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주차장에는 민소매 원피스에 검은 스타킹을 신고 선글라스를 쓴 도정윤이 차 문에 기대있었다. 그녀는 붉어진 눈을 하고 돌아온 송해인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래, 울었어? 서강빈 그 자식이 너 괴롭혔어?”“아니.”송해인이 고개를 저으며 차에 올라탔다. 차 안에서 도정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해인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서강빈이 기권한다면 더 좋은 거 아니야? 너한테도 비오 그룹한테도 다 좋은 일인데 왜 기권을 못 하게 하려는 건데?”송해인이 숨을 내쉬며 말했다.“정윤아, 너는 몰라. 예전에 나는 저 사람을 그저 짐으로 여기고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혼한 후로부터 이 시간 동안 나는 서강빈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못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 그리고 최근에야 느낀 것이지만 나는 그 사람 사랑해. 나는 계속 사랑하고 있었어.”송해인은 말하면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도정윤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난감한 표정으로 휴지를 꺼내 송해인에게 건네며 말했다.“해인아, 너는 지금 이혼 후유증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냥 단순하게 서강빈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그런가?”송해인은 고개를 들고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의아하게 물었다. 도정윤은 아주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나를 믿어. 서강빈 그 자식은 너랑 어울리지 않아. 물론 지금까지 설명하기 어렵고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해냈지만 못난 사람이라는 그 본성은 지워지지 않아. 송해인, 잊지 마. 송주의 여왕이 되어 비오 그룹을 이끌고 송주 밖으로 나가는 게 네 목표잖아. 절대 사사로운 남녀 사이의 감정 때문에 네가 지금까지 노력한 꿈을 잃지 마.”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송해인의 마음은 더 방황했다.“하지만 나는 정말 서강빈을 사랑해...”송해인이 울며 말하자 도정윤이 대꾸했다. “서강빈의 곁에는 권씨 가문의 딸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 서강빈은 권효정 씨를 위해 전혀 주저하지 않고 천주로
“서강빈.”말이 끝나자 그 여자의 눈에서는 살기가 폭발했다.“수장의 뜻을 받들어 서강빈을 처단하겠다!”차가운 빛이 번쩍이더니 칼이 번개처럼 서강빈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악! 주인님! 조심하세요!”염지아가 비명을 지르며 다가가서 막으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날카로운 칼은 기세가 드높았고 그 위력은 대가와 비교해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염지아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강빈은 그저 이름만 얘기했을 뿐인데 상대방은 왜 서강빈을 죽이려고 드는 것인지. 서강빈은 당황하지 않고 몸을 살짝 비틀어 여자의 손에 들린 칼을 피했다.“네가 감히 칼을 피해?”여자는 헛손질하고 뒤돌아 다시 서강빈의 허리를 찌르려 했다. 서강빈은 손을 쓸 생각이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때 혼약을 깬 일이 정말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고 하나는 이번에 여기로 온 게 칠색신꽃을 얻으려고 온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상대가 득달같이 달려드니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서강빈은 어쩔 수 없었다. 숨을 내쉰 서강빈이 손가락을 튕기자 무형의 힘이 여자의 손목에 명중했다. 순간, 여자는 손목이 저려 손에 들린 칼도 바닥에 떨어졌다.“월영 선배!”한창 방송을 하던 다른 한 명의 여자는 이 광경을 보고 빠르게 칼을 빼 들고는 달려와 월영이라는 여자를 부축했다. 예쁜 한 쌍의 눈이 서강빈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겁이 없는 놈이구나. 감히 월영 선배를 다치게 하다니!”서강빈은 한숨을 내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는 그저 손을 저리게 하는 혈 자리를 건드린 것뿐이야. 좀 있으면 괜찮아져. 두 사람한테 부탁할게. 가서 서강빈이 옥아현 씨를 만나러 왔다고 전해줘.”“건방진 놈! 수장님의 고귀한 성함이 마음대로 부를 수 있는 건 줄 알아?”여자는 말을 마치고 바로 공격하려고 했다. 바로 이때, 멀리서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세란아, 멈춰!”세란과 월영은 이 목소리를 듣고 황급히 고개를 돌려 뒤를 봤다. 흰색의 긴 치마를 입고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가진 젊은 여자
