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효정은 덤덤히 웃으며 고개를 돌려 무대 아래를 바라보더니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러분, 다음으로 제가 여러분께 권씨 집안의 두번째 파트너를 소개하겠습니다.”“제 눈에 이분은 단순한 파트너가 아닙니다. 이분은 저희 할아버지를 구해주신 생명의 은인이자 저희 권씨 집안의 귀인이기도 합니다!”그 말에 무대 아래가 소란스러워졌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권씨 집안의 파트너가 되고 권효정의 마음에 든 사람이라면 앞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다.게다가 권씨 집안 어르신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라니.엄청난 타이틀이었다.누군데 운이 이렇게 좋단 말인가?그 순간 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다. 다들 권효정이 말한 파트너의 신분을 추측했다.“진 대표님, 그 귀인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권씨 집안 어르신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라니... 엄청난데요.”이세영은 부러움과 놀라움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진기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낮게 말했다.“난 모르지.”그러나 그는 그 말을 내뱉으며 무대 아래 구석 쪽에 있는 서강빈을 바라봤다..과연 서강빈일까?“하지만 전 아마 진 대표님일 거라고 생각해요!”이세영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홀 안에 권씨 집안의 눈에 들 수 있는 건 젊고 유능한 진기준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진기준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난 권씨 집안 어르신을 구한 적이 없어. 이 비서가 괜한 생각하는 거야.”“그래요? 그러면 누구죠?”이세영은 예상 밖이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봤다.진기준의 안색도 살짝 달라졌다. 어쩐지 서강빈을 보고 있을수록 그일 것 같았다.그러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능한 서강빈이 어떻게 권효정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별 볼 일 없는 그의 의술로?이때 홀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의논과 기대 어린 눈빛 속에서, 무대 위 권효정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두 번째 파트너는 이제 막 효정 의약 회사를 창립한 서강빈 씨입니다!”곧이어 권효정은 애정 가득한 눈길로 구석 자리에 있는 서강빈을
“권씨 집안 아가씨가 요즘 남자랑 만나다던데. 파트너는 무슨, 권씨 집안 아가씨가 서강빈을 위해 만든 핑계일 뿐이야.”“그러게. 서강빈은 무능력한 쓰레기잖아.”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다. 다들 서강빈을 같잖게 생각하고 얕봤다.그들 같은 거물은 당연히 서강빈처럼 여자에게 기대어 권력을 얻는 남자를 싫어했다.사람들 사이에서 이세영과 진기준은 최선을 다해 서강빈을 모욕했다.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제비라든가, 능력이 없다든가 하는 말들로 말이다.이내 서강빈의 평판이 떨어졌다.무대 위 권효정은 옅은 미소를 짓더니 서강빈에게 다가가 그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기쁜 얼굴로 사람들에게 소개했다.“서강빈 씨는 저희 권씨 집안의 은인이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말을 마친 뒤 권효정은 안색이 살짝 달라진 송해인을 향해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 마치 소유권을 주장하듯 말이다.송해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지지 않겠다는 듯이 흰 턱을 쳐들면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힐끗거렸다.마치 당신이 마음에 들어 하는 남자는 내가 버린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순간 무대 위에서 스파크가 튕기는 것 같았다.서강빈은 두 여자 사이에 끼어서 굉장히 난처하고 무안했다.‘둘이 뭐 하는 거야?’결국 서강빈은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 했다.권효정은 싱긋 웃으며 일부러 송해인을 자극했다.“송 대표님, 서강빈 씨가 송 대표님 전남편이라면서요?”그녀의 말에 현장이 떠들썩해졌다.권효정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서강빈과 송해인의 관계를 들추어낼 줄은 아무도 몰랐다.송해인은 미간을 구기며 짧게 대답했다.“네.”“그러면 송 대표님은 저와 서강빈 씨가 협력하는 걸 신경 쓰지 않겠네요?”권효정이 웃으며 물었다.송해인은 안색이 살짝 달라지더니 서강빈을 바라보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죠.”말을 마친 뒤 그녀가 먼저 서강빈을 향해 손을 뻗었다.“서 대표, 서 대표와 함께 권씨 집안의 파트너가 될 수 있어서 영광이야. 앞으로 잘 부탁할게.”서
