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하는 권효정의 불쌍한 표정을 보면서 서강빈은 무안한 듯 한숨을 쉬었다.서강빈은 일어나서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는 말했다.“바닥에서 잘게요.”권효정은 강요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몸을 돌리고는 바닥에서 자는 서강빈을 보고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강빈 씨, 우리 지금 이러는 거면 사귀는 거 맞지 않아요?”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아니요.”“네.”권효정은 낯빛이 순식간에 변하여 삐져서 뒤돌아 서강빈을 등졌다.속으로는 이 연애 고자를 욕하고 있었다.서강빈은 무안해서 한숨을 내쉬고는 권효정을 바라보았는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옆으로 누워있는 권효정의 몸매는 아주 매혹적이었는데 특히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셔츠만 입고 있어서 더 사람을 정신 못 차리게 했다.그 풍만한 몸매 곡선은 그 어떤 남자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서강빈은 얼른 속으로 주문을 외우면서 몸을 돌려 잠이 들려고 했다.이튿날. 서강빈은 깨어나서 눈을 떴을 때 곁에 아름다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고 그 매혹적이고 반짝이는 큰 눈은 자신을 향해 있었다.“효정 씨?”서강빈은 깜짝 놀라 이제야 권효정이 자신의 몸에 엎드려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권효정은 서강빈이 깬 것을 보고 히히 웃으면서 말했다.“깼어요?”서강빈은 아주 민망했다. 아침이어서 좀 특별한 반응이 오는 터에 지금 아랫도리가 아주 뻐근했다. 거기다가 권효정이 아예 자신의 몸 위에 엎드려 있는데 어느 혈기왕성한 남자가 이걸 견딜 수 있단 말인가?서강빈은 빠르게 몸을 일으켜서 권효정을 밀어내고 방을 나섰다.“가서 세수하고 올게요.”서강빈이 씻고 나오자 방안에서 권효정의 소리가 들렸다.“강빈 씨, 밖에 있는 제 옷 좀 가져다주세요.”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밖의 소파에 있는 옷을 보고는 들어서 문틈으로 방 안에 있는 권효정에게 건넸다.새하얀 손 하나가 나오더니 옷을 받아들었다.서강빈이 가려고 할 때 권효정이 고개를 내밀고 웃는 얼굴로 물었다.“들어와서
“견디지 못한다니요? 그럴 일 없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저는 배워낼 수 있어요.”가슴을 치면서 말하는 권효정은 매우 흥미로워 보였다. 과거에 권효정은 한두 번 배워보긴 했지만, 며칠 지나면 곧 관심을 잃었다. 첫 번째 원인은 그녀를 가르치던 스승들은 나이 많은 노인들이기에 지루했고 두 번째 원인은 권효정 자신이 별로 배우고 싶지 않았기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서강빈이 가르쳐주니 매일 고생하더라도 배우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효정 씨의 경호원을 하는데 왜 배우려고 해요?” 서강빈이 되묻자 권효정이 영민하게 말했다. “당신이 내 곁에 있지 않을 때도 있을 텐데,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워야죠.”서강빈은 잠시 고민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나중에 가르쳐 줄게요.” 서강빈은 뭔가를 생각한 듯이 일어나 방안의 서랍에서 옥 펜던트를 꺼내 권효정에게 건넸다.“이게 뭐예요?” 권효정이 옥 펜던트를 받아들고 궁금한 표정으로 몇 번 훑어봤다.“호신용이에요. 내가 작은 진법을 써놔서 대사의 치명적인 일격을 막을 수 있어요.” 서강빈이 덤덤하게 말했다.권효정은 미소를 지으며 옥 펜던트를 목에 걸었다. “고마워요.” 이건 서강빈이 자신에게 준 첫 선물이니 권효정은 당연히 매우 소중히 여겼다.서강빈이 운전하여 그녀를 데리고 만물상점에서 나올 때까지도 권효정은 옥 펜던트를 계속 만지작거렸다.“어디로 가요?” 서강빈이 물었다.권효정은 아직도 목에 걸린 옥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용언 골프장이요.”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가속페달을 밟았다.차가 교차로까지 갔을 때, 서강빈은 초록 불을 보고 출발한 순간, 반대로 돌아서 역주행하는 붉은색 포르쉐 911이 그대로 돌진해서 서강빈이 운전하는 차에 부딪혔다.그때 부딪힌 차들은 3, 4미터나 튕겨 나갔다. 차 앞쪽은 완전히 망가졌다.권효정은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는데 다행히도 서강빈이 빠르게 반응하여 권효정을 감싸 안아 충격을 피해주었다.서강빈이 권효정을 끌고 내려와 차
