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가씨.”전화 너머의 사람은 짧게 대답했다.이향연은 전화를 끊고 안색이 안 좋아진 한철산을 차갑게 쳐다본 뒤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한철산, 너 정말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겁쟁이가 되는 거니?”한철산이 입을 열었다.“여보, 제발 충동적으로 굴지 마. 송해인은 무려 서 거장의 전 부인이라고. 송해인을 잡아서 거장이 화가 나게 되면 후과가 걷잡을 수 없이 엄중해질 거야.”“이번 일은 내가 해결해. 응?”이향연은 듣고 화가 나 외쳤다.“무슨 서 거장? 한철산,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아들이 이렇게 맞고 왔는데 복수할 생각은 없고 나더러 충동적으로 굴지 말라고?”“여보...”한철산은 해석하고 싶었다.그러나 이향연은 한철산을 무섭게 째려보고는 차갑게 말했다.“이번 일, 당신은 끼어들지 마. 내가 알아서 해결해.”“무슨 개똥 같은 서 거장, 나 이향연의 아들을 건드리면 사는 게 지옥 같게 만들어줄 거야!”말을 마치고 이향연은 병상에 누워있는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하이힐 특유의 또각또각, 맑고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소리를 내며 병실을 떠났다.한철산의 안색은 창백해지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잠시 생각하다 핸드폰을 꺼내 들고 얼른 서강빈한테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그때 입구에서 우락부락한 경호원 두 명이 들어와 한철산을 앞뒤로 막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허리를 살짝 굽히고 차갑게 한철산한테 말했다.“앞으로 며칠 동안은 저희한테 핸드폰을 바치시고 여기서 지내셔야 하는 게 아가씨의 뜻입니다.”말하면서 경호원은 손을 내밀었다. 핸드폰을 내놓으라는 뜻이었다.한철산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미간은 보기 싫게 구겨졌으며 속으로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하지만 한철산은 별수 없이 핸드폰을 내놓았다.경호원은 핸드폰을 집어넣고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하고는 이내 병실 밖으로 나가 문 앞을 지키고 섰다.한철산은 병실 내에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그저 이향연이 너무 도가 지나친 행동만 하지 않길 바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도 바닥에 떨어졌다.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몇 발짝 다가가더니 발을 들어 가차 없이 핸드폰을 밟아부쉈다.송해인은 기겁했다. 급하게 달려가 몸을 낮추고는 외쳤다.“이 비서, 이 비서...”“이런 개자식들, 당신들 도대체 누구야? 뭘 원해?”송해인은 고개를 들어 분노에 찬 눈길로 무리를 쳐다보며 부르짖었다.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음험하게 웃으며 팔을 휙 저으며 말했다.“데리고 가!”말이 끝나자마자 검은색 양복을 입은 우락부락한 사내 몇 명이 재빨리 앞으로 나와 송해인을 양옆에서 붙들고 회의실 밖으로 잡아끌었다.송해인이 필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당신들 진짜 뭐 하자는 거야? 시퍼런 대낮에 납치하다니 도대체 법을 뭐로 보는 거야?”“빨리 신고해요! 빨리 신고 안 하고 뭐 해요!”송해인은 놀라서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고위층 이사들과 주주들을 향해 소리쳤다.그제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어떤 이들은 급하게 몸을 일으켜 무리를 막으러 뛰어들었고어떤 이들은 잽싸게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신고하려 했다.하지만.탕탕!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덤덤하게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들고 천정을 향해 두 발 쐈다.일순간, 회의실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모든 사람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총이라니!회색 정장을 입은 사내가 겁에 질린 사람들의 표정을 굽어보면서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계속 신고해. 경찰이 빠를지, 내 총이 빠를지 한번 보자고 응?”이미 몸을 일으켜 달려 나온 고위층 이사들은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이마에 총구를 들이대는 바람에 겁에 질려 안색이 파리해졌다.“빵!”칼자국 사내가 기형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고위 이사들은 놀란 나머지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렸고 다리 풀린 채 땅에 주저앉아 몸을 떨었다.