뺨을 맞은 이세영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눈앞의 권효정은 무려 권씨 집안 아가씨였다.이세영은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뺨을 부여잡고 다급히 사과했다.“권효정 씨, 죄송합니다. 전, 저는...”송해인이 다가와서 서둘러 권효정에게 사과했다.“권효정 씨,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이 비서를 대신해 사과드리겠습니다.”권효정은 싸늘한 눈빛으로 송해인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송 대표님, 이제 저희 권씨 집안의 파트너가 되셨는데 부하를 잘 관리하셔야죠.”송해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나 그녀는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이세영을 노려보았다.이세영은 억울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뒤이어 권효정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그녀의 차갑던 표정이 순식간에 사르륵 녹았다. 서강빈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애정과 존경심이 가득했다. 권효정이 말했다.“서강빈 씨, 저랑 제 친구들 만나러 가요.”서강빈은 송해인을 힐끗 본 뒤 권효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곧이어 권효정은 사람들 앞에서 서강빈의 팔짱을 끼고 홀을 나서 다른 쪽으로 갔다.송해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몸을 돌린 뒤 원망 어린 눈빛으로 이세영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이 비서, 조금 전에 이 비서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대표님, 전 대표님을 위해서 그런 거였어요.”이세영이 설명했다.“서강빈 씨가 무슨 자격으로 권씨 집안의 파트너가 되는 거죠? 무슨 자격으로 송 대표님과 같은 지위를 누리냐고요.”“그냥 권효정 씨 마음에 든 것뿐인데 그게 뭐가 자랑할 게 있다고요.”이세영은 말하면 할수록 더욱더 화가 났다.송해인은 미간을 구기며 호통을 쳤다.“그만, 그 입 좀 다물어. 이 비서는 태도를 고치는 게 좋을 거야. 자기 신분을 잊지 마. 권효정 씨가 결정한 일에 우리는 토를 달 수 없어.”“오늘 일은 교훈이었다고 생각하고 당분간 반성해.”말을 마친 뒤 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이세영은 그 말을 듣더
서강빈은 권효정과 권씨 가문의 세력을 빌려 비오 그룹을 빼앗아 가려는 걸까?송해인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하인 한 명이 걸어오면서 말했다.“대표님, 저희 아가씨가 도착하셨습니다.”‘응?’송해인은 어리둥절해하면서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서 있는 권효정을 발견했다. 권효정은 너무 아름다웠고 매력적이었다.송해인은 긴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알았어.”그리고 권효정 쪽으로 걸어가더니 웃으면서 물었다.“효정 씨가 강빈이랑 같이 있을 줄 알았어요.”“강빈 씨가 일이 있다면서 먼저 갔어요.”권효정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송해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물었다.“그럼 효정 씨가 저를 찾아온 건 무슨 일 때문이죠?”“저는 대표님이 아직도 강빈 씨를 사랑하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권효정은 송해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겼다.송해인은 멈칫하더니 미간을 구기면서 말했다.“허허, 왜 그게 궁금하죠?”송해인은 미소로 당황함을 감추려 했다. 그러자 권효정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송해인을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제가 강빈 씨에게 대시를 하고 싶은데. 명분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요.”덜컹...송해인은 이 말을 듣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뿐이었다. 송해인은 머리를 넘기고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제가 확실하게 말할게요. 저는 이제 서강빈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효정 씨가 대시를 하든 말든 저랑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그럼 잘됐네요.”권효정이 웃자 송해인도 웃으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다른 일이 없으면 저는 이만.”“네. 없어요.”권효정은 깔끔하게 대답을 했다. 송해인이 뒤돌아서서 떠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멈춰서면서 권효정에게 물었다.“아참. 효정 씨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네. 편하게 물어보세요.”“예전에 효정 씨랑 내기를 했던적이 있었는데 서강빈을 도와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던게 기억이 나세요? 오늘 사업파트너가 된 이 일은 그러면 도와준 거라고 봐야 되나
