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이세영은 몰래 경멸에 찬 미소를 날렸다.서강빈이 점점 더 거만을 떨다가 만에 하나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면 제가 파놓은 무덤에 묻히는 셈이다!전화기 너머로 최시완도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차오르는 분노에 씩씩거리며 말했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 우리가 돌팔이야? 그래, 좋아, 아주 좋아. 우리 시립병원 전문의들을 돌팔이라고 한 건 네가 처음이네. 언제 이런 굴욕을 당해보겠어? 안 그래? 너 오늘 밤 무조건 그 환자 살려라. 안 그러면 평생 의학계에 발을 들이지 못할 줄 알아!”콰당!전화를 끊은 최시완이 스크린을 빤히 쳐다보며 어느덧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자리에 함께한 몇몇 전문의들도 싸늘한 눈빛으로 비난을 퍼부었다.다만 서강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지었고 환자와 환자 아들은 어느새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방금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던 흑곰 같은 환자 아들이 무릎을 털썩 꿇고 서강빈에게 외쳤다.“서 신의님, 부디 우리 아빠를 구해주세요! 살려만 주신다면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덩치 큰 사내가 그에게 큰절을 올렸고 라이브 방송 댓글 창에도 호평의 연속이었다.「이분 험한 이미지와 달리 엄청 효자네.」「아드님 착하시네요! 저였어도 무릎 꿇었을 거예요.」「우리 아빠가 병에 걸렸는데 치료할 수만 있다면 무릎 꿇는 게 다 뭐라고, 난 목숨도 바칠 수 있어!」서강빈이 얼른 사내를 일으켜 세웠다.“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아픈 환자를 치료해주는 건 의사의 의무에요.”사내는 눈물을 훔쳤고 스태프가 황급히 앞으로 나아가 서강빈에게 물었다.“서강빈 씨, 그럼 인제 어느 병원에 가서 환자분을 치료할 겁니까?”서강빈이 의아한 눈빛으로 상대에게 되물었다.“왜 병원에 가야 하죠? 바로 여기서 치료할 겁니다.”“여기서요?”스태프는 놀란 눈길로 주변을 훑어보다가 다시 그에게 물었다.“여기서 치료 가능할까요?”“물론입니다.”스태프가 질문을 이어갔다.“어떻게 치료하실 생각입니까? 한의학인가요 서양의
스태프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실시간 방송 댓글 창에도 ‘존경하는 어르신’이라는 댓글로 도배됐다.소정훈은 뭇사람들의 반응을 마다한 채 황급히 서강빈 앞으로 달려가 몸소 물었다.“서강빈 씨, 자네가 정말 축유술을 알고 있어?”서강빈이 고개 들어 눈앞의 어르신을 보더니 의아한 눈길로 물었다.“누구시죠?”순간 화면이 살짝 정지됐고 댓글 창도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3초 후 댓글이 또다시 폭주했다.「헐! 설마 소정훈 어르신을 모른다고?」「이 자식 대체 의술을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어떻게 어르신을 몰라봬?」「X발! 저분은 무려 우리 송주 의학계 제일인자 소정훈 어르신이잖아! 내가 가서 큰소리로 알려주고 싶네!」스튜디오 안에서 이세영이 실소를 터트렸다.“소정훈 어르신도 모르는 주제에 무슨 의술을 논해? 축유술? 웃기고 있네. 대표님, 인제 보셨죠? 서강빈 씨 본모습 말이에요.”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릴 뿐 아무 말 없었다.시립병원의 최시완 등 전문의들도 시큰둥하게 웃었다.“아니 어떻게 소정훈 어르신을 몰라? 그러고 의술을 논해? 설사 안다고 해도 돌팔이일 뿐이야.”“축유술? 뭐 나름 있어 보이지만 진짜 대단한 의술이라면 어떻게 실전되겠어?”가게 안에서 소정훈은 살짝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다만 그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 있던 손주 녀석이 냉큼 앞으로 달려오며 소리쳤다.“이봐요! 이분은 우리 할아버지 소정훈 회장님이에요. 송주 의학 협회 회장이시라고요! 우리 할아버지도 몰라뵈다니!”소정훈이 재빨리 고개 돌려 손자를 혼냈다.“그 입 닥쳐. 어디서 함부로 끼어들어?”이어서 그는 다시 한번 서강빈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난 소정훈이라고 해. 일전에 서강빈 씨가 보여준 구양회혼 침술에 대해 문의하려고 이렇게 찾아왔어.”서강빈이 고개 들어 그에게 물었다.“구양회혼 침술을 아세요?”“고서에서 보았지.”소정훈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랬군요. 앉으세요, 어르신.”소정훈은 자리에 앉아 그에게 물었다.“방
