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험악한 만수 삼림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이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시냇물이 졸졸 흘러가는데, 흐르는 소리가 마치 서현우의 마음을 때리는 것 같다.조금의 즐거움도 없다.서현우는 맑은 수면에서 자신의 거꾸로 비친 그림자를 바라보았다.선홍색의 피 한 방울이 수면에 떨어져 붉게 물들고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지만 곧 떠내려가 종적을 감췄다.서현우는 거의 이틀 밤낮을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눈빛은 더없이 흐리멍덩하다.머릿속에 수십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지만 결국 모두 불가능으로 변했다.일을 생각하는데 심혈이 많이 든다.그래서 서현우는 술이 고팠지만 술이 없다.그래서 서현우는 몸을 숙여 시냇물에 머리를 묻고 입을 크게 벌려 마셨다.사실 슬퍼하는 사람에게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취하게 한다.술에 취해야만 잠깐의 평온을 가질 수 있다.안녕 속에서,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는 흔적을 찾을 수 있다.돌 옆에 누워 서현우는 눈을 반쯤 가늘게 떴다.햇살이 따가워 서현우는 손을 들었다.짧은 칼 한 자루가 날아가 그림자에 싸인 치타 한 마리의 머리를 관통했다.이제 먹을 고기는 생겼다.서현우의 저장반지에는 술이 없지만 양념이 있다.서현우는 모닥불 두 무더기를 고기를 굽고 찌개도 끓였다.고기 향기가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 나갔다.서현우는 시간에 쫓겨 게눈 감추 듯 먹었다.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낄 때 주위에는 흉악하고 황량한 기운이 많이 나타났다.대충 둘러보니 서현우는 크기는 다르지만 그윽한 빛을 뿜어내는 눈을 보았다.흉수다.“그래, 인제 들어오너라!”서현우는 마지막 찌개를 다 마시고 호기롭게 일어나 마치 술을 다 마신 것처럼 의기양양했다.불쏘시개가 이 순간에 피어나는 빛은 칼보다 더 날카롭다.흉수들은 본성이 흉악하고, 더욱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본능이 있다.그들은 비록 종류는 다르지만, 모두 이 만수 삼림에서 생존한다.인류는 그들의 눈에는 외부인일 따름이다.그래서 그들은 서로 죽이지 않고 모두
거의 모든 흉수들이 이 순간에 터져버렸다.톡-유독 가벼운 소리만 살짝 났다.흉수가 터뜨려 만든 피 안개는 서현우의 몸에 미친 듯이 주입되었다.혈살의 힘은 마치 제방을 무너뜨리는 물처럼 전례 없는 지경까지 용솟음친다.무상 천석은 더 이상 이 혈살의 힘을 억누르지 못하고 분분히 무너졌다.마지막까지 조금도 남기지 않고 파괴되었다.무서운 힘의 기운이 서현우 몸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그동안 무상 천석에 너무 심하게 눌려 있었는데, 지금은 고삐가 풀린 셈이다.입도경 중기의 서현우는 억지로 두 개의 작은 경지를 뚫고 입도경 정상에 이르렀다.지금 이 순간, 만약 허공문의 사람과 킬러가 남아 있다면 서현우는 어떤 수단도 쓰지 않고 직접 두 사람을 그 자리에서 죽일 수 있다.서현우의 응고된 단전에는 아홉 개의 새빨간 잎이 가볍게 흔들리고 있다.이 잎의 꼭대기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꽃송이가 자란 것 같다.서현우는 고개를 들고 선홍색의 두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입가에 잔인한 웃음을 그렸다.그러나 곧 이 웃음은 훌쩍이며 고통으로 변했다.풀썩-서현우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왼손은 땅을 짚고 오른손은 심장을 부여잡았다.영혼을 박탈하려는 듯한 고통은 심장 앞에 박힌 신약문 전승향로에서 비롯된다!작열하고 따끔거려 마치 서현우를 태양 위에 던져 굽는 느낌이다.광포한 힘은 온몸에서 수축되어 심장의 위치로 모이고 그 향로에 다시 흡수되었다.선홍색 긴 머리가 회백색으로 돌아왔다.그윽한 눈동자도 다시 흑백이 뚜렷하고 피로가 가득 적혀 있다.그리고 향로는 더 이상 따갑지 않았다.아무런 기척도 없었다.마치 울고 보채는 아이처럼 배불리 먹고 잠이 든 것 같았다.서현우는 한참 동안 반응하지 않았다.성국에서 나오지 못하자 서현우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한 끝에 가장 직접적이고 간단한 방법을 쓰기로 결정했다.‘나가지 못하게 하면 죽여버릴 거야.’‘겁에 질리면 놔주겠지.’근데 기반으로 실력이 필요하다.수라가 실력을 가장 빨리 끌어올리는 방법은 죽이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한 참을 먹고 마셨다.능이특은 의자에 기대어 이를 쑤시며 말했다.