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을 떠돌던 스승님이 그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서강빈은 일찍 죽었을 것이다.천의문으로 간 서강빈은 스승님에게서 의술과 무도, 그리고 각종 현술과 수행법문을 배웠다.겨우 3년 사이 서강빈은 천의문에서 가장 걸출한 제자가 되어 스승님의 뒤를 이었다.그는 용국 무도 현문 중, 9개의 종문, 18개의 부, 36개의 문파 등을 압도해서 그들이 4년간 머리를 들지 못하게 했다.그 4년은 용국 무도 각 문파의 가장 어두운 시기라고 할 수 있었다.젊은 무도 천재들은 전부 서강빈을 우러러보았다.그러나 3년 전, 서강빈은 스승님의 명령을 받고 자취를 감추었고 그로 인해 각 문파는 조금 숨을 쉴 수 있었다.그런데 오늘 서씨 집안은 결국 그를 찾아냈고 서강빈이 마음속에 오랫동안 묻어놓았던 기억을 다시 꺼내게 했다.“서씨 집안.”“어르신.”“아버지?”서강빈은 자조하듯 처량하게 웃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한기가 감돌았다.그동안 서강빈은 몰래 어머니의 행방을 찾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지금도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지 못했다.그런 생각이 들자 서강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에서 나왔고 한 약초를 파는 오래된 가게를 찾았다.안으로 들어서자 가게 안의 대나무로 엮은 의자에 머리숱이 적고 백발이 성한 노인이 느긋하게 부채를 흔들며 옆 탁상 위에 놓인 라디오를 듣고 있는 게 보였다.노인은 누가 왔는지를 아는 것처럼 덤덤히 말했다.“지난 반년간 찾아본 자료는 서랍 위에 놓여 있어.”서강빈은 자료를 들어 옆에 앉아서 보았다. 곧이어 그는 한숨을 내쉬며 서류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물었다.“아직 못 찾은 거예요?”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어려워. 당신 네 어머니는 서씨 집안을 떠난 뒤로 종적을 감췄어. 시간도 많이 흘러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야.”“게다가 너도 알다시피 서씨 집안에서 계속해 네가 어머니를 찾는 걸 방해하고 있어.”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한기가 감도는 눈을 빛내면서 한숨을 쉬었다.“방금 전에 서씨 집안에서
같은 시각, 송주 항구에서 백 리 떨어진 바다 위에서 거대한 크루즈가 송주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한표 형님, 저 앞이 바로 송주 항구입니다. 앞으로 두 시간 뒤면 도착할 겁니다.”부하 한 명이 뱃머리에 서 있는 우람한 체구의 중년 남성에게 정중하게 말했다.그 중년 남성은 검은색 무복을 입고 있었는데 등 뒤에 빨간색으로 무영문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남자는 몸집이 크고 꼿꼿하며 마치 예리한 검처럼 뱃머리에 서 있었다.파도가 세서 선체가 좌우로 흔들렸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주변 갑판에는 등 뒤에 무영문이라는 세 글자가 적힌 흰색 무복을 입은 부하들이 있었다.다들 해외 무영문의 제자였다.“너무 늦어!”이때 중년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그의 한기가 감도는 시선은 백 리의 거리를 지나 맞은편에 있는 송주 항구에 닿았다.“난 먼저 가보겠어. 너희는 계획대로 항구에 도착하도록 해.”중년 남자가 말했다.사람들은 당황했다.먼저 간다고?이곳은 바다 위인데!같이 배를 타고 가지 않겠다니, 헤엄쳐서 갈 생각인 걸까?부하가 물으려고 할 때, 남자의 두 다리가 무거워지는 것 같더니 펄쩍 뛰어올랐다. 그는 마치 폭탄처럼 무려 7, 8미터 정도 떠올랐다가 바다로 추락했다.“어르신!”“스승님!”갑판 위 사람들은 대경실색해서 다급히 수면을 향해 큰 소리를 그를 불렀다.바다로 뛰어든 걸까?그러나 이내 그들의 얼굴 위로 충격 받은 표정이 떠올랐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이어진 장면을 그들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중년 남성은 수면 위에 서 있었다. 그의 발밑에서 바람이라고 나오는 건지 그는 수면을 디디며 나아갔다.그가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수면 위로 엄청난 물보라가 일었다.그는 순식간에 마치 빠르게 내달리는 크루즈처럼 맞은편의 송주 항구로 향했다.사람들은 연신 감탄했다.“세상에! 역시 어르신이야. 이 정도면 대가의 실력이 아닐까?”“물 위를 걷다니, 참으로 무시무시해...”“사형, 정말 멋지십니다!”배 위에서는 잠깐의
