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이 곳에 어쩌면 희망이 있을 지도 모른다.대전은 넓고 책장이 줄지어 있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책장마다 책이 가득 꽂혀 있다.부문별로 나누어 있는데 모든 분야를 포괄했다.이곳은 용국에서 가장 큰 서고로 거의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다.일상 생활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공들여 책을 본다 할지라도 평생의 시간을 들여도다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서현우는 마침내 지식의 바다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500여명의 서고에 재직하고있는 직원들은 가지런히 10줄로 서서 서현우의 뒤를 묵묵히 따라다녔다.서현우는 고개를 돌려 허리를 살짝 굽히고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현양조, 명백초, 현양명백 이 세 가지 어휘에 관한 모든 책을 찾아주세요!책 한권이라도 단락 하나라도 단어 하나라도 빠뜨리지 말고 찾아주세요! 자, 그럼, 수고들 하시죠!”“네!”500명은 10명이 한 조로 되어 조별마다 하나의 분야를 책임졌다.서현우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바삐 움직이는 그들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들 전문가이니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가 없었다.관련 정보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그때 다시 자세히 선별하면 된다.서현우가 긴장하고 바라던 차에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고개를 돌려보니 대머리가 시선애 들어왔다.“술 좀 마실래?”천용 군신은 서현우의 곁에 앉아 술주전자 하나를 건네주었다.“여기 술 마셔도 돼요?”“다른 사람은 안 되지만 우린 상관 없어.”천용 군신은 매우 호탕하게 한 모금 먹었다.입가에서 술이 흘러내리자 그는 깔끔하게 닦은 뒤 혀를 내둘렀다.“아이고야, 술맛 좋다!”서현우는 좀 침묵하더니 주전자를 받고 고개를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천용 군신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네 딸이 중됙된 건 용국이 중독된 거랑 마찬가지다......힘들고 어렵겠지만 그래도 견뎌내야 한다!”......중영.인기척도 없이 깊은 밤에 등불만 환히 비추고 있다.
서씨 저댁 뒤뜰 별관.좌민우와 좌권 조손 두 사람은 한 방에서 지낸다.좌권은 이미 잠들었고 약간의 코 고는 소리도 났다.그러나 좌민우는 아직 잠에 들지 않고 눈을 뜨고 창문을 통해 밤하늘에 높이 걸려 있는 둥근 달을 보고 있었다.그리고 눈앞에는 줄곧 솔이의 순진무구한 웃음이 아른거렸다.“똑똑-”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갑자기 울려퍼졌다.잠에서 깬 좌권은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누구세요?”비록 젊지는 않지만 그는 여전히 무자가 가져야 할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저 임진인데요.....솔이 사건에 대해 좌민우씨에게 물어볼게 있어서 왔어요.”문밖에서 임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삐걱-”방문이 열리다.좌권은 늠름한 자태로 보이지만 피곤함이 묻어있는 임진을 보면서 말했다.“우리 손자는 이미 조사 받았잖아요. 근데 왜 또 찾아오시는 겁니까?”그의 말투에는 불만이 스며있었다.솔이가 사고를 당한 건 그도 마찬가지로 가슴이 아팠지만 그는 자기 손자를 더 걱정한다.좌민우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낯을 가려 평범한 사람들과도 교류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임진과 같은 집법권력이 있는 사람과는 더욱 어렵지 않겠는가?놀라서 겁이라도 먹고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하라는 말인가?“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냥 간단하게 좀 물어볼게 있어서 그래요. 솔이 사건은 용국의 위엄과도 관련되어 있는 일이고 저도 서현우씨한테 결과를 보여줘야 하잖아요. 부탁드릴게요.”임진은 웃으며 말했다.좌권은 입을 오므렸다.고개를 돌려보니 이미 자리에서 일어선 좌민우가 보였다.“민우야, 좀 더 물어볼게 있으시데......두려워 말고 협조해드려.”“네, 할아버지, 저 두렵지 않아요.”좌민우는 고개를 저었다.좌권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구를 내줬다.임진은 다소 당황하고 긴장한 듯한 좌민우를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가요.”좌권은 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걱정을 드러냈다.서씨 저택 밖에서 좌민우는 순찰차에 올랐다.그러자 좌권이 황급히 달려와 급히 말했다.“간단하게 물어 본다면서