“가게는 이미 준비해 놨어. 3층 건물이고 이름은 대지 오로라 인데, 맞은편에 있어.”서현우는 능이특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보았다.바로 길목 저쪽에 고풍스러운 3층 건물로 능가포 세 글자가 적힌 현판이 걸려 있었다.“그 무슨 찌개인지 뭔지 맛나게 끓였다고 신약문 조상도 칭찬이 끊이지 않던데, 나도 해줘.”능이특이 말했다.그러자 서현우가 물었다.“설마 찌개도 가져가서 팔려는 건 아니죠?”“맛이 좋으면 팔지 않을 이유도 없잖아? 그리고 뭐 재료도 아주 평범하던데? 무도 있다고 들었어. 근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낸 거야?”“효과가 있든 말든 맛이 좋으면 일단 별의별 진귀한 약재가 다 들어있다고 불자! 7급, 8급 흉수도 들어가 있고 일단 마시기만 힘이 생긴다고 하자! 그럼, 무석들이 대량으로 내 주머니에 들어올 거야!”말하면서 능이특의 눈은 더욱 밝아졌다.“주안단과 어울려 팔 수도 있겠어! 이 찌개를 마시고 주안단을 먹으면 효과가 더 좋다고 하자! 명성이 자자한 예쁜 아가씨를 찾아 내세우면 분명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들 거야!”“포장에도 좀 신경을 쓸 수 있어. 주안단을 등급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디자인의 약병에 담는 거지.”능이특은 침을 사방으로 튕기며 열정적으로 말했다.서현우는 이 사람이 정말 재간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능이특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으니 말이다.“도련님이 사업에 일가견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서현우는 웃으며 말했다.서현우가 신약문 조상의 사랑을 받아서 인지 능이특 마음속의 지위도 높아졌다.능이특은 서현우의 풍자적인 말 때문에 화를 내지 않았다.찻주전자를 들고 한 모금 마시고 능이특은 다리를 꼬고 씩 웃었다.“원래 부잣집 도령들은 스스로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서 착각을 주고 그래.”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능이특이 말한 그런 도련님을 많이 봐왔다.예를 들면 상천랑이 가장 전형적인 대표이다.“그래서
손민은 바보처럼 웃었다.손민은 자신이 매우 현명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참, 형이 능무성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여 천열문에서 내려 왔었어요. 뭘 찾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형을 찾고 있었던 거 같아요. 아, 그 게시판에 붙여 있던 세 사람은 괜찮아요?”손민이 물었다.손민은 확실히 총명한 사람이다.머리를 굴리는데 아주 익숙하다.게시판에서 시작하여 제일 처음에 서현우가 보였던 태도로 손민은 서현우가 류 씨가 아니라 서 씨라는 것을 이미 확정했다. 그리고 대담하게 생각했다. 이 사람의 진짜 이름은 서현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이다서현우, 세 글자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안다.성국에 이미 널리 알려져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근데 손민은 이를 간파하지 않고 비밀을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다.그래서 지금 서현우가 앞에 나타나도 태연한 것이다.“차 한잔 드시죠.”서현우가 말했다.손민은 자리에 앉아서 호탕하게 한 입에 다 마셨다.“내가 누군지 이미 짐작했죠?”서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손민은 멍하니 있다가 쓴웃음을 지었다.서현우의 뜻을 이해했다.“그래서 이번에 능무성으로 돌아온 이유가 저를 죽이기 위해서 인가요?”“보이지 않는 손에 찍혔어요.”서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그 손의 힘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 내 신분과 내력을 마음대로 짰는데, 신약문에서 그게 가짜라는 걸 모르더라고요? 게다가13족 중의 하나인 허씨 가문의 천금 허나운도 명성을 돌보지 않고 거짓으로 정이 깊은 척 연기를 했어요.”손민은 입을 크게 벌리고 목이 말라 죽을 물고기처럼 가쁜 숨을 쉬었다.손민은 어떤 세력이 신약문을 속이고 13족과 같은 무서운 세력에 연루될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에 대한 상대방의 모든 조사는 밖에서 시작된 거 같아요.”서현우가 말했다.손민은 이마에 땀이 맺혔다.서현우가 밖을 말하고 있다는 건 자신의 추측이 맞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의도가 뭘까?’