서강빈은 낯빛이 어두워져서는 손을 들어 바로 상대방의 손목을 잡고 냉랭하게 말했다.“사람한테 손을 대는 건 아니지 않나?”권효정은 놀라서 서강빈의 뒤로 숨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선캡을 여자는 극도로 분노하면서 나머지 손을 들어 서강빈의 뺨을 때렸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자신도 손을 들어 여자의 뺨을 때렸다.“짝!”“이건 당신이 교통규칙을 지키지 않고 역주행하고 신호를 어긴 벌이고.”“짝!”“이건 당신이 막무가내이고 잘잘못을 따지지 않은 벌이고.”“짝!”“이건 당신이 도리를 따지지 않으면서 먼저 사람한테 손을 댄 벌이야.”서강빈도 화가 나서 꾸짖으면서 여자의 얼굴을 한번 또 한 번 내려쳐 여자의 머리에 있던 선캡과 얼굴에 있던 선글라스가 벗겨져 나갔다. 그 막무가내이고 거만하던 여자는 순식간에 서강빈한테 맞아서 양쪽 얼굴이 다 부어올랐다. 방금 성형을 한 코와 턱, 그리고 광대뼈까지 다 삐뚤어졌다.온 입안에 다 피였다.이때, 여자는 화가 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이때까지 모두 그녀가 다른 사람을 괴롭혔지 누군가가 이렇게 자신을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다음에 이런 사람 만나면 더 말하지 말고 바로 손을 쓰세요.”서강빈은 뒤돌아서 권효정을 보면서 말하고는 권효정을 끌고 자리를 떴다.“아악! 이 미친, 감히 나를 때려? 네가 감히 나를?”여자는 이때 정신을 차리고 미친 것처럼 소리 지르면서 서강빈을 가리키고 말했다.“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를 때린 결과가 어떤 건지 알아?”“짝!”서강빈은 더 얘기하기 싫어서 한 대 더 때리자 상대방은 아예 바닥에 넘어졌다.“네가 누구든지 한 번만 더 짖으면 난 또 때릴 거야.”서강빈은 차갑게 말했다. 그는 상대와 얘기로 풀 기분이 완전히 사라졌다.여자는 거만하게 말했다.“좋아. 너 딱 기다려. 지금 바로 사람들을 부를 거야. 내 사람들이 도착하면 너를 죽여버릴 거야!”“그래, 기다릴게. 네가 부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내가 봐야겠어.”서강빈은 차갑게 말
차 문이 열리고 양미란, 송태호 등 사람들이 달려 나왔고 뒤에는 부하가 몇십 명 따라왔다.이 두 사람을 보는 순간,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설아, 괜찮아? 이게 무슨 일이야?”양미란은 달려와서 현장 상황을 살펴보더니 다급하게 양이솔의 앞으로 가서 물었다.“어디 박았어? 상대는 어디 있어?”“걱정하지 마, 이모가 사람들 데리고 왔어.”“이모, 제 얼굴이 어떻게 됐는지 보세요.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언니의 결혼식에 참가한단 말이에요!”양이솔은 투정 부리면서 말했다.양미란은 양이솔의 얼굴에 있는 상처를 보면서 극도로 분노하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오늘은 이모가 복수해 줄 거야. 상대가 누구든지 이 송주에서 이렇게 함부로 하는 거면 이모가 그 사람 뭉개버릴 거야!”송태호도 질세라 거만하게 나서면서 소리쳤다.“그 정신 나간 놈이 누구야? 누가 감히 내 사촌 동생을 때렸어? 죽고 싶어?”“오빠, 이 자식이에요!”양이솔은 손을 들어서 서강빈과 권효정을 가리켰다.그녀는 심지어 서강빈의 앞으로 다가가서 소리쳤다.“미친놈, 그렇게 대단한 척했잖아? 좋아, 이제는 네가 어떻게 센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양이솔은 오만하게 말했다.“당장 나한테 무릎 꿇고 납작 엎드려서 사과해. 그리고 혼자서 뺨을 백 대 때리면서 용서해달라고 해. 아니면 내가 절대 너 가만 안 둘 거야!”짝!서강빈은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고 다시 손을 들어 양이솔의 뺨을 내리쳤다.“아...”양이솔은 비명을 지르면서 휘청이다가 다시 바닥에 넘어졌다.“이모, 이거 보세요. 이 자식이 또 사람을 때려요. 제 복수를 꼭 해주셔야 해요.”양이솔은 다가온 양미란과 송태호에게 말했다. 이때, 양미란과 송태호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고 있었는데 이 장면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서강빈의 얼굴을 본 그들은 깜짝 놀랐다.“서강빈, 이 빌어먹을 자식이야?”양미란이 소리쳤다.송태호도 미간을 찌푸린 채 불만인 듯 큰 소리를 냈다.“서강빈, 네가 바로 내 사촌 동생 차를 박은 놈
