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방송 댓글 창은 이젠 난리도 아니었다.환자가 서강빈에게 무릎을 꿇다니?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환자의 아들도 화들짝 놀라서 곧장 아빠를 부축했다.“진짜 안 아파요?”“안 아파. 하나도 안 아파... 서 신의의 의술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환자가 희열에 찬 얼굴로 말했다.“신의님은 모르실 거예요. 제가 7년 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하루가 멀다 하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검사받고 매일 꼬박꼬박 약 챙겨 먹고. 인제 드디어 다 나았네요. 아니 어떻게 손목 몇 번 쳤다고 고통이 바로 사라지나요?”환자는 말하면서 스태프의 마이크를 덥석 뺏어오더니 분노 조로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최시완 이 돌팔이야! 너희 시립병원 전부 다 돌팔이만 모였어!”이 장면은 오늘 라이브 방송의 정점을 찍었다!15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상하리만큼 고요한 정적이 흘렀고 3초 뒤 댓글 창에 감탄에 휩싸인 댓글로 도배됐다.「설마 이렇게 완치됐다고?」「대박! 진짜 신의였어?」「주작 아니겠지...」그 시각 스튜디오에서 송해인의 낯빛이 한없이 어두워졌다.그녀도 미처 예상치 못했다. 서강빈이 몇 번 손목을 두드렸다고 환자를 7년 동안 괴롭혔던 두통을 바로 치료하다니!이세영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충격에 휩싸여 입이 쩍 벌어졌다.시립병원의 최시완을 비롯한 몇몇 전문의들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못 믿겠다는 눈빛으로 최시완을 쳐다봤다.그가 누구인가?무려 송주 의학계 두통 분야의 전문가잖아!피라미드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는 몇몇 사람 중 한 명인데...그런 그가 7년 동안 못 고친 병을 서강빈이 대충 손목 몇 번 두드렸다고 바로 완치되다니?최시완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그는 놀란 가슴을 안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고함을 질렀다.“서강빈 씨 맞죠? 손목 몇 번 쳤다고 환자의 두통이 완치됐다는 거 난 도저히 못 믿겠어요! 지금 바로 의료진과 함께 그리로 갈 테니 현장에서 직접 진찰해봐야겠어요!”서강빈이 담담하게 말했다.“일단 진정하
한편 이세영은 몰래 경멸에 찬 미소를 날렸다.서강빈이 점점 더 거만을 떨다가 만에 하나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면 제가 파놓은 무덤에 묻히는 셈이다!전화기 너머로 최시완도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차오르는 분노에 씩씩거리며 말했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 우리가 돌팔이야? 그래, 좋아, 아주 좋아. 우리 시립병원 전문의들을 돌팔이라고 한 건 네가 처음이네. 언제 이런 굴욕을 당해보겠어? 안 그래? 너 오늘 밤 무조건 그 환자 살려라. 안 그러면 평생 의학계에 발을 들이지 못할 줄 알아!”콰당!전화를 끊은 최시완이 스크린을 빤히 쳐다보며 어느덧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자리에 함께한 몇몇 전문의들도 싸늘한 눈빛으로 비난을 퍼부었다.다만 서강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지었고 환자와 환자 아들은 어느새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방금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던 흑곰 같은 환자 아들이 무릎을 털썩 꿇고 서강빈에게 외쳤다.“서 신의님, 부디 우리 아빠를 구해주세요! 살려만 주신다면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덩치 큰 사내가 그에게 큰절을 올렸고 라이브 방송 댓글 창에도 호평의 연속이었다.「이분 험한 이미지와 달리 엄청 효자네.」「아드님 착하시네요! 저였어도 무릎 꿇었을 거예요.」「우리 아빠가 병에 걸렸는데 치료할 수만 있다면 무릎 꿇는 게 다 뭐라고, 난 목숨도 바칠 수 있어!」서강빈이 얼른 사내를 일으켜 세웠다.“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아픈 환자를 치료해주는 건 의사의 의무에요.”사내는 눈물을 훔쳤고 스태프가 황급히 앞으로 나아가 서강빈에게 물었다.“서강빈 씨, 그럼 인제 어느 병원에 가서 환자분을 치료할 겁니까?”서강빈이 의아한 눈빛으로 상대에게 되물었다.“왜 병원에 가야 하죠? 바로 여기서 치료할 겁니다.”“여기서요?”스태프는 놀란 눈길로 주변을 훑어보다가 다시 그에게 물었다.“여기서 치료 가능할까요?”“물론입니다.”스태프가 질문을 이어갔다.“어떻게 치료하실 생각입니까? 한의학인가요 서양의
