았어. 아니면 내가 당신들을 망하게 할 거야!”마지막 말을 할 때 백도현은 호통을 치는 듯한 말투였다.“도현 도련님, 정말 죄송합니다. 백씨 가문이 우리와 거래를 끊을 필요까지 없습니다. 저희 예산으로는 정빈 마스크팩이 전국 시장을 열게 된다면 저희의 약재는 공급이 부족할 상황만 생길 것입니다. 강효 그룹에서 요구하는 공급량을 만족시키는 것도 큰 문제인데 다른 회사와는 더 합작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리고 계약서에 명백하게 밝혔습니다. 오늘부로 강효 그룹은 우리의 유일한 합작 업체입니다.”그중 성회의 약재 업체 관계자인 사람 한 명이 가소롭다는 듯
이는 명백한 협박이었다. 그에게는 성회의 어두운 세계를 손에 넣고 있는 고정용조차도 그저 건달에 불과했다. 무슨 자격으로 지금 여기서 백씨 가문과 힘겨루기를 하는 것인가?자신의 뒤에 서 있는 세 명의 대가만으로도 고정용이 성회에서의 세력을 뿌리째 뽑아버릴 수 있었다. 고정용이 뒤에서 버텨주지 못한다면 이 약재 업체들은 무슨 용기로 백씨 가문과 기 싸움을 할 것인가?“흥, 들었지? 당신들 같은 건달들이 무슨 자격으로 도현 도련님과 맞서는 거야? 정말 주제를 몰라! 당신들의 시체가 바닥에 나뒹구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꺼져!”진기준도 미친개처럼 고정용과 황규성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그는 서강빈이 도대체 어떤 운을 가지고 있길래 고정용도 직접 와서 그를 지지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진기준은 절대 이런 말투로 고정용과 얘기를 하지 못할 것이고 더욱이 황규성과 기 싸움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백씨 가문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데 고정용이면 어떻고 황규성이면 또 어떻겠는가?더욱이 그의 뒤에 서 있는 건 대가의 경지에 있는 세 명의 고수인데 진기준은 마음이 더 든든했다.“아이고, 도현 도련님 정말 위엄이 장난 아니네. 우리 서진 그룹까지 백씨 가문에게 굽신거려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향기로운 냄새가 풍겨오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강지원이 우남기 어르신을 부축하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백도현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고 뒤돌아 강지원과 우남기를 보았다. 그들의 뒤에 있는 김제혁과 방동진도 차가운 표정으로 백도현을 쳐다보고 있었다.“강지원 씨,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 명성 그룹은 사업하는 사람들입니다. 때리고 죽이고 한다는 건 다 오해입니다. 다 오해에요.”말을 마친 백도현은 진기준을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당장 서강빈 씨와 정용 어르신, 그리고 규성 어르신한테 사과해!”진기준은 어색한 표정으로 멍하니 백도현을 쳐다보았다. 그는 백도현의 태도가
사실 우남기가 얘기하지 않아도 방동진은 서강빈을 봐서라도 빨리 권씨 가문의 진료소에게 허가를 내려줄 예정이었다.“그래, 좋아.”우남기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서강빈에게 말했다.“강빈아, 저번에 내 고질병을 고쳐줘서 정말 고마워.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계속 잔병치레가 많구나. 강효 그룹 아래에 있는 병원에서 내가 장기적으로 요양할 수 있는 병실을 하나 줬으면 하는데 그럴 수 있겠어?”이 말을 들은 백도현과 진기준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우남기의 모습을 보면 정말 생기가 넘치는 것 같은데 어디 아픈 사람 같은가? 이건 분명 이를 빌미로 서강빈을 지지하는 것이다.“저 망할 놈의 서강빈!”백도현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욕을 퍼부었고 죽일듯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 병원에 오시는 건 저희의 영광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우남기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져서는 고개를 돌려 백도현에게 말했다.“방금 들은 건데 누가 강빈이를 협박하고 송주에서 강효 그룹을 고립시킨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명성 그룹이 송주에 발을 붙이는 것은 송주 시민들에게 좋은 일이지만 그렇게 상도덕이 없는 행동을 한다면 그건 용국의 법률이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제혁아, 요즘 이런 일이 있는지 없는지 잘 조사해봐.”김제혁은 이 말을 듣고 다급하게 차려자세를 취하고 말했다.“네! 어르신,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서에서는 송주의 깨끗한 사업 질서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습니다.”연이은 타격에 백도현은 머리가 어질어질 해졌다. ‘우남기 저 영감은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고작 서강빈을 위해 백씨 가문을 억압한다고?’“도현아, 사실 나는 네 할아버지와 알고 지낸 지 오래란다. 어른으로서 나는 네가 나쁜 길로 들어서는 걸 원치 않아. 어떤 일에 대해서는 내가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르는 게 아니야. 강빈이한테 사과하라고 하는 건 그렇게 과분한 요구가 아니겠지?”우남기는