양미란이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양이솔이 다급하게 말렸다. “이모, 신고하면 안 돼...”“왜, 뭐가 문제야 이솔아, 네가 저 사람이 네 차 박았다고 말했잖아? 너를 때리기까지 했다면서 우리가 신고하는 게 당연하지, 뭐가 두려운 거야?”양미란이 이렇게 말하고는 또 서강빈을 향해 소리쳤다. “서강빈, 네가 정말 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신고해!”서강빈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고는 정말 신고할 듯이 손을 내밀었다.양이솔은 다급해졌다.그녀는 자신이 교통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신고하면 자신이 붙잡힐 것이 분명했다.“신고하면 안 돼요!”양이솔이 소리쳤다.양미란과 송태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양이솔을 쳐다봤다. “이솔아, 무슨 일이야? 무엇을 두려워하는 거야? 이모가 여기 있으니까, 이모가 널 도와줄 거야!”양이솔은 불쌍한 표정으로 양미란을 붙잡고 울었다. “이모, 나, 나...”“무슨 일이야, 빨리 말해봐! 이모가 급해서 미치겠어!”양미란이 소리쳤다.이때 서강빈은 웃으며 말했다. “왜겠어요, 자기가 역주행하고 신호를 어겼으니 신고하면 경찰이 와서 자신을 잡을 거니까 그러는 거죠.”이 말을 듣자 양미란은 눈을 찡그리며 양이솔을 쳐다보고 속삭였다. “이솔아, 저놈의 말이 진짜야? 진짜 네 잘못이야?”양이솔은 부정하고 싶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양미란은 이를 보고 상황을 이해한 듯 양이솔을 힐끔거리며 생각한 후 서강빈에게 소리쳤다. “서강빈, 그렇다고 해도 사람을 때리면 안 되지! 비록 우리 이솔이가 먼저 잘못했다 해도 너도 남을 때리면 안 돼!”“신고한다면 너도 똑같이 잡힐 거야!”송태호가 급히 동조했다. “맞아! 넌 남을 때렸으니까 그건 악의적인 폭행이야! 신고해도 너는 도망칠 수 없어!”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요? 그럼 당신들은 어떻게 해결하길 원해요?”“어떻게 해결하겠어? 이솔이의 차가 이렇게 망가졌잖아, 너는 돈으로 보상해야 해!”“그리고 네가
양미란과 송태호도 재빨리 따라갔다.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서강빈은 진술서를 작성하고 차량 블랙박스 기록을 제출한 다음 권효정과 함께 나왔다.양이솔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기 싫다는 듯 그냥 내버려 두었다.밖에서 서강빈은 급하게 전화를 거는 양미란과 송태호를 보았다.“이 망할 자식! 분명히 말하는데 이번 일은 절대 이렇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양미란은 서강빈을 노려보며 말했다.“해인이 곧 도착할 텐데 그 애가 오면 네가 어떻게 설명할지 두고 보겠어!”양미란이 소리쳤다.서강빈은 눈썹을 찡그렸다.그 순간, 밖에서 다급한 구두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쓴 사람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엄마, 어떻게 된 거예요? 이솔이 왜 잡혔어요?”송해인이 이세영을 데리고 초조한 표정으로 허둥지둥 들어왔다.양미란이 송해인을 끌어안고 울면서 말했다. “해인아, 네가 드디어 왔구나. 왜 그러겠니, 전부 서강빈 이 빌어먹을 놈 때문이지! 그놈이 우리에게 일부러 복수하려고 그러는 거야!”서강빈? 송해인은 어리둥절하게 양미란을 쳐다보다가 돌아서서 한쪽에 서 있는 서강빈과 그 옆에 있는 권효정을 보았다.“네가 왜 여기 있어?”송해인이 조금 의아한 듯 물었다.서강빈은 얼굴을 찡그리고 말하려 했지만, 양미란이 다가와서 먼저 선수를 쳤다.“왜 여기 있겠니? 이 빌어먹을 놈이 네 사촌 동생과 교통사고가 났어. 우리는 이 자식을 설득해서 조용히 처리하려 했는데 듣지 않고 신고했어!”“해인아, 너 말해봐, 이놈이 우리에게 복수하려고 하는 게 맞지!”송해인은 이를 듣자마자 선글라스 밑에서 눈썹을 치켜들며 얼굴에 불쾌한 표정이 스쳤다.“서강빈, 엄마가 말한 게 사실이야?”송해인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서강빈은 이마를 살짝 찡그리고 냉랭하게 물었다. “네 엄마가 뭐라고 하면 너는 그대로 믿는 거야?”“무슨 뜻이야?”송해인이 눈썹을 찡그렸다.서강빈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무슨 뜻이겠어. 바로 네 사촌 동생이 교통규칙을 어겨 차를 치고도 사
