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누구도 도망칠 수 없어...... .”양국 병사들이 놀라 도망가는 것을 보고 서현우는 혀를 내밀어 성홍색의 입술을 핥았다.목소리가 낮고 쉰 데다가 피에 굶주린 모습을 드러냈다.서현우는 핏빛 긴 칼을 다시 들어 올렸다.핏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칼을 휘두르자, 하늘과 땅이 빛을 잃었다.이 창백한 세상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칼날이 허공을 가르는 것이 마치 이 설원에 어디에나 있는 바람과 같았다.무릇 바람에 스쳐 지나가는 곳이라면, 양국 병사가 정예군이든 아니든, 숨어 있는 군십급 무자든 예외 없이 불구가 된 시체로 절단되었다.선혈이 쏟아져 피안개가 되어 천지에 자욱하게 퍼져버렸다.그리하여 이 세상은 검붉은색으로 변했다.오랫동안 말라버린 선혈처럼말이다.몇 번의 호흡을 거친 후 모든 것이 평온해졌다.설원은 혈액원이 되어 피가 모여 눈밭에서 불규칙한 시냇물로 녹여졌다.사람 몸의 혈관과 경맥과 같았다.온 땅의 잔지가 부러지고 팔이 부러졌으며, 완전무결한 시체가 한 구도 없다.지독한 피비린내 때문에 누구도 여기서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다.그러나 서현우는 마치 되려 풀려난 물고기처럼 팔딱거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상쾌함에 서현우는 온몸을 벌벌 떨었다.“하하...... 하하하...... 하하하...... .”서현우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웃음소리에 끝없는 살육의 기운이 가득하다.성홍색의 머리카락은 점점 빨개져서 마치 언제든지 선혈이 떨어질 수 있는 것 같다.고공에서 눈보라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무인정찰기는 서현우의 광소와 이 연옥 같은 장면을 깊이 새겨넣었다.“미쳤어...... .”북목 군신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이목구비가 일그러진 가운데 엄청난 공포가 영혼에서 퍼져 나왔다.‘서현우 맞아?’‘살인에 미친 악마잖아!’모두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금용이 18개국 동맹군에 의해 파괴될 것처럼 표정이 굳어졌다.북목 군신은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이제 어떡해? 서현
[18개 국가는 군대를 동원하여 용국을 지도에서 지우려 했었습니다.][하지만 일주일간의 혈전을 거쳐 남강 총사령관 서현우는 혼자만의 힘으로 18개국 동맹군을 전멸시켰습니다!][용국은 이제 무사합니다!]이 소식이 공식 채널에서 전달되었다.용국은 순식간에 기쁨의 바다에 빠졌다.수많은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리며 옆에 있던 사람을 알든 모르든 모두 껴안고 기뻐했다.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용국은 멸국 위기를 몇 차례나 이겨내고 견뎌냈다.이번에도, 마찬가지다!이 전투 후에는 그 누구도 용국을 노리지 못할 것이다.“하하...... 내 말이 맞았지? CG 아니라고 했잖아!”“거 봐! 총사령관님이 우리 용국의 수호신이 맞잖아! 아니었으면 우리 용국 진짜 끝났을 거야!”“수호신이 아니라 혈용 신장이라고! 조상 대대로 이어온 거라고!”“아니야! 수호신이야!”“......”천하의 유유한 말은 누구도 누구를 설득할 수 없었다.그러나 수많은 환호 속에서, 모든 언론은 결국 한 가지만 가리키고 있다.“서현우 총사령관님, 무적!”모 비밀기지 실험실에서 진아름은 머리를 풀어 헤치고 미친 듯이 실험에 뛰어들었다.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녀는 먼저 멍하니 있다가 울부짖기 시작했다.울면서 아무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밖으로 뛰어나갔다.진아름은 서현우가 이미 죽은 줄 알았다.그러나 몇 걸음 뛰지 못하고 진아름은 그대로 기절했다.남강에서 돌아온 이후로 진아름은 줄곧 눈을 붙이지 못했다.여러 날 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감정이 격해지자 자연히 몸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4대 전구 중 북성을 제외한 다른 3대 전구도 모두 빠르게 전후 처리를 하고 있다.전쟁은 역사에 남을 만큼 참혹하게 발발했다.모든 장병은 서현우에게 마음속으로 감사하며 거의 경배했다.서현우는 용국뿐만 아니라 열혈로 나라를 지키는 이 병사들을 구했다.이 병사들이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끔 해줬다.이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전 세계의 시선은 원래부터 용국에 쏠려 있었다.
