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주변에 있는 모든 나무가 반 토막으로 잘렸다. 꼭두각시 시체들은 반응하기도 전에 몸이 절반 잘린 채 바닥에 쓰러져서 연기로 사라졌다. 검의 기운이 흩어진 후, 서강빈은 그 자리에 서서 금빛 검을 들고 있었고 한 걸음 한 걸음 노순옥에게로 다가갔다.겁을 먹고 온몸을 덜덜 떨던 노순옥은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마치 신을 보듯 서강빈을 보면서 애원했다.“선생님,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가 반드시...”서강빈이 칼을 휘두르자 머리통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숨통이 끊어진 노순옥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이윽고 서강빈은 자신의 몸에 맴돌던 기운을 거두고 노순옥의 시체를 지나서 사당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손발이 묶여있는 송해인이 보였다.“송해인.”서강빈은 그녀를 부르며 달려가서 바닥에 무릎 꿇고 묶여있는 송해인의 손발을 풀어주었다. 끈을 풀어주자 송해인은 서강빈을 끌어안고 두려움에 질린 채 서럽게 목놓아 울었다.“서강빈, 나 너무 무서웠어. 다시는 너를 만나지 못할까 봐 정말 무서웠어.”서강빈은 잠깐 멈칫하더니 송해인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달랬다.“이제 괜찮아. 내가 너 데리고 돌아갈게.”“응.”송해인은 눈물을 가득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강빈은 송해인을 부축해서 사당을 나섰다. 차에 올라타서도 송해인이 몸을 아직도 떨고 있자 서강빈이 달래주었다.“괜찮아. 내가 있잖아.”이 말을 들은 송해인은 불쑥 고개를 들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팔을 잡고 물었다.“서강빈, 앞으로 나한테 무슨 일이 또 생겨도 오늘처럼 나 구하러 올 거야?”“당연하지.”서강빈이 웃었다. 서강빈의 웃음을 보면서 살짝 망설이던 송해인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너 아직 나 사랑해?”이 물음은 서강빈을 망설이게 했다. 그는 어떻게 대답했으면 좋을지 알지 못했다. 서강빈이 망설이는 것을 본 송해인의 눈빛이 다시 시무룩해졌다. 서강빈이 대답하기도 전에 송해인은 억지로 웃어 보이며 말했다.“됐어. 대답하지 마. 나
이상한 할아버지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괜찮아. 걱정하지 마.”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가서는 이상한 할아버지의 몸을 살폈고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괜찮기는 뭐가 괜찮아요. 지금 몸 전체의 경맥이 다 손상되어서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거예요.”서강빈이 차갑게 말했지만, 이상한 할아버지는 웃기만 했다. 곁에 있던 염지아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긴장한 기색을 띠었다. 서강빈은 자리에 앉아 이상한 할아버지에게 손을 내밀라고 하면서 말했다.“제가 봐 드릴게요.”이윽고 서강빈은 이상한 할아버지의 맥을 짚었고 그의 체내에서 몇 가닥의 내력이 뒤죽박죽 날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내공이 강하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서강빈은 점점 더 일그러진 표정으로 물었다.“몇 명이랑 싸운 거예요?”“많지 않아. 7, 8명 정도 되는 늙은이들이지.”이상한 할아버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서강빈은 굳은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차갑게 말했다.“7, 8명이요?”이 할아버지가 정말 미친 건지, 동시에 7, 8명과 싸우다니. 할아버지가 다친 정도로 봐서 이 사람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 누구예요?”서강빈이 물었다. 이상한 할아버지는 고개를 젓더니 갑자기 격렬하게 기침을 하였는데 각혈하기까지 했다. 염지아는 얼른 손수건을 꺼내서 닦아주었다.“묻지 마. 네가 천용전을 이어받지 않을 거라면 이 사람들이랑 접촉하지 않는 게 좋아.”이상한 할아버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떠보듯이 물었다.“원수예요?”이상한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었고 서강빈이 다시 물었다.“무술 문파의 사람들이에요?”할아버지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서강빈의 표정이 엄숙해졌다.“수도자예요?”서강빈이 물었다. 이게 유일한 답일 것이다. 이상한 할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강빈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더 묻지 마.”할아버지가 얘기하려 하지 않으니 서강빈도 더 묻지 않았고 염지아한테 침을
