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을 바라보는 칼자국 사내의 눈빛에는 짙은 멸시와 분노가 담겼다.아가씨가 처리하라 점 찍은 사람을 구하려 하다니,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격이었다.“감히 우리 아가씨 눈 밖에 난 여자를 구하려 들어? 너 이 새끼, 목숨이 여러 개라도 되나 보지?”칼자국 사내가 불만 가득한 소리로 외쳤다.“이 상처들, 네 짓이야?”서강빈의 눈빛이 저승사자라도 된 것처럼 한없이 서늘해졌다. 그 눈은 계단을 한 발짝 한 발짝 내려오는 칼자국 사내를 노려보고 있었다.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듯한.“그래, 내가 그렇게 만들었어.”칼자국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왜? 복수라도 하게? 야, 이 새끼야. 여기가 어딘지도 안 보고 쳐들어오냐. 내가 충고하건대 영웅 놀이는 안 하는 게 좋을걸?”“아니면 넌 물론이고 네 가족, 네 사돈 팔촌까지 오늘 네가 저지른 멍청한 짓 때문에 잔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두 주먹을 꽉 움켜쥔 서강빈에게서 무서운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 전 와이프를 건드리면 너희 다 뒤지는 거야.”그 말을 듣던 칼자국 사내의 얼굴이 이내 조롱과 비웃음으로 바뀌었다.“아~네가 서강빈이야?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네?”“이왕 이렇게 된 거 너 찾으러 안 가도 되겠네.”“잡아!”칼자국 사내가 자신감 가득하게 손을 휙휙 내저었다. 이내 곁에 서 있던 검은 양복을 입은 두 수하가 서강빈을 향해 달려갔다.서강빈은 피식 콧방귀를 뀌며 달려오는 두 사내 앞으로 한 발 내디뎠다.“응?”칼자국 사내는 그 장면을 보고 조금은 의아했으나 이내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띠었다. 칼자국 사내가 보기엔 서강빈의 행동은 엄연한 자살행위였다.알아둬야 할 건, 칼자국 사내의 수하들은 모두 특수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고 군영에서 나온 장성급 장교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나선다면 잡지 못할 사람이 없었다.게다가 이들은 키만 해도 190센티미터에 달하는 데다 우락부락한
그 순간, 칼자국 사내는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는 바닥에 누워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고 서강빈이 비수 하나를 골라 쥐고 걸어오는 걸 눈 뜨고 보는 수밖에 없었다.“너, 너 나 못 건드려! 난 성회 이씨 집안 사람이라고! 날 건드리면 우리 아가씨께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칼자국 사내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서강빈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성회 이씨 집안? 알려줘서 고마워. 하지만 해인의 몸에 난 상처들 그 열 배가 되는 고통을 넌 지금부터 경험하게 될 거야.”말을 마치고 서강빈이 비수를 고쳐잡고 칼자국 사내의 얼굴에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상처를 냈다. 순간 피부가 찢어지고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아악...”칼자국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이 빌어먹을, 빌어먹을 자식! 난 성회 이씨 집안 사람이라고! 우리 아가씨께서 널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도대체 왜? 난 무슨 성회 이씨 집안 같은 거 건드린 적 없어. 왜 너희 집안 아가씨가 내 전 부인을 이런 꼴로 만든 건데?”서강빈이 차가운 목소리로 질문했다. 칼자국 사내가 살짝 멈칫했다.서걱. 또 한 번 칼끝이 칼자국 사내의 얼굴에 그어졌다.“아아악... 말해, 말한다고! 동훈 도련님 때문이야... 동훈 도련님은 우리 아가씨 아들이니까!”칼자국 사내가 비명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한동훈? 서강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순간 알 것 같았다, 이건 한동훈 엄마가 자기 아들을 대신해서 하는 복수였다.“너 이 새끼 내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성회 이씨 가문은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집안이 아니야. 내 얼굴에 그어진 이 두 칼, 내가 백 배로 갚아줄 거야.”칼자국 사내는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고 표독스러운 눈길로 서강빈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래?”서강빈이 차갑게 조소를 터뜨렸다. 그 웃음은 저승사자보다도 더 섬뜩했다.이윽고, 로비 내에 칼자국 사내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몇 분 뒤, 칼자국 사내의 얼굴은 몰골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