이때 펜션을 떠난 지 얼마 안 되던 서강빈의 핸드폰이 울렸다. 송해인이 걸어온 전화였다. 서강빈은 왜 갑자기 전화했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순간 전화기 너머로 격렬한 부딪힘 소리가 들리더니 그다음 송해인의 비명까지 들려왔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발길을 멈췄다. 순간 주위에 공기마저도 급속히 냉각하는 것만 같았다!권효정은 서강빈 뒤에서 걷다가 갑자기 멈춰 선 서강빈을 바라봤다. 서강빈의 얼굴색이 너무 안 좋아지자 권효정은 긴장하면서 물어봤다.“강빈 씨,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이 소리의 정체를 알아냈다. 바로 차가 부딪치는 소리였다!그리고 마지막 쿵 소리는 무언가에 심하게 들이박은 소리 같았다. 그리고 서강빈은 아주 미약하게 들리는 송해인의 신음과 살려달라는 말을 들었다.“놔...놔요...”쿵!그리고 핸드폰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신호가 끊겼다.송해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순간 서강빈은 상황 파악이 됐다.그리고 재빨리 돌아서서 조급한 어조로 권효정에게 말했다.“효정 씨, 차 좀 빌릴게요!”“네? 네! 제 차는 저기에 있어요.”권효정은 차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서강빈은 빠르게 달려가 차를 타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빨간색 페라리가 우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180도를 돌더니 쏜살같이 튀어가면서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강빈 씨...”권효정은 소리를 쳤지만 이미 차는 멀리 떠났다.“여기로 모여!”권효정은 주위에 대고 소리를 쳤다.삭삭!순간 블랙 슈트를 입은 경호원들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면서 공손하게 권효정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아가씨, 말만 하세요.”“저 차를 따라가서 강빈 씨의 안전을 지켜줘!”권효정이 임무를 내렸다.“네!”슈트 차림의 경호원 두 명이 머리를 끄덕이면서 재빨리 차에 올라타 서강빈의 차를 뒤쫓아 갔다.그때 비오 그룹 문 앞에서 송해인을 기다리고 있던 이세영은 송해인이 보이지도
뚝! 전화가 끊겼다.서강빈은 페라리의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33호 펜션으로 향했다.빨간색 테마로 장식된 33호 펜션에서 제일 사치하고 호화스러운 방.소파에 앉아있던 윤혁수는 피투성이인 채로 쓰러져있는 송해인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확실히 예쁘네. 마침 또 처녀이니깐 수련하기에 아주 딱이네. 기존의 경지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 같군!”“자, 깨끗이 씻어서 치료 단약을 한 알 먹여주고 내 방으로 보내. 이따가 내가 맛볼 거야.”윤혁수는 매우 들떠있었다. 그는 송해인으로 서강빈을 위협하여 두 제자의 복수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송해인이 바로 수련에 최적인 보기 힘든 선천 영체이자 처녀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는 마침 윤혁수의 수련을 도울 수 있었으며 그에게 무도 대가의 경지로 들어설 희망을 안겨주었다!알다시피 윤혁수는 대가가 될 듯 말 듯 한 경지에서 칠 팔 년 동안 머물고 있었다.오늘 밤, 바로 돌파하는 그날이 될 것이다!이때 문이 확 열리면서 부하 한 명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면서 말했다.“윤 선생님,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려고 합니다!”“누구?!”윤혁수의 얼굴색은 어두워졌다.“서강빈입니다.”부하가 대답했다. 그러자 윤혁수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아이고, 빨리도 왔네. 따라 나와. 가서 한번 보자. 서강빈이 도대체 어떤 자식이길래 내 두 제자를 때려죽였는지!”그리고 윤혁수는 일어나 방을 나섰다.1분 전.서강빈은 페라리를 33호 펜션 앞에 세우고 차에서 뛰어 내려왔다.“잠깐만! 누구세요?”입구 경비원들이 서강빈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서강빈의 상대가 아니었다. 서강빈이 주먹질을 몇 번 하자 경비원들은 모두 날아갔다. 그리고 블랙 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펜션에서 뛰어나왔다. 그들은 진압봉을 꺼내면서 서강빈과 싸우려고 했지만 역시 그들도 서강빈의 상대가 아니었다.30초 정도 지나자 그들은 모두 땅에 쓰러져있었다!서강빈은 33호 펜션 로비로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소리를 질렀다.“내가 왔다! 사람