“저게 뭐죠? 속도가 너무 빠른데요? 요트일까요?”“정표 어르신은 크루즈를 타고 온다고 하지 않았나요?”송진구는 의문이 생겼다. 그는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흰 물결이 점점 더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그제야 수면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뭔지를 깨달았다.“아니, 저건 사람이야!”“세상에, 저 사람 바다 위를 걷고 있어.”“이... 이게 무슨 일이지...”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빠르게 접근하는 흰 물결과 검은색 형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그리고 수백 미터쯤 되어서야 그들은 그것이 사람임을 발견했다.유 거장은 놀란 듯 말했다.“대단하네요! 대단해요! 오늘 밤부터 송주는 송진구 어르신의 구역이 될 겁니다!”“수면 위를 걷다니!”“정한표의 실력은 이미 대가의 경지입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면 위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뛰어올랐다. 순간 10여 미터 되는 물보라가 튀어 올랐고 그는 마치 신선처럼 허공에 솟구친 뒤 빠르게 떨어졌다.쿵 소리와 함께 정한표의 두 발은 항구의 시멘트 바닥을 안전하게 밟았다.한 줄기 파도가 그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졌다.그리고 바닥에는 충격 때문에 균열이 생겼다.그곳은 적막이 감돌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너무 무시무시했다.사람이 맞을까?송진구도 겁을 먹고 몸을 흠칫 떨었지만 그는 이내 앞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전 송진구라고 합니다. 정한표 어르신께서 해외에서 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마중 나왔습니다.“얼른 인사해야지!”송진구가 소리치자 뒤에 있던 그의 부하들이 일제히 외쳤다.“안녕하십니까?”정한표는 미간을 꾸긴 채 눈앞의 송진구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날 알아?”“정한표 어르신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오늘 보니 역시나 비범하십니다. 저 송진구는 부하들과 제 명의의 모든 산업을 정한표 어르신께 드릴 수 있습니다.”송진구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이것은 도박이었다.
비오 그룹 대표 사무실.송해인은 서류를 정리하다가 전화를 한 통 받았다.“여보세요?”송해인은 낯선 번호에 눈살을 찌푸렸다.전화 건너편에서 사나운 목소리가 들렸다.“송해인 씨 맞죠?”“네. 누구세요?”송해인이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서강빈 씨 당신 남편이죠? 그 사람 저희 진구 어르신을 건드렸으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선우 빌딩으로 와서 사죄하라고 해요!”전화 건너편에서 싸늘하게 말했다.송해인은 안색이 달라지더니 뭔가를 떠올리고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송해인은 정신이 딴 데 팔렸다.서강빈이 다른 사람을 건드렸다고?진구 어르신?송진구?송해인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송진구라는 말에 송해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송주에서 황규성 바로 밑에 있는 송진구는 수단이 아주 악랄했다.서강빈이 송진구를 건드리다니?송진구가 서강빈을 상대한다면 서강빈은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이 비서!”급한 마음에 송해인이 곧바로 문밖을 향해 외쳤다.“대표님, 무슨 일이세요?”이세영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나랑 같이 선우 빌딩에 다녀와야겠어.”송해인이 말했다.“선우 빌딩이요? 거긴 송주 송진구 어르신의 구역이잖아요. 거기에는 왜 가시는 거예요?”이세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송주의 송진구는 무자비한 인간이었고 사람을 죽일 때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는다고 한다.게다가 그가 하는 일도 위험했다.“송진구 어르신이랑 얘기를 나눠봐야겠어.”송해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송진구 어르신이랑 얘기를 나눈다고요? 비즈니스 관련인가요? 하지만 우리는 송진구 어르신이랑 협력한 적이 없는데요?”이세영은 더욱 어리둥절해졌다.송행인이 말했다.“비즈니스는 아니고 조금 전에 연락을 받았는데 서강빈이 진구 어르신을 건드렸다고 해. 그래서 얘기 좀 나눠보려고.”“뭐라고요? 서강빈 씨가 진구 어르신을 건드렸다고요?”이세영이 놀라면서 다급히 설득했다.“송 대표님, 바보 같은 일 하지 마세요. 서강빈 씨가 송진구 어르신을 건드렸는데 그게 대표님이랑 무슨 상관
