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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새까만 동성문이 찢어져 땅에 쓰러졌다.

수많은 먼지가 휘날렸다.

성문의 틈을 잃은 것은 마치 거대한 짐승의 입처럼 언제든지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기세였다.

동성문 뒤의 수비군은 비분하고 절망했다.

밀물처럼 밀려드는 반란군을 보며 온몸에 무력감이 감돌았다.

신성불가침의 황성이 오늘날에 무너졌다.

전쟁의 세례와 파괴에 빠진 궁전에는 뜨거운 불이 타올랐다.

이 소리는 역사가 슬퍼하는 소리이자 세월의 울음이다.

“누구도 날 막지 못한다!”

최전방에 돌진하는 반란군 병사들의 얼굴은 험상궂고 열광적이다.

아름다운 미래가 그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권양기 같은 전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눈앞의 적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

그래야 만이 승리의 열매가 달것이다!

몸에 난 상처는 대수롭지 않고 흐리는 피도 개의치 않았다.

앞으로의 삶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죽여! 앞길을 막는 자라면 그게 누구든 죽여주마!”

이미 눈이 돌아간 반란군과 목숨으로 이곳을 지키고 있는 수비군이다.

평상시에는 넓은 곳이었으나 지금은 비할 데 없이 좁고 붐비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거 그들은 죽기 살기로 겨루고 맞서고 있다.

하늘은 이미 두꺼운 먼지로 뒤덮였다.

공기 속에는 이미 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피비린내와 시체, 건물 등이 타는 듯한 냄새가 가득했다.

발밑은 피범벅이 된 시체로 가득했다.

피와 먼지는 이미 응고되어 유동성을 잃었다.

불길이 타오르고 살육이 계속되고 있다.

히스테리의 포효 사방팔방 메아리치고 있다.

세기 종말 같은 광경이다.

그리고 국주 용천범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모든 걸 내려다보고 있다.

두 손을 등에 지고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시가전은 이미 곳곳으로 번졌다.

영지호는 여전히 그 부드러운 가마의자에 앉아 사람들에게 들려 빼곡히 둘러싸여있다.

그는 용천범과 마찬가지로 이 도시의 봉화를 보고 끝없는 살육을 구경하고 있다.

선혈과 시체가 쌓여 형성된 왕좌를 보고 눈에는 득의양양함이 가득했다.

이 전투에서 그는 이미 앞당겨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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