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이향연은 표독스러운 표정을 보이며 진뢰에게 말했다.“진뢰 씨, 저놈의 목숨만은 남겨두세요,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잘 괴롭힐 테니까.”같은 시각, 진뢰의 천강권을 보고서도 서강빈은 전혀 겁을 먹지 않았는지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4년이 지났는데도 천강문은 전혀 달라진 게 없군. 이미 4년 전에도 당신네 문주에게 말했었지만 천강권은 위력이 어마어마하나 그 힘이 오로지 한 곳에만 집중되었다는 게 단점이야. 그러면 주먹을 제외한 나머지 신체 부위는 타깃으로 삼기 딱 좋거든.”서강빈은 말을 마친 후 바닥을 힘껏 내딛더니 칠성보로 쉽사리 진뢰의 주먹을 피했다.진뢰의 주먹은 그대로 서강빈의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그 위력에 휘몰아치던 강풍은 얼굴이 쓰라릴 정도로 강력했다.진뢰는 서강빈이 자신의 주먹을 피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잠깐만!칠성보!방금 칠성보를 사용한 거야?진뢰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낯빛이 어두워졌고 잇따라 얼굴도 극도로 겁에 질려 창백해졌다.천의문!칠성보는 천의문의 보행법이었다!그런데 서강빈이 어떻게 칠성보를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천의문은 무도계의 구종십팔부, 삼십육 문 중에서도 제일 가는 종가였다!하지만 천의문에는 세대마다 단 한 명의 후계자밖에 없었다. 몇 년 전에 천의문의 마지막 후계자는 구종십팔부와 삼십육 문의 문주에게 모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무패의 전적을 거뒀었다.그리고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천의문의 마지막 후계자는 종적을 감췄다.‘설마 저놈이 천의문의 그 후계자란 말이야?’진뢰가 아직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서강빈은 이미 출격했다. 그는 진뢰의 복부를 향해 바로 주먹을 날렸다.“펑!”굉음이 울려 퍼졌다.진뢰는 방어를 하기도 전에 가슴에 주먹을 한 대 맞고 피를 토하더니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명치의 갈비뼈도 순식간에 십여 개가 부러졌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향연과 류천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무려 천강문의 진뢰가 서강빈의 주먹을 맞고 날아가
서강빈은 차가운 얼굴로 이향연을 바라보며 얼음장처럼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송해인의 전남편이야.”말 한마디로 그의 입장을 밝혔다.그는 송해인의 전남편으로서 오늘 송해인 대신 복수를 하러 온 것이다.그 말을 들은 이향연은 겁에 질렸다.서강빈에게서 전해지는 무서운 기운에 이향연은 감히 함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진뢰 씨, 얼른 일어나요, 얼른 일어나라고요!”이향연이 큰 소리로 외쳤다.하지만 바닥에 쓰러진 진뢰는 갈비뼈가 십여 개 부러져 꼼짝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서강빈의 신분을 알게 되었으니 그는 차마 일어날 수도 없었다.상대는 천의문의 소문주다! 구종십팔부와 삽십육 문의 문주에게도 패배한 적 없는 전설적인 존재란 말이다.진뢰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향연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자신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서강빈을 향해 손을 휙휙 내저었다.“오지 마! 오지 말라고!”“내가 말했던 것 같은데. 만약 당신이 오늘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해인이가 받은 고통을 백 배로 되갚아주겠다고.”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이향연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성회 이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언제 한 번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겠는가?안 돼!절대 굴해서는 안 돼!이향연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서강빈은 이미 몇 미터 앞까지 다가왔다.이향연은 겁에 질려 마구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내가 다시 한번 말하는데 네놈이 감히 내 몸에 손을 댄다면 분명 내일까지 살 수 없을 거야! 난 성회 이씨 가문의 아가씨이고, 내 아버지는 이덕용이라고! 감히 내 몸에 손을 댄다면 네놈은 물론이고 네놈의 전처, 그리고 친구들까지 모두 이씨 가문의 보복을 당할 거야!”“보복?”서강빈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씨 가문이 나선다면 나도 같이 놀아줄 의향이 있어. 다만 해인이가 겪은 고통과 괴롭힘을 당신도 오늘 똑같이 당하게 될 거야.”“그... 그게 무슨 뜻이야?”겁에 질린 이향연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서강