송태호가 다가와 말했다. “맞아, 누나. 이 비서님의 말이 맞아. 나랑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서강빈 그놈이 왜 잠잠하다가 누나의 결혼식 하루 전에 교통사고를 냈겠어. 그것도 굳이 왜 사촌 동생의 차를 받았겠어!”“이게 고의가 아니고 뭐겠어?”“그 자식은 모레 있을 누나의 결혼식이 원만하지 못하게 하려고, 누나를 괴롭히고 화나게 해서 누나의 마음속에서 항상 그놈 생각을 하게 하려는 거야!”양미란은 덧붙여 말했다. “해인아, 이제 서강빈 그놈의 실체를 분명히 알게 됐지? 그 녀석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야!”“네가 모레면 결혼한다는 것을 알고서 이런 일을 일으키는 건 의도적으로 너를 부끄럽게 만들려는 거야!”송해인은 선글라스 아래서 눈빛이 반짝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요, 그만 해요. 알았다고요.”“이솔이는 지금 어떻게 되어 있어요?” 양미란이 급하게 말했다. “이솔이는 아직 안에서 진술을 하고 있어.”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이세영을 향해 말했다. “이 비서, 가서 좀 알아봐 줘. 인맥을 동원해서 이 일을 작게 무마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봐.” 이세영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네, 지금 바로 갈게요.”이세영이 돌아서서 나갔고 송해인은 양미란과 송태호와 함께 홀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이세영은 어두운 얼굴로 돌아와 송해인을 향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대표님, 이 일은 해결하기가 좀 어렵습니다.”“왜 그래?”송해인이 낯빛이 변하여 묻자 이세영이 대답했다.“김 팀장님이 말씀하시길, 이솔 씨가 규칙을 위반하고 일부러 도발을 저지른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합니다. 그냥 무마하려고 하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게다가, 이 사건을 작게 무마해버리려면 서강빈의 합의서와 사적으로 합의하는 것을 동의하는 증명서가 필요합니다.”송해인은 이를 듣자마자 얼굴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양미란이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서강빈이 그놈의 합의서와 증명서까지 필요하다고?”이세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이에 양미
강찬희는 이마를 찡그리며 낯빛이 안 좋아졌다.그는 천주 강씨 가문의 아들이며 재벌이고 권효정의 열렬한 구애자였다.그리고 천주 백씨 가문의 둘째 아들 백서준과 함께 천주의 2대 도련님이라고 불리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권효정에게 구애하고 있으면서 공개적으로나 비밀리에 권효정을 위해 많은 시비가 붙었었다.“기생오라비? 아닐 거예요, 권효정 같은 천상여인이 강씨나 백씨 도련님을 모두 마음에 안 들어 하는데 어떻게 이 작은 송주에서 그런 기생오라비를 만날 리가 있어요?”황색 머리의 잘생긴 남자에게 안긴 여성이 이해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말했다.“누가 알겠어? 혹시 권효정이 그런 스타일을 좋아할 수도 있잖아?”황색 머리의 훈남은 웃음을 지었다. 강찬희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그를 쏘아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비꼬지 마.”“내 앞에서는 특히 효정이를 비꼬지 마!”황색 머리 훈남은 당황하여 웃음을 숨기고 태도를 고쳐 말했다. “강 도련님, 미안합니다.”강찬희는 코웃음을 내며 수억 원짜리 시계를 쳐다보며 눈을 찡그렸다. “약속이 몇 시야?”“10시 반이요. 거의 도착할 것 같아요.”민소매를 입은 여성이 대답했다.말하는 동안 멀리서 택시가 멈춰 섰고 차에서 권효정과 서강빈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강찬희는 권효정을 보자 기뻐서 얼굴이 밝아졌고 달려가 웃음 지었다. “효정아, 드디어 왔네. 너 차 운전 안 했어?”권효정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운전 안 하고 싶어서.”강찬희는 머리를 끄덕이며 인제야 주위를 둘러보고는 곁에 있는 서강빈을 보고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이분은?”“아, 내가 소개할게. 내 친구, 서강빈이야.”권효정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강빈 씨, 여기는 강찬희예요. 천주 강씨 가문의 아들이고 주로 미용과 피부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데 전국에 100개 이상의 미용 피부관리 클리닉과 성형 병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당신 회사에서 생산하는 북설팩은 강찬희와 협업할 수 있을 거예요.”권효정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