책임자는 그 말을 듣자 보고를 올린 뒤 말했다.“송 대표님이셨군요. 따라오세요.”말을 마친 뒤 송해인은 책임자를 따라서 5층에 있는 송진구의 개인 룸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가니 음험한 얼굴에 여위어 보이는 남자가 소파 위에 앉아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섹시한 몸매에 비키니를 입은 여자가 그의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송 대표, 역시 송주의 미인답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더니, 아주 미모가 엄청나구먼.”송진구는 안으로 들어온 송해인을 히죽거리면서 훑어봤다.송해인은 숨을 들이마신 뒤 앞으로 두 걸음 나가서 허리를 살짝 숙였다.“어르신, 안녕하세요. 전 서강빈 씨를 위해서 온 거예요.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송 대표님이 이렇게 일편단심인 줄은 몰랐어. 무능력한 전남편을 위해서 혼자서 여기까지 오다니 말이야.”송진구는 음흉한 눈빛으로 웃으면서 말했다.“말해봐. 송 대표는 어쩔 생각이지?”송진구는 말하면서 송해인을 샅샅이 훑어봤다.송해인은 정말 여신처럼 아름다운 여자였다.날씬한 허리와 봉긋한 엉덩이, 풍만한 가슴과 길게 쭉 뻗은 다리를 보면 그 어떤 남자도 참지 못할 것이다.송해인이 다급히 말했다.“진구 어르신, 서강빈이 무슨 짓을 해서 어르신의 심기를 거스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제 전남편이니 한 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르신께서 서강빈을 봐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하하하, 책임을 진다고?”송진는 음산하게 냉소했다.“송 대표, 송 대표는 자기 전남편이 어떤 인물을 건드린 건지 아직 모르나 보네. 이 일은 송 대표가 책임진다는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송진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송해인은 미간을 구기며 떠봤다.“서강빈이 어르신을 건드린 게 아닌가요?”“난 건드렸으면 난 송 대표 체면을 봐서 살려줬을 거야. 하지만 서강빈이 건드린 건 정한표 어르신이야!”송진구는 차갑게 말했고 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정한표 어르신이요?”송진구 같은 송주의 거물이 어르신이라고 부르
“...”송해인은 안색이 달라지더니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송진구 어르신,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송 대표, 송 대표도 알 텐데? 못 알아들었으면 좀 더 똑똑히 말할게. 전남편을 구하고 싶으면 나랑 자. 이제 알아듣겠어?”송진구가 웃으며 말했다.“솔직히 얘기해서 송 대표가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난 송 대표랑 자고 싶었어.”“송 대표 같은 최상의 여자가 심지어 회사 대표라는데 자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송 대표는 다리도 길어서 그 다리로 내 허리를 감싸면 아주 기분이 좋을 거야.”송진구는 음흉하게 웃으면서 송해인의 몸을 계속 훑어봤다.그 말에 송해인은 안색이 달라지면서 동공이 떨렸다. 그녀는 무척 화가 났다.그녀는 송진구 같은 거물이 이렇게 천박한 말을 할 줄은 몰랐다.“송진구 어르신, 지금 나랑 장난하시는 거예요?”송해인이 차갑게 말했다. 그녀의 안색도 싸늘했다.“지금 내가 장난하는 것 같아?”송진구는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송 대표, 난 절대 농담은 하지 않아. 전남편을 구하고 싶다면 우선 나랑 자야 해.”말을 마친 뒤 송진구는 음흉한 눈빛으로 송해인을 쳐다보았다.“지금 나랑 자지 않고 다시 찾아와서 나랑 자겠다고 하면 그때는 송 대표 전남편이 이미 죽었을 수도 있어.”“그러니까 송 대표, 잘 고민해 봐. 고민 끝났으면 옷 벗고.”“모르겠다면 오늘 선우 빌딩을 떠날 생각은 하지 마. 송 대표도 들어올 때 봤겠지? 1층에 있는 사람들은 나랑 같이 생사를 함께 한 형제야. 그들은 송 대표랑 자는 게 기꺼울 거야.”말을 마친 뒤 송진구는 유유자적하게 소파에 기대앉아 눈앞의 송해인을 바라보았다.송해인은 당황했다.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호랑이굴에 들어왔음을 깨달았다.오늘 뭔가를 희생하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어르신, 이렇게 하는 거 신분을 실추시키는 격 아닌가요?”송해인이 물었다.송진구는 웃으며 말했다.“송 대표, 지금 나랑 장난해? 신분을 실추시킨다고? 무슨 신분?