이상한 할아버지의 잡화점 내,서강빈은 침대에 엎드린 해인의 선혈이 낭자한 등을 보면서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고 몹시 후회되었다.원래는 티 없이 맑아 백옥같던 피부가 지금은 보는 것조차 끔찍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송해인의 경국지색의 미모도 칼에 여러 번 그어진 상처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렸다.그리고 이 모든 게, 서강빈 때문이었다.서강빈은 속으로 후회하고 자책했다. 비록 송해인과 이혼하기는 했어도 3년이나 함께 한 부부의 감정이 어떻게 그리 쉽게 사라지겠는가.인간이란 가끔 보면 정말 복잡한 하나의 개체다. 마음속으로는 생각하는 말과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 너무 다르니 말이다.서강빈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이성을 되찾고 차분해졌다. 뭐가 어찌 됐든 지금은 송해인의 상처를 치료하는 게 우선이었다.문어구에서 이상한 할아버지가 흘깃 보고는 별수 없다는 듯 머리를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아이고, 너랑 해인이 저 아이는 맺어진 인연이 너무 깊어. 아마 운명의 실이 쉽게 끊어지진 않을 거야.”이상한 할아버지는 몇 마디 중얼중얼하더니 이내 한마디 남기고 몸 돌려 떠났다.“가서 약을 지어오마.”서강빈은 자상과 채찍으로 인한 상처를 치료하는 처방을 이상한 할아버지에게 주고는 약을 지어오라 일렀다.눈앞에서 온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끊임없이 끙끙 신음을 내는 송해인을 바라보면서 서강빈은 엄청난 고통과 죄책감에 휩싸였다.“제발, 싫어요... 부탁이에요, 살려주세요...”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송해인은 그 더없이 잔인했던 장면을 떠올리듯 온몸을 떨며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서강빈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조심스럽게 상처에 붙어버린 치마를 벗겨냈다. 그러고는 조심조심 약물로 상처를 소독했다. 서강빈이 아무리 신중히 처리해도 송해인의 상처는 너무 깊었다. 채찍에 찢어진 드레스 조각이 살과 엉겨 붙어있어서 서강빈은 어쩔 수 없이 핀셋으로 한 조각 한 조각 살점에서 뜯어내야 했다.핀셋이 한 번씩 닿을 때마다 송해인이 고통의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강빈의 처방으로 만든 이 약은 새살을 돋게 만들고 흉터를 없앨 수 있었다. 바르기만 하면 어떤 흉도 지지 않는 그런 약 말이다.반나절 뒤.송해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꿈에서 깼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할 때 몸의 상처가 다 낫지 않아 입 밖으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눈앞의 광경은 너무 낯설었다. 여긴 어디지? 송해인은 조금 멍한 기분으로 고개를 숙여 자기 몸에 입혀진 흰 와이셔츠를 보았다. 남자 옷? 내 옷은? 누가 갈아입힌 거야?순간, 송해인은 긴장했다. 급하게 앞섶을 여미며 놀란 토끼처럼 침대에서 뛰어내려 밖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상처가 너무 심했던 터라 발을 내딛는 순간 그녀의 등의 상처가 다시 찢어졌다. 송해인은 고통에 비명 질렀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입구에서 서강빈이 탕약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눈앞의 광경을 보고 서강빈은 긴장하며 약그릇을 내려놓고 달려가 송해인을 부축하며 말했다.“괜찮아?”송해인은 눈썹을 치켜떴다. 서강빈을 본 그 순간, 그녀는 조건반사 하듯 그를 밀어내며 긴장이 역력한 기색으로 물었다.“네가 나 구한 거야? 여기 어디야? 내 옷은 누가 갈아입힌 거야?”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내가 너 구해온 거 맞아. 이건 내 친구가 하는 잡화점이야. 네가 입고 있는 옷 내가 갈아입힌 거야.”그 말을 듣고 송해인은 얼른 앞섶을 여미고 무리하며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등의 상처가 심했던 터라 그 고통에 송해인은 근본 일어설 수 없었다.서강빈은 얼른 앞으로 달려가 부축하려 했다. 하지만 송해인은 서강빈의 손을 뿌리치며 외쳤다.“꺼져! 당장 꺼지라고! 나한테 손대지 마! 다 너 때문이야!”송해인의 마음은 이미 서강빈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찼다. 서강빈만 아니면 자신이 그런 악몽과도 같은 끔찍한 일을 당할 수 있었을까?송해인이 자신을 피하는 이유를 서강빈은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서강빈을 극도로 증오하는 것이다.“미안해.”서강빈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사과했다.그 세 글자를 듣던 송해인이 멈칫했다. 그
