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취해있는 권효정을 부축했다. 권효정은 어리숙한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대답했는데 그 모습이 아주 귀여웠다. “아니, 많지 않아요... 두 병만 마셨어요...”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권효정을 부축하여 만물상점 안으로 들어가 그녀를 소파에 눕혔다. 그리고 서강빈은 따뜻한 물을 가지고 와서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고 체내에 있는 술기운을 완화하기 위해 권효정에게 은침을 몇 개 놓아주었다....한편, 송해인은 아직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고 이세영이 걸어들어와서 물었다.“대표님, 며칠 후면 한의학 대회 구역 선발전의 두 번째 경기가 열리게 됩니다. 저희가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송해인은 고개를 들고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하다가 물었다.“좋은 생각이 있어?”“저번처럼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겁니다. 박여름이 1등을 할 때마다 저희는 기자회견을 해서 이 기회를 빌려 우리 회사를 홍보하는 것입니다.”이세영의 말에 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준비하도록 해.”송해인은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간섭하고 싶지 않아 이세영에게 맡기고는 했다. 이세영은 대답하고는 잠깐 생각하더니 물었다.“대표님, 정말 진 대표님과 결혼을 안 하실 생각입니까?”“응.”송해인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대답했고 이세영은 바로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대표님,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진 대표님은 그렇게 우수하고 뛰어난 분인 데다가 집안도 좋으시잖아요. 설마 정말 서강빈과 재결합하려는 생각인 거 아니죠?”이 말을 들은 송해인은 고개를 들어 이세영을 보면서 물었다.“엄마가 너 보냈어?”이세영은 살짝 민망했지만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그런 셈이죠. 사모님께서 대표님을 설득하라고 하셨어요. 대표님께서 자신을 위해, 송씨 가문을 위해 고민해보라고요. 서강빈 같은 사람은 대표님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송해인은 숨을 내쉬며 쌀쌀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들이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이세영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사모님, 대표님이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양미란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모르지.”이세영이 계속해서 물었다.“지금 어디 계세요?”“회사지.”양미란은 이렇게 대답하다가 바로 알아차리고 이세영을 보면서 물었다.“네 말은 비오 그룹에서 사건이 발생하게 만든 다음 서강빈이 한 짓으로 돌리라는 얘기야?”“바로 그거예요.”이세영이 웃으며 긍정했고 양미란은 송태호와 눈을 맞추더니 잠깐 생각하다가 물었다.“어떻게?”이세영이 대답했다.“며칠 후면 한의학 대회 구역 선발전의 두 번째 경기가 있게 됩니다. 서강빈 때문에 비오 그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대표님의 사업에 차질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반드시 서강빈을 증오하게 될 것입니다.”양미란과 송태호는 이세영의 뜻을 알고 웃으며 말했다.“역시 이 비서가 아는 게 많네. 우리는 반드시 최선을 다해 도울 거야.”“좋아요. 이틀 후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이세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양미란과 송태호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회사를 떠났다. 송해인과 서강빈의 재결합을 막을 수만 있다면 그들은 어떤 일도 저지를 수 있다. 쓰레기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송해인이 뭐가 쓰이기라도 했는지 서강빈 그놈과 재결합을 하려고 하다니... 그 꿈은 깨야 할 것이다. 회사를 떠나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엄마,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송태호의 물음에 양미란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어찌 됐든 네 누나가 서강빈 그놈이랑 재결합하는 건 절대 안 돼!”