“참, 사람 찾아 은침을 꺼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마. 이 세상에서 그 은침을 풀 수 있는 사람은 없거든.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쉽사리 손을 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친 후 서강빈은 별원을 떠났다.잇따라 안에서 이향연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이씨 가문 호위대 무사들은 재빠르게 이향연을 안아 들고는 별원을 떠나 병원으로 향했다.같은 시각, 성회 이씨 가문에도 송주의 소식이 전해졌다.이씨 가문 저택 안.이씨 가문의 가주인 이덕용은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한 노인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선생님, 제가 몇 년을 더 살 것 같습니까?”이덕용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면서 공손하게 물었다.백발 머리에 손에 염주를 쥔 박원재는 수염을 쓰다듬더니 품속에서 금빛을 띤 비단 상자를 꺼낸 후 이덕용에게 건넸다.“이덕용 씨, 이건 우리 백현문 문주가 제련해낸 회춘단입니다. 이덕용 씨에게 5년의 수명과 젊어진 용모를 줄 수 있죠.”“회춘단이요? 5년 젊어질 수 있다고요?”이덕용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두 손으로 그 비단 상자를 들고는 두 눈을 반짝였다.5년의 수명이라니!이덕용은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이를 되돌릴 능력은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있어서 수명을 늘리는 건 더없이 중요한 일이었다.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는 법은 아니기 때문에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마음은 사치로 느껴졌다. 그런데 박원재가 한 번에 수명을 5년이나 늘릴 수 있는 회춘단을 줬으니 이덕용은 어떻게 기쁘지 않겠는가!“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이덕용은 흥분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부하를 시켜 은행카드 한 장을 가져오게 한 후 공손하게 박원재에게 건넸다.“이 카드 안에는 200억이 들어 있습니다. 제 성의이니 선생님께서 부디 받아주시길 바랍니다.”박원재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은행카드를 도포 안에 챙겼다.“별말씀을요. 5년 뒤에 제가 다시 회춘단 한 알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네! 그러죠!”이덕용은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그러면 수명
권효정은 조급한 마음에 저택 안을 왔다 갔다 했다.성회 이씨 가문은 절대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특히 이씨 가문의 가주인 이덕용은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이씨 가문은 성회에서 네 개의 명문 가문 중 하나였기 때문에 성회 25%의 자금을 장악하고 있었다.이씨 가문의 이덕용은 슬하에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었다. 큰아들은 용국 군사구역의 장군으로서 지위가 높았고 5만 병사를 다스리고 있었다. 둘째 아들은 성회 정치계의 비서실장으로 성회에서는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그리고 이향연은 이덕용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막내딸이었다.그런데 서강빈이 그런 이향연을 반쯤 죽을 때까지 때렸다니.도대체 왜?권효정이 다급하게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시녀가 바로 대답했다.“아가씨, 저도 방금 들은 얘기인데 이향연 씨가 사람 시켜 서강빈 씨의 전처인 송해인 씨를 회사에서 잡아갔다고 해요. 송해인 씨가 금봉황회관에 끌려간 후 채찍을 수십 대나 맞아 온몸이 상처투성이로 되었고, 심지어 얼굴에 수많은 칼자국 상처가 났대요. 이 일을 알게 된 서강빈 씨는 화난 마음에 복수를 하러 이향연을 찾아갔고, 그래서 이 일들이 일어난 거죠.”그 말을 들은 권효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면 강빈 씨는 해인 씨를 위해서 이 일들을 저질렀다는 거야?”“네, 그렇다니까요.”시녀가 불만의 목소리로 대답했다.“전처를 위해 이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손을 대다니, 서강빈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권효정은 눈썹을 찌푸리다가 곧바로 시녀에게 명령을 내렸다.“차를 준비해, 지금 당장 이씨 가문으로 가야겠어.”“아가씨, 왜 그래요?”시녀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물었다.권효정이 대답했다.“당연히 강빈 씨를 구하러 가지.”“아가씨, 미쳤어요?”시녀가 일침을 가했다.“서강빈 씨가 전처를 위해 이씨 가문의 아가씨를 때리고 이씨 가문에 밉보이게 되었는데 그런 서강빈 씨를 구하러 간다고요? 아가씨가