순찰차가 물에 잠겨 사라지는 것을 직접 보고 몸집이 우람한 남자는 총을 거두었다. 그리고 동료에게 목덜미가 잡혀 벌벌 떨고 있는 좌민우를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따라와.”좌민우는 길가에 정차한 차 안으로 끌려갔다.우웅-승용차는 시동을 걸었고 남자는 머리를 차창 밖으로 내밀고 CCTV를 향해 “브이”라는 손짓했다.그렇게 승용차는 십여 분간 질주하더니 강변 공터에서 정차했다.차 문이 열리자, 복면을 한 세 사람과 좌민우가 차에서 내렸다.공터에는 흰색 SUV 한 대 그리고 중년 남자가 손에 불을 붙인 시가를 끼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양복 입은 두 남자가 있었다.복면 한 남자는 마스크를 벗고 평범한 얼굴을 드러냈다. 오만함과 여유로움은 없이 그는 공손하게 중년 남자에게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범철 형님, 사람 데리고 왔습니다.””그래, 수고했어.”범철 형님이라고 불리는 중년 남자는 주눅이 잔뜩 들어있는 좌민우를 보고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그때 뒤에 서 있던 양복 입은 두 남자가 동시에 총을 꺼냈다.탕탕탕-경미한 총소리가 세 번 나면서 소음기를 거친 총알은 좌민우를 납치해 온 세 사람의 가슴에 박혔다.선혈은 순식간에 그들의 옷을 물들이고 땅으로 스며들었다.“왜...... .”평범하게 생긴 남자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대로 쓰러졌다.죽을 때까지 그는 범철 형님이 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지 알지 못했다.능력이 강한 부하인데 왜 버림받는 건지 의문을 품고 애석하게도 영영 잠에 들었다.순식간에 일어 난 일을 목격한 좌민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땅에 주저앉으며 벌벌 떨고 있었다.이때 범철 형님이 성큼성큼 걸어와 좌민우의 머리카락을 덥석 잡아당겼다.고통스러움에 좌민우는 소리를 치며 강박으로 고개를 들었다.“X신아! 그게 그렇게 어려워? 간단한 일이잖아! 근데 왜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건데! 자백이라도 하려고 그랬어?”범철 형님이 사나운 말투로 물었다.“아니에요...... 그
손량은 참지 못하고 예쁘게 생긴 여 순찰 임진을 바라보며 물었다.“솔이하테 독을 내린 사람이 이 사람 손자라는 건가?”“네.”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말도 안 돼!”좌권은 또 미친 듯이 소리치며 두 눈이 빨개지면서 사람을 잡아먹을 기세였다.“몇 번이나 말해! 민우는 내성적이고 사교성도 없다고! 그런 착한 애가 왜 그런 짓을저질러! 그것도 현우 도련님 딸한테!”그러나 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이게 사실이에요. 가는 길에 좌민우씨는 직접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보여준 모든 모습이 범인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고 있었어요.”“모독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민우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 애를 죽이려고 달려들어!”좌권은 온몸을 심하게 떨며 불공대천의 원수를 보듯이 임진한테 삿대질 하며 말했다.“우리한테 현우 도련님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나 해! 침대에 누워 평생을 보내야 했던 나를 고쳐주신 분이라고!”“민우도 현우 도련님이 치료해 줬어!”“우리한테 목숨을 다시 주신 분인데 어떻게 우리가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겠어! 생명의 은인인데 어떻게 솔이한테 독을 내릴 수 있겠는가 말이야!”옆에서 지켜보던 강한송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혹시 무슨 오해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 민우 그 아이는 저희가 의관에서 매일 접촉하는데 아주 착한 아이예요.”“내 말이 그 말이에요!”김윤희도 거들었다.“민우 동생은 착하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에요. 매사에 열정적이고 책임성도 강한 아이인데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손량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임진, 증거 있어?”임진은 고개를 저었다.“증거는 아직 없습니다.”“그럼, 그냥 네가 일방적으로 하는 말이네.”“만약 이렇게 사건을 처리하면 너 오래 못 가.”손량이 말했다.임진은 손량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말했다.“좌민우씨는 의관에서 일을 하고 집에서 어르신과 함께 있는 외에는 그 어떠한 사교생활도 없습니다. 당연히 낯선 사람들이랑 깊이 교류할 기회도 없겠죠. 그럼, 저 사람