그 말을 듣자 윤혁수의 얼굴색은 어두워졌다. 윤혁수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이 새끼가 아주 세상 무서운 거 모르네! 사람은 큰소리를 치다간 꼭 보복당하기 마련이야!”“죽여, 저 새끼를!”말이 끝나자 십여 명의 사람들은 재빨리 윤혁수 뒤에서 뛰쳐나와 진압봉을 들고 서강빈을 향해 소리치며 달려갔다.이들은 모두 윤혁수가 훈련한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이들이 서강빈 곁에 가기도 전에 서강빈이 선제공격하였다.‘사악’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가 그들 앞을 지나더니 서강빈의 주먹이 튀어나오면서 한 사람의 가슴을 때렸다.쿵!그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식하기도 전에 충격으로 가슴이 옴폭 파이면서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동시에 뒤에 있던 여러 명의 사람도 한 번에 쓰러뜨렸다.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쿵쿵쿵!서강빈을 감히 가까이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강력한 바람에 휩쓸려 땅에 엎드려 가슴과 손발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이게 바로 실력 차이였다.이 모습을 본 윤혁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서강빈의 실력은 확실히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윤혁수는 서강빈이 자기 두 제자를 죽일 수 있는 실력임을 입증했다. 이런 실력이면 내력이 최고경지에 이르지 않았을까?서강빈의 외모를 보면 겨우 27, 28에 불과하다. 이런 나이에 이처럼 강한 실력을 갖췄다는 사실에 윤혁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윤혁수는 코웃음을 쳤다.‘내력이 최고경지에 이르면 뭐 어때!’윤혁수는 서강빈을 쓰레기 취급하였다. 그는 자기가 팔을 까딱하면 단숨에 서강빈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때 서강빈은 매서운 눈빛으로 윤혁수를 바라보면서 소리를 질렀다.“사람을 내놔!”“허허, 이 자식아! 이 정도 실력으로 누구한테 소리쳐?”윤혁수는 거만하게 말하면서 서강빈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어!”윤혁수는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뒷짐을 지고 계단에서 내려왔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무거운 발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는 마치
그 충격으로 타일까지 쨍그랑하면서 갈라졌다!쓰러진 윤혁수는 가슴을 부여잡고 피를 뿜어냈다.“윤 선생님!”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콜록콜록...”윤혁수는 심한 기침을 하며 한 손으로 땅을 치더니 하늘로 치솟다가 다시 일어섰다. 그는 섬뜩하고 음산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바라보면서 품에서 시커먼 단약을 꺼내 삼키며 말했다.“이 자식이 오늘 나를 제대로 화나게 하네! 오늘 꼭 너를 산산조각 낼 거야!”말이 끝나자 윤혁수는 갑자기 기를 끌어모으면서 옷까지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모여진 기들이 윤혁수 몸에서 분출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그 충격으로 파도가 생기더니 바닥도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바라본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세상에! 윤 선생님이 진짜 화나셨다!”“이게 바로 윤 선생님의 진짜 실력인가? 너무 무서워!”“이 녀석은 오늘 죽었어. 윤 선생님을 다치게 했으니 목숨값을 치려야지.”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에도 서강빈은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기공?”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윤혁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자식 보는 눈은 있네. 기공을 알아보다니.”“기공을 알아봤으니, 너도 다 알 텐데. 일단 기가 형성되면 너는 반드시 죽을 거란걸.”“무섭다면 무릎을 꿇고 내 두 제자의 위패에 사죄해! 그리고 다시 나한테 무릎을 꿇어 사죄하고. 그러면 너의 시체는 남겨 줄게!”이 말을 듣자 서강빈은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다.“시끄러워!”그리고 몇 걸음 걷더니 주먹으로 윤혁수를 향해 내리쳤다!“흥! 주제넘은 자식! 내 기공은 누구도 깰 수가 없어!”윤혁수는 차갑게 말하면서 같이 주먹을 휘둘렀다.쿵!두 주먹이 맞닿은 순간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날아갔다. 그는 기둥과 부딪히면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지면서 피를 토했다!모두 놀라서 고개를 돌리자 윤혁수가 죽은 개마냥 땅에 엎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팔은 부서지고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야말로 처참했다.“왜 이렇지?”윤혁수는 믿을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