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의 안색이 변했다. 잠시 망설이다 별수 없다는 듯 서강빈이 입을 열었다.“네 말이 맞아. 내가 의술에 능하다는 거 너한테 감춘 거 맞아. 그런데 정말 일부러 속이려던 거 아니야. 난 그저...”“됐어. 설명할 필요 없어.”송해인은 차갑게 말했다. 귓가의 머리를 넘기곤 다시 입을 열었다.“딱히 나한테 설명해야 할 이유 같은 건 없어. 우린 이미 이혼한 사이잖아. 네가 정말 해명하고 싶었으면 진작 3년 전에 나한테 해명했어야지.”말을 듣고 서강빈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서강빈은 알고 있었다. 송해인이 아직도 화가 나 있다는걸.“내가 설명했다 해도 날 믿어줬을까, 네가?”서강빈은 진지한 눈길로 송해인을 바라보며 되물었다.송해인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머리를 돌려 서강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네 생각에는 내가 널 안 믿어줄 것 같아?”서강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냉랭한 태도는 이미 그의 대답을 대신하고 있었다.“서강빈! 왜 내가 널 믿지 않을 거로 생각해? 만약, 정말 만약에 3년 전에 네가 나한테 사실대로 얘기했으면 내가 정말 널 안 믿어줬을까?”“넌 정말 우리가 지금 이 지경이 된 게 네가 자초한 거라는 생각 안 들어?”“난 네 와이프야. 도대체 무슨 말 못 할 사정이었다고 3년이나 숨겨야 했는데!”송해인은 말하면 할수록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말하면 할수록 두 눈에 눈물이 고여갔다.결국,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송해인은 머리를 돌려 눈가의 눈물을 닦아냈다. 억울하고 속상했다.서강빈도 마음이 짠해 왔다. 하지만 그는 하려던 말을 삼켰다.많은 일들을, 서강빈은 송해인에게 곧이곧대로 말해줄 수 없었다.만약 말하게 되면 송해인이 마주하게 될 건 각종 위험일 뿐이었다.서강빈이 침묵을 지키는 걸 보고 송해인은 붉어진 눈시울로 물었다.“말해. 왜 대답 안 해? 서강빈, 넌 그냥 겁쟁이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겁쟁이라고!”겁쟁이?서강빈이 그런 자신을 비웃듯 웃었다. 변명하지 않았고 반박하지 않았다.
“강빈 씨 오늘 밤 결과는 자기 힘으로 이뤄낸 거예요. 저 때문이 아니라.”권효정이 빙긋 웃었다.송해인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웃었다.“그래요? 그럼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계속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 줬으면 좋겠네요.”“그럴 거예요.”권효정이 귓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이윽고 네 사람은 갈라졌다.서강빈도 지친 기색이었다. 그는 권효정더러 그를 이상한 할아버지의 잡화상점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권효정은 조금 앉아있다 자리를 떴다.잡화상점 내, 서강빈은 침대에 누웠다. 잠엔 들지 않은 채.머릿속에는 온통 송해인이 오늘 밤 했던 말들뿐이었다.송해인도 별장의 침대 위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늘 밤 서강빈이 했던 말들을 곱씹었고 무대 위에서 그와 권효정이 함께 있던 장면들을 뇌리서 떨치지 못했다.생각하면 할수록 송해인은 더 기분 나빴고 더욱 화났다.빌어먹을 자식!송해인은 몸을 일으켜 도정윤을 붙들고 거실에서 술을 마셔대기 시작했다.“정윤아, 왜, 왜 걔는 몰라?”“이혼하고 나서야 알았어. 내가 아직 걔를 사랑한단 걸. 걔를 사랑한다고, 알아?”“근데 왜 걘 아무것도 몰라? 그러곤 다른 여자와 사랑을 속삭이고 내 앞에서 보란 듯이 자랑하고!”“권씨 집안 아가씨? 하하, 걔가 뭐 그렇게 좋은가? 나보다 예뻐 걔가? 왜 그 자식은 내가 아닌 권효정을 선택한 건데? 왜!”송해인은 흥분해서 외쳤다. 그녀는 술병을 들고 연이어 들이부었다.도정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송해인의 원망과 하소연을 들어줬다.이내 송해인이 도정윤의 품으로 쓰러졌다. 눈에는 눈물이 고인 채 술에 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서강빈, 나쁜 자식, 왜 날 몰라, 왜 날 이해 못해, 흑흑...”결국 그렇게 송해인은 울다 지쳐 잠들었다.도정윤은 품속의 송해인을 보면서 별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눈동자에는 차가움이 스쳤다.“해인아, 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그 쓰레기를 잊게 만들어줄 테니까!”“걔한테 네가 아까우니까!”...다음날.어제 밤 진행된 첫
