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송해인은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눈썹을 찡그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강진을 바라보았다.“난 그냥 한마디 했을 뿐인데 열 마디를 받아쳐?”"서강빈, 정말 내가 그렇게 미워?”"우리 사이가 이렇게까지 나빠져야 해? 꼭 원수처럼 굴어야 기분이 좋아?”서강빈은 안색이 변하더니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송대표님, 뭔가 잘 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난 당신과 원수가 되려는 게 아니야. 이 모든 게 누구 때문인지 정말 모르겠어?””너!”송해인은 입가를 바들바들 떨더니 주먹을 쥐고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좋아! 증명하겠다고? 이후 매 경기마다 널 증명하겠다고 했지?”"그래, 어디 두고 봐,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말을 마친 송해인이 돌아서서 떠나려 했다.하지만 권효정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송대표님, 잠깐만요.”"권효정씨, 무슨 일이죠?”송해인은 돌아서서 도도한 눈빛으로 권효정을 바라보았다.송해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특히 방금 권효정이 무대 위에서 관중들에게 서강빈을좋아한다고 말한 장면을 생각하면 송해인은 화가 나서 이가 떨렸다.이 여자는 그녀의 적이었다.권효정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 얼굴에 단아한 미소를 지으며 송해인의 면전에서 서강빈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송대표님, 당신과 강빈씨 사이에 이전에 어떤 원한이나 오해가 있었든 이젠 상관없어요.”"강빈씨는 이제 제 남자 친구거든요.”남자 친구?송해인은 눈썹을 찡그리며 살벌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자조적인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저 말 사실이야? 정말 저 여자랑 사귀어?”서강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 하자 권효정은 몰래 손으로 서강빈의 허리를 꼬집으며 웃었다."당연하죠. 오래전부터 사귀었는데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에요.””오죽하면 강빈씨가 제 이름으로 회사를 차렸을까요.”이 말에 송해인의 낯빛이 확 변했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며 분노와 조롱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서강빈을 바라보았다.
"없습니다."서강빈이 간단히 대꾸했다.사회자는 서강빈이 자신이 원하는 극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아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당황한 듯 다시 말했다."그럼 서강빈씨, 전 부인에게 할 말이 있습니까?”이 말을 들은 모든 관중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라이브 방송 채팅창도 빠르게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아이고, 사회자가 일을 벌이려고 하네.”"재미있어, 정말 재미있어. 전 부인과 전남편의 전쟁이잖아.”"경기 보러 왔다가 애증 드라마 한 편 보게 됐네.”어쨌든 다들 조금 전에 송해인이 한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현재 사회자가 이렇게 묻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 화제로 프로그램의 오프닝을 열려는 것이었다.서강빈은 눈썹을 찡그리며 사회자를 한 번 쳐다본 후, 무뚝뚝한 얼굴의 송해인을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렸다.그녀에게 할 말이 있냐고?없는 것 같다.그런데 또, 있는 것 같기도 하다.서강빈이 침묵하는 동안, 송해인의 안색은 담담하면서도 냉정했다.하지만 미처 숨기지 못한 눈빛은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아무래도 서강빈씨는 할 말이 없는 모양입니다."사회자는 서강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생방송 시간이 길어질까 봐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그러나 그때, 서강빈이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있습니다.”‘있다’는 한마디가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송해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서강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송해인을 보며 말했다."우리가 이혼한 건 옳은 선택이었어.”"당신은 당신의 이상과 목표가 있었고, 나는 내 라이프 스타일이 있었지.”"당신 눈에는 내가 가치도 없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원하는 것을 가져다줄 수 없는 사람이었겠지. 내가 당신을 실망하게 했어.”"그날 이혼할 때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당신의 목표는 송주 비즈니스계의 여왕이 되는 것이고, 중
