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66화

작가: 서인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2-21 12:08:51
송해인은 멈칫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고 일어나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말했다.

“알아.”

송해인은 방금 서강빈이 떠날 때의 눈빛이 얼마나 실망스럽고 단호했는지 잘 알고 있다. 마치 칼처럼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그리고 서강빈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전에 그녀는 성공적인 시업을 추구했고 송주 비지니스계의 여왕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많은 걸 포기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혼 후 송해인은 자신이 서강빈을 떠날 수 없는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너의 꿈을 이루는 거야.”

도정윤이 말했다. 그러자 송해인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대답했다.

“알아. 혼자 있고 싶어.”

그리고 송해인은 돌아서서 혼자 덩그러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원 옥상으로 갔다.

병실 안의 사람들은 모두 초조했다.

도정윤이 돌아오자 양미란이 물었다.

“정윤아, 해인이는?”

“옥상에 있어요.”

도정윤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듣자 양미란은 마음이 초조해 났다.

“아이고, 해인이가 나쁜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 가자. 빨리 올라가 보자.”

그러자 도정윤은 양미란 등 사람들을 가로막으면서 말했다.

“아줌마, 가지 마세요. 그냥 혼자 있게 놔두세요.”

“아까 당신들이 속인 걸 잊지 마세요. 지금 올라가면 오히려 해인이한테 더 나쁜 자극이 될 거예요.”

양미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애는 왜 우리가 자기를 위하는 걸 모를까?”

옥상에서.

송해인은 가장자리에 앉아 두 손을 짚고 두 다리를 허공에 띄우고 있었다.

그녀의 하얗고 초췌한 뺨에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찬바람이 스치면서 그녀의 눈물을 말리고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러다가 송해인은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릎을 껴안고 머리를 파묻은 채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

서강빈은 가게에 돌아가지 않고 권효정더러 자신을 가게 문 앞에 내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택시를 잡고 이상한 할아버지네로 갔다.

밤이 깊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서강빈   제267화

    가게 안에서.잠시 앉아 있다가 서강빈은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자 이상한 할아버지는 갑자기 문서를 꺼내 서강빈에게 던졌다.“한번 봐봐. 방금 찾은 네 어머니에 관한 단서들이야.”서강빈은 어리둥절해하더니 얼른 문서를 열어 훑어보았다.이상한 할아버지는 여유 있게 말했다.“네 어머니가 서씨 가문에서 쫓겨난 후 송주에 온 적이 있어. 왜 왔는지는 아직 조사해 내지 못했어.”“하지만 조사하다 보니 내 부하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어떤 사람들이 네 어머니를 죽이려고 쫓아다녔대. 네 어머니가 가지고 나오지 말아야 할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면서.”서강빈은 눈썹을 구기며 안색이 변했다. 그리고 살의가 솟구치는 목소리로 물었다.“그게 누군데요?”“아직 찾아내지 못했어.”이상한 할아버지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서강빈은 눈살을 찌푸리고 문건을 꽉 쥐면서 말했다.“찾으면 제일 먼저 알려주세요!”그러자 할아버지는 부채를 흔들며 대답했다.“너는 말이야. 먼저 코앞의 문제부터 해결해.”서강빈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뜻을 알아챘다.“될 대로 되라고 하죠.”서강빈은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참 그리고, 병을 치료하는 약재를 빨리 구해올게요.”그러자 할아버지는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급하지 않아. 나는 이미 살 만큼 살았어. 죽든 살든 다 괜찮아. 다만 내가 죽은 후 이 천용전을 봐줄 사람이 없어 그게 걱정이야.”“젊은이, 아니면 자네가 내 천용전을 물려받게나.”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단칼에 거절하였다.“저는 싸우고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말을 끝내고 서강빈은 자리를 떠났다.할아버지는 멀어져가는 서강빈의 뒷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이 자식아, 네가 싫어도 좋아도 다 네가 물려받아야 해. 이 천용전은 너 말고 다른 사람에게 줄 수가 없어.”말이 끝나자 몸매라인이 예쁜 검은 실루엣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났다. 그녀는 검은색 옷을 입고 포니테일을 묶은 채 문에 기대어 두 손을 가슴에 두르고 있었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명의 서강빈   268화