“여봐라, 도현 도련님을 도와서 화환을 차에 실어!”황규성은 차가운 웃음을 띠고 명령했다. 두 명의 경호원이 빠르게 다가가서 화환을 들어서는 백도현의 차 앞에 세워두었다.자신의 운전석 앞에 화환이 하나 놓인 모습은 마치 죽은 사람을 운반하는 차량 같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백도현은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면서 피를 왈칵 토해냈다.“서강빈, 오늘의 치욕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을 거야!”백도현은 몸을 비틀거렸고 다행히 진기준이 부축해줘서 바닥에 쓰러지지 않았다.“저는 오늘 이렇게 도현 도련님과 헤어지면서 한마디 해야겠어요.”서강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돌아가서는 다 바꾸고 새로 시작하세요. 아니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화환은 쓸데가 생길 겁니다.”백도현은 이를 악물고 음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기억하고 있을게. 가자!”백도현 일행이 도망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우남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어르신, 안으로 들어가시지요.”백도현이 떠난 후, 서강빈은 앞으로 와서 우남기의 팔을 부축하며 안으로 안내하는 손짓을 했다.권효정과 주민정도 다급하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강효 그룹의 큰 회의실로 들어갔다.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회의실은 오늘 아름다운 조명들을 설치하여 간단한 연회장으로 변하였다.서강빈과 권효정은 우남기 어르신을 중앙에 있는 자리에 모시고 본인들은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 앉았다.강지원은 앞으로 다가와서 은행카드를 하나 건네며 말했다.“서강빈 씨, 이 안에는 20억이 들어있습니다. 우선 예전에 할아버지를 위해 고질병을 치료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입니다. 그리고 또 할아버지께서 올해부터 강효 그룹에서 요양할 데 드는 비용입니다. 저는 회사에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강지원이 건넨 카드를 받고는 강지원을 문 앞까지 배웅했다.강지원은 차 문을 열다가 고개를 돌려 서강빈에게 말했다.“서강빈 씨, 백씨 가문과 어떤 원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씨 가문은 보이는 것처럼 그렇
하지만 고작 이것들로 서강빈이 백씨 가문과 맞설 수 있단 말인가? 한참 고민하던 송해인은 결국 빠르게 서강빈에게로 다가갔다.“서강빈, 잠깐만!”서강빈은 뒤돌아 가려던 참에 송해인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 멈췄다. 그는 송해인을 등진 채 물었다.“송 대표, 할 말 있어?”‘송 대표?’딱딱한 호칭에 송해인은 마음이 찌릿 아팠다. 심호흡을 여러 번 하고 난 후에야 기분을 추스른 송해인이 다시 말을 건넸다.“서강빈, 너랑 정용 어르신이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남기 어르신은 너한테 감사한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오신 거야. 설마 우남기 어르신이 너를 위해서 백씨 가문을 등진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백씨 가문의 세력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야. 천주에서 온 이 명문가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는 몰라! 방금 설립한 강효 그룹은 물론이고 자산이 2000억이 넘는 비오 그룹도 그 사람들의 눈에는 개미와 다를 바 없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도현 도련님이랑 화해해. 마스크팩의 제조법 하나 때문에 목숨까지 바칠 필요 없잖아.”서강빈은 쓴웃음을 짓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말 다 했어?”“서강빈, 나는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이혼한 건 내 잘못이야, 인정할게. 하지만 나는 지금 무척 후회하고 있잖아. 지난 3년 동안 우리가 나눴던 감정을 봐서라도 나를 한번 믿어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 서강빈, 내 말 들어. 제조법을 내줘. 너는 백씨 가문을 이기지 못해. 그리고 권효정 씨도 이미 빈털터리로 권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더는 너를 도울 수가 없고 너한테 짐만 될 거야. 그리고 약속할게. 네가 돌아와 주기만 한다면 비오 그룹은 언제든지 환영이야. 비오 그룹의 부대표 자리를 너한테 줄 수 있어.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같이 회사를 키워가자. 응?”서강빈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송 대표, 동정해줘서 고마워. 내가 죽든지 말든지는 송 대표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리고 나는 비오 그룹에 흥미가 없어. 항상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야.