은행카드를 보면서 서강빈의 표정이 변했다. 그리고 이내 웃으며 말했다.“여사님, 오해십니다. 저와 효정 씨가 같이 있는 건 절대...”“돈이 적다고 생각하는 건가요?”손이란은 차갑게 웃었다. 마치 서강빈의 수작을 간파한 것처럼 손이란은 조롱 조로 말했다.“말해봐요. 얼마나 원하는지. 얼마면 내 딸을 떠날 수 있는지.”서강빈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마치 선을 넘었다는 듯.“여사님 눈에는 제가 따님과 함께하는 것이 돈 때문이라고 보이시나요?”서강빈은 불만스럽게 되물었다.손이란은 웃긴 얘기를 들었다는 듯 킥킥거렸다.“서강빈 씨라 했나? 난 경험자예요. 당신이 뭘 생각하는지도 난 다 알고 있다고요.”“우리 딸이 좋아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그게 서강빈 씨가 나한테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패기와 자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오늘 그쪽과 이렇게 얼굴 마주 보며 앉아 이 일을 해결해 보려 하는 것도 그쪽 때문에 우리 효정이가 화나거나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에요.”서강빈은 눈썹을 올리 치켜들었다. 담담하게 웃으며 서강빈이 입을 열었다.“그래서요?”“이 돈 가지고 내 딸을 떠나든가.”“아님 내겐 그쪽을 후회하게 만들 방법은 많으니까요.”손이란은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자신의 최대한계를 보여줬다.서강빈은 웃었다, 비웃는 듯한 그런.그 웃음은 손이란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다. 고운 아치형 눈썹을 찡그리며 손이란이 불만 섞인 채 물었다.“뭘 웃는 거죠?”“여사님을 웃는 겁니다. 당신의 딸을 아예 잘 모르는군요.”“여사님 눈에 효정 씨는 그저 정략결혼으로 이용할 도구에 불과한가요?”“돈을 주며 저를 내치고 효정 씨를 그 백씨 집안 둘째 도련님한테 시집보내시려고요?”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차갑게 웃었다.“그래요!”손이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날카롭게 서강빈을 노려보며 손이란이 되물었다.“이 세상 부모 마음은 다 똑같아요. 효정이가 백씨 집안 둘째와 결혼하지 않는다 해도 귀한 집 자식으로 태어나 평생 먹고 살
“그리고 당신으로 하여금 지위와 명예를 잃고 처참히 무너뜨릴 수도 있고요.”말을 마치고 손이란은 몸 돌려 떠났다.서강빈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서강빈은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카페를 떠났다....그 시각.R 대학 병원 안.이향연은 아들 한동훈이 다른 사람한테 맞아 크게 다쳤다는, 심지어는 생식능력까지 상실하게 했단 소식을 듣고 즉시로 귀국하던 참이었다.“짝—”병실내에 명품으로 몸을 휘감은, 흉흉한 기세를 내뿜는 이향연의 손바닥이 한철산의 얼굴에 떨어졌다. 이향연은 화를 내며 외쳤다.“이런 등신 같으니라고! 아들 하나 보호 못해? 정말 내가 그때 눈이 멀어서 당신 같은 사람과 결혼했어.”한철산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머리를 숙이고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한철산이 송주 비즈니스계에서 제약회사의 5 거두 중 하나로 불리우지만은, 와이프 이향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왜냐하면 이향연은 무려 성회 이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였기 때문이다.성회의 이씨 가문은 성회 4대 가문 중의 하나였다!지위가 드높기를 이루 말할 데 없었으며 권력이 하늘을 찌르는 가문이었다.한씨 집안과 천인제약이 오늘날 송주시에서 지금의 지위를 갖게 되기까지는 대부분 이씨 가문의 명성에 힘입었거나 암암리에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한치의 과장도 없이 이향연이 한철산과 결혼한 것은 정말 조건을 따지지 않은 파격 결혼이었다.당시 성회의 이씨 가문 어르신은 이 혼사를 극구 반대했으나 젊었을 때의 이향연이 사람에 빠져 정신 못 차리는 걸 뭐 어떡할 것인가, 한철산만 고집했으니.“도대체 왜? 아들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몇 번째 묻는데 왜 대답을 안 해? 설마 아들을 건드린 게 무슨 큰 인물이 되기라도 해?”이향연이 분노에 가득 차서 따졌다.이미 여러 번 한철산에게 물었으나 한철산은 뭔가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는 듯 망설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지어 이향연더러 그저 덮어두자고 했다.하지만 지금 누워있는 건 이향연의 아들이었다!어릴 때부터 금이야 옥이야