회색 정장을 입은 칼자국 사내가 호탕하게 웃어대고 손을 휙휙 저으며 부하들더러 먼저 가보라 일렀다. 그리고 남아 회의실을 한바퀴 슥 둘러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서강빈은 즉시로 전화를 끊고 몸을 돌려 택시를 잡은 뒤 금봉황회관으로 출발했다.비록 송해인과 이혼했지만 이세영이 말하는 걸 보아하니 상대는 자신을 겨냥해 온 것임이 분명했다.무엇이건 막론하고 절대 자신 때문에 송해인이 다치는 일은 없어야 했다!서씨 집안 사람들인가?아니면 다른 누군가...서강빈의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다.그 시각, 금봉황회관 내.송해인이 흐릿한 의식 속에 깨어났다. 그녀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입가를 쓱 닦아보니 피가 묻어났다.송해인은 흐릿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회색 정장을 입은 칼자국 사내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룸 중앙의 소파 위에 앉아 위스키를 음미하며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송해인을 주시하고 있었다.주위에는 일고여덟쯤 돼 보이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내들도 서있었다. 하나같이 험상궂은 표정들이었다.“당신들 도대체 뭐야? 뭘 하고 싶은 거야? 난 당신들 건드린 적 없어...”송해인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리고 물었다.그녀는 확실히 알아야 했다. 상대방이 왜 자신을 납치했는지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칼자국이 있는 사내가 비웃듯 말했다.“송 대표님, 떠볼 생각 마세요. 우리가 당신을 납치한 건 그대의 전 남편이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렸기 때문이에요.”“우리 아가씨께서 말했거든요. 첫 번째는 당신을 잡아서 죽지 않을 만큼만 때리고 두 번째는 당신 전 남편을 사는 게 죽는 것만 못하게 느껴지게 하는 거예요.”'전 남편이라고? 서강빈?'송해인은 무언가를 눈치챈 듯싶더니 물었다.“당신들 한씨 집안 사람들이야?”칼자국 사내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손가락을 젓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틀렸어요. 우린 한씨 집안 사람이 아니거든요.”“그럼 누군데?”송해인이 물었다.칼자국 사내가 몸을 일으키더니 송해인의 앞으로 걸어갔다. 송해인은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다 결국 코너에 몰렸다.칼자국 사내가 한 손에 송해인의 뽀얀 턱을 움켜쥐고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아깝게 됐
“부탁드려요, 제발 살려주세요...”송해인이 힘없는 목소리로 간신히 빌었다.칼자국 사내가 차갑게 웃었다.“아직 빌 힘이 남아 있다니, 때린 게 부족했나 보군. 계속 때려!”“네!”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대답했다.그러고는 또 한바탕 때렸다.룸 내에서 전해지는 비명이 전 회관에 울려 퍼졌다. 모골이 송연해지게 만드는 소리였다.이러한 구타는 장장 십여 분간 지속되었다. 송해인의 숨이 거의 끊어지기 직전까지.그때, 칼자국 사내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고 그는 이내 굽신거리며 일어나고는 전화를 받았다. 칼자국 사내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가씨, 무슨 분부 있으십니까?”“송해인은?”수화기 저편에서 이향연의 차갑고 무뚝뚝한 소리가 전해져왔다.“지금 때리고 있습니다.”칼자국 사내가 잽싸게 전화를 들고 수하들더러 몇 대 더 때리라 눈짓했다.송해인은 몇 번의 비명을 더 지르더니 이내 또 기절해 버렸다.듣고 있던 이향연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명심해, 살려둬야 해.”“그리고 얼굴도 망가뜨려 버려!”“여우 같은 년이, 그년만 아니었어도 우리 동훈이가 병원에 누워있을 일은 없었어!”“아가씨, 알고 있습니다.”칼자국 사내는 연신 굽신대며 웃으면서 말했다.그리고 전화를 끊었다.칼자국 사내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송해인의 앞에 다가가 송해인의 뺨을 때리고는 기절한 것을 확인한 뒤 차갑게 말했다.“계속 물을 퍼부어서 깨워!”촤라락!또 한 바가지의 찬물이 끼얹어졌다.송해인은 심하게 기침하며 깨어났다.온몸이 채찍에 맞은 상처 때문에 피범벅이 돼 숨 쉴 때조차 살을 에는 듯한 고통이 동반되었다.송해인은 몰랐다, 이해할 수 없었다.이 사람들이 겨냥한 건 서강빈인데 왜 자신이 이렇게 독하게 맞아야 하는지.서강빈!그 이름은 송해인을 이를 꽉 깨물게, 분노가 치밀게 했다.그녀가 지금 견뎌야 하는 잔인한 학대와 고문은 전부 서강빈한테서 비롯된 것이고 서강빈 때문이었다.마치 송해인의 눈에서 이글거리
