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식, 아주 배짱이 좋군. 오늘 아버지의 병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봐야겠어.”한천산은 위협적인 어조로 차갑게 말했다.그러자 서강빈이 덤덤하게 웃었다.한철수는 한철산을 노려보며 말했다.“철산아, 무례하게 굴지 마!”그러더니 한철수는 서강빈을 보면서 조급하게 물었다.“서 신의, 그럼 이 병을 어떻게 치료합니까?”서강빈은 한철수를 바라보더니 덤덤하게 대답했다.“철수 어르신, 이 병을 치료하는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명의가 속수무책 했던 것은 의술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병의 근원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근원? 그럼 근원이 뭐죠?”한철수가 공손하게 물었다.서강빈은 한숨을 내쉬며 그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가리키며 말했다.“근원은 바로 이 지팡이 위에 있습니다.”그러자 모두 조용해졌다.모두 서강빈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한철수가 들고 있던 검은색 금남목 지팡이를 쳐다봤다.지팡이가 근원이다?한철수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리고 지팡이를 요리조리 봤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그러자 한철산은 화를 내며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야? 한 사람 병의 근원이 지팡이일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이놈아, 우리가 쉬워 보여?”권효정은 예쁜 큰 눈을 깜박이며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책상 밑에서 다리로 서강빈을 문질렀다. 그리고 조용하게 물었다.“강빈 씨, 지금 장난치는 거 아니죠? 정말 저 지팡이 때문이에요?”“네!”서강빈은 확신에 찬 듯 고개를 끄덕이며 권효정의 다리를 피했다.방금 그녀가 다리를 문지르는 바람에 서강빈은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이 여자가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하네.’‘이런 스킨십에 남자들이 쓰러진다는 걸 모르네?’이번에는 줄곧 공손하게 서강빈을 대하던 한철수마저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봤다.권효정의 체면을 보지 않았다면 한철수는 아마 이미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서 신의, 혹시 제가 늙어서 쉽게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쿵!그 말을 듣자 한철산의 얼굴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소리를 질렀다.“이 자식아! 그게 무슨 뜻이야?”산 사람이 부장품을 쓰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다.서강빈은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부장품이라 하면 반드시 음침한 살기에 물들기 마련입니다. 철수 어르신이 방금 들어오신 순간부터 저는 이 지팡이가 지닌 원한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그 당시 이분도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은 아니겠지요.”“만약 철수 어르신이 계속 이 지팡이를 쓰게 된다면 보름도 지나지 않아 제가 장담하건대 어르신은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 이 지팡이의 손잡이에 검은 자주색 반점이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그것은 아마도 피일 것입니다. 엄청난 원한을 품은 피요.”서강빈이 말을 마치자 한철수은 놀라서 온몸을 벌벌 떨며 급히 지팡이에서 손을 떼고 손잡이를 자세히 보았다. 정말 검은 자주색 핏자국이 보였다!“이 자식이 어디서 지랄이야. 우리 아버지를 속여? 이 지팡이에 무슨 원한이 있을 수 있겠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네!”한철산은 화가 치솟아 올라 벌떡 일어서면서 서강빈에게 소리를 질렀다.그는 이렇게 미신으로 사람을 현혹하는 사기꾼을 제일 싫어하였다!한철산은 권효정이 서강빈의 이런 속임수에 속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었다.권효정은 한철산이 화를 내자 얼른 다독이었다.“대표님, 진정하세요. 강빈 씨가 이렇게 말했으면 이 지팡이는 분명 문제가 있을 겁니다.”“어르신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우리 버립시다.”한철산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불쾌하게 말했다.“효정 아가씨는 이 망나니 녀석을 그렇게 믿으세요?”“네. 믿습니다.”권효정은 망설임 없이 대답하며 웃었다. 그리고 그녀는 머리를 넘기며 서강빈을 사랑스럽게 쳐다봤다.그러자 서강빈은 부끄러운 듯 코를 만졌다.한철산의 얼굴색은 어두워졌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효정 씨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믿지 않습니다!”“아버지, 저희 그만 갑시다!”한철산이 화를 냈다