서강빈은 살짝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못 본 것도 아니고.”“돌아서!”외치는 송해인의 목이 붉게 달아올랐다. 서강빈은 별수 없이 돌아섰다. 이윽고 뒤에서 스르륵 옷 벗는 소리가 들렸다. 반나절 뒤에야 송해인은 속삭이듯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나 다 됐어. 돌아서면 돼...”서강빈은 숨을 내쉬고 돌아서 침대에 엎드린 송해인을 바라보았다. 등 전체가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곡선을 이룬 몸매는 보는 이를 홀렸다. 비록 상처로 뒤덮이긴 했어도 아까보다 많이 나아졌다.그 상처들을 보는 순간, 서강빈은 겨우 잠재워버린 분노가 다시 끓어오름을 느꼈다. 그는 침대 옆으로 걸어가 섬세하게 송해인의 갈라진 상처에 약을 발랐다.“으윽...”송해인은 저도 모르게 얕은 신음을 내뱉었고 이는 서강빈으로 하여금 자꾸 딴마음을 먹게 했다. 송해인 본인도 이런 소리를 내면 안 좋다는 걸 알았기에 이를 꽉 깨물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강빈이 매번 약을 바를 때마다 송해인은 온몸이 저릿해 옴을 느꼈다.더욱이 그 약은 상처에 바를 적마다 차갑고 편하게 느껴졌다. 서강빈은 약을 한참 발라주다 손을 들어 송해인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엉덩이 좀 들어, 아직 어떤 상처들은 바르지 못했으니까.”그 말을 듣는 순간, 송해인의 몸은 수치스러움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흉을 남기지 말아야 했기에 송해인은 이를 악물고 엉덩이를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자세가 어딘가 야릇하고 수치심을 유발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반나절 뒤, 괴롭던 시간이 끝나고 송해인을 빨갛게 익은 볼과 붉어진 귀를 한 채로 후끈 달아오른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한 맺힌 눈으로 서강빈을 바라보며 경고했다.“오늘 네가 나한테 약을 발라준 사실을 누구와도 얘기해서는 안 돼.”“알고 있어.”서강빈은 약그릇을 치우며 대답했다.“네 얼굴의 상처는 이틀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요 두 날은 잠시 여기에서 지내도록 해.”얼굴의 상처?송해인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인제야 생
“허허, 이놈이 깨어나면 대적할 상대가 없을 텐데...”...같은 시각.이향연이 잠시 묵고 있는 별장 내.“아가씨, 큰일 났습니다!”수하 한 명이 부랴부랴 땀을 가득 흘리며 마당에 뛰어 들어와 한가롭게 차를 음미하던 이향연을 향해 소리쳤다.“소란스럽게 뭐 하는 짓이야.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했어?”이향연은 꾸짖는 투로 말했다. 그 수하는 허리를 굽히고 경황없이 말을 시작했다.“아가씨, 류 집사님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류준배? 걔 어디 갔어?”이향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밖, 밖에...”수하는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향연은 께름직함을 느끼고 이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달려 나갔다.입구에 도착했을 때 눈앞의 광경을 보고 이향연은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바닥에 누워있는 남자는 온몸이 피떡이 되어 근본 알아볼 수가 없었다.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당장이라도 목숨이 끊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누구야? 당장 끌어내!”이향연이 소리쳤다. 그러자 수하가 재빨리 대답했다.“아가씨, 이분이 류 집사님입니다...”“뭐?”이향연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고문을 당해 사람 같지도 않은 몰골을 한 그 모습을 보면서 구역질이 나왔다.“무슨 일이야? 얘 나 대신에 송해인 처리하는 거 아니었어? 왜 이런 꼴이 된 건데?”이향연이 따져 물었다. 바닥의 류준배는 미약하게 숨을 몰아쉬고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이향연을 잡으려 했으나 이향연은 그 손을 피했다.“아가, 아가씨... 서강빈이 와서 송해인 그 여자를 구해갔습니다. 그리고 서강빈이 절 이런 꼴로 만들었고요. 제발 아가씨, 살려주십시오! 저 대신 복수, 복수해 주세요...”류준배는 죽을힘을 다해 외쳤다. 하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선혈을 토해내고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거뒀다.이향연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눈에는 섬광이 번뜩였다.“서강빈, 또 서강빈 이 자식이야!”이때, 곁에 있던 수하가 우물쭈물하며 말했