“찾았어? 어디있어?”임진은 눈을 부릅크게 뜨고 급하게 물었다.그러자 순찰은 숨을 돌리며 대답했다.“서북동 한로대교 아래요! 강변 공터에서 발견됐어요! 근데 세 사람 다 총 맞아 죽었어요! 말하면서 그는 사진 몇 장을 건네주었다.임진은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물었다.“좌민우는?”“발견하지 못했습니다.”좌권은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아 두 눈은 초점을 잃었다.그러나 임진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사진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다들 이거 좀 보세요. 좌민우씨를 납치해 간 용의자인데 바로 전에 제가 보여드린 사진과 일치하잖아요.”사진을 보고 나더니 그들은 조용해졌다.손량도 두 사진을 자세히 비교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똑같긴하네.”“그럼, 저 사람들이 좌민우씨를 사주하여 솔이한테 범행을 저지른 걸로 단정 지을 수 있겠네요!”임진은 사진을 기반으로 하여 자신의 판단을 확정했다.“말도 안 돼!”좌권은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그럴 리가 없어! 이거 다 조작된 거야! 우리 민우가 왜...... 절대 그럴리가 없어! 내 목숨으로 증명하지! 민우는 절대 범인이 아니야!”말하면서 그는 오른손을 높이 들어 이마를 세게 쳤다.......금용.거센 모래바람에도 해는 어김없이 밝게 떠오르며 햇빛이 대지를 뒤덮고 있다.황성의 오래된 건축물은 수천 년의 비바람을 거쳤다.그리고 아침 햇살은 곧 건축물을 금색으로 탈바꿈해 주며 장엄함과 숙연함도 함께 안겨줬다.서고 대전에서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온 서현우는 눈빛 마저 약간 흐리멍덩해졌다.그의 곁에는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500명의 서고 직원들은 모두 이미 지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하룻밤 사이에 그들은 모든 책을 선별해 냈다.무릇 현양조, 명백초, 현양명백 이 세 단어가 들어가 있는 책이란 책은 모조리 찾아내어 자세히 훑어보았다.그것도 하이테크 제품의 도움으로 진행된 일이다.제품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500명이 아니라 그의 10배나 되는 인력과 시간을 들이더라도 불가능한
10월 8일.햇살이 눈 부신 날이다.서현우가 드디어 돌아왔다.그는 지금 한 걸음씩 천천히 서씨 저택으로 걸어 들어 오고 있다.“현우 도련님!”뇌창은 줄곧 문신처럼 대문을 지키다가 멀리서 서현우의 그림자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곧 그는 온몸을 벌벌 떨며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그대로 멍해졌다.뇌창의 큰 목소리는 집안의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서태훈, 서나영, 홍성, 진개해, 조순자, 손량, 진국 군신, 상천랑, 강한송, 김윤희...... .소리를 듣고 그들은 웃음이 만발한 얼굴로 달려나왔다.서현우가 돌아왔다는 건 솔이를 구해 낼 방법이 생겼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들의 웃음은 곧 극도의 충격과 놀라움으로 바뀌게 됐다.서현우의 발걸음은 변함없이 차분했다.그는 등을 곧게 펴고 가슴을 활짝 열고 더없이 당당하게 걸어왔다.조각 같은 얼굴에는 사람을 살살 녹이는 웃음도 곁들여 있었다.얼굴이 창백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 이상한 점이 없어 보였다.“다들 계시네요?”서현우는 웃으며 말했다.“여기 서있지 말고 들어가서 얘기하시죠.”그의 말에 그들은 일제히 길을 비켰다.서현우는 저택 문으로 먼저 들어서다가 따라서 들어 오지 않는 그들을 보며 물었다.“날도 좋은데 밖에서 얘기 할까요?”그들은 억지로 웃으며 서현우의 걸음을 따라갔다.겨우 두 걸음 걸었는데 그는 화단에 국화가 산뜻하게 피어난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아빠, 엄마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던 꽃이네요. 아직 살아계셨다면 좋아하겠죠? 집에 꽃이 예쁘게 핀걸 보고...... .”서태훈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서나영은 자신의 입을 꽉 막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서현우는 또 몇 걸음 걷더니 흰 벽에 산수화가 그려져 있는 걸 잠시 자세히 살펴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멋지네! 이거 누가 그렸어? 나도 한번 배워야겠어.” 뇌창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입술을 떨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목이 막힌 듯 한마디도 하지 못