향설 식당 앞은 아수라장이 되었다.한철수는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한철산은 끊임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제발요...”“뭐해? 빨리 구급차 불러!”한철산은 경호원들을 향해 소리쳤다.그러자 놀란 경호원들도 급히 구급차를 불렀다.“대표님, 저희가 너무 먼 곳에 있어 구급차가 여기로 오려면 반 시간도 넘게 걸립니다. 그리고 오는 길도 막히고요.”경호원이 조급하게 말했다.한철산은 그 말을 듣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반 시간? 그러면 아버지 죽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거야?!”한철산이 소리를 쳤다.경호원들은 모두 놀라서 입을 꾹 닫고 고개를 숙였다.이때 용감한 경호원 한 명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대표님, 어쩌면 그분이 회장님을 구하실 수 있습니다!”“누구? 어디에 있어?! 네가 아는 사람이야? 빨리 불러!”한철산은 매우 조급해 났다.그러자 그는 말을 얼버무리며 대답했다.“사실 그 사람은 대표님도 방금 만났던 사람...”“내가?”한철산은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경호원은 3층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아까 룸에 있던 그자 말입니다.”쿵!한철산은 흠칫 놀랐다.그 자식... 그렇네!아까 떠날 때 서강빈은 한철수가 여기를 떠나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말 서강빈의 말대로 되었다!서강빈이 말한 건 모두 진짜일까?만약 사람을 속이는 거면 어쩌지?한철산이 머뭇거리자 경호원이 말했다.“대표님, 시간이 없습니다. 어쩌면 정말 회장님을 구할 수 있잖아요?”“만약 그가 속임수를 쓰고 헛소리를 친다고 하여도 대표님은 그를 혼낼 방법이 있잖아요.”한철산은 그 말을 듣자 결단을 내렸다.“빨리 아버지를 모시고 3층으로 가자!”경호원들은 재빨리 의식을 잃은 한철수를 모시고 3층으로 향했다.이때 서강빈과 권효정은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었다. 권효정은 손목에 찬 몇억짜리 시계를 보면서 물었다.“강빈 씨, 이미 4분이 지났어요. 철산 대표님이 정말
“제 뜻은 아주 간단합니다. 만약 어르신을 구하고 싶으면 공손하게 강빈 씨에게 부탁하세요.”“만약 강빈 씨가 그런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시면 지금 당장 돌아가고요. 저도 시체를 마주 보면서 식사하고 싶지 않습니다!”“그리고 강빈 씨를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이건 제 충고입니다!”권효정은 강력하게 말했다.그 순간, 부잣집 아가씨의 도도한 카리스마와 패기 넘치는 여 대표님의 모습이 모두 그녀에게서 드러났다.“좋아요!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그러자 한철산은 서강빈을 바라보며 마음속의 화를 억누르고 공손하게 말했다.“서 신의, 제발 아버지를 살려주세요.”한철산은 처음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봤다.한철수를 살리는 일이 너무 중요했기 때문이다.“싫습니다.”하지만 서강빈은 단칼에 거절했다. 그의 대답을 듣자 한철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인마,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서강빈은 느릿느릿하게 말했다.“무릎 꿇고 빌어요.”“너!”한철산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저 자식한테 무릎을 꿇어?!’‘미친 거 아니야.’하지만 이때 혼수상태이던 한철수가 검은 피를 뿜어내더니 갑자기 기운이 더 없어지기 시작했다. 곧 죽을 것만 같았다.한철산은 속이 바글바글 타기 시작했다.하지만 서강빈은 덤덤하게 말했다.“대표님, 1분이란 시간을 줄게요.”“1분 뒤에 제가 나서지 않으면 어르신은 정말 죽게 됩니다.”“그때가 되면 하나님이 내려와도 어르신을 구할 수 없을 겁니다.”그 말을 듣자 한철산은 움찔하더니 고민 끝에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빌었다.“서 신의, 제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아버지를 구해주세요!”만약 서강빈이 정말 한철수를 구할 수만 있다면 무릎 정도는 꿇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구하지 못한다면 한철산은 모든 수단을 써서 서강빈을 향설 식당에서 살아 나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강빈 씨, 그럼 어르신을 한번 구해줄까요?”권효정은 한철산이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서강빈을 달랬다. 서강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철수 곁으로 오더니 손을 들어 그