“네, 아가씨.”전화 너머의 사람은 짧게 대답했다.이향연은 전화를 끊고 안색이 안 좋아진 한철산을 차갑게 쳐다본 뒤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한철산, 너 정말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겁쟁이가 되는 거니?”한철산이 입을 열었다.“여보, 제발 충동적으로 굴지 마. 송해인은 무려 서 거장의 전 부인이라고. 송해인을 잡아서 거장이 화가 나게 되면 후과가 걷잡을 수 없이 엄중해질 거야.”“이번 일은 내가 해결해. 응?”이향연은 듣고 화가 나 외쳤다.“무슨 서 거장? 한철산,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아들이 이렇게 맞고 왔는데 복수할 생각은 없고 나더러 충동적으로 굴지 말라고?”“여보...”한철산은 해석하고 싶었다.그러나 이향연은 한철산을 무섭게 째려보고는 차갑게 말했다.“이번 일, 당신은 끼어들지 마. 내가 알아서 해결해.”“무슨 개똥 같은 서 거장, 나 이향연의 아들을 건드리면 사는 게 지옥 같게 만들어줄 거야!”말을 마치고 이향연은 병상에 누워있는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하이힐 특유의 또각또각, 맑고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소리를 내며 병실을 떠났다.한철산의 안색은 창백해지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잠시 생각하다 핸드폰을 꺼내 들고 얼른 서강빈한테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그때 입구에서 우락부락한 경호원 두 명이 들어와 한철산을 앞뒤로 막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허리를 살짝 굽히고 차갑게 한철산한테 말했다.“앞으로 며칠 동안은 저희한테 핸드폰을 바치시고 여기서 지내셔야 하는 게 아가씨의 뜻입니다.”말하면서 경호원은 손을 내밀었다. 핸드폰을 내놓으라는 뜻이었다.한철산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미간은 보기 싫게 구겨졌으며 속으로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하지만 한철산은 별수 없이 핸드폰을 내놓았다.경호원은 핸드폰을 집어넣고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하고는 이내 병실 밖으로 나가 문 앞을 지키고 섰다.한철산은 병실 내에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그저 이향연이 너무 도가 지나친 행동만 하지 않길 바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도 바닥에 떨어졌다.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몇 발짝 다가가더니 발을 들어 가차 없이 핸드폰을 밟아부쉈다.송해인은 기겁했다. 급하게 달려가 몸을 낮추고는 외쳤다.“이 비서, 이 비서...”“이런 개자식들, 당신들 도대체 누구야? 뭘 원해?”송해인은 고개를 들어 분노에 찬 눈길로 무리를 쳐다보며 부르짖었다.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음험하게 웃으며 팔을 휙 저으며 말했다.“데리고 가!”말이 끝나자마자 검은색 양복을 입은 우락부락한 사내 몇 명이 재빨리 앞으로 나와 송해인을 양옆에서 붙들고 회의실 밖으로 잡아끌었다.송해인이 필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당신들 진짜 뭐 하자는 거야? 시퍼런 대낮에 납치하다니 도대체 법을 뭐로 보는 거야?”“빨리 신고해요! 빨리 신고 안 하고 뭐 해요!”송해인은 놀라서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고위층 이사들과 주주들을 향해 소리쳤다.그제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어떤 이들은 급하게 몸을 일으켜 무리를 막으러 뛰어들었고어떤 이들은 잽싸게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신고하려 했다.하지만.탕탕!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덤덤하게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들고 천정을 향해 두 발 쐈다.일순간, 회의실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모든 사람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총이라니!회색 정장을 입은 사내가 겁에 질린 사람들의 표정을 굽어보면서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계속 신고해. 경찰이 빠를지, 내 총이 빠를지 한번 보자고 응?”이미 몸을 일으켜 달려 나온 고위층 이사들은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이마에 총구를 들이대는 바람에 겁에 질려 안색이 파리해졌다.“빵!”칼자국 사내가 기형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고위 이사들은 놀란 나머지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렸고 다리 풀린 채 땅에 주저앉아 몸을 떨었다.회색 정장을 입은 칼자국 사내가 호탕하게 웃어대고 손을 휙휙 저으며 부하들더러 먼저 가보라 일렀다. 