서강빈은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이는 만화종의 구궁검 진법이었다. “주인님, 저는... 무서워요...”염지아는 구궁검 진법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지만, 주변을 맴도는 날카로운 살기를 감지하고 겁을 먹은 채 눈물이 차올랐다.“괜찮아. 내가 있잖아.”서강빈은 염지아의 어깨를 다독이며 달랬다. 옥연서는 서강빈의 뒤에 숨은 염지아를 차가운 시선으로 훑어보더니 서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서강빈, 설마 저 여자 때문에 고집을 쓰고 파혼한 거야? 여자 보는 눈이 별로네. 설마 못생긴 걸 좋아하는 건가?”이 말이 나오자 방금까지도 겁을 먹고 덜덜 떨던 염지아의 눈빛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화가 울컥 치밀었다. 못생겼다는 말, 뚱뚱하다는 말,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은 여자한테 하지 말아야 할 3대 금기어였다.“당신...”염지아가 화를 내려던 때, 서강빈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을 끊었다.“연서 선배, 내 말 좀 들어봐. 그때의 일은 정말 이유가 있었어...”“쓸데없는 소리 그만 지껄여! 당장 저 자식을 잡아!”옥연서는 서강빈이 변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녀가 명령을 내리자 젊은 여자 한 명이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신선이 길을 가리킨다는 뜻을 가진 선인지로라는 술수로 서강빈의 등을 찌르려 했다. 이 여자의 공격을 서강빈이 막거나 피하더라도 나머지 열몇 명의 사람들이 똑같이 서강빈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것이다. 등 뒤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느낀 서강빈은 염지아를 자신의 품 안에 넣고 발로는 칠성보를 밟더니 몸을 빠르게 움직여 그 여자의 뒤에 나타났다.“죽여!”그 여자의 검이 허탕을 치자 곁에는 또 두 명이 나타나서 단검을 들고 양쪽에서 서강빈의 갈비뼈를 찌르려 했다.서강빈은 뒤로 미끄러지며 순식간에 수십 미터 밖으로 피했다. 검들이 허공을 가르며 공격해왔지만, 서강빈은 여전히 칠성보를 밟으며 무수한 검들의 그림자 사이에서 피해 다녔다. 검의 그림자 하나가 서강빈의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자 겁을 먹은 염지아는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뜨릴
구궁검 진법은 확실히 쉽게 깰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서강빈은 4년 전에도 겪은 적이 있었다. 그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만화종에게 망신을 줬던 일만 아니면 서강빈은 그때 진작에 깰 수 있었다. 하지만 서강빈은 그때 도망가는 선택을 했는데 만화종에게 했던 마지막 배려라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오늘은 이상한 할아버지를 위해 하는 수 없이 제대로 임해야 했다. 검이 또 한 번 서강빈의 앞을 스쳐 지났는데 이번에 서강빈은 피하지 않고 빠르게 진법 중에서 분홍색 옷을 입은 여자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가 바로 구궁검 진법 중의 핵심이었다. 핵심만 무너뜨린다면 구궁검 진법은 진법 안에 있는 사람들의 전투력을 높이는 효과가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열몇 명의 여제자들은 흩어진 모래알처럼 각자 전투해야 했다.서강빈은 너무 빨랐다. 사람들은 눈앞에서 그림자 하나가 지나가는 것만 보았고 분홍색 옷을 입은 그 여자가 반응하기도 전에 서강빈은 이미 그녀를 기절시킬 수 있는 혈 자리를 짚었다. 분홍색 옷을 입은 여자가 쓰러지자 구궁검 진법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이윽고 서강빈은 분홍색 옷 여자의 손에서 단검을 받아서 영기를 불어넣었다. 사람들은 눈앞으로 날카로운 번개가 스치는 것 같았다. 서강빈의 기세도 따라서 변했고 마치 전쟁의 신이 속세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사람들 속에 우뚝 서 있었다.“실례 좀 할게.”말을 마친 서강빈은 손을 휘둘러 검의 기운을 내뿜었다. 바닥에는 순간 흰빛이 번쩍였고 발사된 검의 기운은 다섯 갈래로 갈려 동시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마주 서 있던 다섯 명은 피할 겨를도 없이 검의 기운에 스쳐 옷깃이 뭉텅 떨어져 나갔다.멀리서 보고 있던 옥연서 등 사람들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서강빈이 어떻게 구궁검 진법의 약점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지,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선배로서 옥연서는 바보가 아니다. 만약 방금 서강빈이 그 다섯 명한테 제대로 공격을 했다면 그들은 이미 목이 잘렸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구궁
