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국, 남부.술변성은 술변이라고 불리지만 전선에서 거의 50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적국의 총사령관 체어스가 바로 이곳에 있다.전쟁이 발발한 지 두 시간 후부터 전보가 끊임없이 전해져 책상 위에 산더니 처럼 쌓였다.체어스는 쉴 새 없이 엄숙한 표정으로 하나씩 보고 있다.거산도 전투가 시작되자 연합군이 절대적인 우세를 점하고 끊임없이 추진.남강 제7군이 지원하러 왔고, 연합군은 60만 명이 전사.제천산 전투 시작.연합군은 궁지에 몰림.남강 제3군이 참전.제천산은 넘지 못하고 전군과 단절됨.연합군 작전 지휘부가 기습당함.남강 방어선 주전장 폭발.전보가 아직도 끊임없이 전해지고 있다.체어스가 손을 흔들자, 옆에 한 사람이 몸을 굽혀 앞으로 다가왔다.“서현우는 지금 어디에 있어?”이 사람은 서현우라는 세 글자를 듣고 안색이 조금 변했다.적국의 장병들에게 이 이름은 악몽과 같다.“연합군이 출발했을 때, 서현우는 남강 방어선 중간에 나타나 남강 대군을 이끌고 노래를 불렀고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나타나지 않았다고?”“네.”잠시 머뭇거리다가 남자는 이어 말했다.“내부에서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서현우는 지금 병이 위중한 것 같습니다.”“위중하다고?”체어스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럴 리가 있어?”“구체적인 건 모르겠지만, 소식을 전한 분이 높은 분이 아니셔서...... .”체어스는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남자는 물러났다.“서현우, 너 정말 위중한 거야?”체어스는 창가에 서서 캄캄한 밤하늘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벽에 시계가 똑딱똑딱 소리를 내고 있다.갑자기 바람이 불어왔다.체어스는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갑자기 몸을 돌려보니 불빛을 마주하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즉시 그는 가슴이 철렁거리며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나으리, 안녕하십니까!”이 남자는 긴 머리를 하고 넓고 고풍스러운 칼을 메고 있다.칼집에는 일곱 개의 색깔이 다른 보석이 북두칠성의 방위에 따라 배열되어 있다.
새벽 5시 25분.찬바람이 적국 경내를 휩쓸며 산 고개 고개를 넘어 마지막에는 남강을 휩쓸었다.온도 차이는 열국과 몽국의 부대에 있어서 우호적이지 않다.그들은 방한복이 있지만, 후방 보급선에 두고 왔다.벌벌 떨며 산림 사이를 걸으며 빠른 행군으로 체온을 유지하려 해도 할 수 없었다.“젠장! 추워!”두 나라는 평원 지대가 많고 산이 거의 없으므로 자연히 산악 작전을 훈련한 부대도 극히 드물다.내디디는 발걸음마다 움푹 들어가거나 무엇인가에 부딪쳐 넘어져 넘어지기도 했다.자칫 잘못하면 산비탈에서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죽지는 않겠지만 나뭇가지와 돌멩이 등은 그들을 갈기갈기 찢을 수 있다.그리고 그 아픔은 형용하기 어렵다.하여 양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욕을 퍼붓는 것도 당연하다.“다들 정신 차려! 앞의 두 산만 넘으면 남귀산에 도착할 수 있어!”양국 통령들도 마음속에 원망이 가득 차 있는데, 남강 방어선의 주전장에 가서 돌격해야 한다.게다가 4대 총사령관이 내린 명령이니 따를 수밖에 없다.“주전장 쪽은 어떻게 됐어?”“나도 몰라! 한방에 남강 방어선을 뚫었다면서? 왜 남강 후방으로 우릴 보내는 거야?”“손실을 줄이기 위해서겠지! 만약 우리가 남귀산을 넘어 남강 후방을 기습할 수 있다면, 앞뒤로 협공하여 남강은 멸망시킬 수 있고 단번에 삼켜버릴 수 있잖아.”“일리가 있어. 그 공을 세우면 어깨에도 별이 하나 더 달리겠어.”“헤헤헤...... .”아름다운 꿈을 품고 이 두 나라 병사 도합 60만여 명은 계속 전진하였다.50리밖에 민둥산이 하나 있다.산이 높지 않고 나무가 듬성듬성하여 특유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이름은 백두옹이다.이 물건의 유일한 작용은 약재로 쓰이는 것이다.그러나 하필이면 약용 가치가 높지 않고 사방에 널릴 정도로 잘 자란다.그래서 이 온 산천에 널린 백두옹은 마치 노인의 백발처럼 보여 옛 이름은 백두산이다.지금, 이 순간 백두산에는 남강 제1군과 제7군, 합쳐서 40만 명도 넘지 않은 병사들이 숨고 있다.
