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의 처방으로 만든 이 약은 새살을 돋게 만들고 흉터를 없앨 수 있었다. 바르기만 하면 어떤 흉도 지지 않는 그런 약 말이다.반나절 뒤.송해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꿈에서 깼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할 때 몸의 상처가 다 낫지 않아 입 밖으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눈앞의 광경은 너무 낯설었다. 여긴 어디지? 송해인은 조금 멍한 기분으로 고개를 숙여 자기 몸에 입혀진 흰 와이셔츠를 보았다. 남자 옷? 내 옷은? 누가 갈아입힌 거야?순간, 송해인은 긴장했다. 급하게 앞섶을 여미며 놀란 토끼처럼 침대에서 뛰어내려 밖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상처가 너무 심했던 터라 발을 내딛는 순간 그녀의 등의 상처가 다시 찢어졌다. 송해인은 고통에 비명 질렀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입구에서 서강빈이 탕약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눈앞의 광경을 보고 서강빈은 긴장하며 약그릇을 내려놓고 달려가 송해인을 부축하며 말했다.“괜찮아?”송해인은 눈썹을 치켜떴다. 서강빈을 본 그 순간, 그녀는 조건반사 하듯 그를 밀어내며 긴장이 역력한 기색으로 물었다.“네가 나 구한 거야? 여기 어디야? 내 옷은 누가 갈아입힌 거야?”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내가 너 구해온 거 맞아. 이건 내 친구가 하는 잡화점이야. 네가 입고 있는 옷 내가 갈아입힌 거야.”그 말을 듣고 송해인은 얼른 앞섶을 여미고 무리하며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등의 상처가 심했던 터라 그 고통에 송해인은 근본 일어설 수 없었다.서강빈은 얼른 앞으로 달려가 부축하려 했다. 하지만 송해인은 서강빈의 손을 뿌리치며 외쳤다.“꺼져! 당장 꺼지라고! 나한테 손대지 마! 다 너 때문이야!”송해인의 마음은 이미 서강빈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찼다. 서강빈만 아니면 자신이 그런 악몽과도 같은 끔찍한 일을 당할 수 있었을까?송해인이 자신을 피하는 이유를 서강빈은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서강빈을 극도로 증오하는 것이다.“미안해.”서강빈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사과했다.그 세 글자를 듣던 송해인이 멈칫했다. 그
서강빈은 살짝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못 본 것도 아니고.”“돌아서!”외치는 송해인의 목이 붉게 달아올랐다. 서강빈은 별수 없이 돌아섰다. 이윽고 뒤에서 스르륵 옷 벗는 소리가 들렸다. 반나절 뒤에야 송해인은 속삭이듯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나 다 됐어. 돌아서면 돼...”서강빈은 숨을 내쉬고 돌아서 침대에 엎드린 송해인을 바라보았다. 등 전체가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곡선을 이룬 몸매는 보는 이를 홀렸다. 비록 상처로 뒤덮이긴 했어도 아까보다 많이 나아졌다.그 상처들을 보는 순간, 서강빈은 겨우 잠재워버린 분노가 다시 끓어오름을 느꼈다. 그는 침대 옆으로 걸어가 섬세하게 송해인의 갈라진 상처에 약을 발랐다.“으윽...”송해인은 저도 모르게 얕은 신음을 내뱉었고 이는 서강빈으로 하여금 자꾸 딴마음을 먹게 했다. 송해인 본인도 이런 소리를 내면 안 좋다는 걸 알았기에 이를 꽉 깨물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강빈이 매번 약을 바를 때마다 송해인은 온몸이 저릿해 옴을 느꼈다.더욱이 그 약은 상처에 바를 적마다 차갑고 편하게 느껴졌다. 서강빈은 약을 한참 발라주다 손을 들어 송해인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엉덩이 좀 들어, 아직 어떤 상처들은 바르지 못했으니까.”그 말을 듣는 순간, 송해인의 몸은 수치스러움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흉을 남기지 말아야 했기에 송해인은 이를 악물고 엉덩이를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자세가 어딘가 야릇하고 수치심을 유발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반나절 뒤, 괴롭던 시간이 끝나고 송해인을 빨갛게 익은 볼과 붉어진 귀를 한 채로 후끈 달아오른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한 맺힌 눈으로 서강빈을 바라보며 경고했다.“오늘 네가 나한테 약을 발라준 사실을 누구와도 얘기해서는 안 돼.”“알고 있어.”서강빈은 약그릇을 치우며 대답했다.“네 얼굴의 상처는 이틀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요 두 날은 잠시 여기에서 지내도록 해.”얼굴의 상처?송해인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인제야 생