“미신 행위?”서강빈이 담담한 미소를 날렸다.“라이브 방송 계속하세요. 문제 생기면 제가 책임집니다.”“그건...”스태프가 난감한 표정으로 상사의 지시를 물었고 상사는 곧장 라이브 방송을 계속하라고 명령했다!지금 폭발적 인기를 누리니까 어쩔 수가 없다.게다가 현장엔 소정훈 어르신까지 와계시는데 두려울 게 뭐야?스튜디오 안에서 송해인은 서강빈이 꺼낸 장비를 보더니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미친 거 아니야? 생방송이라고! 어떻게 감히 저런 미신 따위의 물건들을 꺼낼 수 있어?!’아나운서도 그녀에게 물었다.“송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송해인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아무 생각 없어요. 쟤가 다 책임지겠다잖아요.”아나운서가 머쓱한 듯 웃었다.시립병원 최시완 일행도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이게 바로 축유술이야? 차라리 굿판을 벌여.”“하하, 주임님, 저 자식 십여만 명 시청자들 앞에서 우리한테 사과해야겠는데요.”“어르신 안쓰러워서 어떡하나. 한 시대를 휩쓸었던 영웅이신데 저따위 녀석 때문에 무너지다니. 축유술은 개뿔, 이건 그냥 사기야!”뭇사람들은 서강빈의 행위를 가차 없이 비웃었다.환자와 가족들도 그가 이 장비들을 꺼내자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신의님, 이걸로 병을 치료한다고요?”환자가 물었다.서강빈은 씩 웃더니 카메라 바로 아래에서 빨간 붓을 들고 노란 부적 위에 난해한 부문을 적었고, 이어서 주술을 외운 후 부적에 불붙여 그릇에 내던지고는 맑은 물을 한 그릇 타서 환자에게 건넸다.“이거 마셔요.”환자는 더러운 재가 가득한 그릇을 건네받고 살짝 머뭇거렸다.댓글 창도 왁자지껄해졌다.「누굴 바보로 아나!」「나 미치겠어, 이거 실화야?」「예전에 우리 고향 마을의 귀화부적이랑 똑같아... 아무리 애써도 낫지 않던 감기가 역술인을 찾아서 부적수를 한 모금 마셨더니 바로 나은 거 있지!」가게 안에서 환자는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그릇 안의 물을 깨끗이 마셨다.그가 그릇을 내려놓은 순간 현장과 스튜디오 그리고 라이브
최시완은 당황했는지 휴대전화에 대고 말했다.“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 이건... 이건 사기야!”“흥!”소정훈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휴대전화에 대고 호통을 쳤다.“왜? 최 주임,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건가?”최시완은 흠칫하더니 이내 대답했다.“아... 아닙니다.”“감히 그러지는 못하겠지!”소정훈은 차갑게 대꾸한 뒤 말을 이어갔다.“난 최 주임이 서강빈 씨와 내기를 한 걸로 기억하는데. 이제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지?”전화 건너편에서 최시완은 당황했다. 그는 안색이 아주 좋지 않았다.“왜? 최 주임, 설마 약속을 어길 생각은 아니지?”소정훈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난 오늘 이 라이브 기회를 빌려 모두에게 알리겠네.”“서강빈 씨 의술은 진짜야.”“그의 의술은 시립병원의 전문의들보다 못하지 않아. 조금 전에 다들 서강빈 씨와 내기를 했지. 지금 당장 아까 약속했던 걸 지키도록 하게.”“그렇지 않으면 의료 계통 안의 사람들 전부 더는 우리 송주 의료계에 종사하지 못하게 할 걸세.”“송주 현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해도 전부 의료 블랙리스트에 넣을 거고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의약과 관련된 업계에서 전부 퇴출당할 걸세!”그의 말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고 라이브 채팅창에 큰 소란이 일었다.“이렇게 강하게 나온다고?”“서 신의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곧이어 서강빈에게 사과하는 글들이 라이브 채팅창을 도배했다.시립병원에 있던 최시완의 안색은 더없이 어두웠다.그는 몇 번이나 주저하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사과하겠습니다.”그러나 소정훈이 차갑게 말했다.“사과로는 부족하지. 일단 제작진에게 얘기해서 온라인으로 사과하게.”그 요구에 최시완은 두 눈이 벌게지고 순간 분노가 치밀어올랐다.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상대는 소정훈이었기 때문이다.몇 분 뒤, 최시원은 제작진과 연결해 카메라에 대고 아주 겸손하게,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사과했다.“제가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오늘부