그리고 남아 회의실을 한바퀴 슥 둘러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서강빈은 즉시로 전화를 끊고 몸을 돌려 택시를 잡은 뒤 금봉황회관으로 출발했다.비록 송해인과 이혼했지만 이세영이 말하는 걸 보아하니 상대는 자신을 겨냥해 온 것임이 분명했다.무엇이건 막론하고 절대 자신 때문에 송해인이 다치는 일은 없어야 했다!서씨 집안 사람들인가?아니면 다른 누군가...서강빈의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다.그 시각, 금봉황회관 내.송해인이 흐릿한 의식 속에 깨어났다. 그녀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입가를 쓱 닦아보니 피가 묻어났다.송해인은 흐릿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회색 정장을 입은 칼자국 사내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룸 중앙의 소파 위에 앉아 위스키를 음미하며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송해인을 주시하고 있었다.주위에는 일고여덟쯤 돼 보이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내들도 서있었다. 하나같이 험상궂은 표정들이었다.“당신들 도대체 뭐야? 뭘 하고 싶은 거야? 난 당신들 건드린 적 없어...”송해인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리고 물었다.그녀는 확실히 알아야 했다. 상대방이 왜 자신을 납치했는지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칼자국이 있는 사내가 비웃듯 말했다.“송 대표님, 떠볼 생각 마세요. 우리가 당신을 납치한 건 그대의 전 남편이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렸기 때문이에요.”“우리 아가씨께서 말했거든요. 첫 번째는 당신을 잡아서 죽지 않을 만큼만 때리고 두 번째는 당신 전 남편을 사는 게 죽는 것만 못하게 느껴지게 하는 거예요.”'전 남편이라고? 서강빈?'송해인은 무언가를 눈치챈 듯싶더니 물었다.“당신들 한씨 집안 사람들이야?”칼자국 사내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손가락을 젓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틀렸어요. 우린 한씨 집안 사람이 아니거든요.”“그럼 누군데?”송해인이 물었다.칼자국 사내가 몸을 일으키더니 송해인의 앞으로 걸어갔다. 송해인은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다 결국 코너에 몰렸다.칼자국 사내가 한 손에 송해인의 뽀얀 턱을 움켜쥐고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아깝게 됐
“부탁드려요, 제발 살려주세요...”송해인이 힘없는 목소리로 간신히 빌었다.칼자국 사내가 차갑게 웃었다.“아직 빌 힘이 남아 있다니, 때린 게 부족했나 보군. 계속 때려!”“네!”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대답했다.그러고는 또 한바탕 때렸다.룸 내에서 전해지는 비명이 전 회관에 울려 퍼졌다. 모골이 송연해지게 만드는 소리였다.이러한 구타는 장장 십여 분간 지속되었다. 송해인의 숨이 거의 끊어지기 직전까지.그때, 칼자국 사내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고 그는 이내 굽신거리며 일어나고는 전화를 받았다. 칼자국 사내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가씨, 무슨 분부 있으십니까?”“송해인은?”수화기 저편에서 이향연의 차갑고 무뚝뚝한 소리가 전해져왔다.“지금 때리고 있습니다.”칼자국 사내가 잽싸게 전화를 들고 수하들더러 몇 대 더 때리라 눈짓했다.송해인은 몇 번의 비명을 더 지르더니 이내 또 기절해 버렸다.듣고 있던 이향연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명심해, 살려둬야 해.”“그리고 얼굴도 망가뜨려 버려!”“여우 같은 년이, 그년만 아니었어도 우리 동훈이가 병원에 누워있을 일은 없었어!”“아가씨, 알고 있습니다.”칼자국 사내는 연신 굽신대며 웃으면서 말했다.그리고 전화를 끊었다.칼자국 사내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송해인의 앞에 다가가 송해인의 뺨을 때리고는 기절한 것을 확인한 뒤 차갑게 말했다.“계속 물을 퍼부어서 깨워!”촤라락!또 한 바가지의 찬물이 끼얹어졌다.송해인은 심하게 기침하며 깨어났다.온몸이 채찍에 맞은 상처 때문에 피범벅이 돼 숨 쉴 때조차 살을 에는 듯한 고통이 동반되었다.송해인은 몰랐다, 이해할 수 없었다.이 사람들이 겨냥한 건 서강빈인데 왜 자신이 이렇게 독하게 맞아야 하는지.서강빈!그 이름은 송해인을 이를 꽉 깨물게, 분노가 치밀게 했다.그녀가 지금 견뎌야 하는 잔인한 학대와 고문은 전부 서강빈한테서 비롯된 것이고 서강빈 때문이었다.마치 송해인의 눈에서 이글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