염지아가 대답했다.“틀림없어요.”그리고 염지아는 서강빈이 방금 자신에게 설명한 것을 한번 얘기해줬다.“칠색신꽃은 꽃의 일종인데 꽃잎이 되게 많고 7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어 무지개와 같다고 해요. 영로는 새벽에 해가 금방 떴을 때 49가지 약재에서 수집한 이슬이에요. 반드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이슬이어야 하고 조금의 먼지라도 섞이면 안 돼요.”말을 마친 염지아는 서강빈을 힐끔 보았다. 전화 저편의 염동건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그렇다면 영로는 얻기 쉬워. 약초재배원을 열 개 정도 사서 내일 아침부터 사람을 시켜서 지키라고 하면 영로를 얻을 수 있을 거야. 근데 칠색신꽃이라는 건 정말 들어본 적 없네. 서 선생한테 전화를 바꿔. 내가 직접 얘기를 나눠볼게.”염지아는 알겠다고 휴대폰을 서강빈에게 건네며 말했다.“주인님, 아빠가 찾으세요.”서강빈이 휴대폰을 건네받자 염동건은 자책하면서 말했다.“서 선생, 정말 미안해요. 칠색신꽃이라는 건 처음 들어보네요.”“괜찮습니다. 제가 아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들한테 알아봐달라고 하면 됩니다.”서강빈이 말했다. 염동건은 잠깐 생각하더니 다급하게 말했다.“서 선생, 제가 알고 있는 곳이 있긴 한데 필요하신 칠색신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그게 어딥니까?”서강빈이 물었다. 회복 탕약을 달이는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방금 이상한 할아버지에게 침을 놓아 경맥을 이어주기는 했지만, 그것도 3일 남짓밖에 유지하지 못한다. 3일이 지나도 약재를 얻지 못한다면 이상한 할아버지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 하여 서강빈도 조바심이 났다. 염동건이 말했다.“서 선생도 아마 알 것입니다. 북쪽의 용성에 의약 종가가 하나 있는데 대종가라고 합니다. 그들은 아마도 서 선생이 필요한 칠색신꽃을 갖고 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의 눈이 반짝였다. 이걸 잊고 있었다. 9종 18부 36문 중에 의약 대종가가 있었는데 만화종이라고 했다. 물론 천의문에 비하지는 못하지만 둘째가는 의약 종가였다. 이 종가에는 칠색
이튿날, 서강빈과 염지아가 공항으로 출발하려던 때, 권효정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강빈 씨, 오늘 저녁이면 구역 선발전의 2라운드 경기인데 준비 잘하고 있어요?”권효정이 웃으며 물었다. 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되물었다.“두 번째 시합이 오늘 저녁이에요?”“네. 설마 잊은 건 아니죠?”권효정의 말에 서강빈의 표정이 굳으며 대답했다.“알겠어요. 제가 일이 좀 있어서 용성에 가야 해요. 최대한 빨리 돌아올 테지만 못 온다면 기권하는 거로 해줘요.”“기권한다고요? 강빈 씨, 구역 선발전의 2라운드 경기에 어렵게 진입했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하면 어떡해요? 용성에 가서 뭐 하는 거예요? 강빈 씨 대신에 다른 사람을 보낼까요?”권효정은 서강빈을 걱정하는 마음에 다급하게 물었다. 서강빈이 대답했다.“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요. 다른 사람은 안되고 제가 직접 가야 합니다. 이 얘기는 그만 해요. 제작진한테 얘기해서 저를 제일 뒤 순서로 해달라고 부탁 좀 해줘요. 제가 미처 돌아오지 못한다면 기권한다고 공포하라고 해요.”권효정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알겠어요. 최대한 빨리 돌아와요. 제가 제작진한테 시간을 좀 끌어달라고 할게요.”“네.”서강빈은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고 염지아와 함께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30분 후, 그들은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러 들어가기 전에 송해인이 멀리서부터 서강빈을 보고 힐을 신은 채로 달려오면서 소리쳤다.“서강빈, 서강빈, 잠깐만!”서강빈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는데 허겁지겁 달려오는 송해인을 보게 되었다.“여긴 왜 왔어?”서강빈이 의아하게 물었다. 송해인은 달려와서 숨을 고르다가 물었다.“기권하려는 거야?”“응?”서강빈은 멈칫했다. 송해인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아했다.“그런 눈으로 나 보지 마. 효정 씨한테서 들은 거야. 말해줘. 왜 기권하려고 하는 거야?”송해인의 물음에 난감해진 서강빈이 설명해주었다.“기권한다고 얘기한 적 없어. 볼 일이 있어서 다녀와야 해. 만약 저녁