같은 시각, 가게 안.서강빈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그는 조금 전 송해인이 사과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난 단 한 번도 너와 경쟁할 생각이 없었어.”소정훈이 떠났다. 그는 떠나기 전 서강빈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그는 축유술에 관해 서강빈과 의논해 보고 싶었다.환자와 환자 가족들도 기쁘게 떠났다.조홍규 등 사람들도 일찌감치 떠났다. 그들은 최근 송주에서 지낼 것이며 기회가 되면 서강빈과 무도와 형의권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가게는 순식간에 썰렁해졌고 오직 서강빈 혼자 외롭게 앉아있었다.전에 라이브에서 몇 번이나 반전을 보여줬음에도 서강빈은 조금도 속 시원하지 않고 오히려 실의에 빠졌다.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할 때, 차 한 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차 안에서 도도한 얼굴의 송해인이 내렸다.그녀는 곧장 서강빈에게 다가가 손을 올려 그의 뺨을 때렸다. 송해인은 그를 욕했다.“쓰레기 같은 놈. 날 3년이나 속여?”서강빈은 당황했다. 뺨이 화끈거렸다.그러나 그는 동시에 안도했다. 그는 자조하듯 웃으며 말했다.“이러면 화가 풀려?”송해인은 그를 흘겨보며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에게 따져 물었다.“왜 날 속인 거야? 오늘처럼 날 조롱하고 모욕하기 위해서였어?”서강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해명하려고 입을 열려는데 송해인은 이미 그를 향해 눈을 흘긴 뒤 눈물을 흘리면서 몸을 돌렸고, 차에 타서 시동을 걸고 떠났다.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는 서강빈은 마음이 저렸다.그는 이 오해를 영원히 풀지 못할 거란 걸 알았다.송해인은 몇백 미터를 달린 뒤 멈춰 서서 핸들에 엎드리고 통곡했다.그녀의 어깨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야 송해인은 가까스로 평정심을 되찾고 도정윤에게 연락했다.“정윤아, 나랑 같이 술 마시러 가자.”“그래.”전화 건너편의 도정윤은 별장에서 계속 그 라이브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송해인이 괴로워하는 걸 알고 곧바로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은 뒤 외출했다.같은
송해인은 도정윤이 맞자 다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정윤아, 괜찮아?”도정윤은 자리에 앉아 자기 뺨을 어루만졌다. 입가에 피가 흘렀다.송해인은 다급히 티슈로 닦아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음흉한 눈빛을 한 남자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난 비오 그룹의 대표 송해인이야. 계속 선 넘는 짓을 한다면 신고할 줄 알아.”그곳은 바였다. 송해인은 그곳에 오래 있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내세우며 신고할 거라고 상대방을 위협했다.그러나 김경준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머리를 부여잡고 섬뜩하게 웃었다.“비오 그룹? 못 들어봤는데.”“신고하겠다고?”“어디 한 번 신고해 봐. 경찰이 빠를지 내 총이 빠를지 한 번 시험해 볼 거니까.”김경준은 말하면서 골반을 튕기며 송해인을 향해 모욕적인 행동을 했다.송해인은 울컥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들어 올리면서 그를 욕했다.“이 빌어먹을 놈!”하지만 그녀는 상대방의 뺨을 때리지 못했다. 김경준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손이 참 매끈하네. 이 손으로 내 몸을 만진다면 아주 기분이 째질 것 같아.”“미친놈!”송해인은 다급히 손을 빼내려 하면서 화를 냈다.“꺼져!”김경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우리한테 꺼지라고? 그래도 좋아. 그러면 네 친구가 날 때렸으니 배상금으로 2억 원 줘. 그렇지 않으면 둘 다 여기서 못 나갈 줄 알아.”“2억이라고? 당신 강도야?”도정윤이 소리를 질렀다.김경준은 차갑게 웃었다.“그래. 그렇다면 뭐? 돈 없으면 몸으로 갚으라고.”“우리들이 같이 즐길 수 있게 말이야. 하하하.”음탕한 웃음소리에 송해인과 도정윤은 매우 화가 났다.그에게 돈을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돈을 주지 않는다면 떠날 수 없었다.어쩔 수 없이 송해인이 차갑게 말했다.“그래. 돈 낼게.”김경준은 그녀의 대답에 눈앞의 아름다운 두 여자가 돈이 많다는 걸 알았다.송해인은 곧바로 그에게 돈을 입금했다.2억이 이체되자 김경준은 무