송진구는 말하면서 손을 흔들어 부하들과 여자들에게 나가보라고 눈치를 줬다.큰 룸 안에는 음흉한 얼굴의 송진구와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는 송해인만 남았다.송진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송해인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는 자신의 벨트를 풀면서 히죽거렸다.“송 대표, 당신 같은 미인이라니. 참을 수가 없네. 우선 그 작은 입으로 날 기쁘게 해봐.”“오, 오지 말아요!”송해인은 겁에 질려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가방에서 이세영이 준 호신용 스프레이를 꺼내 뿌렸다.“아아아! 내 눈...”송진구는 눈을 가리고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문밖에 있던 그의 부하들은 룸 안에서 들려오는 송진구의 비명을 들었다.“미친, 어르신 아주 격렬한 플레이를 하시나 본데?”한 부하가 히죽거리면서 말했다.“네가 뭘 알겠어. 어르신은 매번 아주 다양하게 논다고. 저번에 한 여자는 탈수까지 왔었다니까...”다른 한 부하가 말했다.같은 시각, 룸 안에서 송진구는 두 눈이 빨갛게 부었다. 그는 송해인의 뺨을 때리면서 화를 냈다.“빌어먹을, 천박한 년! 고마운 줄도 모르고!”곧이어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송해인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그녀를 소파 쪽으로 끌고 갔다.송해인은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자기 치마를 사수하려 했다....십 분 전, 선우 빌딩 입구에서 이세영은 초조하게 송해인을 기다렸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미 30분이 지났다.“세상에, 대표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이세영은 초조해졌다.그녀는 고민하다가 서강빈에게 전화를 걸었다.가게 안에서 물건을 정리하던 서강빈은 전화를 받게 되었다.“서강빈 씨, 지금 당장 선우 그룹으로 와요. 송 대표님이 위험해요!”이세영이 다급히 말했다.“송해인이? 무슨 말이야?”서강빈이 미간을 구기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무슨 말이냐고요? 당신이 송 어르신을 건드려서 송 대표님이 위험을 무릅쓰고 송 어르신을 뵈러 선우 빌딩으로 왔어요! 그러니까 얼른 와요!”이세영이 다급히
서강빈은 이내 선우 빌딩에 도착했다.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멈춰! 넌 누구야? 누가 들어오라고 했지?”1층 홀에 있던 상의를 벗은, 문신한 건장한 남성이 서강빈을 향해 외쳤다.서강빈은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걸음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제기랄, 죽으려고!”문신한 남자는 화를 내면서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서강빈은 그를 보지도 않고 발을 들어 그 남자의 복부를 걷어찼다.그 순간, 남자의 뱃살이 출렁거렸고 헉 소리와 함께 남자는 새우처럼 몸을 말면서 날아가 홀 안의 기둥을 들이박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무려 4, 5미터 정도 날아갔다.곧이어 남자는 피를 토하면서 정신을 잃었다.그 광경에 홀 안에 난리가 났다.팬티만 입고 있는 문신을 한 건장한 남성들이 울부짖으면서 서강빈을 향해 달려들었다.“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 감히 선우 빌딩에서 행패를 부려?”“공격해!”그 순간 문신한 남자들 3, 40명이 서강빈을 향해 매섭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몽둥이를 휘둘렀다.서강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말했다.“난 소란을 피우러 온 것이 아냐. 내 전처를 풀어줘!”“제기랄, 우리 선우 빌딩에 전처를 찾으러 왔다고? 죽으러 온 거겠지!”한 남자가 화를 내며 서강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퍽!서강빈은 몸을 비틀면서 손을 들었다. 그는 커다란 손바닥으로 상대방의 주먹을 쥐었고 상대방은 꿈쩍도 못 했다.남자는 눈빛이 살짝 달라졌고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콰득 소리와 함께 뼈가 부러졌다. 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사람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 같네.”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남자를 걷어찼고 날아간 남자는 4, 5명의 사람을 쓰러뜨렸다.“X발, 죽여!”그 광경에 남자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서강빈을 향해 달려들었다.서강빈도 지지 않고 마치 호랑이가 산에서 내려오듯 맹렬한 기세로 돌진했다.그의 주먹에서 살기가 느껴졌다.퍽퍽퍽!잠시 뒤, 30여 명의 남자들이 전부 홀에 쓰러졌다. 다들 팔이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