스태프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실시간 방송 댓글 창에도 ‘존경하는 어르신’이라는 댓글로 도배됐다.소정훈은 뭇사람들의 반응을 마다한 채 황급히 서강빈 앞으로 달려가 몸소 물었다.“서강빈 씨, 자네가 정말 축유술을 알고 있어?”서강빈이 고개 들어 눈앞의 어르신을 보더니 의아한 눈길로 물었다.“누구시죠?”순간 화면이 살짝 정지됐고 댓글 창도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3초 후 댓글이 또다시 폭주했다.「헐! 설마 소정훈 어르신을 모른다고?」「이 자식 대체 의술을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어떻게 어르신을 몰라봬?」「X발! 저분은 무려 우리 송주 의학계 제일인자 소정훈 어르신이잖아! 내가 가서 큰소리로 알려주고 싶네!」스튜디오 안에서 이세영이 실소를 터트렸다.“소정훈 어르신도 모르는 주제에 무슨 의술을 논해? 축유술? 웃기고 있네. 대표님, 인제 보셨죠? 서강빈 씨 본모습 말이에요.”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릴 뿐 아무 말 없었다.시립병원의 최시완 등 전문의들도 시큰둥하게 웃었다.“아니 어떻게 소정훈 어르신을 몰라? 그러고 의술을 논해? 설사 안다고 해도 돌팔이일 뿐이야.”“축유술? 뭐 나름 있어 보이지만 진짜 대단한 의술이라면 어떻게 실전되겠어?”가게 안에서 소정훈은 살짝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다만 그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 있던 손주 녀석이 냉큼 앞으로 달려오며 소리쳤다.“이봐요! 이분은 우리 할아버지 소정훈 회장님이에요. 송주 의학 협회 회장이시라고요! 우리 할아버지도 몰라뵈다니!”소정훈이 재빨리 고개 돌려 손자를 혼냈다.“그 입 닥쳐. 어디서 함부로 끼어들어?”이어서 그는 다시 한번 서강빈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난 소정훈이라고 해. 일전에 서강빈 씨가 보여준 구양회혼 침술에 대해 문의하려고 이렇게 찾아왔어.”서강빈이 고개 들어 그에게 물었다.“구양회혼 침술을 아세요?”“고서에서 보았지.”소정훈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랬군요. 앉으세요, 어르신.”소정훈은 자리에 앉아 그에게 물었다.“방
“미신 행위?”서강빈이 담담한 미소를 날렸다.“라이브 방송 계속하세요. 문제 생기면 제가 책임집니다.”“그건...”스태프가 난감한 표정으로 상사의 지시를 물었고 상사는 곧장 라이브 방송을 계속하라고 명령했다!지금 폭발적 인기를 누리니까 어쩔 수가 없다.게다가 현장엔 소정훈 어르신까지 와계시는데 두려울 게 뭐야?스튜디오 안에서 송해인은 서강빈이 꺼낸 장비를 보더니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미친 거 아니야? 생방송이라고! 어떻게 감히 저런 미신 따위의 물건들을 꺼낼 수 있어?!’아나운서도 그녀에게 물었다.“송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송해인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아무 생각 없어요. 쟤가 다 책임지겠다잖아요.”아나운서가 머쓱한 듯 웃었다.시립병원 최시완 일행도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이게 바로 축유술이야? 차라리 굿판을 벌여.”“하하, 주임님, 저 자식 십여만 명 시청자들 앞에서 우리한테 사과해야겠는데요.”“어르신 안쓰러워서 어떡하나. 한 시대를 휩쓸었던 영웅이신데 저따위 녀석 때문에 무너지다니. 축유술은 개뿔, 이건 그냥 사기야!”뭇사람들은 서강빈의 행위를 가차 없이 비웃었다.환자와 가족들도 그가 이 장비들을 꺼내자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신의님, 이걸로 병을 치료한다고요?”환자가 물었다.서강빈은 씩 웃더니 카메라 바로 아래에서 빨간 붓을 들고 노란 부적 위에 난해한 부문을 적었고, 이어서 주술을 외운 후 부적에 불붙여 그릇에 내던지고는 맑은 물을 한 그릇 타서 환자에게 건넸다.“이거 마셔요.”환자는 더러운 재가 가득한 그릇을 건네받고 살짝 머뭇거렸다.댓글 창도 왁자지껄해졌다.「누굴 바보로 아나!」「나 미치겠어, 이거 실화야?」「예전에 우리 고향 마을의 귀화부적이랑 똑같아... 아무리 애써도 낫지 않던 감기가 역술인을 찾아서 부적수를 한 모금 마셨더니 바로 나은 거 있지!」가게 안에서 환자는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그릇 안의 물을 깨끗이 마셨다.그가 그릇을 내려놓은 순간 현장과 스튜디오 그리고 라이브