강효 그룹의 연회장 안에서는 황규성 등 사람들이 재벌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갑자기 대문이 열리더니 총을 든 네 명의 전사가 들어와서 일제히 차려자세를 취했다.“경례!”이 말에 연회장 전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젊은 남자는 뒷짐을 쥐고 반짝이는 군화로 대리석 바닥을 밟으면서 상쾌한 발걸음 소리를 냈다. 고정용과 황규성, 그리고 모든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허공에 들려있던 컵을 서서히 내려놓은 황규성은 불안한 느낌이 들어 뒤에 있는 부하에게 서둘러 작은 소리로 명령했다. 그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홀 내부에 있는 방안으로 달려갔다.이때, 서강빈은 우남기 어르신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서강빈이 금방 자리에 앉자마자 그 부하가 들어왔다.“서... 서 선생님, 큰일... 큰일 났습니다. 지금...”그 부하는 중앙 자리에 앉아있는 우남기 어르신을 한번 보고 말을 삼켰다.“알겠어. 나가봐.”서강빈은 손짓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우남기 어르신에게 말했다.“어르신, 효정 씨랑 얘기 나누고 계세요. 저는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금방 나갔다가 올게요.”서강빈은 이렇게 말하고 권효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 방을 나섰다.그 젊은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마침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당신이 바로 서강빈이지?”젊은 남자는 서강빈을 훑어보며 물었는데 그 말투 속에는 도도한 기세가 다분했다.“맞아. 그쪽은?”서강빈은 평온한 얼굴로 젊은 남자를 쳐다보았다.“임호.”젊은 남자는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기며 명령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나 따라와.”‘응?’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디 가?”“특전사 요양원. 내 할아버지의 병을 봐줘.”임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 여기로 오기 전에 임호는 방동진 등 사람들한테 서강빈의 과거에 대해 알아봤었는데 방동진이 신의라고 무척 떠받들고 있는 게 너무 과장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특히 서강빈에 관한 얘기를
방동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방 청장님, 서강빈 이 사람한테 우리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알려주세요!”이 말을 들은 방동진의 이마에는 땀이 삐질삐질 맺혔다. 임호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되지만 서강빈의 심기는 더 건드릴 게 못 된다.“네 할아버지가 누구든 너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해. 다른 사람한테 예의를 차려야 된다고 할아버지가 안 가르쳤나 봐?”“너!”서강빈의 말에 임호는 눈빛이 굳어지고 당장이라도 공격하려는 태세였다.“임호 도련님, 화 푸세요!”방동진은 다급하게 임호를 붙잡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은 오늘 바쁘신 게 확실합니다...”“이거 놔!”임호는 옷깃을 세게 뿌리쳤고 방동진은 밀려나서 곁에 있던 테이블에 부딪혔고 컵과 접시들이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몸을 불쑥 돌려서 임호를 쳐다보았다.“왜 이렇게 시끄러워.”이때, 우남기 어르신의 목소리가 서강빈의 뒤에서 들려왔다.임호도 따라서 서강빈의 뒤를 쳐다보았다. 그는 우남기 어르신이 권효정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우남기 사령관님!”임호는 차려자세를 하고 우남기 어르신한테 경례했다. 하지만 우남기 어르신은 바닥에 넘어져 있는 방동진을 보고는 미간이 살짝 찡그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임호야, 네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가르쳤던 거야?”임호는 이 말을 듣고 다급하게 우남기 어르신한테 사과했다.“어르신, 어르신도 아실 테지만 우리 할아버지께서는...”“네 할아버지는 옛날 나의 오랜 전우야. 그러니 나는 믿어. 아무리 그이가 지금 병들었다고 해도 이렇게 무례할 리는 없어!”우남기 어르신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꾸짖었다.“네. 어르신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과하겠습니다.”임호는 이렇게 말하고 방동진의 앞으로 와서 그를 부축하고는 성심성의껏 사과를 했다.“방 청장님, 죄송합니다. 방금은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