“허허, 이놈이 깨어나면 대적할 상대가 없을 텐데...”...같은 시각.이향연이 잠시 묵고 있는 별장 내.“아가씨, 큰일 났습니다!”수하 한 명이 부랴부랴 땀을 가득 흘리며 마당에 뛰어 들어와 한가롭게 차를 음미하던 이향연을 향해 소리쳤다.“소란스럽게 뭐 하는 짓이야.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했어?”이향연은 꾸짖는 투로 말했다. 그 수하는 허리를 굽히고 경황없이 말을 시작했다.“아가씨, 류 집사님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류준배? 걔 어디 갔어?”이향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밖, 밖에...”수하는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향연은 께름직함을 느끼고 이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달려 나갔다.입구에 도착했을 때 눈앞의 광경을 보고 이향연은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바닥에 누워있는 남자는 온몸이 피떡이 되어 근본 알아볼 수가 없었다.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당장이라도 목숨이 끊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누구야? 당장 끌어내!”이향연이 소리쳤다. 그러자 수하가 재빨리 대답했다.“아가씨, 이분이 류 집사님입니다...”“뭐?”이향연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고문을 당해 사람 같지도 않은 몰골을 한 그 모습을 보면서 구역질이 나왔다.“무슨 일이야? 얘 나 대신에 송해인 처리하는 거 아니었어? 왜 이런 꼴이 된 건데?”이향연이 따져 물었다. 바닥의 류준배는 미약하게 숨을 몰아쉬고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이향연을 잡으려 했으나 이향연은 그 손을 피했다.“아가, 아가씨... 서강빈이 와서 송해인 그 여자를 구해갔습니다. 그리고 서강빈이 절 이런 꼴로 만들었고요. 제발 아가씨, 살려주십시오! 저 대신 복수, 복수해 주세요...”류준배는 죽을힘을 다해 외쳤다. 하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선혈을 토해내고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거뒀다.이향연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눈에는 섬광이 번뜩였다.“서강빈, 또 서강빈 이 자식이야!”이때, 곁에 있던 수하가 우물쭈물하며 말했
뛰어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인상이 험악하고 얼굴에 흉흉한 기색이 감돌았다. 손에 잡힌 장도도 푸른 빛이 감돌았다.“저 새끼 잡아!”그중 한 명이 우렁차게 외쳤다.순간 몇십 명이나 되는 검은 도복을 입은 사내들이 굶주린 짐승처럼 장도를 휘두르며 서강빈을 향해 달려들었다.서강빈의 얼굴은 두려운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덤덤했다. 그는 사방에서 날아드는 칼을 보고도 한 치의 당황함도 보이지 않았다.서강빈은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며 연기를 뿜어냈다. 이윽고 그는 손가락을 튕겨 담배꽁초를 날려 보냈다. 담배꽁초는 마치 총알처럼 슉하고 날아가 그의 머리를 적중시키던 장도를 명중해 떨어뜨렸다.‘캉'하는 소리와 함께 담배꽁초에 맞은 장도가 두 동강 났다. 이윽고 서강빈이 탁 우산을 접어 손에 쥐고는 발을 땅에 굴렀다. 그와 동시에 그는 날쌘 호랑이처럼 적들에게로 돌진했다.펑펑펑!그다음은 예상할 수 있다시피 하나가 여럿을 압살하는 장면이었다. 그 수많은 검은 도복 사내들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하나의 인영이 우레 같은 기세로 눈앞에서 반짝였다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 사이에 그 검은색 우산은 그들의 이마, 가슴, 복부와 사지를 강타했다.순간,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트럭에 치이기라도 한 듯 저만치 나가떨어져 사방에 물을 튀기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어떤 이는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혼절했다. 뒤에 떨어져 있던 한 사내는 그 장면을 보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무서웠다! 공포스러웠다!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리도 엄청난 실력을 갖추고 있단 말인가!알아둬야 할 것은 이 몇십 명 모두 이씨 집안에서 키워낸 비범한 인재들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모두 일 대 십으로 싸울 수 있는 실력파 인재들이었단 말이다. 한데 지금 이 순간, 수십 명에 달하는 고수들이 삽시간에 서강빈 한 사람에게 당했다.이 자식, 혹시 정통적인 무자인가?여기까지 생각한 마지막 남은 도복 사내는 몸을 떨더니 순식간에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서강빈을 향해 쏘려고 했다.하지만.슉하