“장군님, 전방은 안전하다고 합니다!”“나도 알아! 이런 외진 곳에 적들이 매복이라도 하고 있을 거 같아? 계속 전진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반드시 남귀산에 도착하여 전투를 벌여야 한다!”“네!”60만 대군이 빽빽이 모여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개미가 이동하는 것 같다.산림을 누비며 그들은 경계를 풀고 걷고 있었다.마음속으로 남강을 욕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산을 욕했다.하룻밤 동안 걸으면서 뱃속으로 들어간 것은 건빵과 차가운 물뿐이다.피곤하고 춥고 졸리며 그야말로 지옥이었다.남귀산에 도착하면 다소 쉬고 정돈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전투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을 것이다.“남강 병사들은 잘 먹는다던데...... .”이러한 생각이 떠오르자, 마음속에 참았던 분노가 더욱 심해졌다.“근데, 저 산은 왜 저렇게 하얗지?”“하얀 꽃이 만발해서 그래.”“그래? 산 이름이 뭐야?”“지도에서 백두산이라고 했어.”“참, 이름 그대로네, 더 이상 못 참겠어! 일 보고 올게.”한 교위가 산 아래로 내려가 허리띠를 풀고 일을 보기 시작했다.하지만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바로 그와 1미터정도 떨어진 곳에서 흙 속에 반쯤 묻힌 남강 병사가 냉담하게 그를 보고 있다는 것.소변이 이 남강 병사의 얼굴에 튀었음에도 병사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일을 다 본 교위는 바지를 입고 계속 부대를 따라갔다.자신도 모르게 죽음이 그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산꼭대기에서 제7군 통령 위홍은 작은 소리로 물었다.“부사령관님, 언제 공격합니까?”위홍은 노장이고 작전 경험이 풍부해서 언제 공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그러나 이 부사령관이 옆에 버젓이 있으니 당연히 주제넘게 나서서는 안 된다.“조금만 기다려.”“네.”적군이 천천히 행진하고 있다.산에는 숨어 있는 남강 병사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그들은 이미 이 음산하고 습한 진흙 속에 밤새도록 묻어있었다.마실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다.굶주림에 시달리고 추위에 시달리며 적군보다 더
“이겼다! 우리가 승리했다!”환호성이 남강 전체를 뒤흔들기라고 하는 듯했다.“전장 청소하고 전손 점검합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모두 집합합니다!”청현은 신속하게 명령을 내렸다.30리에 달하는 전장에서 적군 60만 명을 섬멸하고 소수만 도망쳤다.남강 제1군과 제7군은 총 23만 명이 전사하고 16만 명이 부상을 입었다!따지고 보면 부대 전체가 전사하고 부상을 입은 것과 마찬가지다.청현 자신조차도 팔에 뼈가 깊게 보이는 상처가 하나 생겼고 사지에 상처가 널려 있다.전군이 끝났을 때는 이미 밤 10시였다.칠흑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청현은 어둠 속에 위풍당당하게 선 채 부상을 입은 12만 명의 병사들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전사한 23만 병사를 제외하고 남은 16만 명 중 4만 명은 중상을 입었고 나머지는 모두 팔이나 다리가 잘려 나갔다.그리고 어떤 병사는 칼이 배를 관통하고 내장이 밖으로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그들은 이미 전투력을 잃었다.그리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방이라도 숨을 거두게 될 것이다.청현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여러분, 죽는 게 두렵습니까?”“두렵지 않습니다!”청현에 물음에 답하는 병사들의 말투는 여전히 굳건했다.이미 이틀 동안 물 한 방울도 마시지 못했지만, 힘이 넘쳤다.챙겨온 모든 보급품은 벌써 다 먹었다.“전 두렵습니다!”청현은 눈물을 머금고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출정할 때 의기양양함은 가뭇없이 사라진 채로 말이다.“우리에게는 지금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첫째, 남강으로 돌아가면 우리는 적의 계략을 깨뜨린 영웅으로 될 것입니다!”아무도 대답하지 않은 채 밤바람 소리만 들렸다.단지 나뭇가지 끝만이 끊임없이 소리를 내며 그들에게 박수를 치는 것 같았다.“둘째! 적군의 보급선을 향해 전진합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할 수 있습니다!”우렁찬 대답에 청현의 눈에 맺힌 뜨거운 눈물이 그대로 흘러내렸다.‘자식들, 좀 머뭇거리지!’‘어떻게 죽는 게 두렵지 않아?’이 전투에서