공항의 주차장에는 민소매 원피스에 검은 스타킹을 신고 선글라스를 쓴 도정윤이 차 문에 기대있었다. 그녀는 붉어진 눈을 하고 돌아온 송해인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래, 울었어? 서강빈 그 자식이 너 괴롭혔어?”“아니.”송해인이 고개를 저으며 차에 올라탔다. 차 안에서 도정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해인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서강빈이 기권한다면 더 좋은 거 아니야? 너한테도 비오 그룹한테도 다 좋은 일인데 왜 기권을 못 하게 하려는 건데?”송해인이 숨을 내쉬며 말했다.“정윤아, 너는 몰라. 예전에 나는 저 사람을 그저 짐으로 여기고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혼한 후로부터 이 시간 동안 나는 서강빈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못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 그리고 최근에야 느낀 것이지만 나는 그 사람 사랑해. 나는 계속 사랑하고 있었어.”송해인은 말하면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도정윤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난감한 표정으로 휴지를 꺼내 송해인에게 건네며 말했다.“해인아, 너는 지금 이혼 후유증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냥 단순하게 서강빈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그런가?”송해인은 고개를 들고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의아하게 물었다. 도정윤은 아주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나를 믿어. 서강빈 그 자식은 너랑 어울리지 않아. 물론 지금까지 설명하기 어렵고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해냈지만 못난 사람이라는 그 본성은 지워지지 않아. 송해인, 잊지 마. 송주의 여왕이 되어 비오 그룹을 이끌고 송주 밖으로 나가는 게 네 목표잖아. 절대 사사로운 남녀 사이의 감정 때문에 네가 지금까지 노력한 꿈을 잃지 마.”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송해인의 마음은 더 방황했다.“하지만 나는 정말 서강빈을 사랑해...”송해인이 울며 말하자 도정윤이 대꾸했다. “서강빈의 곁에는 권씨 가문의 딸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 서강빈은 권효정 씨를 위해 전혀 주저하지 않고 천주로
“서강빈.”말이 끝나자 그 여자의 눈에서는 살기가 폭발했다.“수장의 뜻을 받들어 서강빈을 처단하겠다!”차가운 빛이 번쩍이더니 칼이 번개처럼 서강빈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악! 주인님! 조심하세요!”염지아가 비명을 지르며 다가가서 막으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날카로운 칼은 기세가 드높았고 그 위력은 대가와 비교해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염지아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강빈은 그저 이름만 얘기했을 뿐인데 상대방은 왜 서강빈을 죽이려고 드는 것인지. 서강빈은 당황하지 않고 몸을 살짝 비틀어 여자의 손에 들린 칼을 피했다.“네가 감히 칼을 피해?”여자는 헛손질하고 뒤돌아 다시 서강빈의 허리를 찌르려 했다. 서강빈은 손을 쓸 생각이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때 혼약을 깬 일이 정말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고 하나는 이번에 여기로 온 게 칠색신꽃을 얻으려고 온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상대가 득달같이 달려드니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서강빈은 어쩔 수 없었다. 숨을 내쉰 서강빈이 손가락을 튕기자 무형의 힘이 여자의 손목에 명중했다. 순간, 여자는 손목이 저려 손에 들린 칼도 바닥에 떨어졌다.“월영 선배!”한창 방송을 하던 다른 한 명의 여자는 이 광경을 보고 빠르게 칼을 빼 들고는 달려와 월영이라는 여자를 부축했다. 예쁜 한 쌍의 눈이 서강빈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겁이 없는 놈이구나. 감히 월영 선배를 다치게 하다니!”서강빈은 한숨을 내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는 그저 손을 저리게 하는 혈 자리를 건드린 것뿐이야. 좀 있으면 괜찮아져. 두 사람한테 부탁할게. 가서 서강빈이 옥아현 씨를 만나러 왔다고 전해줘.”“건방진 놈! 수장님의 고귀한 성함이 마음대로 부를 수 있는 건 줄 알아?”여자는 말을 마치고 바로 공격하려고 했다. 바로 이때, 멀리서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세란아, 멈춰!”세란과 월영은 이 목소리를 듣고 황급히 고개를 돌려 뒤를 봤다. 흰색의 긴 치마를 입고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가진 젊은 여자