그 말을 들은 송해인은 안색이 약간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렸고, 입가를 씰룩거렸다. 그러더니 마지못해 손을 들어 박수를 치며 말했다."서강빈, 진출 축하해.”말을 마친 송해인은 일어나 자리를 떴다."해인아, 해인아... 잠깐만.”진기준은 급히 일어나 단상 위의 서강진을 노려보고는 즉시 송해인을 향해 쫓아갔다.이세영도 눈살을 찌푸리며 콧방귀를 뀌고는 재빨리 일어나 양미란과 함께 자리를 떴다.단상에 있던 권효정은 의기양양한 기색으로 떠나가는 송해인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 서강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리도 내려가요.”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를 떠나 대기실로 돌아갔다.대기실.송해인은 씩씩거리며 박여름의 대기실에 왔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마자, 이세영이 이쪽으로 걸어 들어와 말했다."송대표님, 화내지 마세요. 서강빈 그놈은 단지 운이 좋아서 진출한거에요.”"진출해도 별일 없을 거예요, 뒤에 또 평가가 있으니까요.”"게다가, 우리에겐 박여름씨가 있잖아요. 분명 만점을 받아 모두를 놀라게 할 거예요!”송해인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박여름을 보고 말했다."만점 받을 자신 있어요?”"자신 없으면 오지도 않았겠죠."박여름이 담담하게 웃었다.그 말에 이세영이 웃으며 말했다."송대표님, 보세요. 제 말이 맞죠?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서강빈 그놈이 나대도록 내버려두죠. 어차피 박여름씨가 등장하면 그 뒤는 저희의 무대가 될 거니까요.”송해인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박여름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송해인의 눈치를 살피고는 고민 끝에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방금 서강빈이 약을 지을 때 박여름는 이미 알아차렸다.서강진의 제약 능력은 심상치 않았다.현장에서 가까이서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자신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바로 그때, 심사위원의 채점이 화면에 나타났다.네 명의 멘토가 모두 만점을 주었다!보고도 믿기지 않는 점수에 장내가 술렁였다!"만점?! 만점
서강빈이 정말 자신에게 뭔가를 증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모두권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붙어서 얻은 것일 뿐이었다.곧이어 박여름이 무대에 등장했다.송주에서 한의학의 샛별이라는 칭호로 유명한 박여름이 등장하자 환호성이 터졌다."송대표님, 보세요. 이게 박여름씨의 인기에요. 서강빈 그놈과는 비할 바가 아니죠!"이세영은 설레는 얼굴로 박여름를 바라보았다.송해인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는 박여름씨를 믿고 있었어요.”얼마 지나지 않아 박여름이 제약을 끝냈다.그리고 4명의 멘토가 4개의 조명을 모두 밝혔다!진출!장내에 열렬한 박수가 터졌다.박여름이 4개의 조명을 받으며 진출할 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그녀는 송주 의학계의 샛별이었으니까."진출이에요, 진출했어요! 대표님, 제가 말했죠, 박여름씨는 분명 해낼 거라고!”이세영은 흥분한 채 말했다."이제 채점만 남았어요. 박여름씨의 실력으로는 당연히 만점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송해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나 다를까, 몇 분 후, 네 명의 멘토가 모두 만점을 주었다!두 번째 만점!네 명의 멘토도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역시 송주 의약계의 샛별답네요.”"맞는 말씀입니다. 이런 나이에 이런 실력이라니, 분명 평소에 많은 공을 들였을 것입니다.”"이번 대회에서는 박여름이 우승할 것 같네요.”네 명의 멘토가 칭찬을 아끼지 않던 때, 박여름이 사회자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말했다."사회자님, 멘토님. 아까 그 선수가 만든 단약을 보고 싶은데, 혹시 안 될까요?”그녀의 요구는 순식간에 현장의 여론을 불러일으켰다.”서강빈이 만든 단약을 보겠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건가?""아마도 그렇겠지. 박여름처럼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기와 같은 점수를 받았다는 걸 인정하기 힘들겠지.”"학교 다닐 때 반에서 성적이 제일 좋은 애가 성적이 제일 안 좋은 애랑 똑같은 점수를