“총사령관님, 아침 드세요.”남강, 총사령관 부.홍빈은 말하면서 방문을 여는 순간 그릇을 그대로 땅에 떨어뜨렸다.푹 끓인 죽이 바닥에 쏟아졌다.“없어! 사령관님이 없어졌어!”홍빈은 가슴이 철렁거리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당장 CCTV 돌려! 총사령관님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겠어!”따르릉-서현우 책상 위의 전용기가 울렸다.전화 소리에 홍빈은 몸을 떨며 바라보기만 했다.불안감이 엄습하여 감히 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상대방이 서현우를 찾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홍빈도 지금 서현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다.귀신이 곡 할 노릇일까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휠체어에 앉거나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는 서현우는 영문도 모른 채 사라졌다.감시 프로브가 널려 있는 환경에서 말이다.‘하늘로 솟았을까? 땅으로 꺼졌을까?’‘급히 총사령관님을 찾는 전화면 어떻게 하지?’홍빈이 죽고 사는 문제는 둘째고 전략에 변화가 있는데, 총사령관님과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홍빈은 생각할수록 당황스럽고, 당황할수록 두려웠다.홍빈은 마음속으로 지옥과 같은 몸부림을 겪은 후,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다가가 전화를 들었다.수화기를 귓가에 놓고 입술만 꿈틀거리고 감히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홍빈.”이때 전화기에서 덤덤한 소리가 들려왔다.“총사령관님!”홍빈은 당황해하더니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어디 계시는 겁니까? 지금 당장 모시러 가겠습니다!”“최전선에 있어.”우르릉우르릉...... .전화기에서 폭발음이 계속 울렸다.서현우의 말을 듣고 홍빈은 부들부들 떨다가 나중에는 얼어붙었다.목청놓고 펑펑 울고 싶은 마음뿐이다.‘똑바로 서지도 못하는 사람이 굳이 전선에 가서 뭘 하려고?’‘어떻게 간 거지?’‘만일 무슨 일이 생기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총사령관님, 제가...... 당장...... 모시러...... .”홍빈은 지금까지 이렇게 두려워한 적이 없다.홍빈은 자신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하지만 서현우가
“그래서...... .”서현우의 눈에는 고통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말투가 평온해졌다.“돌아오지 않고 적군의 보급을 목숨으로 파괴했다는 말이야?”군사는 두 손을 맞대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서현우는 오랫동안 침묵하더니 손을 흔들었다.“가게 놔둬.”부상을 입은 몸으로 무기 장비도 부족한 채로 12만 명의 병사가 30만 명이나 되는적군 보급 캠프를 쳐들어갔다.이는 달걀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주저 없이 달려갔다.서현우는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그래서 그들이 가도록 내버려 두라고 한 것이다.최악은 전군이 전멸할 뿐 적군의 보급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주전장에 있는 적군들도 결국은 먹어야 한다.일단 보급이 늦어지면 그들에게도 골치 아픈 일이다.그럼, 남강에게는 좋은 일이다.전쟁에서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서현우는 남강의 총사령관으로서 전군의 대권을 장악하고 자연히 자비하고 맘이 약한 사람도 아니다.12만 명으로 적군의 진공을 잠시 미루는 것은 가치가 있다.눈을 감고 다시 눈을 뜨니 서현우의 눈빛은 더없이 싸늘해졌다.“내 명을 전하거라...... .”전선 지휘부로부터 군령이 끊임없이 전달되고 있다.200리 방어선에서 병력을 이동하여 적군의 거듭되는 공격을 막아냈다고 한다.이 수라지옥 같은 전쟁터에서는 시간은 빨리 감기라도 한 듯이 흐르고 있다.눈 깜짝할 사이에 날이 또 어두워졌다.적군은 10리 후퇴하여 군대를 정돈하였다.남강 방어선은 모처럼 조용해졌다.밤바람이 휙휙 소리를 내는 가운데 솟아오르는 불길이 모든 것을 삼키려는 것 같다.“적군의 23차례 공격을 격퇴했습니다.”“언제쯤이면 끝날까?”“우리 돌아갈 수 있을까?”“돌아갈 수 없으면 돌아가지 않으면 그만이야! 남강이 안전해야 다른 곳도 안전하고 우리 가족들도 편안하게 있을 수 있어.”“헤헤, 하긴 네 말도 맞아. 담뱃 불이나 좀 지펴 줘. 손가락 네 개가 날아가니 정말