서현우는 능무성에서 20일을 머물렀다.주안단 100개는 이미 제련되었다.찌개도 물론 끓였다.능이특은 성 주부의 가마솥까지 가져왔다.능무성 전체의 가마솥을 가져오고 싶었지만, 소문이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생각을 접었다.온 도시의 천영새가 모두 재난을 당했다.서현우는 단약을 단련하고 찌개를 끓인 후 손민을 데리고 능이특을 만나 당부를 한 후 철수백현호를 타고 능무성을 나섰다.질주하는 내내 백현호의 속도는 천우를 압도했다.도중에 아무런 실랑이도 없이 순순히 신약진에 도착했다.신약진에 머물지 않고 서현우는 공작산으로 돌아갔다.“스승님, 뵈옵소서.”서현우는 돌아오자마자 공가연에게 인사를 했다.“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공가연은 서현우를 일으켜주었다.“외부로 통하는 통로가 봉쇄되었습니다.”서현우는 일의 자초지종을 간단히 한 번 말했다.그러자 공가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알아보라고 할게.”얼마 지나지 않아 전음부 한 장이 반짝이자 공가연은 미간을 더욱 깊게 찌푸렸다.“다른 통로도 모두 봉쇄 되었단다. 누구도 떠날 수 없다고 제군이 명을 내렸구나.”“뭔가 이상 하구나.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고 큰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공가연이 말했다.그러자 서현우는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당분간 나갈 수 없다면 우선 마음을 안정시키고 공작산에 머물러라. 총 시험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일단 1등을 따내고 다른 일은 뒤로 미뤄라.”“얼마전에 천열문을 토벌하게 하고 은닉된 거점과 암소를 파괴하라고 시켰었다. 근데 피해가 크지 않고 이미 종적을 감춰서 찾기 어려울 것이다.”공가연은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네 가족에 대한 정보는 알아내지 못했다.”“이미 제자를 위해 충분히 하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서현우는 깊이 절을 했다.공가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느냐?”“일단은 증조님을 뵈러 가야겠습니다.”서현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공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성국의 북쪽.수만 리의 황량한 사막 지대는 일년 내내 광풍이 휙휙 소리를 내며 모래와 돌을 흩날린다.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자 허공은 모두 일그러졌다.새알을 아무렇게나 던지면 순식간에 익을 수 있다.때때로 작은 흉수가 뚫고 나오는데, 이 혹독한 태양을 견디지 못하고 또 빠르게 지하로 파고들어 종적을 감춘다.따르릉-소리가 멀리서 울려왔다.비뚤어진 지평선 끝에서 상인들이 천천히 오고 있다.물건을 싣는 데 전문적으로 쓰이는 30여 마리의 짐승들이 긴 용을 이루었다.짐승 한 마리당 한 사람 키의 웅장한 몸집에는 많은 소포와 나무 상자가 걸려 있다.호호탕탕하게 걸어오고 있다.발이 황사에 깊이 빠진 것을 보면 등에 실은 물건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낙타 짐승 양쪽에 백여 명이 2급 흉수 낙타마를 타고 있다.다들 얼굴은 거무스름하고 표정은 강인하며 손에 칼을 꼭 쥐고 매와 같은 눈빛으로 사방을 바라보며 시시각각 경계하고 있다.그들은 몸에 통일된 복식을 입고 팔에 “정”자를 수놓아 그들의 신분을 표명하였는데 성국의 유명한 정 씨 상회에 속한다.정씨 가문은 13족 안에 있지 않지만 나쁜 편도 아니다.족 중에 두 명의 진아경의 강자가 진을 치고 있다.상회는 3분의 1의 성국에 널리 분포되어 있고 명성이 자자하다.이 상단의 중간에 연차 한 대가 있다.늑대와 호랑이 같은 두 마리의 4급 흉수가 끌고 있다.널찍하고 부드러운 연차 안에는 노인과 젊은이가 앉아 있다.노인은 화려한 옷을 입고 긴 수염이 반 자나 된다.수레가 흔들리는데도 노인은 흔들리지 않고 마치 평지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옆에 있는 소녀는 연두색 짧은 치마를 입고 피부는 더없이 맑다.지금 수레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얼굴을 쓰리고 있어 좀 괴로워 보인다.“할아버지, 다음에는 안 올 겁니다. 하나도 재미없어요.”소녀가 말했다.소녀의 이름은 정이슬이고 정씨 가문 현임 가주의 넷째 딸이며 가장 아끼는 딸이기도 하다.본래 집에서 편안함을 누려야 하는데, 소녀는 이미 익숙한 모든 것에 싫