가야금의 선이 갑자기 끊어지자 옥아현의 표정이 쌀쌀해졌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누구야? 내가 수련하고 있을 때는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아!”세란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수장님, 서... 서강빈이 만나러 왔습니다.”“그 사람이라고?”4년 만에 다시 이 이름을 들으니 평온한 호수에 돌을 던지듯 옥아현의 마음속에서는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예쁜 얼굴은 설렘을 숨기지 못했고 얼른 몸을 일으킨 그녀는 정자를 나서며 말했다.“그 사람 지금 어디 있어? 얼른 거기로 데려다줘...”옥아현은 빠르게 몇 걸음 걷더니 뭔가 마음에 걸리는 듯 갑자기 멈추고 말했다.“그... 만화각으로 그 사람을 데리고 와.”이 말을 던지고 옥아현은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세란은 옥아현의 뒷모습을 보다가 복잡한 마음을 안고 옥연서한테로 돌아가 귓속말을 했다. 옥연서의 표정이 여러 번 변하더니 결국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쌀쌀하게 말했다.“서강빈, 만화각으로 오라는 수장의 명령이다. 나를 따라와.”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옥아현은 서강빈을 죽도록 원망하면서 왜 또 그를 만나려 하는지, 서강빈 같은 쓰레기는 반드시...결국, 그녀는 분노를 억누르고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만화각으로 향했다. 염지아는 서강빈을 따라가려고 했지만, 흰옷을 입은 두 명의 여자가 막아섰다.“거기 서. 수장님은 당신을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어.”“주인님...”염지아는 침을 삼키며 겁먹은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거기서 기다려. 잠깐 다녀올게.”서강빈은 뒤돌아 당부하고 옥연서를 따라 만화각으로 갔다. 만화각 앞에는 수백 명의 젊은 여제자들이 양쪽에 줄을 서 있었고 모두 칼을 들고 있어 살기가 가득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옥아현이 싸늘한 얼굴로 대전의 제일 높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아름다운 두 눈동자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서강빈을 쳐다보고 있었다.“안으로 들어가.”옥연서는 문 앞에서 안내하는 손동작을 했지만, 말투는 아주
서강빈은 아무 말도 없이 앞으로 다가가 옥아현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예전에 만화문의 옛 수장은 두 사람의 혼사를 추진하려고 일부러 두 사람이 함께 3개월 동안 시간을 보내게 했다. 하지만 서강빈의 마음속에서 옥아현은 그저 여동생이었고 남녀 사이의 감정이 조금도 없었다. 서강빈은 옥아현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이런 말들은 마음속으로 삼켰고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었다.“강빈 오빠, 뒷산에 차가운 옥으로 만든 침대가 오빠 체내의 화독을 다스릴 수 있을지도 몰라. 얼른 나 따라와!”옥아현은 두 눈에 빛이 반짝이며 서강빈을 잡아 뒷산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아현아, 차가운 옥 침대는 내 체내에 있는 화독을 다스릴 수 없어. 걱정하지 마. 나한테는 방법이 있어.”서강빈은 잠깐 멈칫하더니 옥아현한테서 자신의 손을 빼냈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현아, 사실 오늘 여기로 온 것은 내 지인을 위해 칠색신꽃을 얻으러 온 거야. 그분은 지금 온몸의 경맥이 다 끊어져 있어서 3일 이내에 칠색신꽃을 얻지 못한다면 아마도...”“칠색신꽃?”옥아현은 시선을 내리깔고 마음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칠색신꽃은 만화문의 제일가는 보물이었지만 지금 부탁하러 온 사람은 서강빈이었다. 서강빈이 그때 체내의 화독 때문에 그녀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 파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마치도 형체 없는 큰 손이 그녀의 가슴을 쥐어뜯는 것처럼 괴로웠다. 더욱이 서강빈은 이 4년간 매일 화독 때문에 괴로움을 견뎌왔는데 자신은 마음속으로 서강빈을 원망하기나 하고 심지어 마주치면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렸었다. 그러니 자신은 어찌 서강빈의 깊은 마음에 다 보답할 수 있겠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옥아현은 결심을 내린 듯 대전 밖을 향해 홀가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연서 선배, 보물각으로 가서 칠색신꽃을 가져와요.”칠색신꽃 하나는 물론이고 서강빈이 만화문 전체를 달라고 해도 지금의 옥아현은 망설임 없이 다 바칠 준비가 되었다. “수장, 저 쓰레기 같은 자식한테 속지 마