북성의 눈보라는 멈추지 않았다.얼음과 눈 속에서 서현우는 이미 꼬박 이틀 동안 앉아 있었다.여전히 북응국과 굴국 대군이 살육당한 곳이다.선혈과 잔지가 부러진 팔은 모두 큰 눈에 묻혔다.파헤쳐 봐도 이 아래에 수백만 명의 생생한 생명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을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서현우는 두꺼운 눈에 뒤덮여 돌덩이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요한 가운데 억제할 수 없는 살의가 용솟음치고 있다.서현우도 자신한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마음속에 만연한 살의는 여태껏 사라진 적이 없다.살육할수록 더욱 짙어졌다.아무리 많은 사람을 죽여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그리고 만약 이렇게 살육을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살인 기계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엄습했다.그때가 되면 서현우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이 살의를 막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다행히도 서현우는 어려서부터 다난하고 정신 의지가 아주 확고한 편이다.지금 그 피에 굶주린 살의에 저항하면서 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이런 괴로움은 결코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끊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만 리 떨어진 하늘에 한 줄기 검은 점이 나타났다.가까이 다가가면 무서운 기운이 온몸으로 솟구치는 강력한 무자임을 알 수 있다.맨 앞의 한 사람은 흰색 선비의 긴 셔츠를 입고 우뚝 서 있다.두 손을 뒤에 짊어지고 여유롭고, 침착하게 걷는 것이 위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그는 머리도 하얗고 눈썹도 하얗다.동공조차도 모두 흰색이다.성국 수월부에서 온 사람으로서 실력은 헤아릴 수 없이 깊다.뒤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청색 셔츠를 입은 노인이 있었는데, 머리는 검고 수염은 하얗다.그는 선어라고 하는데, 성국 명심종에서 왔으며 남강에서 검 한 자루로 남강의 견고하기 그지없는 방어선 성벽을 깨뜨렸다.그때 그 검은 세계를 뒤흔들었다.선어의 눈에는 같은 성국에서 온 그 강대한 무자들을 제외하고 외계의 사람들은 모두 하찮은 개미들이다.그때 남강을 찢은 후 몸을 돌려 떠
북성 전구.대전이 막 끝났는데도 수백만 장병들은 여전히 온몸의 피가 들끓고 있다.그들은 마음속의 흥분을 말로도 행동으로 모조리 표현할 수 없다.전쟁 전에 필사의 마음을 품고 달려왔던 그들 이기때문이다.그러나 북성전쟁이 진정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서현우가 마치 천신이 강림하여 양국 적들을 한순간에 죽여버릴 줄은 몰랐다.서현우는 용국 전체를 구한 영웅이자, 북성 장병들의 목숨을 지켜준 은인이다.전쟁은 곧 사망을 의미하는데,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개미들도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하물며 인간은?전쟁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끝났다.그 누구도 전쟁터에 나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열무를 들고 맞은편을 향해 돌격할 필요도 받을 필요도 없다.온전한 몸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그러나 격동된 장병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총사력관 부에서 북목 군신 등 몇 명의 고위장군들은 지금 무릎을 꿇고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그들은 무릎을 꿇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었다.맞은편에 검은 옷을 입은 그 남자는 눈만 휘둥그레 뜨고 위압이 가득한 채로 갑자기 강림했다.온 힘을 다해도 발버둥 칠 수 없다.다시 말해서 생명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서현우 지금 어디 있어?”남자가 더없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북목 군신은 몸의 압력이 갑자기 느슨해져 저도 모르게 크게 숨을 헐떡였다.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일어서려고 했다.그러자 이 남자는 두 눈을 부릅떴는데, 찰칵거리는 소리가 잇따라 들려왔다.북목 군신의 양 무릎이 산산조각 났다.“쓰윽...... .”북목 군신은 수십 년 동안 북성을 지키고 있는 노장이다.이런 부상에도 불구하고 큰 고통은 그의 비명을 자아내지 못하였다.북목 군신은 끙끙거리며 두 팔을 땅에 짚고 일어서려 했다.남자의 눈빛은 또다시 차가워졌다.찰칵-북목 군신의 두 손은 마치 누군가에게 꽈배기 모양으로 꼬인 것처럼 꼬여져 선혈이 끊임없이 떨어졌다.“북...... 총사