서강빈을 이용한다고?송해인의 안색이 눈에 띄게 변했다. 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비록 지금 자신과 서강빈의 관계가 상극이어도 필경 3년이나 함께 결혼생활을 한 사이였다.이렇게 서강빈을 이용하려니 송해인은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송해인의 얼굴에 망설이는 기미가 스치자 이세영이 바삐 말을 이었다.“대표님, 그만 망설이세요. 아까 무대 위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세요. 서강빈이 한 말 중에 어느 하나 대표님을 저격하지 않은 말이 있었나요?”“그리고 지금 서강빈 곁에는 권씨 집안 딸도 있으니 자꾸 이리 우유부단하게 나오시면 정말 언젠가 서강빈이 대표님을 넘어설까 걱정돼요.”말이 끝나자 송해인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표정은 한없이 차가워졌다.도정윤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해인아, 이번 일만큼은 나도 이 비서 편이야.”“귀국할 때 내가 분명히 너한테 얘기했잖아. 내가 돌아온 건 순전히 널 돕기 위해서야. 누구든 네가 나아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면 내가 너 대신 싹 다 치울 거거든.”“네 전남편도 포함해서.”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잠시 고민한 뒤 그녀는 이내 결심한 듯 얘기했다.“이 비서, 가서 준비해.”“네, 대표님.”이세영은 송해인이 결심한 것을 보고 얼굴에 감격스러운 빛이 어렸다. 그녀는 급급히 준비하러 떠났다.“정윤아,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정말 맞는 걸까?”송해인은 아직도 망설이듯 물어왔다.도정윤은 송해인한테 걸어와 옆자리에 앉고는 강경한 눈빛으로 얘기했다. “더 생각하지 마. 네가 해야 하는 일을 해. 너의 미래를 한낱 이혼한 남자한테 낭비하지 말란 말이야.”“서강빈이 이렇게 나오는 거 딱 봐도 네 주의를 끌려고 그러는 거야. 딱 봐도 너한테 자기 존재감을 나타내고 싶어 하는 거라고, 널 후회하게 만들려고.”“너 정말 조금이라도 후회하거나 망설인다면 그 자식 꾀에 걸려드는 거라고.”송해인은 침묵했다.도정윤의 말이 맞았다.더 이상 서강빈한테 감정 낭비를 해댈 수는 없었다.이혼한 거면 이혼한 거지.서강빈이
서강빈의 단약은 박여름의 것보다 무려 두 배가 넘는 약효를 자랑했다!실로 무서웠다.이게 서강빈의 실력인 걸까?한순간, 박여름의 마음속에는 일말의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그와 비교하면 자신이 참 뒤떨어진 것 같았다.송주 의료계의 떠오르는 샛별?박여름은 순간 이 칭호가 얼마나 풍자적인 건지 알 것 같았다.이윽고 박여름이 무대를 떠나고 수심 가득한 얼굴로 대기실로 왔다.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이세영이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박여름 씨, 이따가 저 따라서 기자회견에 참석하셔야겠어요. 대본은 준비되어 있으니까 때 되면 대본대로 말하기만 하면 돼요.”“네.”박여름이 무심하게 짧게 대답했다.지금 박여름의 머릿속에는 온통 서강빈, 서강빈이 무대 위에서 단약을 조제하던 방법과 그의 처방뿐이었다.도대체 어떤 처방이면 약효가 두 배에 달하는 거지?송해인은 박여름이 딴생각하는 걸 보고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왜 그래요? 근심 가득해 보이는데.”“대표님, 대표님은 전남편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박여름은 정신이 들어 하며 물어왔다.송해인의 얼굴이 살짝 변했다. 그리고 궁금한 듯 물었다.“그건 왜 물어요?”“그냥요. 알고 싶어서요.”박여름이 대답했다.송해인은 예쁜 눈썹을 찡그렸다. 얼굴은 차가워졌고 목소리도 식어버렸다.“딴 건 몰라도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아요.”미덥지 않다고?박여름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속으로 얘기했다.“송 대표님, 그 미덥지 않은 전남편이 정말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행동을 보여줄지도 몰라요.”물론 박여름은 이 말을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허나 그녀의 마음속에 서강빈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짙어졌다.“여름 씨, 너무 많이 신경 쓰지 마요. 서강빈 그 점수, 아마 멘토들이 권씨 집안 아가씨의 얼굴을 봐서 일부러 높게 준 걸 거예요. 여름 씨는 송주 의료계의 떠오르는 샛별이잖아요. 여름 씨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남은 라운드에서 계속 만점을 따내는 거예요.”“서강빈이 다음 몇 라운드에서도 오늘