    서강빈이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 천인 제약에서 직접 협력안을 말했다.“만약 이 마스크팩 판매권을 저희에게 양도한다면 저희는 100억을 제시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10%의 이익 배당금과 연간 배당금, 예비 예산을 드릴 거고요. 서 대표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매년 200억을 받을 수 있죠.”“만약 서 대표님이 양도를 원치 않으신다면 저희 천인 제약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같이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할 겁니다. 다만 그러면 30%의 이윤만 드릴 수 있고요. 예빈 예산으로는 매년 150억 정도 받으시게 될 겁니다.”양도하면 200억이고 협업하면 150억이다.솔직히 매우 높은 가격이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충분히 설렐 수 있는 가격이었다.천인 제약이 송주에서의 시장 점유율도 훌륭하니 말이다.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큰 유혹이 될 만한 조건이다. 이로써 경제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하지만 서강빈은 단칼에 거절하였다.“죄송합니다. 양도도 협업도 하지 않겠습니다.”그러자 상대방이 조급해졌다.“서 대표님은 가격이 너무 낮아서 마음에 안 드신 겁니까? 그러면 가격을 제시해 주세요. 저희 회사 내부에서 상의해 보겠습니다.”서강빈은 이런 대화조차 너무 귀찮았다.“가격 문제가 아니라 이 마스크팩은 제가 알아서 판매할 겁니다. 얼마를 팔던 그건 제가 해야 할 몫이니깐요. 양도도 협업도 하지 않겠습니다.”서강빈은 바보가 아니다. 그는 시장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만약 이런 대기업과 협력하게 된다면 많은 의사 결정권을 잃게 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서강빈이 무엇을 하려 해도 모두 수포가 될 것이다.제일 중요한 것은 천인 제약과 비오 그룹은 갈등을 겪고 있는 사이이다. 만약 천인 제약과 협력하게 된다면 송해인이 일부러 그녀와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서강빈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알겠습니다. 대표님 생각이 이렇게 확고하시다면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죠. 그래도 서 대표님께서 다시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명의 서강빈   제269화

    비오 그룹.송해인은 사무실에 앉아있다. 이세영이 기쁜 표정으로 부랴부랴 들어왔다.“대표님, 우리 마스크팩이 드디어 1위로 올라갔어요! 2등이랑 판매량 차이가 1배 남짓합니다!”이세영은 무척 흥분되고 기뻤다. 이 기세로라면 비오 그룹이 출시한 이번 파스크 팩으로 비오 그룹이 스킨케어 업계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질 수 있게 된다!송해인은 데이터를 보더니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홍보와 마케팅에 더 힘을 부어. 새날 내에 전국 판매 순위 골든 차트로 들어가야 해!”골든 차트는 스킨케어 업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골든 차트에 오른 모든 브랜드는 거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그리고 더 나아가 새로운 스킨케어의 시대를 이끌 것이다.“이미 제가 다 시켰습니다.”이세영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송해인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이세영에게 암묵의 칭찬을 보냈다. 이세영은 서류 처리에 몰두하는 송해인을 보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물었다.“대표님, 어젯밤일, 화 안 나셨죠?”“어젯밤, 무슨 일?”송해인은 머리를 들고 덤덤하게 웃었다. 그러자 이세영은 얼른 화제를 바꿨다.“아, 아니에요.”송해인은 방긋 웃더니 말했다.“가서 일해. 오후에 스케줄이 있을 텐데.”“네. 비즈니스 스케줄이 있는데 대표님이 한번 가줘야 할 것 같습니다. 천인 제약에서도 올 겁니다.”이세영이 대답했다. 천인 제약과 비오 그룹은 철천지원수이다.송해인은 천인 제약에서 온다는 말을 듣고 얼굴을 약간 찡그렸지만 고개를 끄덕이었다.“알았어.”이세영은 한숨을 내쉬고 돌아서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그러자 송해인이 갑자기 물었다.“아참, 서강빈 회사의 그 마스크팩은 어떻게 됐어? 지금 몇 위야?”이세영은 이 질문을 예측이라도 한 듯 미리 프린트한 데이터를 송해인에게 건네면서 조롱과 놀라움이 섞인 어조로 대답했다.“지금 9위입니다. 솔직히 예상을 벗어났어요. 사용자 후기에 따르면 서강빈이 출시한 정빈 마스크팩이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하지만 이제 9위여서 우리를 따라잡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명의 서강빈   제270화