“음악 꺼. 끄라고, X발!”김경준이 포효하며 부하들을 걷어찼다.부하들은 다급히 달려가서 바 안의 조명을 켜고 음악을 껐다.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젊은 남녀들은 피범벅인 얼굴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김경준을 보고 깜짝 놀라 황급히 구석에 몸을 숨겼다.김경준은 뱀 같은 눈빛으로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아무도 나서지 않자 그가 고함을 질렀다.“안 나온다 이거지? 겁만 많은 쫄보 같으니라고. 당장 나와!”하지만 사람이 아니라 술병 몇 개가 연달아 날아왔다.퍽, 퍽, 퍽.술병들은 김경준 부하들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다들 머리에 술병을 맞고 바닥에 주저앉아 앓는 소리를 냈다.이 정도 힘과, 이 정도 정확도라니. 다들 깜짝 놀랐다.“나와. 네가 남자라면 당장 나오라고!”김경준은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한 테이블에서 들려왔다.“김경준이라고 했나? 돈 받았으면 사람을 놓아야지. 그게 신뢰라는 거야.”서강빈은 술을 마시면서 덤덤한 목소리로 머리 한 번 들지 않고 말했다.김경준은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고 사람들은 곧바로 흩어졌다.“X발, 넌 누구야?”김경준은 서강빈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화를 내며 따져 물었다.서강빈은 덤덤히 고개를 들면서 차갑게 말했다.“나? 그 여자 전남편.”그 말에 현장이 소란스러워졌다.이때 김경준의 등 뒤에, 서로 딱 붙어 서 있던 송해인과 도정윤은 그제야 서강빈을 알아보았다.서강빈이라니!송해인은 미간을 구겼다.도정윤도 의아했다.저런 쓰레기 같은 놈이 이럴 때 그녀를 지켜주려고 나설 줄은 몰랐다.바 안의 손님들은 의논하기 시작했다.“전남편이라고? 세상에, 전남편이 전처를 지키려고 나서려는 건가?”“어머, 옆에 여자도 있는데? 바람둥이 아니야?”“그래도 용기는 있네. 그런데 감히 김경준의 머리를 치다니, 큰일 나겠네.”김경준은 화가 났다.그냥 여자랑 놀아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전남편이라는 작자가 튀어나오다니.“전남편이면 뭐? 감히 남 일에 오지랖을 부려? 죽고 싶어?”김
송해인은 그를 향해 눈을 흘기면서 호통을 쳤다.“네가 구해줄 필요 없어. 네가 이러면 상황을 더 악화할 뿐이야.”말을 마친 뒤 송해인은 다급히 김경준을 바닥에서 부축해 일으키며 물었다.“괜찮아요?”김경준은 송해인을 밀치고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흉악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이 새끼,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감히 나 김경준을 건드린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 우씨 가문 세 번째 도련님 우성찬이야.”“오늘 널 죽이지 않으면 내 성을 고치겠어!”송해인과 도정윤, 그리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김경준의 뒤에 있는 사람이 무려 우씨 가문 세 번째 도련님 우성찬일 줄은 몰랐다.우씨 가문이라니.우성찬은 우씨 가문의 어르신 민윤남이 가장 아끼는 손자로 송주의 연예계에서는 하늘과도 같은 존재였다.그리고 민윤남 덕분에 우성찬은 송주에서 아주 잘 나갔다.황규성처럼 송주에서 꽤 잘 나간다 하는 사람도 우성찬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며 그를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했다.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 입구에 건장한 남자 십여 명이 재빨리 모여들어 문을 닫았다.김경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늘한 시선으로 서강빈을 노려보았다. 그는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자식, 탓하려면 염라대왕을 건드린 너 자신을 탓해.”“죽여!”큰 손을 휘두르자 십여 명의 부하들이 곧장 기세등등하게 서강빈에게 달려들었다.주위에 있던 손님들은 겁을 먹고 서둘러 몸을 피했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두려워서 말이다.송해인은 상황을 보고 겁을 먹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입을 틀어막고 본능적으로 외쳤다.“서강빈, 빨리 도망쳐!”그러나 서강빈은 꿈쩍하지 않고 덤덤히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김경준의 한 부하가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서강빈은 손을 움직여 그의 팔을 비틀었다.순간 그의 손목이 빠각 소리를 내며 뼈가 부러졌다.동시에 그는 다리를 뻗어 앞에 놓인 테이블을 걷어찼다. 테이블은 와르르 소리를 내면서 부하들을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