“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매형이 얼마나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데, 누나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송태호가 아주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했고 양미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기준이는 요즘 뭐 하고 ?”송태호는 고개를 저었다.“잘 몰라요. 아마 저희 누나 때문에 화가 많이 나 있겠죠.”“아이고, 네 누나가 참 멍청이야.”양미란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정교하게 차려입고 표정이나 분위기가 무척 도도한 여자가 휠체어를 밀고 문을 넘어 들어왔다.“영업 마감했어요.”서강빈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 젊은 여자는 사나운 기세로 서강빈을 보며 물었다.“당신이 서강빈이야?”그 말을 들은 서강빈이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보았다. 자신은 모르는 사람인데 상대방은 자신을 알고 있다. “맞는데요. 무슨 일이에요?”서강빈은 최대한 예의 차린 태도로 물었다. 이 야심한 밤에 이렇게 대단한 기세로 사람들을 데리고 온 거로 보아하니 상대방도 보통 사람은 아닌듯했다.“진료받으러 왔어.”젊은 여자는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진료를 받는다고?’서강빈은 더 의아해졌다.“누가 여기로 오라고 했어요?”서강빈의 물음에 젊은 여자의 가지런한 눈썹이 찡그려지며 불만스럽게 말했다.“진료해달라면 할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얼른 우리 아빠를 치료해줘!”“그게 진료받으러 온 사람의 태도입니까?”서강빈은 아주 불만스러웠다.“문제 있어? 나는 돈을 내고 당신은 치료하면 되잖아.”젊은 여자가 거만하게 말하며 손짓을 하자 뒤에 있던 부하가 은색 가방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가방을 열자 모두 현금이었다. 눈대중으로 보면 대충 6억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서강빈은 힐끔 쳐다보고서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예의를 모르는 사람의 아버지를 치료하지 않을 겁니다. 돌아가세요.”서강빈은 그 여자의 태도가 아주 불쾌했다. 진료를 받으러 온 마당에 태도가 저렇게나 건방지다니. 마치 몇억짜리 빚을 받으러 온 빚쟁이처럼 태도가 불량했다.“지금 당신이 누구랑 얘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젊은 여자는 얼굴이 확 굳어지고 미간에는 거만한 기색을 띤 채 불쾌한 듯 말했다.“지금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성회 염씨 가문의 딸이야! 당신한테 진료를 해달라고 하는 건 우리 전 씨 가문에 네가 충성하고 잘 보일 기회를 주는 거야! 우리 아빠의 병을 치료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의
염지아는 서강빈의 말을 듣고 화를 내는 대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어? 야 이 자식아, 우리 염씨 가문이 성회에서 뭐 하는 가문인지 알아? 모르면 알려줄게. 우리 염씨 가문은 성회에서 무도 명문가 중의 하나이고 성회에서 12개의 도장을 운영하고 있어. 감히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해? 네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지부터 생각해봐! 마지막으로 경고할게. 당장 우리 아빠를 치료해. 아니면 지금 당장 네 가게를 부숴버리고 너를 망가뜨릴 거야!”염지아는 건방지기 그지없었고 완전 안하무인의 태도였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곱게 자라서 안하무인이고 무언가를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다. 서강빈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여전히 똑같은 말이야. 치료 안 해. 치료받고 싶으면 당신이 반드시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해!”그 말에 분노한 염지아가 손짓을 하면서 차갑게 말했다.“가게를 부숴버려!”“네!”열 명이 넘는 검은 슈트를 입은 경호원들은 바로 달려들어서 가게 안의 물건들을 다 부쉈다. 서강빈은 나서서 막지 않았다. 물건들을 돈을 안 들이고 새로 바꿀 기회가 생겼는데 왜 굳이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염지아는 서강빈이 겁을 먹어서 그러는 줄 알았다. 아무래도 성회 안에서는 염씨 가문을 감히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이 자식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물을게. 치료할 거야, 말 거야?”염지아는 차갑게 말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 이때, 서강빈의 곁에는 이미 검은 슈트를 입은 경호원들이 둘러쌌다. 서강빈이 거절하는 말을 한 글자라도 내뱉거나 고개를 젓는다면 그들은 달려들어서 이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는 녀석을 제압할 것이다.“흠...”서강빈은 숨을 내뱉고는 담담한 눈빛으로 염지아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안 해.”“그럼 평생 치료할 생각 하지 마!”염지아는 사나운 눈빛으로 바로 명령했다.“저 녀석의 손을 망가뜨려서 평생 다시는 의료기구를 들지 못하게 해!”말이 끝나자 두 명의