    그 뜻인즉 10명이 정빈 마스크팩을 사용해 봤다면 9명은 구매할 거란 뜻이었다.그야말로 역대급 구매율이다!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비오 그룹이 출시한 마스크팩도 고작 60%에 불과하다!하지만 바로 이 60%의 구매율로 이미 2위 30%의 구매율을 멀찌감치 따돌렸다!조병철은 심호흡하더니 온몸의 피가 끓어올랐다!이런 구매율을 유지하면 정빈 마스크팩은 조만간 5위 심지어 3위 안에 들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1위인 비오 그룹을 밀어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때 부하직원들이 달려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팀장님, 악플 재료는 이미 준비됐습니다. 언제부터 올릴까요?”조병철은 미간을 찌푸리고 손에 들고 있던 USB를 보더니 대답했다.“잠깐만 기다려. 나랑 먼저 효정 제약에 다녀오자.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정빈 마스팩의 판매권을 따내자!”이것은 캐쉬카우다!거대한 캐쉬카우!조병철에겐 승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이번 기회를 잡을 수만 있다면 그는 마케팅 부서의 총책임자로 승진할 가능성이 매우 크게 된다.그리고 천인 제약도 더 큰 시장을 개척할 것이다.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조병철은 부하직원을 데리고 허둥지둥 차를 몰고 효정 제약으로 출발했다....효정 제약.서강빈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조병철을 보고 직원에게 차를 두 잔 따르라고 했다.“서 대표님. 제가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정빈 마스크팩 협력에 대해 얘기하러 왔습니다. 우리 천인 제약과 협력하기만 한다면 이 마스크팩은 시장을 휩쓸고 엄청난 판매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그리고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큰 재산이 될 것입니다.”조병철은 거대한 상업 판도로 서강빈에게 희망을 세워주려고 했다. 그는 자세히 흥분하면서 묘사했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의 말을 끝까지 들고 거절했다.“죄송합니다. 조 팀장님.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저희는 누구와도 협력하지 않습니다.”“...”조병철은 흠칫 놀라더니 재빨리 미소 지으며 말했다.“서 대표님, 섣부르게 결정하지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명의 서강빈   제271화

    “선의의 경고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송주에 유명하고 실력 있는 제약회사는 몇 개뿐이니깐요. 저희 천인 제약과 협력하면 대표님은 절대 손해 볼 일이 없을 겁니다.”조병철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의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그럼 조 팀장님이 아마 실망하실 것 같네요. 저는 협박받는 것을 제일 싫어하거든요.”“조 팀장님의 뜻을 알았으니 이젠 돌아가세요.”그러자 조병철은 화가 치솟아 올랐다. 그는 책상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서 대표님! 좋은 말로 할 때 말 좀 들읍시다! 우리 천인 제약에 미움을 산다면 결코 좋은 결말이 없을 거예요!”“2년이 넘었는데도 천인 제약은 계속 이 꼴이네요.”서강빈이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차갑게 말했다.“서 대표님, 무슨 뜻이죠?”조병철의 얼굴색은 어두워졌다.“우리 천인 제약이랑 전에 아는 사이세요?”“잘 알지는 못하지만 천인 제약의 이런 더러운 수단을 다 보긴 했죠.”서강빈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러자 조병철은 뻘쭘해하면서 입을 열었다.“서 대표님이 예전에 천인 제약과 어떤 인연이었든 제가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 저는 오늘 해야 할 말을 다 했고요.”“어떻게 결단할지는 대표님의 몫입니다.”그리고 조병철은 USB를 꺼내 들고 흔들면서 말했다.“이 안에는 정빈 마스크팩에 대한 악플이 들어있습니다. 만약 모든 소비자를 잃고 싶지 않다면 우리 협력안을 잘 고려해 보세요.”“만약 대표님이 여전히 협력하지 않으려고 하면 죄송합니다만 저는 당신을 송주 의약계에서 내쫓을 방법이 백 가지는 있습니다!”조병철은 협박하고 일어서 떠나려고 했다.이때 서강빈이 갑자기 말했다.“조 팀장님, 계약서를 가져가셔야죠.”그 말을 듣자 조병철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서 대표님, 정말 천인 제약의 적이 되실 겁니까?”조병철이 차갑게 물었다.“적까지는 아니고 그저 협력하기 싫을 뿐입니다.”서강빈은 무서운 게 없다는 듯이 당당하게 말했다.“좋아요! 역시 서 대표님의 용기가 남다르군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명의 서강빈   제272화