두송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혈살문!”평범한 망명 도적들이 아니라 악명 높은 혈살문이다!도적 두목의 눈에는 흉악한 웃음이 번쩍였다.손을 들어 핏빛 장총 하나가 나타나 두송백을 향해 던졌다.한 줄기 핏빛이 찰나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피식-완전히 나무로 단조 된 이 핏빛 장총은 두송백의 가슴을 관통하고 땅으로 넘어져 단단히 박혀버렸다.선혈이 흐르자 두송백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눈앞의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두송백은 결국 나무로 된 총 아래에서 죽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가장 큰 관심과 걱정은 역시 연차에 앉아 있는 18세도 채 되지 않은 그 소녀였다.자기는 죽어도 되지만 소녀가 내내 눈에 밟혔다.도적의 두목은 코끼리와 같은 흑랑을 타고 와서 두송백의 시체를 보고 손을 흔들자 핏빛 장총이 잠시 흔들리며 그의 손에 돌아왔다.선혈이 아직도 떨어지고 있다.남자는 검은색 굵은 천을 벗고 혀를 내밀어 총을 살짝 핥고 눈을 가늘게 떴다.“입도경 정상의 피 맛이 별로 좋지는 않구나.”비명 소리는 이미 이 천지 사이에 메아리 쳤다.두송백이 마른 시체가 되었을 때 비명소리는 모두 멈추었다.정씨 가문 상회의 호위는 모두 전사하였고 모두 두송백처럼 바람에 마른 시체처럼 온몸이 창백하고 어두웠다.도적의 우두머리는 고개를 들어 실눈을 뜨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그곳에서 연차 한 대가 질주하며 도망가고 있고 연기와 먼지도 휘말리고 있다.곧장 흑랑의 등에 앉아 돌진하는 것이 마치 번개와 같았다.얼마 되지도 않아 연차 앞까지 다가왔다.4급 흉수 두 마리가 핏빛 장총에 머리를 꿰뚫어 땅에 쓰러졌다.연차는 뒤집히지 않았고 이 도적 두목이 차를 꽉 눌렸다.그리고 나서 커튼 젖혔다.정이슬은 도적의 두목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대로 기절했다.......꼬르륵-정이슬은 놀라서 깨어나 멍하니 바라보다가 울음을 터뜨렸다.곧이어 지독한 피비린내에 목이 막히며 심한 기침이 났다.정이슬은 기침을 하면서 울었다.눈물과 콧물이 끊이지 않았다.이때의 그
정이슬이 여기 잡혀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정이슬은 매번 기둥을 세어 보았는데, 기둥을 세어야만 마음속의 두려움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이곳에는 999개의 기둥이 있고, 995개의 기둥에 소녀들이 묶여 있다.정이슬은 바로 995 번째로 잡혀온 사람이다.유일하게 말을 거는 사람은 서나영뿐이다.다른 소녀들은 잡혀온 시간이 길고 짧았지만 이미 이 극한의 공포 속에서 무감각해졌다.그런 감정은 눈빛에서 영혼까지 스며든 듯했다.“우리 아빠는 틀림없이 나를 구하러 올 거야. 그럼, 너까지 구할 수 있을 거야.”이 말을 정이슬은 서나영에게 여러 번 했다.그러나 서나영은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나 믿어! 우리 아빠가 나를 가장 아끼시거든! 반드시 사람을 보낼 거야...... 아니, 직접 구하러 올 거야!”정이슬은 확신했다.이것은 절망적인 환경에서 유일한 희망이다.말랑말랑한 파이프가 지금 떨어지고 있는데, 마침 정이슬의 입가에 있었다.서나영과 다른 여자애들한테도 똑같이 있다.정이슬은 입을 벌리고 관을 물고 가볍게 들이마시자 달콤한 냄새가 나는 액체가 입으로 빨려 들었다.이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처음에는 감히 마시지 못했는데, 일정한 시간이 지나자 이 파이프는 멀어졌다.그리고 좀 기다리면 다시 다가왔다.이틀을 굶은 후에 정이슬은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서나영과 마찬가지로 이 파이프에서 액체를 빨아들였다.그 액체를 마시면 배가 부르고 충분히 흡수되는 느낌이 들어 화장실이 급하지 않았다.없어서 다행인 점도 있다.아니면 묶여 있는 동안 화장실이 급하면 너무 어색해진다.약 10분 후에 정이슬은 배가 불렀다.입을 떼자 파이프는 곧 거두어들였다.찰칵-빛이 스며들어 이 어디에도 없는 핏빛을 잡아당기고 빛 속에 있는 사람의 그림자는 마치 마귀처럼 비뚤어졌다.역시 그 도적 두목은 한쪽 팔에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애를 각각 끼고 가볍게 뛰어 올라 빈 기둥에 서서 동작이 아주 매끄럽고 두 여자애를 묶었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