“너, 너 뭐라고? 나더러 무릎 꿇고 사과를 하라고? 건방진 놈, 너 미쳤어? 너 내가 누군지 몰라?”염지아가 화를 내며 말했다.“나는 성회 염씨 가문의 딸이야! 우리 염씨 가문은 성회의 무도 명문가이고 성회에서 12개의 도장을 운영하고 있어! 우리 아빠는 흑호 도장의 염동건이야! 감히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흑호 도장 전체가 너를 가만 안 놔둘 거야!”이게 바로 염지아가 믿고 나대는 구석이었다. 하지만 서강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로 염지아를 차가운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흑호 도장이면 어찌할 건데? 나한테는 소용없어.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든가, 아니면 너의 두 손을 망가뜨릴 거야!”염지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소리쳤다.“네가 감히!”“못할 게 뭐가 있어?”서강빈은 차갑게 말하고는 성큼성큼 염지아를 향해 다가갔고 이에 당황한 염지아가 뒤로 물러섰다. 이윽고 서강빈은 염지아의 겁에 질린 시선 속에서 그녀의 손 한쪽을 부러뜨렸다.“악!”염지아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했다.“이 미친놈! 네가 감히 정말로 내 손을 망가뜨려?”염지아의 두 눈은 악에 받쳐 서강빈을 노려보았고 몸을 일으켜서는 분노하여 소리쳤다.“네가 누구든지 오늘 나는 반드시 너를 죽여버릴 거야!”화를 내는 염지아의 몸에서는 놀라운 기세를 뿜어냈다. 서강빈은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이 화가 나서 이성을 잃어가는 염지아를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네 손 한쪽을 망가뜨리는 것은 시작에 불과해.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잘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야. 진료를 받으러 왔으면서 건방지고 무례한 것. 거절당하고 나서도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기세를 내세워 사람을 괴롭히려고 한 것. 이게 바로 성회 염씨 가문의 가풍인가?”서강빈은 염지아를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이 그녀에게로 다가갔다.“그리고 사람들을 시켜서 내 가게의 물건들을 다 부숴버리고. 이것들은 모두 몇백억의 가치가 가는 희귀한 물건들이야!”이 말을 들은 염지아는 다급하게 소리
“이 자식이 이렇게 만든 거야! 당장 이 자식을 망가뜨려!”염지아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소리쳤고 두 눈에는 사나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지금 당장 서강빈을 찢어버려도 속이 시원찮을 것 같았다. 개량한복을 입은 그 중년 남자는 뒤돌아 날카로운 시선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낮은 음성으로 호통쳤다.“건방진 놈! 감히 염씨 가문 아가씨의 몸에 손을 대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 보다. 얘들이 당장 저 자식의 두 다리를 부러뜨려서 무릎을 꿇게 해!”“네!”무도복을 입은 제자들이 신속하게 달려가서 서강빈의 무릎을 걷어차려고 했다. 그들은 힘을 실어 서강빈의 무릎을 찼지만 그들의 예상대로 서강빈의 무릎이 산산조각이 나서 바닥에 무릎을 꿇는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두 제자의 다리가 거대한 힘에 부딪혀 튕겨 나가서는 90도로 꺾여서 흰 뼈가 보였고 피가 바닥에 질퍽했다. “아악!”도장의 두 제자는 부러진 다리를 안고 바닥에 쓰러져서 신음을 냈다. 이 광경을 본 개량한복을 입은 중년 남자는 미간을 찡그리고 굳은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무술을 할 줄 아는 놈이구나. 강기공을 할 줄 아는 모양이군. 그렇게 건방진 이유가 있었네. 다 같이 공격해서 저 자식을 제압해!”중년 남자의 생각에는 작디작은 송주에 대단한 무사가 없다고 여겼다. 서강빈처럼 이런 사람들도 아마 선조들이 무술을 할 줄 아는 덕을 보아 전해 내려오는 강기공을 스스로 배운 것뿐이고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순식간에 열 명이 넘는 도장 제자들이 서강빈에게 달려들어서 손발을 휘둘렀다. 염지아는 부러진 팔을 붙잡고 서늘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미친놈, 너는 정말 비참하게 죽을 거야! 이따가 나는 네 몸에 있는 뼈마디 하나하나를 다 부숴버릴 거니까.”“아가씨, 먼저 차에 가서 쉬고 계세요. 여기는 제가 정리하겠습니다.”개량한복의 중년 남자가 공손하게 말했다. 염지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도장의 제자 두 명을 불러 염동건의 휠체어를 끌게 하고는 차에 올라타려고 했다. 하