뛰어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인상이 험악하고 얼굴에 흉흉한 기색이 감돌았다. 손에 잡힌 장도도 푸른 빛이 감돌았다.“저 새끼 잡아!”그중 한 명이 우렁차게 외쳤다.순간 몇십 명이나 되는 검은 도복을 입은 사내들이 굶주린 짐승처럼 장도를 휘두르며 서강빈을 향해 달려들었다.서강빈의 얼굴은 두려운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덤덤했다. 그는 사방에서 날아드는 칼을 보고도 한 치의 당황함도 보이지 않았다.서강빈은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며 연기를 뿜어냈다. 이윽고 그는 손가락을 튕겨 담배꽁초를 날려 보냈다. 담배꽁초는 마치 총알처럼 슉하고 날아가 그의 머리를 적중시키던 장도를 명중해 떨어뜨렸다.‘캉'하는 소리와 함께 담배꽁초에 맞은 장도가 두 동강 났다. 이윽고 서강빈이 탁 우산을 접어 손에 쥐고는 발을 땅에 굴렀다. 그와 동시에 그는 날쌘 호랑이처럼 적들에게로 돌진했다.펑펑펑!그다음은 예상할 수 있다시피 하나가 여럿을 압살하는 장면이었다. 그 수많은 검은 도복 사내들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하나의 인영이 우레 같은 기세로 눈앞에서 반짝였다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 사이에 그 검은색 우산은 그들의 이마, 가슴, 복부와 사지를 강타했다.순간,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트럭에 치이기라도 한 듯 저만치 나가떨어져 사방에 물을 튀기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어떤 이는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혼절했다. 뒤에 떨어져 있던 한 사내는 그 장면을 보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무서웠다! 공포스러웠다!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리도 엄청난 실력을 갖추고 있단 말인가!알아둬야 할 것은 이 몇십 명 모두 이씨 집안에서 키워낸 비범한 인재들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모두 일 대 십으로 싸울 수 있는 실력파 인재들이었단 말이다. 한데 지금 이 순간, 수십 명에 달하는 고수들이 삽시간에 서강빈 한 사람에게 당했다.이 자식, 혹시 정통적인 무자인가?여기까지 생각한 마지막 남은 도복 사내는 몸을 떨더니 순식간에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서강빈을 향해 쏘려고 했다.하지만.슉하
류천은 차 한 모금을 마시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말했다.“이향연 씨,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드님 상처가 심각한 건 맞습니다. 보통 사람이 치료할 수 있는 상처가 아니지요.”“그럼 어떻게 해요? 우리 아들을 치료 해주실 수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낼 수 있어요.”이향연은 조급한 마음으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류천이 눈썹을 치켜들었다.“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그럼 뭐가 문젠데요? 당신이 무엇을 원하든 우리 이씨 가문에서 능력이 되는 한 모두 찾아드릴게요.”이향연이 다급하게 말하자 류천은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이렇게까지 말씀하셨으니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서야 이향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리고 그녀는 또 진뢰를 향해 말했다.“진뢰 씨, 만약 나중에 그 서강빈이라는 놈이 또 찾아오면 부디 그놈을 제대로 혼내주고 제압하세요.”“네, 알겠습니다.”진뢰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이향연 씨의 말을 들어보니 서강빈이라는 자가 겨우 무술을 조금밖에 할 줄 모르는 보잘것없는 놈 같더라고요. 건방진 놈, 무술을 조금 안다고 아드님을 다치게 했으니, 정말 괘씸하군요. 이향연 씨, 걱정하지 마세요, 그놈이 찾아오기만 한다면 제가 본때를 보여주겠습니다.”말을 마친 진뢰가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세게 내리치자 순식간에 테이블은 산산조각이 났다.이향연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다.“그럼 진뢰 씨에게 부탁할게요.”‘역시 무영의 사람이라 그런지 다르구나, 대단해.’이향연이 말을 마치자마자 문밖에서 한 부하가 비를 맞으면서 다급하게 안으로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아가씨, 아가씨! 큰일났어요!”“조용히 하지 못해? 호들갑을 떨긴, 귀한 손님 접대 중인 거 안 보여?”이향연이 노발대발했다.부하가 다급하게 허리 굽혀 인사하더니 하얗게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아, 아, 아가씨... 서, 서강빈이라는 놈이 쳐들어왔습니다.”“진짜 왔어? 그럼 입구를 지키는 사람들보고 잡으라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