최시완은 당황했는지 휴대전화에 대고 말했다.“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 이건... 이건 사기야!”“흥!”소정훈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휴대전화에 대고 호통을 쳤다.“왜? 최 주임,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건가?”최시완은 흠칫하더니 이내 대답했다.“아... 아닙니다.”“감히 그러지는 못하겠지!”소정훈은 차갑게 대꾸한 뒤 말을 이어갔다.“난 최 주임이 서강빈 씨와 내기를 한 걸로 기억하는데. 이제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지?”전화 건너편에서 최시완은 당황했다. 그는 안색이 아주 좋지 않았다.“왜? 최 주임, 설마 약속을 어길 생각은 아니지?”소정훈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난 오늘 이 라이브 기회를 빌려 모두에게 알리겠네.”“서강빈 씨 의술은 진짜야.”“그의 의술은 시립병원의 전문의들보다 못하지 않아. 조금 전에 다들 서강빈 씨와 내기를 했지. 지금 당장 아까 약속했던 걸 지키도록 하게.”“그렇지 않으면 의료 계통 안의 사람들 전부 더는 우리 송주 의료계에 종사하지 못하게 할 걸세.”“송주 현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해도 전부 의료 블랙리스트에 넣을 거고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의약과 관련된 업계에서 전부 퇴출당할 걸세!”그의 말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고 라이브 채팅창에 큰 소란이 일었다.“이렇게 강하게 나온다고?”“서 신의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곧이어 서강빈에게 사과하는 글들이 라이브 채팅창을 도배했다.시립병원에 있던 최시완의 안색은 더없이 어두웠다.그는 몇 번이나 주저하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사과하겠습니다.”그러나 소정훈이 차갑게 말했다.“사과로는 부족하지. 일단 제작진에게 얘기해서 온라인으로 사과하게.”그 요구에 최시완은 두 눈이 벌게지고 순간 분노가 치밀어올랐다.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상대는 소정훈이었기 때문이다.몇 분 뒤, 최시원은 제작진과 연결해 카메라에 대고 아주 겸손하게,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사과했다.“제가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오늘부
같은 시각, 가게 안.서강빈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그는 조금 전 송해인이 사과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난 단 한 번도 너와 경쟁할 생각이 없었어.”소정훈이 떠났다. 그는 떠나기 전 서강빈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그는 축유술에 관해 서강빈과 의논해 보고 싶었다.환자와 환자 가족들도 기쁘게 떠났다.조홍규 등 사람들도 일찌감치 떠났다. 그들은 최근 송주에서 지낼 것이며 기회가 되면 서강빈과 무도와 형의권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가게는 순식간에 썰렁해졌고 오직 서강빈 혼자 외롭게 앉아있었다.전에 라이브에서 몇 번이나 반전을 보여줬음에도 서강빈은 조금도 속 시원하지 않고 오히려 실의에 빠졌다.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할 때, 차 한 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차 안에서 도도한 얼굴의 송해인이 내렸다.그녀는 곧장 서강빈에게 다가가 손을 올려 그의 뺨을 때렸다. 송해인은 그를 욕했다.“쓰레기 같은 놈. 날 3년이나 속여?”서강빈은 당황했다. 뺨이 화끈거렸다.그러나 그는 동시에 안도했다. 그는 자조하듯 웃으며 말했다.“이러면 화가 풀려?”송해인은 그를 흘겨보며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에게 따져 물었다.“왜 날 속인 거야? 오늘처럼 날 조롱하고 모욕하기 위해서였어?”서강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해명하려고 입을 열려는데 송해인은 이미 그를 향해 눈을 흘긴 뒤 눈물을 흘리면서 몸을 돌렸고, 차에 타서 시동을 걸고 떠났다.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는 서강빈은 마음이 저렸다.그는 이 오해를 영원히 풀지 못할 거란 걸 알았다.송해인은 몇백 미터를 달린 뒤 멈춰 서서 핸들에 엎드리고 통곡했다.그녀의 어깨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야 송해인은 가까스로 평정심을 되찾고 도정윤에게 연락했다.“정윤아, 나랑 같이 술 마시러 가자.”“그래.”전화 건너편의 도정윤은 별장에서 계속 그 라이브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송해인이 괴로워하는 걸 알고 곧바로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은 뒤 외출했다.같은