룸 내에 송해인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희고 곱던 얼굴은 공포스러운 칼자국과 상처로 끔찍하게 변해버렸다.빨간 피가 볼을 타고 흘러내려 하나둘 바닥에 떨어졌다.“아아아...”송해인은 고통스럽게 외치며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하지만 칼자국 사내는 머리를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았고 칼로 한 획, 한 획 그녀의 얼굴을 망가뜨렸다!“송 대표님, 저를 원망하지 마세요. 다 송 대표님 전남편이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려서 그런 거니까.”칼자국 사내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러고는 또 한 획, 그녀의 얼굴에 기다란 칼자국을 남겼다.몇 분 뒤, 송해인은 고문을 세게 당한 나머지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고 온몸에 피를 뒤집어썼다. 옷은 진작 채찍에 찢어져 나갔고 얼굴에는 섬뜩한 상처와 선혈이 낭자했다.송해인은 고통스럽게 소리 질렀다. 하지만 지속적인 부르짖음 탓에 목은 진작에 쉬어버린 터였다.온몸이 경기를 일으키듯 떨려왔다. 그녀는 피 웅덩이에 누워 절망한 눈빛으로 바닥을 바라보았다.송해인은 자신이 이렇게 사람대접도 못 받는 괴롭힘과 학대를 당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왜, 왜 이렇게 된걸가...그녀는 그저 회사에서 회의를 열고 있었고 서강빈의 전 와이프였을 뿐이었다.왜 이 사람들은 서강빈 때문에 이렇게 자신에게 화가 난 걸까.송해인은 죽고 싶었다.이런 고통과 학대를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었다.“그냥 죽여줘, 죽여달라고...”송해인은 겨우 숨을 몰아쉬며 힘없이 사정했다.칼자국 사내가 듣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송 대표님, 죄송하지만 아직 죽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아가씨께서 목숨을 살려두고 계속 괴롭히라 하셔서요.”“당신을 본보기로 서강빈한테 알려주려고요. 어떤 사람들을 건드리면 안 되는지!”“왜? 난 그저 그 사람의 전 와이프일 뿐이야. 그 사람과 난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당신들 왜 나한테 이러는건데...”송해인은 정말 이해할 수 없어 힘겹게 물었다.칼자국 사내가 도리머리를 흔들며 말했다.“왜냐하면, 우리 동훈 도련님
“당장 꺼져!”칼자국 사내가 고함 질렀다.직원들은 전부 얼굴이 하얗게 질려 계단 쪽으로 달려가 아래층으로 줄행랑쳤다.마침 서강빈이 입구에 뛰어 들어오던 참이었다. 경황실색한 여직원 몇 명이 달아 내려오는 걸 보고 서강빈은 눈썹을 치켜뜨며 조급하게 물었다.“아까 그 비명 몇 층입니까?”여직원들은 이미 너무 놀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들은 겁에 질린 눈빛으로 계단 입구를 바라보았다.그 순간!처절한 비명이 계단으로부터 전해져왔다.그리고 온몸이 피범벅이 된 사람이 계단 위에서부터 굴러져 내려와 로비에 떨어졌다.새빨간 피가 계단과 로비의 흰 대리석 바닥을 빨갛게 물들였다.온 로비의 직원들과 손님들이 전부 놀라 비명을 질렀다.서강빈이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았다.“송...해인?”왜 이렇게 된 걸까.서강빈은 갓 풀려난 맹수처럼 순식간에 송해인앞으로 달려가 생명이 위독한 이 여자를 품에 안아 들었다.송해인의 그 칼로 난도질당한 얼굴과 사정없이 채찍질 당해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 몸을 보면서 서강빈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고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올랐다.“해인아...”서강빈은 입술을 떨며 허공에 외쳐댔다. 두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도대체 왜?아까 반 시간 좀 더 되는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이런 꼴이 된 걸까.품속의 송해인이 간신히 숨을 몰아쉬며 눈을 힘겹게 떴다. 피로 붉게 물든 시선에 누구보다 익숙한 그 얼굴이 보였다.“서, 서강빈...”그 얼굴이 자세히 보이자 송해인은 발작하듯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극구 서강빈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하며 목청이 찢어지게 부르짖었다.“다 너 때문이야, 당장 꺼져, 네 구원 따위 필요 없어...”서강빈이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나타난단 말인가!서강빈은 송해인을 꽉 끌어안으며 붉어진 눈시울로 외쳤다.“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알아.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너한테 맹세할게. 널 이렇게 만든 사람들, 내가 꼭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네 몸의 상처들도, 얼굴의 상처들도