두 부하가 바로 입구 앞에 서면서 권효정의 앞길을 막았다.“엄마, 왜 그러세요?”권효정은 다급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 손이란만 빤히 쳐다봤다.손이란은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든 넌 이곳을 절대 떠날 생각을 하지 마.”권효정의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그녀는 순간 차가운 얼굴을 보였다.“엄마, 어떻게 말씀하시든 저는 반드시 강빈 씨를 구하러 가야 해요. 강빈 씨가 위험에 빠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요.”그리고 권효정은 다시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손이정의 두 부하는 다시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꺼져!”권효정은 대표님다운 카리스마를 선보였지만 두 부하는 꿈쩍하지 않았다.“짝짝.”권효정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귀싸대기를 날리며 목소리를 높였다.“꺼지라고 했잖아!”두 부하는 얼떨떨한 얼굴을 보이더니 잔뜩 겁을 먹었는지 양옆으로 물러섰고, 권효정은 곧바로 자리를 뜨려고 했다.하지만 뒤에 있던 손이란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두 부하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철호, 용수, 듣거라. 만약 효정이가 오늘 이곳에서 한 발짝이라도 나가게 된다면 앞으로 두 사람 모두 내 손에 죽을 줄 알아.”그 말에 두 부하는 더 고민할 겨를도 없이 다시 한번 권효정의 앞길을 막고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아가씨. 부디 발걸음을 옮겨주십시오.”“감히 내 앞길을 막아?”권효정은 잔뜩 화가 났기 때문에 표정이 얼음장처럼 싸늘했다.두 부하는 대답 없이 가만히 있었다.“내가 오늘 꼭 여기를 떠나겠다면 두 사람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네.”권효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고는 앞을 향해 걸어갔다.철호와 용수는 눈을 마주쳤다. 그렇다고 그들은 정말 권효정에게 손을 쓸 수도 없어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저희를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철호가 말했다.권효정은 계속 차가운 얼굴을 보이며 앞으로 걸어갔다.철호는 미간을 구기더니 나중에는 어쩔 수 없는지 한숨을
이덕용을 따라왔던 박원재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병상에 누운 이향연을 보며 물었다.“이덕용 씨, 혹시 우리 백현문의 도움이 필요해요?”“괜찮아요. 감히 나 이덕용의 딸을 건드리다니, 그놈더러 대가 치르게 해야죠.”이덕용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박원재가 잠깐 고민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저에게 말씀하세요. 저도 일단 이곳에 잠시 머무르겠습니다.”“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이덕용이 공손하게 말하고는 또 뭔가를 떠올렸는지 다급하게 물었다.“선생님, 혹시 백현문에 상처를 치료하는 단약과 흉터를 제거하는 단약이 있을까요?”“네. 만약 필요하시다면 제자보고 가져오라고 하면 됩니다.”이덕용은 바로 허리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그럼 선생님께 부탁할게요.”박원재는 고개를 끄덕인 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이때 한 부하가 들어오고는 작은 목소리로 이덕용에게 상황 보고를 했다.이덕용은 얼굴색이 확 변하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건방진 놈, 무술을 좀 할 줄 안다고 거만해진 것 같은데. 우리 이씨 가문이 정말 이대로 가만히 있을 줄 알았나?”목소리를 높인 후 이덕용은 다시 목을 가다듬고는 물었다.“천강문의 진뢰도 그놈에게 패배한 게 확실해?”“네, 어르신, 확실합니다. 제가 두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천강문의 진뢰 씨가 그놈에게 주먹 한 방을 맞더니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으면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류천 씨도 겁을 먹었는지 줄행랑을 쳤고요.”부하가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의 말을 들은 이덕용의 낯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서강빈이라는 놈이 그래도 좀 실력이 있나 보군.’천강문의 진뢰에 대해서 이덕용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언더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무도계에서도 대단한 실력을 가진 인물이다.하지만 그런 사람이 서강빈에게 주먹 한 방으로 패배했으니 서강빈의 무술 실력도 꽤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덕용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지자 박원재가 말했다.“제가
