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 안, 권영우는 손 신의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손 선생님, 제가 우스운 꼴을 보였네요. 저희 딸이 아직 철이 없어서 사기를 당한 것 같아요. 돌아가면 제가 단단히 혼쭐을 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서 저희 아버지를 치료해 주세요.”“좋습니다.”손 신의는 대답한 뒤 빠르게 침을 놓았다.마지막 침을 놓자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권정무가 드디어 천천히 눈을 떴다.“아버지, 깨셨어요? 정말 잘 됐어요.”권영우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매우 흥분했다.권정무의 병 때문에 권씨 가문은 명의를 찾으려고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송주에서 힘겹게 손인수를 모셔 왔다.“손 선생님은 역시 송주의 신의답네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의술이라니, 정말 견문을 크게 넓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선생님은 저희 권씨 가문의 귀인이십니다.”권영우는 다급히 감사 인사를 건넸다.손인수는 손을 젓더니 웃으면서 말했다.“별거 아니니 이러실 필요는 없습니다.”그러나 침대에 누워있던 권정무는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곧이어 검은색 피를 토한 뒤 이내 또 정신을 잃었다.“아버지, 아버지...”권영우는 조급해져서 황급히 소리쳤다.“선생님,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얼른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손인수는 당황해서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못했다.“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는데...”“얼른 살펴봐 주세요!”권영우가 소리를 질렀다.손 신의는 다급히 진맥해 보았고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맥박을 보니 당장 죽을 것 같았다.그 순간 손 신의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황급히 일어나 말했다.“권 가주님, 죄송하지만 전 도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권 어르신의 병은 제가 치료할 수 없을 것 같으니 후사를 준비하세요.”그 말을 들은 권영우는 화가 나서 이성을 잃고 고함을 질렀다.“손 선생님, 우리 아버지가 혹시라도 잘못된다면 선생님도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살려내세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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