옥아현이 뚜껑을 열자 마음속까지 파고드는 향기가 순식간에 대전을 채웠다. 무지개와 같은 빛이 꽃잎 위에 나타났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깔의 꽃잎이 꽃술을 둘러싸고 있었다. 진주 크기의 꽃술은 영롱하게 빛이 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칠색신꽃이 드러나는 순간, 대전에 있던 사람들은 눈 앞에 펼쳐진 기이한 광경에 놀라서 감탄했다.“아현아, 이 칠색신꽃은 내가 너한테 빌린 거로 하자. 이후에 똑같은 것으로 꼭 돌려줄게.”서강빈은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정중하게 말했다.“참나, 칠색신꽃은 100년 주기로 자라는 꽃이어서 지금부터 100년 후에야 꽃피울 텐데 어디 가서 똑같은 것을 찾는다는 말이야.”옥연서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 서강빈이 뭐라 얘기하기도 전에 옥아현이 손을 들어 옥연서의 뺨을 내리쳤다.“아현아... 나는...”옥아현의 예쁜 얼굴이 차가운 표정을 지었고 옥연서를 보면서 쌀쌀하게 말했다.“오늘부터 만화문의 전체 제자들은 강빈 오빠를 보면 나를 대하듯 합니다. 누가 감히 조금이라도 무례를 범한다면 죽일 겁니다. 당장 물러가세요!”옥연서는 몸이 굳었고 감히 불만을 더 말하지 못했다. 옥연서가 대전을 나서는 것을 보고 나서 옥아현은 고개를 돌려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빈 오빠, 나는 오빠를 믿어. 이렇게 된 김에... 만화문에서 하루 묵고 갈래?”이 말을 하는 옥아현의 아름다운 얼굴이 쑥스러워 발그레해졌고 두근두근 가슴이 설렜다. 섬섬옥수는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수줍은 처녀의 모습을 하고 있어 지금 그녀에게는 수장의 위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아현아, 마음은 고마운데 나는 오늘 송주로 돌아가야 해. 다음에 네가 송주에 오면 내가 자리를 마련해서 우리 제대로 얘기를 나눠보자.”서강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짜지? 거짓말하면 안 돼!”옥아현은 애교를 부리듯 가볍게 서강빈의 옷깃을 쥐고 흔들었다.“내가 언제 너 속인 적 있었어?”서강빈은 손을 뻗어 옥아현의 콧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젊은 남자 한 명이 위풍당당하게 문을 넘어서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수천 명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침착한 얼굴이었다. 송해인은 복잡한 마음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입을 삐죽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세영과 진기준은 의아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았는데 그들이 보기에 서강빈은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앞서 박여름과 공동 1등을 하게 된 것도 모두 권씨 가문의 인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권효정도 알 텐데 서강빈은 무슨 생각으로 여기를 온 건지?이렇게 생각한 이세영은 차갑게 코웃음을 지으며 일어나서 비아냥거렸다.“아이고, 진짜 올 줄 몰랐네요? 아쉽지만 이번에는 허 신의께서 자리하고 계시니 권효정 씨도 당신을 돕지 못할 것입니다.”관중석의 사람들이 서강빈을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비난하는 것을 보고 권효정은 앞으로 나서서 이세영한테 차갑게 말했다.“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저번에 강빈 씨는 자신의 실력으로 1등을 한 거예요. 현장에 있던 멘토들이 증언할 수 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예요?”이세영이 콧방귀를 뀌고는 대꾸하려 하자 송해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목소리로 꾸짖었다.“이 비서, 앉아! 지금 이게 어떤 자리인지 몰라? 회사 이미지가 너 때문에 다 망가지게 생겼어!”송해인한테 제지당한 이세영은 불만 가득해서 권효정을 째려보고는 씩씩거리며 의자에 앉아 무대 위로 올라간 서강빈을 쳐다보았다. 송해인은 복잡한 마음으로 서강빈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서강빈이 자신을 증명해 보이는 것을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비오 그룹이 서강빈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겨서 홍보할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됐다.“해인아,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허 신의가 직접 심사를 보기 때문에 권효정도 어쩌지 못할 거야. 박여름은 반드시 이번 경기에서의 주인공이 될 거야! 그리고 사람을 시켜 알아봤는데 오늘 대결하는 내용은 맥을 짚는 거래. 박여름이 잘하는 거잖아. 서강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