“괜찮으니까 나가. 내가 알아서 약을 바를게. 지금 초라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송해인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서강빈은 숨을 깊게 내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어떤 모습이든 난 절대 널 싫어하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송해인은 흠칫하더니 얼굴을 가린 이불을 천천히 내리고는 예쁜 두 눈을 보이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정말이야?”“당연하지.”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였다.송해인은 서강빈을 와락 안고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서강빈은 그녀가 자신을 안고 있도록 내버려뒀다.“나쁜 놈, 정말 나쁜 놈이야...”송해인은 울음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며칠 동안의 억울한 마음과 오늘 겪은 일로 그녀는 감정이 폭발해 30분이 지나고서야 겨우 진정했다.송해인은 갑자기 서강빈과 이혼한 사실을 떠올리며 그와 살짝 거리를 뒀다. 그리고 눈물을 닦으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서강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송해인에게 약을 발라주기 시작했다.약을 바를 때마다 송해인은 극심한 고통에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그녀의 얼굴에 난 십여 개의 칼자국을 보며 서강빈은 내심으로는 자책과 미안한 마음을 느꼈다.“미안해, 다 내 탓이야. 나 때문이 아니었다면 네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서강빈은 그녀에게 약을 발라주며 사과했다.송해인은 고개를 돌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하다고 말할 것 없어. 네가 밉긴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게 네 잘못은 아니야.”잠시 후, 서강빈은 송해인의 상처에 모두 약을 발랐다.그리고 장내에는 다시 고요한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송해인은 침대에, 서강빈은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두 사람은 무슨 얘기를 꺼낼지 몰라 침묵을 지켰다.한참 망설이다가 송해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게, 방금 어디 갔다 왔어? 문밖의 이상한 할아버지한테 들었는데 이씨 가문의 이향연 씨를 찾아갔다며? 어떻게 한 거 아니지? 그분은 성회 이씨 가문의 아가씨라고. 만약 그 사람의 미움을 사게
“엄마, 태호야, 여긴 무슨 일로...”송해인이 의문스러운 얼굴을 보였다.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아차하며 다급하게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가리려고 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양미란은 송해인에게 다가가 얼굴을 가리기 위해 끌어당긴 이불을 덥석 잡고는 다급하게 물었다.“해인아, 얼굴이 왜 이래? 어디 한 번 봐봐.”“엄마, 나 괜찮아요.”송해인은 그 와중에 계속 얼굴을 숨기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들킨 이상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숨겨지는 게 아니었다.상처투성이인 얼굴과 등을 보며 양미란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어느 못된 놈이 이런 거야? 누가 우리 귀한 딸을 이렇게 만들었냐고?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당장 가서 그 사람을 잡아 올게. 산 채로 가죽을 벗겨도 내 분이 풀리지 않을 거라고!”자식이 상처투성이인데 엄마로서 가슴이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송해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양미란은 고개를 돌리더니 서강빈을 노려보며 물었다.“서강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네가 해인이를 때린 거야? 감히 우리 딸을 때려? 네놈의 가죽을 벗겨버릴 거야!”양미란은 곧바로 서강빈에게 귀싸대기를 때리려고 하자 서강빈은 미간을 구기며 낯빛이 어두워졌다.송해인이 다급하게 그녀를 말렸다.“엄마, 강빈이가 그런 거 아니에요. 좀 가만히 있어요.”양미란을 서강빈을 노려보다가 고개 돌려 송해인에게 또 말했다.“엄마한테 말해, 도대체 누가 이런 거야? 겁도 없이 감히 우리 딸에게 손을 대? 내 눈에 띄기만 해봐, 반드시 죽여버리겠어!”송해인은 주저하다가 대답했다.“엄마, 이 일은 모르고 있는 게 좋을 거예요. 제가 알아서 잘 해결할게요.”“우리한테 숨길 셈이야? 송해인, 너 미쳤어? 네 얼굴에 난 칼자국을 봐봐, 남은 평생 흉터를 달고 살아갈 수도 있는데 엄마인 나보고 가만히 있으라고?”양미란이 다급하게 말했다. 혹시라도 딸이 머리까지 다쳐 사리 분별을 할 수 없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송태호도 맞장구를 쳤다.“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