서현우는 서서히 눈을 떴다.눈앞에는 홍빈 밖에 없다.포화 소리는 여전히 세상을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우르릉-방 정체가 떠나갈 정도로 울리고 있다.홍빈은 즉시 앞으로 나가 몸을 굽혀 손을 뻗어 서현우 몸 위를 가렸다.다행히도 이 집은 견고하여 지붕이 갈라졌지만 함몰되지 않았다.씽씽-서현우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그것은 대공 미사일 소리였다.매우 확실할 수 있다.어디까지나 남강 총사령관이니 이는 기본이다.“나 얼마나 기절한 거야?”서현우는 허약한 소리로 물었다.이 소리는 포화 소리보다 천만 배나 약하다!홍빈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입 모양을 보고 알아차렸다.“하루입니다! 지금은 밤 11시 33분 54초입니다.”서현우도 홍빈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입 모양을 보고 알았다.손을 들어 보려고 힘을 썼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발을 들고 싶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그래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싶었다.하지만 고개도 움직이지 않았다.“나 움직일 수 없어.”“남강은 무너졌어?”“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 있습니다.”“나 좀 일으켜 줘. 나가서 봐야겠어.”“총사령관님...... .”“시간이 없어, 얼른!”“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고 싶어.”홍빈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홍빈은 이를 악물고 서현우를 부축하여 휠체어에 앉혀 두꺼운 외투를 덮어주었다.서현우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앞만 보고 있다.몸이 몹시 허약해지고 있는 것을 뼛속까지 느꼈다.그 무서운 혈살의 힘이 몸 여기저기를 쏘다녔다.생명이 흘러가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밖으로 좀 가자.”“네.”홍빈은 눈물을 흘리며 서현우를 밀고 나갔다.쿵쾅-하늘에서 무수한 불꽃이 터지고 있다.불꽃마다 전투기 한 대의 파멸을 대표한다.양쪽 전투기 무리가 모두 고공을 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하여 서현우의 눈앞에는 불꽃이 끊이지 않고 있다.살성이 진동하며 총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온 세상을 뒤덮었다.적들은 필사
피바다가 된 전쟁터에서는 햇빛조차도 먼지가 자욱해 보인다.서현우는 숨이 점점 가빠지고 있다.신체적인 이유가 아니라 이 공기 중에 피비린내가 너무 짙다.모두가 선혈에 잠긴 듯 숨이 막힐 지경이다.씽씽씽...... .포탄이 끊임없이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다.포탄이 폭발하고 나면 검은 기름이 천지를 뒤덮고 쏟아지는데 마치 비가 내리는 것과 같았다.쾅-불빛이 솟아오르는 순간이 마치 혀를 내두르며 미친 듯이 달리는 악견과 같았다.폭발점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휙휙-칼 같은 바람이 불길을 더욱 키우고 있다.남강 방어선 밖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시체가 소각되어 악취가 진동하며 풍겼다.그러나 며칠간의 잔혹한 전쟁을 거쳐 전사들은 이미 여러 가지 냄새에 익숙해졌다.맹렬한 불은 아주 멀리까지 휩쓸었다.남강 내에는 지장이 없고, 남강 밖의 적군이 주둔하는 캠프도 지장이 없다.200리에 걸쳐 이어진 불길은 예나 지금이나 보여주기 어려운 극단적인 화면을 조성하고 있다.큰불은 한참을 태우고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얼마나 많은 시체가 있는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불길에 물든 강인한 얼굴에 슬픔이 떠올랐다.전쟁 중에 사람의 목숨은 값어치가 없다.너무 많은 사람이 여기에서 죽었다.그리고 누군가는 계속 죽을 것이다.‘내가 다음 차례인가?’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이 물음을 떠올리고 있다.그러나 그들은 죽는 이가 자신이라도 단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현우의 숨결은 이 뜨거운 불 속에서 점점 가라앉았다.자신에게 시간이 이미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꼈다.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못 버틸지도 모른다.‘용국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이 문제는 아마도 저세상에서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생전에 이미 최선을 다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안타깝게도 청현이가 살아 돌아왔는지 알지 못했다.청현은 전체를 내다보는 능력이 훌륭하고 군사와 함께 협력한다면 좋을 것 같다.두 사람이 부디...... .서현우는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