서강빈은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이는 만화종의 구궁검 진법이었다. “주인님, 저는... 무서워요...”염지아는 구궁검 진법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지만, 주변을 맴도는 날카로운 살기를 감지하고 겁을 먹은 채 눈물이 차올랐다.“괜찮아. 내가 있잖아.”서강빈은 염지아의 어깨를 다독이며 달랬다. 옥연서는 서강빈의 뒤에 숨은 염지아를 차가운 시선으로 훑어보더니 서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서강빈, 설마 저 여자 때문에 고집을 쓰고 파혼한 거야? 여자 보는 눈이 별로네. 설마 못생긴 걸 좋아하는 건가?”이 말이 나오자 방금까지도 겁을 먹고 덜덜 떨던 염지아의 눈빛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화가 울컥 치밀었다. 못생겼다는 말, 뚱뚱하다는 말,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은 여자한테 하지 말아야 할 3대 금기어였다.“당신...”염지아가 화를 내려던 때, 서강빈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을 끊었다.“연서 선배, 내 말 좀 들어봐. 그때의 일은 정말 이유가 있었어...”“쓸데없는 소리 그만 지껄여! 당장 저 자식을 잡아!”옥연서는 서강빈이 변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녀가 명령을 내리자 젊은 여자 한 명이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신선이 길을 가리킨다는 뜻을 가진 선인지로라는 술수로 서강빈의 등을 찌르려 했다. 이 여자의 공격을 서강빈이 막거나 피하더라도 나머지 열몇 명의 사람들이 똑같이 서강빈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것이다. 등 뒤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느낀 서강빈은 염지아를 자신의 품 안에 넣고 발로는 칠성보를 밟더니 몸을 빠르게 움직여 그 여자의 뒤에 나타났다.“죽여!”그 여자의 검이 허탕을 치자 곁에는 또 두 명이 나타나서 단검을 들고 양쪽에서 서강빈의 갈비뼈를 찌르려 했다.서강빈은 뒤로 미끄러지며 순식간에 수십 미터 밖으로 피했다. 검들이 허공을 가르며 공격해왔지만, 서강빈은 여전히 칠성보를 밟으며 무수한 검들의 그림자 사이에서 피해 다녔다. 검의 그림자 하나가 서강빈의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자 겁을 먹은 염지아는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뜨릴
구궁검 진법은 확실히 쉽게 깰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서강빈은 4년 전에도 겪은 적이 있었다. 그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만화종에게 망신을 줬던 일만 아니면 서강빈은 그때 진작에 깰 수 있었다. 하지만 서강빈은 그때 도망가는 선택을 했는데 만화종에게 했던 마지막 배려라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오늘은 이상한 할아버지를 위해 하는 수 없이 제대로 임해야 했다. 검이 또 한 번 서강빈의 앞을 스쳐 지났는데 이번에 서강빈은 피하지 않고 빠르게 진법 중에서 분홍색 옷을 입은 여자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가 바로 구궁검 진법 중의 핵심이었다. 핵심만 무너뜨린다면 구궁검 진법은 진법 안에 있는 사람들의 전투력을 높이는 효과가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열몇 명의 여제자들은 흩어진 모래알처럼 각자 전투해야 했다.서강빈은 너무 빨랐다. 사람들은 눈앞에서 그림자 하나가 지나가는 것만 보았고 분홍색 옷을 입은 그 여자가 반응하기도 전에 서강빈은 이미 그녀를 기절시킬 수 있는 혈 자리를 짚었다. 분홍색 옷을 입은 여자가 쓰러지자 구궁검 진법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이윽고 서강빈은 분홍색 옷 여자의 손에서 단검을 받아서 영기를 불어넣었다. 사람들은 눈앞으로 날카로운 번개가 스치는 것 같았다. 서강빈의 기세도 따라서 변했고 마치 전쟁의 신이 속세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사람들 속에 우뚝 서 있었다.“실례 좀 할게.”말을 마친 서강빈은 손을 휘둘러 검의 기운을 내뿜었다. 바닥에는 순간 흰빛이 번쩍였고 발사된 검의 기운은 다섯 갈래로 갈려 동시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마주 서 있던 다섯 명은 피할 겨를도 없이 검의 기운에 스쳐 옷깃이 뭉텅 떨어져 나갔다.멀리서 보고 있던 옥연서 등 사람들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서강빈이 어떻게 구궁검 진법의 약점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지,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선배로서 옥연서는 바보가 아니다. 만약 방금 서강빈이 그 다섯 명한테 제대로 공격을 했다면 그들은 이미 목이 잘렸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구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