원수를 만나면 눈에 독을 품기 마련이다.겉으로든 안으로든 독이 넘쳐흐르고 있다.남강은 분명히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고 남강 병사들은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그러나 바로 이 노인의 천지를 뒤흔드는 검 때문에 남강이 와르르 무너졌다.노인이 휘두른 검 아래 죽은 남강 장병이 몇 명인지 서현우는 집계하지 않았다.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건 적지 않다는 것이다.남강은 2킬로미터의 방어선이 뚫리고 4개국 동맹군이 총공격할 때 남강의 장병들은 무수히 쓰러졌었다.적국 300만 대군이 전장에 가담하자 남강 장병들은 더욱 사상자가 막심했다!이 모든 것은 모두 이 노인 때문이다.하여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피의 빚은 자연히 피로 갚아야 한다!서현우는 손을 떨자, 핏발이 촘촘하고 빠르게 응집되어 핏빛 장도를 이루었다.붉은 억새가 반짝이는 가운데 서현우는 아래쪽에서 위로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무서운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고공 위에서 선어의 눈에도 살의가 용솟음쳤다.개미와 같은 서현우를 내려다보며 손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뒤에 있는 장검이 이미 날아올라 곧장 베었다.쾅-칼날과 검빛이 공중에서 부딪쳤다.천지가 진동하는 것처럼 전체 설원에 수 미터 깊이의 새하얀 눈이 기량에 휩쓸려 마치 쓰나미처럼 먼 곳까지 세차게 밀려왔다.선어는 분명히 공중에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졌다.다시 나타났을 때 선어는 이미 서현우의 앞으로 다가와 장검을 손에 쥐고 곧장 찔렀다.땡-서현우는 칼을 들고 막고는 맹공을 퍼부었다.딸랑딸랑-소리가 메아리치고 온 하늘에 눈보라가 휘날리며 온 세상을 어지럽게 했다.폭설은 완전히 깨끗이 청소되어 눈 속에 깊이 묻힌 수많은 병사의 시체가, 아니 신체의 일부가 드러났다.그리고 진홍색의 땅도 함께 모습을 보였다.그 후 꽁꽁 얼어붙은 신체의 일부와 선혈로 검붉게 물든 땅은 칼과 검의 충돌 속에서 완전히 휘저어져 찢어졌다.두 사람의 교전 중심은 바깥으로 20여 리 퍼졌고, 지면은 마치 매서운 태양 아래 바싹 마른 진흙밭처럼 갈라졌다.보
뼈를 에이는 듯한 칼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보통 사람들은 이런 환경에서 만약 아무런 방한 용품이 없다면 속히 말해 얼어 죽을 것이다.서현우는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피로 물든 군복을 입고 있다.발을 내디딜 때마다 거대한 눈구덩이가 생기고 한다.민첩한 동작으로 눈부신 붉은 빛을 휩쓸며 서현우는 설원 위를 질주하고 있다.서현우가 지나가면 몸 뒤에는 강한 기운이 천 무더기의 눈을 휘감는다.이 눈송이들은 얼마 흩날리지도 못하고 안개가 되어 천지에 자욱해진다.하여 순백하기 그지없었던 설원은 점점 혼탁해졌다.서현우는 지금처럼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치밀어 오르는 살의는 이미 온몸에 가득하여 서현우를 삼키고 있었다.완전히 삼켜버리기 전에 서현우는 몸을 돌려 추격하는 사람과 일전을 벌리고 싶었다.그 누구든 죽이고 싶을 마음이 굴뚝 같았다.하지만 간당간당하게 붙어 있는 이성으로 악착같이 버티고 있다.그렇지 않으면 추격해오는 모든 이들은 반드시 죽게 될것이다.수라의 혈맥이 막 깨어난 서현우는 세인의 눈에는 비길 데 없이 강한 존재다.단독으로 선어와 같은 강자를 상대해도 패할 가능성이 없고 심지어 우세를 점할 수 도 있다.그러나 선어와 같은 수십 명의 강자는 외부에서 하늘과 땅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무서운 자들이다.마음만 먹고 성지로부터 그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는 다면 그들은 손 쉽게 모든 나라를 일일히 지도에서 지울 수 있다.이 세상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하여 극도로 차오르는 살의는 무궁무진에 가까운 힘으로 변하여 도망가는데 쓰이고 있는 중이다.바로 그런 힘으로 서현우는 지금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하얀 털을 쓴 눈곰 한 마리가 얇은 얼음층을 사이에 두고 흐느적거리는 물고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한창 굶주리고 있는 곰에게는 최고의 만찬이다.흥분하며 막 발바닥을 들이올렸는데, 떨어지기도 전에 방울 같은 눈동자 속에는 붉은 억새가 스쳐 지나갔고 곧 사라졌다.눈곰은 한 순간에 벌어진 일에 멈칫거렸다.사유가