송해인은 도정윤이 맞자 다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정윤아, 괜찮아?”도정윤은 자리에 앉아 자기 뺨을 어루만졌다. 입가에 피가 흘렀다.송해인은 다급히 티슈로 닦아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음흉한 눈빛을 한 남자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난 비오 그룹의 대표 송해인이야. 계속 선 넘는 짓을 한다면 신고할 줄 알아.”그곳은 바였다. 송해인은 그곳에 오래 있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내세우며 신고할 거라고 상대방을 위협했다.그러나 김경준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머리를 부여잡고 섬뜩하게 웃었다.“비오 그룹? 못 들어봤는데.”“신고하겠다고?”“어디 한 번 신고해 봐. 경찰이 빠를지 내 총이 빠를지 한 번 시험해 볼 거니까.”김경준은 말하면서 골반을 튕기며 송해인을 향해 모욕적인 행동을 했다.송해인은 울컥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들어 올리면서 그를 욕했다.“이 빌어먹을 놈!”하지만 그녀는 상대방의 뺨을 때리지 못했다. 김경준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손이 참 매끈하네. 이 손으로 내 몸을 만진다면 아주 기분이 째질 것 같아.”“미친놈!”송해인은 다급히 손을 빼내려 하면서 화를 냈다.“꺼져!”김경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우리한테 꺼지라고? 그래도 좋아. 그러면 네 친구가 날 때렸으니 배상금으로 2억 원 줘. 그렇지 않으면 둘 다 여기서 못 나갈 줄 알아.”“2억이라고? 당신 강도야?”도정윤이 소리를 질렀다.김경준은 차갑게 웃었다.“그래. 그렇다면 뭐? 돈 없으면 몸으로 갚으라고.”“우리들이 같이 즐길 수 있게 말이야. 하하하.”음탕한 웃음소리에 송해인과 도정윤은 매우 화가 났다.그에게 돈을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돈을 주지 않는다면 떠날 수 없었다.어쩔 수 없이 송해인이 차갑게 말했다.“그래. 돈 낼게.”김경준은 그녀의 대답에 눈앞의 아름다운 두 여자가 돈이 많다는 걸 알았다.송해인은 곧바로 그에게 돈을 입금했다.2억이 이체되자 김경준은 무
“음악 꺼. 끄라고, X발!”김경준이 포효하며 부하들을 걷어찼다.부하들은 다급히 달려가서 바 안의 조명을 켜고 음악을 껐다.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젊은 남녀들은 피범벅인 얼굴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김경준을 보고 깜짝 놀라 황급히 구석에 몸을 숨겼다.김경준은 뱀 같은 눈빛으로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아무도 나서지 않자 그가 고함을 질렀다.“안 나온다 이거지? 겁만 많은 쫄보 같으니라고. 당장 나와!”하지만 사람이 아니라 술병 몇 개가 연달아 날아왔다.퍽, 퍽, 퍽.술병들은 김경준 부하들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다들 머리에 술병을 맞고 바닥에 주저앉아 앓는 소리를 냈다.이 정도 힘과, 이 정도 정확도라니. 다들 깜짝 놀랐다.“나와. 네가 남자라면 당장 나오라고!”김경준은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한 테이블에서 들려왔다.“김경준이라고 했나? 돈 받았으면 사람을 놓아야지. 그게 신뢰라는 거야.”서강빈은 술을 마시면서 덤덤한 목소리로 머리 한 번 들지 않고 말했다.김경준은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고 사람들은 곧바로 흩어졌다.“X발, 넌 누구야?”김경준은 서강빈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화를 내며 따져 물었다.서강빈은 덤덤히 고개를 들면서 차갑게 말했다.“나? 그 여자 전남편.”그 말에 현장이 소란스러워졌다.이때 김경준의 등 뒤에, 서로 딱 붙어 서 있던 송해인과 도정윤은 그제야 서강빈을 알아보았다.서강빈이라니!송해인은 미간을 구겼다.도정윤도 의아했다.저런 쓰레기 같은 놈이 이럴 때 그녀를 지켜주려고 나설 줄은 몰랐다.바 안의 손님들은 의논하기 시작했다.“전남편이라고? 세상에, 전남편이 전처를 지키려고 나서려는 건가?”“어머, 옆에 여자도 있는데? 바람둥이 아니야?”“그래도 용기는 있네. 그런데 감히 김경준의 머리를 치다니, 큰일 나겠네.”김경준은 화가 났다.그냥 여자랑 놀아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전남편이라는 작자가 튀어나오다니.“전남편이면 뭐? 감히 남 일에 오지랖을 부려? 죽고 싶어?”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