염지아는 곁에 있는 개량 한복을 입은 중년 남자를 보고 초조하게 물었다.“유 사부, 어떡해?”유 사부는 굳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아가씨, 두려워하지 말아요. 제가 있잖아요.”말을 마친 유 사부는 앞으로 두 걸음 다가가 개량 한복을 벗었다. 다부진 근육을 드러낸 그는 온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을 뿜으며 차갑게 말했다.“미친놈, 내가 너를 얕잡아 봤구나. 네가 이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을 줄 몰랐어! 상관없어. 그럼 내가 직접 너를 상대해주지.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말을 마친 유 사부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두 발을 넓게 벌리고 서서 중심을 잡았다. 그의 몸에서는 무서운 내력이 뿜어져 나왔고 발밑에서조차 강풍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다.‘체수?’유 사부라는 이 사람이 체수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체수가 되는 것은 아주 엄격하고 수련하기 까다로운 길이었다. 일반적인 무사와 수도자보다 수련하기는 백배 더 어려웠는데 이런 사람들은 온전히 자신의 힘에 의존하고 어떤 외력의 도움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내 주먹을 받아라!”유 사부는 호통과 함께 발을 굴렀는데 바닥에 공포스러운 발자국이 생겼다. 그러고 나서 유 사부는 번개처럼 한 손에 무시무시한 강풍과 내력을 동반하여 서강빈의 가슴을 내리치려고 했다.“맞아! 유 사부, 때려죽여!”염지아는 뒤에서 힘을 북돋아 주면서 이렇게 협박했다. 서강빈은 태연하게 상대방의 주먹을 보면서 마찬가지로 주먹을 들었다. 서강빈의 이 행동을 본 유 사부는 비웃으며 호통쳤다.“어린놈이 건방지고 무식하구나! 안하무인의 결과는 아주 참혹할 거야! 내 천호 권법은 아무도 막지 못해!”말이 끝나자 두 주먹이 충돌하여 큰 소리를 냈다. 유 사부와 염지아의 예상대로 서강빈이 맞아서 날아가는 장면은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유 사부가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그의 오른 주먹은 이미 부러져서 피범벅이 되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유 사부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고 경악한 눈길로 서강빈
싸늘한 표정의 서강빈이 한걸음, 한걸음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본 염지아는 온몸이 덜덜 떨리며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녀는 서강빈이 그저 볼품없는 의사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인제 보니 자신이 틀렸다. 그는 의사일 뿐만 아니라 대단한 무사였다.“너, 너 뭐 하려고?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성회 염씨 가문의 딸이야!”염지아는 불안한 음성으로 소리쳤고 두 눈에는 두려운 기색이 다분했다. 서강빈은 손을 들어 허공을 가르며 염지아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한 방 맞은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입안에는 피가 가득했다.“너!”염지아는 고개를 돌려 화를 냈지만 돌아온 대답은 서강빈이 다시 한번 뺨을 내리치는 것이었다. 이제야 염지아는 겁을 먹고 눈물을 터뜨렸다.이때, 휠체어에 앉아있던 염동건이 힘겹게 말을 뱉었다.“야 이 자식아, 내 딸을 다치게 하고 또 송주 지역에 있는 우리 도장의 사람들을 저렇게나 많이 때려눕히고 유자룡까지 죽였으면 그만해도 되지 않아?”염동건이 계속 말이 없었던 것은 병이 심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서강빈이 자신의 딸에게 연이어 손을 대는 것을 보고 염동건의 분노가 마음속으로부터 끓어올랐다.“아빠, 살려주세요. 살려줘요...”염지아는 겁에 질려서 얼른 염동건의 곁으로 기어갔다. 지금 그녀의 아버지만이 그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었다. “살려달라고? 염씨 가문의 아가씨야, 너무 허황한 생각 아니야?”서강빈은 꼿꼿하게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염지아와 염동건을 보고 있었다.“당신 아버지는 지금 폐인인데 어떻게 당신을 구할 수 있겠어?”서강빈이 거센 기세로 묻는 말에 염지아는 겁에 질려 온몸을 덜덜 떨었다. 염동건은 힘겹게 두 손으로 휠체어를 밀어서 염지아의 앞에 막아서며 서강빈을 보고 차갑게 말했다.“오늘 밤의 일은 오해일세. 내 딸이 잘못했네. 이보게 젊은이, 넓은 아량을 베풀어 우리를 놓아주게나.”염동건은 말을 한마디 할 때마다 온몸의 힘을 다 끌어다 써야 했는데 병이 너무 심해서 어쩔수 없었다.“오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