박여름의 말이 끝나자 장내는 놀라움으로 술렁였다.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박여름이 자기 의술이 서강빈보다 못하다고 인정했다고?이건 그냥 장난치는 거 아닌가...“아니? 뭔 말인지 못 알아들었습니다. 박여름 씨, 그게 무슨 뜻이죠?”“박여름 씨는 그야말로 송주 의료계의 떠오르는 샛별, 천재 의사예요. 그런데 의술이 서강빈 씨보다 못하다고요?”“미쳤군, 미쳤어. 미친 게 분명해. 이 비서를 얼굴 못 들고 다니게 하려고 작정했구먼.”의견들이 분분히 오가는 와중에 실내는 시끌벅적해졌다.무대 위에서 박여름의 말을 듣고 있던 이세영의 표정도 경악으로 물들었다.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었다.그녀는 급하게 무대 아래로 내려와 박여름을 한쪽으로 잡아끌었다. 그러고는 급하게 물었다.“여름 씨, 지금 본인이 뭐라 한 줄 알아요?”“네. 잘 알아요.”박여름이 머리를 끄덕였다.이세영의 안색이 급속도로 보기 안 좋게 변했다. 이세영이 차갑게 말했다.“지금 당장 무대 위에 올라 방금 한 말들이 장난이었다고 얘기해요. 서강빈이 오늘 밤 진급해 만점 획득한 거 전부 권씨 집안 아가씨때문이라 말해요.”“그리고 무대 위에서 정말 분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요. 서강빈한테 전쟁을 선포하면서요.”박여름은 고개를 흔들었다. 담담하게 얘기했다.“싫어요. 제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에요.”“이 비서님, 아까 밖에서부터 얘기하고 싶었는데요.”“서강빈 씨가 조제한 약은 제 것보다 뛰어나요. 비록 저도 만점을 가져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됐지만 약을 조제하는 방면에서 전 확실히 그보다 못해요.”“이건 사실이에요. 전 거짓말 같은 거 못해요.”“만약 이 비서님이 일부러 저더러 비오 그룹의 홍보를 목적으로 서강빈 씨를 깎아내리라 한다면 죄송합니다. 그건 안 되겠네요.”말을 마치고 박여름은 이세영은 안중에 없이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남겨진 이세영은 그 자리에서 눈을 크게 뜬 채로 굳어버렸다.“박여름 씨, 박여름 씨! 당장 돌아오는 게 좋을 거예요.”“잊지 말아
때가 되면 손쓸 필요도 없이 서강빈은 무너질 것이다.“이해했어요. 지금 바로 진행할게요.”매니저는 이세영의 말을 듣고 순간 알아차렸다.이세영은 매니저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음침하게 웃었다.“서강빈, 앞으로의 시합에서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언제까지 운이 좋을지.”“단 한 번의 실수라도 처참히 당신을 무너뜨리게 될거야.”...그 시각.서강빈과 권효정이 대회 장소를 떠났다.입구에 도착했을 즈음, 우연히 건물에서 나오던 송해인과 도정윤을 맞닥뜨렸다.네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 누구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서강빈도 송해인과 더 이상 불필요한 오해로 엮이고 싶지 않아 권효정에게 시선을 보냈다.“얼른 가죠.”“그래요.”권효정은 짤막이 대답하고 서강빈의 팔짱을 끼고 주차장으로 향했다.송해인은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서강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도정윤은 그녀의 마음을 읽어냈다. 별수 없다는 듯 머리를 흔들고는 한숨을 내쉬고 서강빈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서강빈, 거기 서!”서강빈은 눈썹을 찡그리며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돌아선 뒤 웃으며 물어왔다.“도정윤 씨, 저한테 볼일 있으세요?”도정윤은 서강빈을 째려보고 시선을 권효정에게로 돌렸다. 도정윤은 사람 좋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권효정 씨? 제가 좀 개인적인 일로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어떻게, 편하실지 모르겠네요.”권효정은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도정윤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털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좋죠.”그리고 두 사람은 멀지 않은 곳으로 이동했다.자리에는 이내 칠팔 미터 정도 멀리쩍이 떨어져 있는 서강빈과 송해인 두 사람만 남겨졌다.밤바람이 두 사람의 뺨을 스쳤다.서강빈은 두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도로변에 서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송해인은 한 손으로 핸드백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귓가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넘겼다. 시리도록 아름다웠다.분위기는 조금 가라앉았다.좀 지나 서강빈이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