한철수가 깨어나자 한철산은 얼른 다가가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아버지? 깨어났어요? 어떠세요? 어디 아픈 데는 없어요?”“짝!”한철수는 한철산의 뺨을 후려치면서 혼을 냈다.“꿇어! 얼른 서 신의에게 사죄해!”한철산은 어리둥절해졌다... 아버지가 깨어나자마자 자기 뺨을 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아버지, 왜 이러세요?”한철산은 믿기지 않는 듯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러자 한철수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차갑게 말했다.“내 말 못 알아듣겠어? 무릎 꿇고 서 신의에게 사과해!”“만약 서 신의가 아니면 나는 이미 죽었어!”한철산이 움직이지 않자 한철수가 계속 말했다.“만약 네가 꿇지 않으면 회사 내의 모든 직무를 내려놔! 그리고 한씨 가문의 상속권까지 박탈할 거야!”그러자 한철산이 당황했다. 그제야 사태의 중요성을 알아차렸다.한철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강빈에게 무릎 꿇고 사죄했다.“서 선의 죄송합니다. 전에는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서 신의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의 무지와 경솔함을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한철산이 말하자 한철수도 허약한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서강빈에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였다.“서 신의, 저를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아까 서 선의가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저세상으로 갔을 겁니다.”서강빈은 무릎을 꿇고 있는 한철산 부자를 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저는 효정 씨의 체면을 봐서 구해준 것뿐입니다. 인사를 하려면 효정 씨에게 하세요.”그러자 한철수는 얼른 권효정에게 인사했다.“효정 아가씨, 감합니다. 한씨 가문과 권씨 가문의 협력안은 제가 당장 추진 시겠습니다.”“어르신 별말씀을요.”권효정은 웃으면서 말했다.“철수 어르신, 강빈 씨가 어르신을 구했으니 강빈 씨에게 보답이라도 해야 하지 않아요?”권효정은 매우 똑똑했다. 서강빈이 이렇게 공을 들여 한철수를 구했는데 한씨 가문에서 뭔가를 보답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하하하, 그럼요. 저희가 당연히 고마움을 표시해야죠.”한철수는 웃으면서 한
그러자 서강빈은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맨손으로 지팡이를 부러뜨렸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몇십억 되는 검은색 금남목으로 된 지팡이가 두 동강이 났다.“그걸 부러뜨렸어요?”그건 몇십억 가치가 되는 소장품이었다!그러나 잠시 후, 한철산과 한철수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강빈은 지팡이의 빈 부위에서 백골 한 마디를 꺼냈다!아!백골을 보자 한철산, 한철수 그리고 권효정은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건 뭐지?”한철산 어리둥절해졌다.“제 추측이 맞는다면 이건 전조 왕 작위를 받으셨던 그분의 뼈입니다.”서강빈이 대답했다. 말이 끝나자 모두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강빈 시, 정말이에요? 이게 사람 뼈라고요?”권효정은 겁에 질린 듯 서강빈 뒤에 숨어 그의 옷을 잡아당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네.”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었다.한씨 부자의 얼굴색도 너무 안 좋았다. 그들은 지팡이에 사람의 백골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비록 그들이 귀신을 믿지 않더라도 지팡이에서 백골이 숨겨져 있는 걸 보니 이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서 신의, 아니. 서 선생, 어떡하죠?”한철수가 긴장하듯 물었다.“철수 어르신, 제 짐작이 맞다면 어르신은 최근 몇 달 동안 어지럽고 눈이 침침하고 졸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매일 밤 악몽을 꾸고 한낮인데도 늘 추위를 느끼시죠?”그 말을 듣자 한철수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서 선생, 정말 신이시군요. 똑같습니다.”“역시 그렇군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러자 한철수가 계속 물었다.“서 선생, 그러면 제 병이 정말 이 뼈와 관련이 있습니까?”“네.”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러면 어떻게 치료해야 합니까?”“태워야 해요.”서강빈은 덤덤하게 말했다.그리고 사람을 시켜 화로를 가져오게 한 뒤 바로 그 뼈를 화로에 던져버렸다.펑!그 순간 불꽃들이 뭉치면서 큰 불덩이로 되더니 폭발하였다.더 무서운 것은 화로 안에서 회색 기체가 생기면서 방 안을 휘젓고 다녔다