“아름아! 나 왔어!”서현우는 성큼성큼 뒤뜰로 들어갔지만, 진아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때 그는 가시덤불을 메고 땅에 무릎을 꿇은 좌권을 보게 된다.“현우 도련님! 머리가...... .”하얘진 서현우의 머리카락을 보고 좌권은 놀라기도 하고 죄책감이 밀려들기도 했다.미안한 마음에 그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서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가 좌권을 일으키려고 했다.“현우 도련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죽을 놈입니다!”좌권은 허우적거리며 서현우에게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의 소리에 사람들은 이곳으로 부랴부랴 달려왔다.“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 좀 해줘!”서현우는 그들을 보고 분노하면서 물었다.“현우 도련님...... .”애써 울음을 참고 있던 홍성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임국관이 범인이 밝혀냈습니다! 솔이한테 독을 내린 범인...... .”“누구?”서현우는 동공이 갑자기 확장되더니 광포한 살의가 히스테리 하게 터져 나왔다.손량과 진국 군신 외에는 그 누구도 침착을 유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설사 서현우의 이 무서운 살의가 그들에게 발부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살의는 천적과 같은 공포감을 지니고 있다.홍성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범인은...... 좌권의 손자...... 좌민우 입니다.”범인의 이름이 밝혀지자, 서현우는 그대로 멍해졌다.아주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한 참 지나서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아직도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는 좌권을 바라보며 그는 간신히 치밀어 오는 분노를 삼키며 물었다.“네 손자였어?”좌권은 고통스웠러지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비록 믿고 싶지 않지만, 확실한 증거 앞에서 무작정 손자의 결백의 주장하는 것은 힘이 없었다.“좌민우는?”서현우는 좌권의 멱살을 잡고 광기를 드러냈다.그때 홍성이 대신 답했다.“
그는 용소희의 볼을 살짝 잡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짜내면서 말했다.“고마워 여보. 여보는 정말 내 생의 최고의 선물이야.”용소희 사랑에 푹 빠져 달콤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그녀는 볼을 가리키며 애교섞인 말투로 말했다.“뽀뽀해 줘.””그래! 내가 뽀뽀 해줄게.”영지호는 아이의 애교를 보는 듯한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용소희의 볼로 다가갔다.그는 마음속으로 용솟음치는 살의를 참으며 그녀의 얼굴에 가볍게 뽀뽀했다.“히히...... .”몹시나 만족한 용소희는 반짝반짝 빛나는 듯한 눈빛으로 영지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그러나 심취되어 있는 그녀와 반대로 영지호는 밀려오는 역겨움을 참으며 말했다.“소희야, 나 지금 동해 전구로 얼른 출발해야 해. 도착하면 전화할게! 밥 잘 챙겨 먹어.”“우리는 이제 막 결혼했는데, 어떻게 떨어져서 지내...... .”그녀의 말에 영지호는 그대로 멍해졌다.그러자 용소희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서프라이즈! 나 너랑 동해 전구 같이 가!”“뭐?”영지호는 감정이 다소 과격해져 살의가 하마터면 그대로 나타날 뻔했다.이러한 표정을 본 용소희는 단지 놀라움을 벗어나 너무 기뻐서 그러는 거라고 여겼다.“어때? 감동 받았어? 우린 부부고 난 네 아내잖아. 그럼, 당연히 여보 옆에서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그래야지...... .”말하면서 그녀의 얼굴에 붉은 노을이 피어올랐다.“우리 아이도 가져야 하잖아...... 내가 이름까지 생각해 놓았는데, 남자아이면 영규민그리고 여자아이면 영수지...... 어때? 이름 예뻐?””예쁘네...... .”그는 어느새 소매에 움츠린 손을 주먹을 꽉 잡아당겼다.손톱이 거의 손바닥에 박힐 지경으로 말이다.“근데 그곳은 조건이 너무 나빠...... 기후 조건도 좋지 않은데 나 따라가서 고생이라도 하면 어떻게...... 그럼, 내가 너무 못나 보이고 가슴 아프잖아. 그냥 금용에 남아있어.”영지호의 말에 크게 감동한 용소희는 감동 했다.“날 그렇게까지 아끼지 않아도 돼.”“내가