서현우의 말에 무자들은 자리에 굳어버렸다.일제히 어안도 벙벙해져 입만 뻥긋거렸다.무자들의 눈에는 용국 나라 자체가 개미이고 용국의 사람도 자연히 개미이다.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들이 충분히 강하기 때문이다.마음만 먹는다면 용국의 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깨끗하게 도살할 수 있다.단지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그러므로 그들은 자기의 사고방싣대로 서현우도 지금 용국을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생각하고 있는 것이다.사람은 결국 모두 이기적이다.성국에서는 이런 이기심이 더욱 철저히 나타나는 것 뿐이다.많은 사람들은 스스로가 강대해 지는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값지다고 생각한다.무도의 길에서 한 걸음 이라도 앞으로 더 나아갈 수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그들은 대가를 치를 수 있다.그중에서 태상종이 제일이다.태상종의 취지는 태상망정이다.모든 감정의 굴레는 무도의 장애물이다.하여 태상종에 들어가려면 먼저 정을 잊어야 한다.그럼, 정을 어떻게 잊겠는가?부모님이 계신다면 부모님을 죽이고, 처 자식이 있다면 처 자식을 죽이는 것이다.더 많은 사람을 죽일수록 더 많은 정을 잊고 그 정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므로 태상종 사람들은 종주부터 외문 잡역 제자까지 모두 고아다.다른 무술자들은 태상종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훨씬 낳은 것도 아니다.이익이 우선인 그들에게는 버릴 수 없는 것이 없다.하물며 자신의 생명과 앞날이 걸려 있으니 더더욱 눈에 보이는 게 없다.그래서 그들은 용국을 가지고 서현우를 위협했던 자신의 모습이 우습기만 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무자들은 이를 악물고 분노하며 묵묵히 쫓아갈 수 밖에 없다.그 이유는 바로 수라의 힘이다!십여 년 전 성국의 그 큰 재난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포기할 이가 없다.반드시 쫓아야만 한다.천지가 어둠에 뒤덮혀도 하늘이 무너져도 천지가 갈라져도 쫓아야만 한다.설령 그 끝에 아무것도 없더라도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쫓아야 한다.......북
서현우는 확실히 더이상 도망갈 길이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수백 리 범위 내에 천둥과 번개가 끊임없이 울리며 오금이 저리는 소리가 울리고 있다.혈도가 흩어지면 뇌진의 힘은 터진 핏줄을 따라 서현우의 몸으로 번졌다.이것은 감전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일반 사람은 일단 가까이 오기만 하면 깡끄리 타버린다!뇌진의 힘을 뚫으려고 두 번 시도한 후에 서현우는 온몸이 흔들렸다.혈색의 긴 머리카락은 전기에 의해 거꾸로 세워져 고슴도치처럼 보였다.언뜻 보기에는 최신 트렌드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애석하게도 이곳은 원시 정글이라 서현우의 멋을 감상할 수 있는 단 한명도 없다.입안에 머금고 있던 피 한 모금을 내뱉으니 서현우는 오히려 만히 편안해졌다.서현우가 뱉어낸 피안에는 노발대발의 힘이 섞여 있다.혈액 속에 내포된 그 혈살의 힘은 많이 소모되었다.서현우는 땅에 떨진 후 깊은 생각에 잠겼다.뇌진의 힘은 마치 혈살의 힘에 매우 강력한 압제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듯했다.마음속의 살의까지 많이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이러한 힘을 자아내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그럼, 앞으로 보조배터리라도 가지고 다녀야 하는걸까?’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면서 서현우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이러한 시국에 엉망진창한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그러나 이러한 생각에 잡혀있다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아주 잠시남아 살의를 떠오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머리를 흔들며 서현우는 몸속의 들끓던 기운을 안정시키고 사방을 훑어보았다.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가 울창하고 서로 연결되어 녹색 돔을 형성하여 하늘을 가려버렸다.그리고 공기 중에 옅은 썩은 냄새가 풍겼다.이 냄새는 겹겹이 쌓인 발밑의 썩은 잎으로부터 풍겨져 나온 것이다.냄새외에도 독충, 독사 따위가 사방에 널려있었다그러나 서현우가 무심코 내뿜은 혈살의 힘 때문에 독충과 독사는 놀라서 뿔뿔이 흩어졌다.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서현우는 발밑을 툭툭거리며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에 쪼그리고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