류천은 차 한 모금을 마시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말했다.“이향연 씨,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드님 상처가 심각한 건 맞습니다. 보통 사람이 치료할 수 있는 상처가 아니지요.”“그럼 어떻게 해요? 우리 아들을 치료 해주실 수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낼 수 있어요.”이향연은 조급한 마음으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류천이 눈썹을 치켜들었다.“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그럼 뭐가 문젠데요? 당신이 무엇을 원하든 우리 이씨 가문에서 능력이 되는 한 모두 찾아드릴게요.”이향연이 다급하게 말하자 류천은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이렇게까지 말씀하셨으니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서야 이향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리고 그녀는 또 진뢰를 향해 말했다.“진뢰 씨, 만약 나중에 그 서강빈이라는 놈이 또 찾아오면 부디 그놈을 제대로 혼내주고 제압하세요.”“네, 알겠습니다.”진뢰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이향연 씨의 말을 들어보니 서강빈이라는 자가 겨우 무술을 조금밖에 할 줄 모르는 보잘것없는 놈 같더라고요. 건방진 놈, 무술을 조금 안다고 아드님을 다치게 했으니, 정말 괘씸하군요. 이향연 씨, 걱정하지 마세요, 그놈이 찾아오기만 한다면 제가 본때를 보여주겠습니다.”말을 마친 진뢰가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세게 내리치자 순식간에 테이블은 산산조각이 났다.이향연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다.“그럼 진뢰 씨에게 부탁할게요.”‘역시 무영의 사람이라 그런지 다르구나, 대단해.’이향연이 말을 마치자마자 문밖에서 한 부하가 비를 맞으면서 다급하게 안으로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아가씨, 아가씨! 큰일났어요!”“조용히 하지 못해? 호들갑을 떨긴, 귀한 손님 접대 중인 거 안 보여?”이향연이 노발대발했다.부하가 다급하게 허리 굽혀 인사하더니 하얗게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아, 아, 아가씨... 서, 서강빈이라는 놈이 쳐들어왔습니다.”“진짜 왔어? 그럼 입구를 지키는 사람들보고 잡으라고 해야지
“당신 아들이 해인이를 추행하고 무례를 저질렀는데 왜 해인이가 당신 아들을 유혹했다고 말하는 거죠?”서강빈은 얼음장처럼 싸늘한 얼굴로 되물었다.하지만 이향연은 순순히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어갔다.“네놈의 전처가 반반하게 생겼다고 얼굴 믿고 여기저기 여우짓 하는 것 같은데, 그년이 유혹하지 않았다면 내 아들이 그년에게 넘어갔겠어? 네놈이랑 쓸데없는 대화를 하는 것도 시간이 아까워. 오늘 감히 이곳에 혼자 쳐들어왔다니, 네놈을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야.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죽고 싶다면 당장 무릎 꿇어!”서강빈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 이내 그의 눈빛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네. 이씨 가문에서 사람 됨됨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모양인데 내가 오늘 이덕용 어르신 대신 당신을 제대로 혼쭐내주겠어.”서강빈은 가슴에 쌓인 분노가 극에 달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개자식! 네가 뭐라고 감히 아버지를 대신해서 나를 혼쭐내?”이향연은 분노가 끓어올라 노발대발했다.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짝’ 소리와 함께 빗속에 선 서강빈은 허공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이향연은 뺨을 맞아 순식간에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녀는 또 허공에서 몇 바퀴를 구르다가 ‘펑’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이어서 그녀의 처절한 비명이 별원 안에 울려 퍼졌다.옆에서 지켜보던 호위대 무사들은 눈앞에서 일어난 이 모든 일을 어안이 벙벙한 채 바라보기만 했다.서강빈이라는 자가 이렇게 거침없을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향연을 쓰러 눕히다니!게다가 이향연은 이씨 가문의 아가씨이자 이덕용 어르신이 가장 아끼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막내딸이었다. 성회에서는 그야말로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존재였다.그런데 서강빈이 그런 이향연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이향연은 바닥에서 천천히 몸을