    조병철이 사악하게 웃는 것을 듣더니 서강빈이 덤덤하게 되물었다.“조 팀장님이 그러시면 제가 두려워할 것 같나요? 저를 건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컨트롤까지는 아니고 단지 경고하는 거죠. 우리 천인 제약은 이런 실력과 수단이 있다고. 당신을 송주에 발도 못 디디게 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거죠!”조병철이 차갑게 말했다.“서 대표님, 이게 다 대표님을 위한 거잖아요. 돈을 받는 게 그렇게 싫으세요?”서강빈은 차갑게 웃었다. 아주 차갑게.그리고 고개를 젖히고 한숨을 내쉬며 눈빛에는 카리스마가 넘쳤다.“그러면 제가 생각을 좀 바꿔볼게요…”“드디어?”조병철은 조롱하듯이 웃었다. 그는 자기의 수단을 어떤 작은 회사도 감당할 수 없다고 자신만만했다.‘천인 제약과 대항하면 그건 주제넘은 짓이지. 죽을 짓을 찾아서 하는 거잖아!’“서 대표님, 잘 생각하셨습니다. 매년 600억, 거저 받는 거잖아요!”조병철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지금 계약서를 가지고 가겠습니다.”하지만 서강빈은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조 팀장님.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제 뜻은 정빈 마스크팩은 어떤 제약회사와도 협력할 수 있지만 당신과는 못하겠다는 뜻입니다!”쿵!조병철은 당황하더니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차갑게 물었다.“무슨 뜻이죠?”“말한 그대로입니다.”서강빈은 덤덤하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조병철은 화가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욕을 퍼부었다.“이 씨발 새끼가 감히 나를 위협해?”“그래! 한번 해 보자. 언제까지 버티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보겠어!”“사람을 더 써서 악플에 힘써! 이러고도 누가 네 마스크팩을 사는지 봐야겠어!”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누군가에게 전화했다.“천인 제약을 조사해 줘!”서강빈의 눈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파산시킬 거야!”...가게에 돌아온 서강빈은 한정산을 찾아가 이상한 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할 약재를 구하려고 했다. 그때 흰색 포르쉐 911이 문 앞에 멈춰 섰다.문이 열리고 빨간 스커트를 입고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명의 서강빈   제273화