서강빈을 바라보는 칼자국 사내의 눈빛에는 짙은 멸시와 분노가 담겼다.아가씨가 처리하라 점 찍은 사람을 구하려 하다니,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격이었다.“감히 우리 아가씨 눈 밖에 난 여자를 구하려 들어? 너 이 새끼, 목숨이 여러 개라도 되나 보지?”칼자국 사내가 불만 가득한 소리로 외쳤다.“이 상처들, 네 짓이야?”서강빈의 눈빛이 저승사자라도 된 것처럼 한없이 서늘해졌다. 그 눈은 계단을 한 발짝 한 발짝 내려오는 칼자국 사내를 노려보고 있었다.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듯한.“그래, 내가 그렇게 만들었어.”칼자국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왜? 복수라도 하게? 야, 이 새끼야. 여기가 어딘지도 안 보고 쳐들어오냐. 내가 충고하건대 영웅 놀이는 안 하는 게 좋을걸?”“아니면 넌 물론이고 네 가족, 네 사돈 팔촌까지 오늘 네가 저지른 멍청한 짓 때문에 잔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두 주먹을 꽉 움켜쥔 서강빈에게서 무서운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 전 와이프를 건드리면 너희 다 뒤지는 거야.”그 말을 듣던 칼자국 사내의 얼굴이 이내 조롱과 비웃음으로 바뀌었다.“아~네가 서강빈이야?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네?”“이왕 이렇게 된 거 너 찾으러 안 가도 되겠네.”“잡아!”칼자국 사내가 자신감 가득하게 손을 휙휙 내저었다. 이내 곁에 서 있던 검은 양복을 입은 두 수하가 서강빈을 향해 달려갔다.서강빈은 피식 콧방귀를 뀌며 달려오는 두 사내 앞으로 한 발 내디뎠다.“응?”칼자국 사내는 그 장면을 보고 조금은 의아했으나 이내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띠었다. 칼자국 사내가 보기엔 서강빈의 행동은 엄연한 자살행위였다.알아둬야 할 건, 칼자국 사내의 수하들은 모두 특수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고 군영에서 나온 장성급 장교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나선다면 잡지 못할 사람이 없었다.게다가 이들은 키만 해도 190센티미터에 달하는 데다 우락부락한
그 순간, 칼자국 사내는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는 바닥에 누워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고 서강빈이 비수 하나를 골라 쥐고 걸어오는 걸 눈 뜨고 보는 수밖에 없었다.“너, 너 나 못 건드려! 난 성회 이씨 집안 사람이라고! 날 건드리면 우리 아가씨께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칼자국 사내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서강빈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성회 이씨 집안? 알려줘서 고마워. 하지만 해인의 몸에 난 상처들 그 열 배가 되는 고통을 넌 지금부터 경험하게 될 거야.”말을 마치고 서강빈이 비수를 고쳐잡고 칼자국 사내의 얼굴에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상처를 냈다. 순간 피부가 찢어지고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아악...”칼자국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이 빌어먹을, 빌어먹을 자식! 난 성회 이씨 집안 사람이라고! 우리 아가씨께서 널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도대체 왜? 난 무슨 성회 이씨 집안 같은 거 건드린 적 없어. 왜 너희 집안 아가씨가 내 전 부인을 이런 꼴로 만든 건데?”서강빈이 차가운 목소리로 질문했다. 칼자국 사내가 살짝 멈칫했다.서걱. 또 한 번 칼끝이 칼자국 사내의 얼굴에 그어졌다.“아아악... 말해, 말한다고! 동훈 도련님 때문이야... 동훈 도련님은 우리 아가씨 아들이니까!”칼자국 사내가 비명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한동훈? 서강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순간 알 것 같았다, 이건 한동훈 엄마가 자기 아들을 대신해서 하는 복수였다.“너 이 새끼 내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성회 이씨 가문은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집안이 아니야. 내 얼굴에 그어진 이 두 칼, 내가 백 배로 갚아줄 거야.”칼자국 사내는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고 표독스러운 눈길로 서강빈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래?”서강빈이 차갑게 조소를 터뜨렸다. 그 웃음은 저승사자보다도 더 섬뜩했다.이윽고, 로비 내에 칼자국 사내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몇 분 뒤, 칼자국 사내의 얼굴은 몰골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