쿵쿵.호위대 무사들은 잇따라 바닥에 쓰러지면서 피가 흘러내리는 다리를 끌어안고 비명을 질렀다.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눈 깜짝할 사이에 호위대 무사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진 광경을 보고 이향연은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리고 공포에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이때 서강빈은 우산을 거두고 이향연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이향연은 두려운 마음에 뒷걸음질 치면서도 서강빈을 향해 큰소리를 질렀다.“개자식, 짐승만도 못한 개자식! 감히 나를 때려? 나 이향연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감히 내 몸에 손을 댄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나, 성회 이씨 가문의 아가씨야. 내 아버지는 이씨 가문의 이덕용이라고! 지금 당장 나에게 무릎 꿇고 빈다고 해도 난 절대 네놈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네놈뿐만 아니라 그 여우 년도 모두 죽여버릴 거야!”이향연은 분노가 끓어올라 목이 쉴 정도로 울부짖었다.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서강빈의 귀싸대기뿐이었다. 그녀는 또 한 번 바닥에 쓰러 눕혀졌는데 얼굴은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었다.“이씨 가문을 빌미로 협박하면 내가 겁먹을 줄 알아? 오늘 당신이 해인이에게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사과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어! 이씨 가문 사람들을 부른다고 한들 오는 족족 때려눕힐 거라고! 당신 아버지이자 그 고고한 이씨 가문의 이덕용 어르신이 와도 난 두렵지 않아!”서강빈은 말을 마친 후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이향연에게 다가가며 귀싸대기를 때리려고 했다.잔뜩 겁을 먹은 이향연은 안에 있던 진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진뢰 씨, 살, 살려주세요! 이놈을 제발 죽여주세요!”“멈추지 못할까!”천둥과 같은 굉음이 안에서 울려 퍼졌다. 잇따라 진뢰가 걸어 나왔다.바닥에 쓰러 누운 채 얼굴이 피범벅이 된 이향연을 보고 진뢰는 잠깐 얼어붙더니 이내 버럭 화를 냈다.“무엄하도다! 여기가 어디라고 네놈이 행패를 부려? 감히 이향연 씨에게 손을 대? 정말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려는 모양이구나!”진뢰가 목소리를 높였다.서강빈은
“건방진 놈!”분노가 끓어오른 진뢰가 호통을 쳤다. 그러자 그의 주위로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옆에서 뒷짐을 지며 말없이 서 있던 류천은 덤덤한 얼굴로 서강빈을 바라봤다.“네 이놈, 죽기 싫으면 얼른 무릎 꿇고 진뢰 형님에게 사과해. 아니면 형님의 주먹 한 방으로 네놈은 바로 죽음을 맞이할 거라고.”류천은 거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진뢰가 누구던가?삼십육 문의 천강문에서도 이름난 존재가 아니던가!아홉 개 문파의 열여덟 명과 맞붙어도 승리했고 천강문 문주의 가장 우수한 제자 다섯 명 중의 한 명, 즉 천강문 5대 호걸이었다!그런 사람이 송주에서도 실력이 보잘것없는 놈을 상대로 승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게다가 진뢰는 무도계의 실력 랭킹에서도 언더 랭킹 32위였다!무도계의 실력 랭킹은 스카이 랭킹, 챌린지 랭킹, 언더 랭킹으로 나뉜다. 챌린지 랭킹은 방금 입문한 무자들의 실력을 가르는 랭킹이고, 언더 랭킹과 스카이 랭킹이야말로 진정한 강자들이 꿈에서라도 오르고 싶은 랭킹이었다. 언더 랭킹과 스카이 랭킹에 오를 수 있는 무자들은 무도계의 가장 뛰어난 인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언더 랭킹은 총 100위까지 있는데 진뢰가 32위에 올랐다는 건 그의 실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충분히 보여준다.물론 스카이 랭킹에 오르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총 13개의 자리밖에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무도계 13대 호걸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도 않은 채 무술만을 연마하곤 한다.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 분명 무도계에 피바람을 일으킬 것이다.“서강빈이라고 했지? 나 진뢰는 함부로 사람을 괴롭히지 않아. 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이향연 씨에게 머리를 열 번 박으면 내가 대신 용서해달라고 사정해 볼 수도 있는데.”진뢰가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천강문 5대 호걸인 그가 이런 애송이를 상대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진뢰는 지금 내경대성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그는 두 달 전 이미 세미 마스터의 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