    “한철수, 천인 제약 회장. 송주 의약계에서 명성이 자자하죠. 자수성가하여 천인 제약을 오늘날 송주에서 손꼽히는 5대 제약그룹으로 만들었어요.”권효정은 계속 소개했다.“만약 권씨 가문이 송주에서 계속 발전하려면 현지 의약계에 있는 이런 건물들과 교류해야 해요.”“그리고 이 한철수와 우리 집은 인연도 조금 있죠.”서강빈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권효정은 서강빈의 눈치를 살피더니 눈썹을 치켜들고 물었다.“강빈 씨, 철수 어르신과 아는 사이세요?”“몰라요.”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아까 그 리액션은 천인 제약과 갈등이 있는 것 같던데요?”권효정은 의심스러운 듯 물었지만 서강빈은 웃으면서 대답하지 않았다.“아참, 강빈 씨. 이번에 강빈 씨를 데리고 온 것은 사실 철수 어르신의 병을 봐줬으면 해서요.”권효정은 머리를 넘기면서 웃었다.“병?”서강빈이 미간을 찌푸리자 권효정이 설명했다.“철수 어르신은 이미 60세를 넘으셨어요. 최근 어쩐지 몇 달 동안 건강이 좋지 않아 회사 경영에 참여하시지 않고 아들에게 모두 물려줬어요.”“강빈 씨 의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저에게 특별히 부탁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강빈 씨를 불러냈어요.”그러자 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식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했다.진찰!그때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향설 식당 앞에 정차하였다. 차에서 회색 양복 차림의 중년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는 사각형 얼굴형에 체구는 우람졌다. 그 남자는 재빨리 뒷좌석으로 가서 머리가 하얀 노인을 부축하면서 내려왔다. 노인은 개량 한복을 입고 있었고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몇 걸음만 걸어도 기침을 몇 번 하고 거센 바람에 휘청거렸다.“아빠, 정말 저 돌팔이 의사를 믿으세요?”“서강빈? 그자 이름을 들어본 적 있어.”“그의 의술이 정말 그렇게 대단합니까?”중년 남자는 노인을 부축하며 수상쩍은 표정으로 물어봤다.노인은 기침을 몇 번 하고 지팡이를 짚으며 말했다.“이미 왔으니 한번 시도해 봐야지. 효정 아가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 명의 서강빈   제274화

    한철산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아버지.”하지만 서강빈을 바라보는 한철산의 눈빛은 여전히 경시와 의심으로 가득 찼다.그때 권효정이 말했다.“어르신, 대표님, 강빈 씨의 의술은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송주에서 절대 강빈 씨보다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그래요? 효정 아가씨. 보아하니 서 신의를 아주 많이 믿는 것 같습니다.”한철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권효정은 그의 말투에 신경을 쓰지 않고 서강빈을 사랑스럽게 쳐다봤다.“네, 저는 믿어요.”“그럼 오늘 제대로 봐야겠네요. 효정 씨가 이렇게 믿는 서 신의가 도대체 어떤 놀라운 의술을 가졌는지.”한철산은 서강빈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서강빈은 처음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고 덤덤하게 앉아 있었다. 이때 한철산이 자기를 쳐다보는 걸 눈치채자 서강빈이 입을 열었다.“만약 대표님이 제 의술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지금 돌아가세요.”그러자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한철산의 얼굴색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주위의 공기마저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이 자식!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한철산은 화를 내며 책상을 내리쳤다.권효정도 당황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가 이렇게 긴장하고 어색할 줄은 몰랐다.“대표님, 죄송합니다. 강...”권효정이 얼른 변명하려 했지만 서강빈이 그녀의 말을 자르고 덤덤하게 말했다.“알아듣지 못했으면 제가 한 번 더 말하죠. 치료하지 않겠습니다!”헉!한철산은 화가 풀리지 않았다.“앉아!”한철수가 엄하게 말했다. 그러자 한철산도 하는 수없이 다시 자리에 앉으며 서강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한철수는 한숨을 쉬더니 웃으면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신의, 죄송합니다. 우리 아들이 성격이 불같아서요. 이해해 주세요.”서강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한철수는 말을 이어갔다.“서 신의께서 효정 씨를 봐서라도 제 병을 좀 봐주세요. 금액은 제가 섭섭하지 않게 드리겠습니다.”이 병은 한철수를 이미 몇 달 동안 괴롭혔다. 그동안 명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최신 챕터

  • 명의 서강빈   제843화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 명의 서강빈   제842화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 명의 서강빈   제841화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 명의 서강빈   제840화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 명의 서강빈   제839화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8화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 명의 서강빈   제837화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 명의 서강빈   제836화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5화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