같은 시각, 향설 식당.조병철이 부하들을 데리고 묵묵히 서 있었다.“팀장님, 이 일 정말 한 대표님께 보고해야 하나요?”부하가 걱정스레 물었다.조병철이 말했다.“이건 회사 발전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일이야. 만약 우리가 정빈 마스크팩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마케팅팀 팀장의 자리는 내 것이 될 거야.”“그렇게 되면 8팀 팀장은 네가 되겠지.”그 말에 부하는 흥분했다. 그는 비위를 맞추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감사드립니다, 팀장님. 앞으로 팀장님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겠습니다!”“하하하!”조병철은 크게 웃으면서 흐뭇한 얼굴로 부하의 어깨를 토닥였다.조 팀장이라는 호칭이 그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그러다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한 조병철은 급히 전화를 받더니 굽신거리면서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분부하실 게 있으십니까?”전화 건너편에서 건방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조병철, 정빈 마스크팩은 어떻게 됐어? 우리랑 협력하겠대?”“도련님, 그쪽이 아주 고집이 세더라고요. 아직도 동의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조금 손을 써놨는데 이제 곧 동의할 겁니다.”조병철은 내시처럼 웃으며 말했다.“빨리 해결하도록 해. 난 할아버지 생신 때 이걸 선물로 드릴 생각이거든.”전화 건너편의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네, 네.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 제가 해결하겠습니다.”조병철이 웃으며 말했다.곧 전화가 끊겼고 조병철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부하가 다급히 물었다.“팀장님, 도련님인가요?”조병철은 고개를 끄덕인 뒤 안색이 달라져서 말했다.“시간이 없어. 임무를 빨리 완수해야지. 네가 서둘러야 해.”“알겠습니다.”부하가 대답했다.“하지만 팀장님, 효정 제약의 서강빈이 정말 우리 말에 따를까요?”부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조병철은 차갑게 코웃음치면서 말했다.“당연하지. 송주에서 우리 천인 제약과의 협력을 거절할 사람은 없어.”“감히 우리와 협력하지 않아? 그러면 서강빈은 송주 의약 업계에서
“거기, 이 자식 다리를 부러뜨려서 무릎 꿇게 해!”헉!조병철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경호원 한 명이 다가와서 퍽퍽 소리 나게 때려 조병철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다.털썩 소리와 함께 조병철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괴로운 얼굴로 울부짖었다.“한 대표님,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전 모두 회사를 위해서...”“헛소리하지 마!”한철산은 버럭 화를 내면서 고함을 질렀다.“우리 천인 제약의 명성이 너 같은 빌어먹을 놈 때문에 더럽혀졌다고!”“서 선생님이 어떤 분인 줄 알아?”조병철은 넋이 나갔다. 그는 괴로운 가득한 얼굴로 서강빈을 바라보며 외쳤다.“그냥 작은 회사 사장일 뿐인데...”퍽!한철산이 달려들어 조병철의 뺨을 때렸다. 조병철은 바닥에 쓰러졌고 한철산을 노여움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뭐 눈에는 뭐만 보이다더니! 조금 전에 서 선생님께서는 우리 아버지 목숨을 구하셨어! 그런데 감히 멋대로 서강빈 씨를 위협해? 죽고 싶어?”“지금부터 넌 천인 제약에서 해고야!”“이놈 밖에 내다 버려.”한철산이 차갑게 말했다.조병철은 그제야 자신이 어떤 사람의 미움을 샀는지 알게 되었다.그는 곧바로 울부짖으면서 외쳤다.“아닙니다, 대표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이 모든 건 제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아니라...”그러나 조병철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경비원이 그를 질질 끌고 가서 거리에 내던졌다.룸 안에서 한철산은 몸을 돌려 서강빈에게 미안한 어투로 말했다.“서 선생님, 죄송합니다. 회사에서 저런 놈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만약 저희 천인 제약과 협력하실 생각이라면 천인이 공짜로 홍보를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손을 내저었다.“다음에 얘기하죠. 다른 일 없으면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서강빈이 떠나려 하자 한철산이 급히 말했다.“서 선생님, 잠시만요.”“왜요? 무슨 볼일 있으신가요?”서강빈이 물었다.한철산은 정중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서 선생님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오늘 오후에 송주에서 의약 업계 비즈니스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